5권 14화
여태껏 자신이 여타 그랜드 마스터에게 지지 않을 거라 확신하던 다이어드 공작은 왜 벨로세크 제국의 그랜드 마스터들이 최강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랜드 마스터 셋을 보유하고 있는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겨뤄 봄으로써 각자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급의 실력자와 언제라도 맞붙어 실력을 기른다· 이것만큼 실력을 빠르게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랜드 마스터에게 없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권한을 누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같은 국가에 2명의 그랜드 마스터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고, 다른 국가의 그랜드 마스터와 겨루려 하여도 각국의 철저한 초인 보호로 그럴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동급의 실력자와 붙어본다는 것· 그것만큼 수련에 좋은 게 없다는 것을 다이어드 공작은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고서 처음 느낄 수 있었다·
“난 지지 않는다·”
어느새 공격 자세를 취한 그의 해머에는 강렬한 힘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방금 전 충돌에서 평수를 이루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다이어드 공작에게 유리하다·
왜냐하면 방금 전과 같은 공격을 다이어드 공작은 세인트 해머에 의지하여 여러 번 펼칠 수 있지만 골든 나이트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위력이 약하지만 일정한 위력을 지닌 공격을 여러 번 감행할 수 있는 다이어드 공작은 제대로 적중한다면 언제라도 골든 나이트를 압도할 만한 강력한 힘의 소유자다·
그리고 탁월한 전투 감각을 지닌 골든 나이트도 그것을 인지했기에 섣불리 다이어드 공작에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고 말이다·
세인트 해머에서 다시금 검은 기운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과거 신에게 버려졌지만 끝가지 신을 위해 충성을 바친 신족의 힘이 담겨 있는 세인트 해머·
신의 형벌에 의해 타락하여 검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신성력이었고, 신밖에 모르는 그 힘은 여타 다른 능력을 압도하는 패도적인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즉, 세인트 해머에 어린 힘은 신성력이되 다른 신성력과는 다른, 모든 기운에 배타적인 기운인 것이다·
다이어드 공작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세인트 해머를 얻을 당시 신의 의지가 그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있는 악을 멸하기 위해 내려진 세인트 해머· 그것으로 세상의 악을 물리치라는 명령은 다이어드 공작을 그랜드 마스터의 길로 이끌었다·
문득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이어드 공작은 집중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하압!”
그리고 다시 한 번 골든 나이트를 향해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세인트 해머에서 뿜어진 검은 기운은 삽시간에 골든 나이트에게 향했다·
골든 나이트는 골든 소드에 마나를 충만하게 뿜어내며 그 기운을 튕겨 내기 위해 맞서 나갔다·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이 울려 퍼진다·
그 폭음의 중심에는 골든 소드에 어린 마나와 세인트 해머에서 뿜어진 신성력이 있었다·
모든 힘을 소멸시키는 세인트 해머의 신성력이 마나를 소멸시키려 하고 있고, 골든 소드에 어린 마나가 그에 반발하면서 연달아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골든 나이트가 아니라 여타 그랜드 마스터였다면 절대 행하지 못할 일이다·
마나의 힘을 흩어 버리기 위해 달려드는 신성력과의 반발은 인간으로서 견딜 만한 충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든 나이트에게는 몇 겹의 실드가 쳐져 있다· 게다가 전신이 매직 메탈이었기에 충격을 흡수, 분해하는 마법진이 수십 개가 새겨져 있어 충격을 덜 받는다·
웬만한 충격도 모두 흡수해 버리는 골든 나이트를 이기기 위해서는 딱 한 방법밖에 없다·
마나 홀을 파괴하는 것! 인간으로 치면 단전에 해당하는 그곳의 마나석을 파괴하지 않으면 골든 나이트는 불사의 힘을 자랑한다·
다이어드 공작은 한차례 골든 나이트와 겨루고 난 뒤 나이트 골렘을 연구했다·
그리고 그는 골든 나이트의 약점이 마나 홀임을 간파했다·
그는 지금이 골든 나이트를 공략할 수 있는 찬스라는 걸 느꼈다·
신성력과 마나가 치열하게 겨루고 있을 때, 다이어드 공작은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자 골든 나이트는 한층 마나를 끌어올려 신성력을 튕겨 내려 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어려웠다·
다이어드 공작은 이번 기회를 잡아내기 위해 계속해서 공격을 해 왔던 것이다·
따당!
마침내 신성력의 반발을 이겨 내지 못하고 골든 소드가 튕겨져 나갔다·
‘기회!’
그것을 본 다이어드 공작이 눈을 빛냈다·
생각함과 동시에 그의 세인트 해머가 움직였다·
떵!
1차례 충격을 받았지만 곧장 복귀하려던 골든 소드가 다시 한 번 튕겨 나갔다·
그리고····
팟!
다이어드 공작의 몸이 튕겨 나갔다· 모처럼 잡아 낸 지금 이 기회를 적극 살리기 위해서다·
그는 방어하기 위해 제 위치로 돌아오는 골든 소드를 향해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꽝!
신성력에 적중당한 골든 소드가 재차 튕겨져 나갔다·
그와 함께 골든 나이트에게 바짝 접근한 다이어드 공작이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그것이 향하는 곳은 골든 나이트의 유일한 약점, 마나 홀이었다·
‘이겼다!’
이미 튕겨져 복귀가 불가능한 골든 소드의 위치를 보며 다이어드 공작이 한 생각이다· 제아무리 그랜드 마스터에 달하는 실력을 지녔다고 해도 방어하기는 불가능이다·
하지만 골든 나이트에게도 한 가지 수는 있었다·
다이어드 공작이 한 차례 마주쳤을 때 놓쳐 버리고 만 그 수법 말이다·
순간 골든 나이트의 신형이 사라졌다·
위급상황 시 사용할 수 있는 블링크가 전개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다이어드 공작은 그것마저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거기냐!”
그는 골든 나이트가 사라지자 재빨리 방향을 틀어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은 정확히 골든 나이트가 모습을 드러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채 방어할 틈도 주지 않은 다이어드 공작의 공격은 매섭고 날카롭기 짝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당해 버릴 것이 뻔할 터!
그때였다·
꼼짝없이 당할 것 같던 골든 나이트에게서 새파란 안광이 강렬하게 뿜어졌다·
여태까지 뿜어낸 안광과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강렬한 빛·
그 현상과 함께 아무것도 쥐지 않은 골든 나이트의 왼손에서 푸른 마나 기류가 발생했다·
그리고 골든 나이트가 특유의 어조로 입을 열었다·
“룬··· 블레이··· 드·”
쿠와아아아!
어마어마한 마나 기류가 발생하며 푸른색 검이 골든 나이트의 왼손에 생겨났다·
룬 블레이드·
엘이 다이어드 공작의 성물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낸 그 검이 지금에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푸른색 검은 얼핏 봐서는 골든 나이트에 맞게 제작된 평범한 검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말은 그대로 사라진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룬 블레이드에 푸른 룬어가 빽빽하게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 정체불명의 룬어는 단 한 가지 마법을 전개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신검에 필적하는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룬어가 거대한 롱 소드 전체에 새겨진 셈이다·
그리고 골든 나이트는 그 룬 블레이드를 휘둘러 세인트 해머를 막아 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콰앙!
여태껏 물러섬이 없던 세인트 해머가 룬 블레이드와 부딪치는 순간 튕겨져 버린 것이다·
“큭!”
룬 블레이드와 부딪치면서 엄습한 전신의 충격에 다이어드 공작이 엄청난 충격을 느끼고는 뒤로 주춤 물러났다·
무려 다섯 발자국이나 물러난 그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얼굴로 골든 나이트를 바라보았다·
골든 나이트는 두 자루의 검을 쥐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한눈에 보아도 찬란한 황금빛을 발하고 있는 골든 소드가 쥐어져 있었고, 왼손에는 방금 전 자신의 세인트 해머를 튕겨 낸 푸른색 검이 들려 있었다·
그는 믿기지 않는 시선으로 푸른색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경악이 담긴 목소리를 흘렸다·
“도대체 저 검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세인트 해머를 튕겨 내다니! 모든 힘을 소멸시키는 것이 바로 세인트 해머의 힘이 아닌가? 그런데 튕겨지다니····
다이어드 공작이 놀라는 순간에 골든 나이트는 골든 소드를 검집에 꽂아 넣고는 룬 블레이드를 오른손에 옮겨 쥐었다· 그리고 맹렬한 기세로 다이어드 공작에게 돌격했다·
“한 번 튕겨 냈다고 자신을 가진 것이더냐!”
세인트 해머를 튕겨냈으니 거칠 것 없다고 말하는 듯한 골든 나이트의 모습에 다이어드 공작이 소리치며 물러서지 않은 채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룬 블레이드와 세인트 해머는 다시 한 번 충돌했다·
꽈앙!
아까 전 충돌에 뒤지지 않는 엄청난 폭음이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영혼을 울리는 듯한 어마어마한 충돌!
그 충돌에서 득을 본 것은 다름 아닌 골든 나이트였다·
“크윽!”
전신에 퍼져 나가는 강렬한 충격에 다이어드 공작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골든 나이트가 거세게 전진해왔다·
쉬익!
2m에 달하는 거대한 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졌다·
한순간 12번 휘둘러진 룬 블레이드는 12개의 오러 서클을 생성하며 다이어드 공작에게 덮쳐 나갔다·
그것을 보며 다이어드 공작은 기합을 지르며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하압! 이 정도로!”
파삭! 파사삭!
세인트 해머에서 뿜어진 신성력으로 오러 서클을 소멸 시키고, 다이어드 공작이 재차 외치며 해머를 휘둘렀다·
“나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나!”
콰과광!
지면을 부수며 세인트 해머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