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 25화
“그럼 이걸 받아 봐라!”
뒤로 뛰어오르며 지크릴이 양손을 뻗었다·
순간 검은색 다크 오러가 소용돌이치며 골든 나이트에게 쏘아졌다·
파악!
골든 나이트는 몸을 돌려 금빛 망토를 휘두르며 강한 풍압을 일으켰다· 망토로 오러 스톰을 일으킨 것이다·
쾅! 콰광!
오러 스톰과 다크 오러는 허공에서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키고는 사라졌다· 그러나 그 짧은 틈을 활용하여 지크릴의 신형은 골든 나이트 뒤에 접근해 있었다·
블링크로 순식간에 이동한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는 상대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며 그의 손에서 무수히 많은 다크 볼이 전개되었다·
“이크!”
그 순간, 지크릴은 본능적인 위험을 느끼고는 고개를 숙였다·
쌔앵!
거의 동시에 지크릴의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쳐 버리는 한 대의 화살·
지크릴이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엘이 마법을 전개한 자세를 취한 채 아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골든 나이트에게 정신이 팔린 지크릴에게 엘이 황금 화살을 전개했던 것이다·
“칫!”
하지만 먹혀들지 않은 것을 보며 엘이 혀를 찼다· 지금 같이 어느 정도 방심할 때가 지크릴을 제거하기에 최대의 기회다· 그러나 방금 전 공격으로 지크릴도 경각심을 가질 것이 분명했다·
“너무 방심했군·”
아니다 다를까, 여태껏 묘한 장난기가 어려 있던 지크릴의 얼굴이 바뀌었다·
그동안 한 번도 보이지 않은, 무섭도록 차가운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파앗!
지크릴의 손이 엘이 있는 곳을 향해 뻗어 나갔다·
그와 동시에 수십 개의 흑마법이 전개되며 엘에게 쏘아졌다·
하나하나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흑마법이었다·
“칫!”
엘은 흑마법을 보고는 막는 것보다 피하는 것을 택했다·
8클래스 마법사 지크릴이 전개하는 마법은 막으면 손해를 볼 만큼 강한 위력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블링크를 전개한 엘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그 사이 골든 나이트가 지크릴에게 바짝 접근하여 룬 블레이드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자 지크릴의 몸도 블링크로 사라졌고, 골든 나이트의 뒤에 나타난 그는 다수의 흑마법을 전개했다·
뒤에서 빠르게 쏘아지는 마법을 골든 나이트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몸놀림을 보이며 룬 블레이드로 흑마법들을 모두 쳐냈다·
파사사·
“오랜만에 임자 만났군· 재미있어!”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 흑마법들이 맥없이 소멸되는 것을 보며 지크릴이 미소 지었다· 그것은 여태까지 짓던 미소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는 미소였다·
하지만 지크릴이 방심할 틈은 없었다·
그가 골든 나이트에게 마법을 전개하는 사이 엘은 지크릴에게 마법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무서워, 무서워·”
지크릴은 자신을 노리는 마법을 피해 그대로 사라졌고, 그 자리에 쏘아진 마법은 요란한 폭발과 함께 사라졌다·
“칫!”
공격이 허망하게 실패하자 엘이 나직이 혀를 찼다·
그런 그의 뒤에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나도 방심하지 않는데 네가 너무 방심하는 것 아냐? 그러면 다친다고·”
“윽!”
바로 뒤에서 속삭이는 지크릴의 모습을 보고는 엘은 인상을 찡그리며 마법을 전개했다·
근접전이라면 자신 있다! 자신에게는 중첩 마법이 있으니까·
엘은 곧장 마법을 전개했다·
“헤이스트! 리터레이트!”
속도를 빠르게 하는 헤이스트 마법과 그것을 중첩시키는 리터레이트까지!
이 정도면 그 누구도 쫓아올 수 없는 엄청난 속도를 보유하게 된다·
엘은 그 속도를 활용하여 버닝 핸드를 전개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엘의 접근을 무방비로 허용하던 지크릴의 입가에 돌연 미소가 맺히더니 정확히 버닝 핸드를 뻗어 오는 엘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헉!”
놀란 엘이 경악성을 터뜨렸고, 그런 엘을 향해 지크릴이 비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날 우습게 봤군·”
그와 함께 검은 구가 생겨나며 엘을 향해 폭발했다·
쿠웅!
“크윽!”
황급히 양손에 실드를 전개하여 충격을 줄였지만 그 위력이 워낙 강해서 엘은 비틀거렸다·
“이제 알았겠지? 나와 너의 현격한 차이를·”
지크릴은 비틀거리는 엘을 향해 웃어 보이며 손을 뻗었다·
엘의 위기! 그것을 본 골든 나이트가 오러 스톰을 일으키며 지크릴을 견제했다·
“이거 번거롭군·”
엘을 공격하려고 하면 골든 나이트가 훼방을 놓고, 골든 나이트를 공격하려면 엘이 훼방을 놓자 지크릴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블링크를 전개했다·
콰과광!
오러 스톰은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걸 산산이 부숴 버렸고, 멀찍이서 모습을 드러낸 지크릴은 엘을 보며 말했다·
“난 네가 여태까지 상대한 적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네가 동급의 7클래스 마법사들과 수준 차이가 있는 것처럼 나 또한 8클래스 마법사보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네가 힘겹게 상대한 게이런즈가 두 명 있어도 나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큭····”
지크릴의 말에 엘이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다· 그는 게이런즈보다 훨씬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고, 엘과 골든 나이트를 상대로 확연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은 순수한 힘의 우위· 지금 그것을 지크릴은 엘에게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력 차이가 현격하다고 하여 물러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대로 자신이 물러선다면 자신의 가족은 물론 골든 벨리의 주민들도 무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위기를 넘기니 또 다른 위기가 닥쳐온다· 이 사실에 엘은 여태까지 자신이 상대한 적들 중 자신보다 약한 이가 얼마나 있던가를 떠올리며 다시금 전의를 불태웠다·
힘의 우위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아직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아직 자신에게는 힘이 남아 있었고, 무엇보다 게이런즈를 꺾었던 원거리 캐스팅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지크릴이 고위 마법을 사용할 때, 원거리 캐스팅을 한다면 승기를 찾아올 수 있다· 그는 게이런즈를 꺾을 때를 떠올리며 다시 경계의 자세를 취했다·
큰 마법을 쓸 때다· 그때를 노리면 된다·
엘은 골든 나이트에게 외쳤다·
“타나! 멈추지 말고 저자를 쫓아서 공격해!”
골든 나이트에게서 푸른 안광이 뿜어졌다·
“명령을··· 이행함·”
그 말과 함께 룬 블레이드에서 투명한 기류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골든 나이트가 황금 망토를 휘날리며 무시무시한 속도와 기세로 지크릴에게 돌진했다·
“훗! 검을 다루는 그랜드 마스터에게나 동수를 이룰 수 있지 나를 이길 수는 없다·”
지크릴은 허공으로 가볍게 떠오르며 골든 나이트의 공격권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때, 돌연 골든 나이트가 무릎을 구부리더니, 엄청난 도약력으로 지크릴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올랐다·
“헛! 나이트 골렘에게 이런 도약력이····”
지크릴은 골든 나이트의 도약력을 보며 경악을 표했다· 그리고 재빨리 블링크 마법을 전개하여 자리를 피했다·
부웅!
아슬아슬한 시간차를 두고 지크릴이 사라진 곳에 룬 블레이드가 섬뜩한 기세를 뿜어내며 지나쳤다·
약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나타난 지크릴은 그 모습을 보고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자신이 우위를 점하기는 했지만 상대 역시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절대 방심을 못하게 하는군·”
지크릴은 포기하지 않는 엘과 골든 나이트를 한차례 번갈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럼 본격적으로 상대해 줘야겠지·”
콰콰콰콰!
지크릴의 전신에서 검은색 다크 오러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마계의 마족에게서나 볼 법한 폭발적인 다크 오러의 양!
그것은 삽시간에 주변 일대를 뒤덮으며 검은색으로 물들여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크릴이 드디어 진정한 실력을 보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지크릴의 기도가 점차 바뀌어 나갔다·
“어서 와라, 미친 어둠의 세계에·”
* * *
지크릴이 본격적인 전투 모드로 접어들 때, 실피르 등도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현재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흑마법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무려 2명의 7클래스 마법사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중심으로 7명의 6클래스 마법사가 있었으며, 5클래스 마법사가 무려 열다섯 명이었다·
금탑에서 엘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마법사는 다름 아닌 실피르다·
그러나 실피르도 6클래스 마스터의 경지에 불과하여, 흑탑의 마법사 수준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하여 금탑의 열세인 건 아니다·
금탑에는 탑을 수호하는 12명의 매직 나이트가 있다·
이들 3명이면 소드 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이며, 검과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여 때로는 본 실력보다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거기에 3기의 골렘은 마스터급 힘을 지니고 있으며, 트롤 킹은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을 만큼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만약 정면대결을 한다면 결코 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변수는 존재한다·
바로 흑마법사라는 이들은 공격 마법에도 강하지만 다른 분야에도 강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흑마법에 해당하는 것은 모든 비인류적인 방식으로 익히는 마법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