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 26화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는 흑마법은 마계의 힘인 다크 오러를 바탕으로 힘을 쌓기 때문에 성격이 온전치 못하다·
너무나 강한 힘이기 때문에 그 힘이 뇌까지 미쳐 미쳐버리거나 폐인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흑마법에는 독, 소환, 시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져 있으며, 고위 흑마법사의 경우 당연히 이것들 중 하나에 무척 능숙하다·
흑탑의 부탑주 중 한 사람인 게로마네는 트롤 킹을 상대로 연신 밀리고 있었다·
부웅!
거대한 방망이가 휘둘러지며 대기를 찢었고, 게로마네는 실드 마법을 생성하여 그것을 막으려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판단· 트롤 킹의 일격은 그랜드 마스터에 못지않은 강력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꽈아앙!
“큭!”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지면서 실드가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게로마네가 비틀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역시 강하군· 보통 공격으로는 이길 수 없는 건가·”
실드가 깨지면서 내상을 입었는지 그의 입가에는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게로마네는 그 피를 훔치며 트롤 킹을 노려보았다·
“어쩔 수 없군·”
흑마법으로 상대하려 했지만 트롤 킹이 너무나 강했다·
때문에 게로마네는 그동안 자신이 숨겨 온 비장의 카드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쉽지 않을 것이다· 후후후!”
팟!
몸을 뒤로 날리면서 게로마네가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자신의 팔을 그었다·
츄악!
붉은 피가 물방울처럼 흘러내렸다·
그는 그 피를 매개체 삼아 소환술을 펼쳤다·
“마계의 저편에서 왕으로 군림하는 그대여, 나의 제물을 받아 이곳에 강림하여 나의 적의 멸하라!”
게로마네의 소환 주문과 함께 돌연 허공에서 붉은 피가 폭포수처럼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며 복잡한 소환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슷! 스슷!
소환진이 그려지는 시간은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였다·
불과 10초 정도 걸렸을까?
그 사이 지름 10m에 이르는 거대한 소환진이 삽시간에 완성되었다·
“나와라, 마계의 마수, 히드라여!”
쿠와아아아!
마침내 주문을 다 외운 게로마네가 전개어를 외치자 붉은 소환진이 짙은 핏빛을 뿜어내며 거대한 진동을 일으켰다·
그와 함께 소환진에서 짙은 핏빛 운무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피의 안개는 삽시간에 주변을 잠식해 들어갔다·
그러더니 잠시 후, 붉은 광채가 주변에 폭사했다·
번쩍!
시야를 앗아갈 정도로 밝은 붉은 광채가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광채가 완전히 걷히자 주변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 저게 뭐야····”
시력을 회복한 실피르는 소환진에서 나타난 것을 보고는 경악에 찬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 그것은 엄청나게 큰 한 마리의 마수였다·
12개의 머리, 그리고 30m에 이르는 거대한 덩치·
위협적으로 날름거리는 혓바닥들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고, 주변에 은은히 뿜어지는 독기는 당장이라도 질식사를 시킬 듯 지독한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거대한 마수, 그것은 다름 아닌 마계에서 최고의 마수로 꼽히는 히드라였다·
“후후후! 히드라가 소환된 이상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게로마네는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히드라의 거대한 덩치를 보며 웃음을 흘렸다·
마수 히드라, 웬만한 마족보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이 마수는 마계에서, 그리고 중간계에서 공포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
그 가죽은 너무나 두껍고 단단하여 소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로는 흠집도 낼 수 없다고 하며, 그랜드 마스터 두세 명이 나서야 간신히 맞설 수 있을 정도다·
그것뿐 아니라 12개의 머리에서 일시에 뿜어내는 포이즌 브레스는 그린 드래곤의 산성 브레스와 비견될 만큼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런 히드라를 게로마네가 공짜로 소환한 건 아니다·
왜냐하면 게로마네가 이 히드라 소환진을 만들기 위해서 무려 1,000명의 어린아이들의 피를 제물로 바쳤기 때문이다·
1,000명의 어린아이의 깨끗한 피를 먹은 히드라는 게로마네의 요청을 승낙하여 이곳 중간계에 강림한 것이고, 그의 부탁대로 적들을 제거하기 위해 짙은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게로마네가 히드라에게 외쳤다·
“히드라여, 내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제거하라!”
그러자 히드라의 12개의 머리가 일시에 치켜 들리면서 거대한 포효를 내질렀다·
“캬오오오!”
콰아아아아!
히드라의 포효로 주변이 삽시간에 그 존재감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기세와 흉성을 드러내는 히드라를 보며 실피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걸 어떻게 막지····”
실피르가 힐끗 고개를 옮겼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트롤 킹이 있었다·
트롤 킹은 히드라의 큰 덩치를 보고는 겁을 먹기는커녕 도리어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듯했다·
‘그래, 할 수 있을 거야·’
그녀는 압도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트롤 킹의 힘을 믿으며 명령을 내렸다·
“저 마수를 막아! 가능하면 그 목숨을 끊어도 좋아·”
“크르르!”
실피르의 말에 대답한 트롤 킹이 기세 좋게 방망이를 휘두르며 히드라에게 접근해 나갔다·
8m에 이르는 거대한 건물과 같은 트롤 킹과 30여 m에 이르는 성 같은 히드라의 대결·
누가 최강의 마물인지를 가리듯 두 존재의 대결은 처음부터 팽팽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무려 8m에 이르는 거대한 덩치지만 트롤 킹은 나름대로 스피드를 지니고 있다· 트롤 킹은 자신의 스피드를 활용하여 히드라의 뒤로 접근하여 방망이를 휘둘렀다·
꽈앙! 꽝!
방망이와 히드라의 가죽이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주변 일대를 뒤덮기 시작했다·
“캬오오오!”
트롤 킹의 방망이질이 괴로웠는지 히드라가 고통스러운 포효를 내지르면서 트롤 킹을 물어뜯으려 하였다·
하지만 그것을 미리 눈치 챈 트롤 킹은 재빨리 몸을 빼면서 방망이를 연신 휘둘렀고, 히드라 또한 거대한 몸집을 활용하여 육탄전을 벌여 나갔다·
* * *
한편, 엘과 골든 나이트는 고전을 겪고 있었다·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지크릴의 힘, 그것은 너무나 엄청난 위용이라 감히 표현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콰앙!
지크릴이 전개한 마법을 엘이 블링크 마법으로 피한다·
“훗!”
하지만 지크릴은 코웃음을 치며 엘이 나타난 곳에 곧장 공격을 가했다·
두 마법사가 대결을 벌이면 골든 나이트가 지크릴의 틈을 비집는다·
그때마다 지크릴은 절묘한 블링크 마법으로 공격을 피하면서 골든 나이트의 전신에 마법을 고루 전개해 주었다·
만약 골든 나이트가 나이트 골렘이 아니라 그랜드 마스터였다면 진작에 쓰러졌을 것이다·
그만큼 지크릴의 마법은 강한 위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큭!”
콰광!
엘은 지크릴의 마법을 막아내면서 비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 듯 경악을 섞어 중얼거렸다·
“8클래스 마법사란 이렇게 강한 존재들을 일컫는 것이었나?”
8클래스 마법사인 게이런즈와도 겪어 본 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다·
그야말로 엄청난 힘· 게이런즈에게서 겪어 보지 못한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지금 지크릴에게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기본 마법도 그 파괴력이 엄청나고, 적절한 회피와 공격, 마법 운용은 그야 말로 톱 클래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이런즈 2명이 있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하던 지크릴의 자신감은 결코 헛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쾅!
“큭, 이런!”
다시 한 번 지크릴의 공격을 받고 엘이 튕겨 나간다·
그 사이를 골든 나이트가 비집고 들어가지만 지크릴은 유연한 회피와 반격으로 골든 나이트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일쑤였다·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믿을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엘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게이런즈를 상대할 때처럼 자신이 혼자 지크릴과 싸우는 것이 아니다·
대륙 10대 그랜드 마스터인 다이어드 공작을 압도할 힘을 지닌 골든 나이트와 함께 싸우는데도 이와 같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엘이 원거리 캐스팅을 노리고 있지만 지크릴은 그 존재를 알기라도 하듯 큰 마법은 전개하지 않았다·
하기야, 그가 캐스팅을 하지 않는 마법들의 위력은 능히 6, 7클래스에 가까운 위력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대결이 벌어질수록 엘의 열세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고, 밀리던 도중 말로만 듣던 거대 마수, 히드라가 나타나자 그는 급격한 절망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정면에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8클래스 마법사, 그리고 저편에는 마계의 최강 마수 히드라····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포기할 수 없다고 전의를 불태워 보지만 이미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 법이라고, 지크릴의 공격이 거듭될수록 엘은 물론 골든 나이트마저도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었다·
골든 나이트는 주변의 마나를 흡입하여 무한에 가까운 동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수십 개가 중첩된 실드는 웬만한 충격으로는 깨버릴 수 없는 최강의 갑옷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지크릴에 의해 그 갑옷이 금이 가고 골든 나이트가 차곡차곡 데미지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지크릴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도저히 그를 잡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복구가 될라하면 지크릴의 마법에 데미지를 입어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