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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Chapter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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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5

당난아는 원래 친구가 없다·

친구란 동등한 관계지만 당가에는 당난아와 동격을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당난아는 비공식 당가 서열 일 위이기에 가주부터 그 위의 어르신들까지 죄다 발아래 깔린 허접한 것들이다·

가장 위대한 사천당가의 내부에서 그러하니 바깥에는 아예 적수가 없는 것이다·

대신 가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발 아래에서 머리 위로 끌어올려 애교를 퍼붓고는 했는데 최근에 승격시킨 새언니가 배신과 함께 떠나버리고 만 것이다·

대신 친구 비슷한 것(살면서 단 한 번도 친구를 가진 적이 없어서 본인도 확신이 없다)이 생겼으니 인생만사 새옹지마라 말 한 마리가 도망치면 다른 말이 굴러들어오는 이치였다·

그리고 친구가 생기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 하나·

당난아가 오만하게 손가락을 뻗었다·

“야· 너·”

대뜸 삿대질이지만 그러려니 했다·

애가 좀 무례해서 그렇지 딱히 악의는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요즘엔 치와와가 어느새 길들고 말았는지 꼭 주변을 맴돌며 과자라도 하나 넣어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데 어찌 미워할까·

“왜?”

“오늘은 나랑 자·”

“헉· 갑자기 그리 훅 치고 들어오시면·”

청이 깜짝 놀랐다·

물론 진장명과는 달리 당난아는 당당한 스물두 살 성인이었으니 성적 자기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하겠지만·

청이 몸을 사리자 당난아의 눈꼬리가 팩 치솟았다·

“뭐야? 싫어?”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소저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오?”

“뭐야 싫어···?”

같은 말이나 이번엔 어깨가 축 처지고 표정도 울상으로 축 처졌다·

당난아가 재차 물었다·

“너 나랑 안 친해···?”

“그걸 굳이 흑백으로 가른다면 친한 쪽에 있기는 하겠지?”

“그런데 왜? 친하면 같이 자는 거 아냐?”

“오잉? 그게 왜? 중원에 그런 문화가?”

“하· 무식하긴· 소학도 안 뗐어?”

중원의 아동 교과서인 소학에 따르면 형제가 마땅히 행해야 할 의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침즉연금 식증동상 사기의식이적지도·

잘 때는 한 이불을 덮고 자며 같은 밥상을 쓰며 먹어라·

형제간의 옷과 음식을 따로따로 쓰는 행위는 사람 새끼가 아닌 오랑캐나 할 짓이다·

이 대목에서 소학을 집합한 주자가 성리학의 거두임과 동시에 심각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시대상에서 오랑캐 차별은 하는 쪽도 받는 쪽도 당연한 것이다·

오랑캐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줬더니 후에 목숨으로 보답하더라 같은 민간 설화가 널리 퍼진 시대이니·

어쨌든 성리학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집대성했다·

소학이란 소설이 아닌 정리본으로 그 시대의 미덕들을 예쁘게 모은 어린이 권장 도서였다·

여기서 한 침대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대목만 봐도 그러했다·

대충 주자가 살기 천 년 전부터도 한 침대 한 이불이란 최고의 우애만을 가진 형제들의 미담이었다·

당장 그 유명한 삼국지 유비네 삼형제가 한 침대를 같이 쓰면서 그 우애를 널리 알렸다·

유비가 신하의 마음을 얻을 때도 종종 써먹었으니 ‘오늘은 자고 가지’ 한 마디면 그야말로 눈물바다 충성심의 대분화였다·

‘아! 주군께서 나를 형제로 여기시는구나!’ 뭐 이러한 종류의 감동을 주는 기획인 것이다·

물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사내새끼가 자고 가라는 말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다·

한 침대 한 이불이란 아이들 방 따로 마련하기 어려운 부모들을 위한 효심에 가까우니까·

그러나 중화 인민의 허세는 민족의 문화다·

유명한 고사나 일화를 꼭 따라 하고 나선 그 후기를 통해 내가 이렇게까지 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높이는 데에 썼다·

그리하여 유비와 잔 신하들도 주군이랑 밥 먹고 목욕하고 그리곤 같이 잤다며 대대손손 자식에게 물려줄 자랑거리로 삼았다·

들어봐라 너네 할애비가 너네 고조할애비가 너네 조상님이 무려 유비랑 잤다니까 하고·

여담으로 중원에서 우정으로는 사실 유비네 삼형제보다 손책과 주유를 더 쳐준다·

아내조차 내팽개치고 한 침대를 쓰는 끈끈한 원조 우정으로 유명했으나 한민족에게는 별반 인기가 없는 통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아· 뭐야· 그런 거야?”

청이 오해를 깨달았다·

손만 잡고 잘 테니까에 그 잠이 아니구나·

손잡고 이것저것 다 하겠다는 그 잠이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같은 공간에서 떠들다 수면을 취하자는 그런 문화로구나·

근데 형제애랑 우정이랑은 무슨 상관이야?

청이 몰라서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중원에서 깊은 우정은 형제간의 정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었다·

중화 민족의 독특한 문화 꽌시는 아예 법으로 정한 성문법이라서(아니다) 아예 단계별로 체계화된 세세한 경지가 있는 것이다·

꽌시 일 급 친구朋友는 아는 사람이다·

이 급 호우! 好朋友 여기서부터 친구다·

삼 급 노붕老朋友은 늙은 친구로 여기서부터는 이제 꽌시의 확장이 이루어지며 아는 사람의 소개가 가능한 경지였다·

무인으로 따지면 일류쯤 된다·

그리고 사 급에 이르러서야 가족에 닿아 형제兄弟라 했다·

여기서부터는 꽌시에 불과할지라도 가족이라 칭했으니 함부로 관계를 정리할 수 없게 되는 단계이기도 했다·

오 급을 성취하면 의형제干兄弟가 된다·

이는 최고 단계이자 전설적인 성취이다·

독특하게도 형제 위에 의형제가 있는데 이는 사람이 선택하여 고를 수 없는 형제보다 스스로 판단해 선별한 의형제가 더욱 돈독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의형제 의남매 의부 의모 나이와 성별에 따라 그 명칭이 달라지는 것도 특징이라 하겠다·

물론 중원은 아직 원시 중화라서 청의 출신지의 그 나라만큼 정형화되진 못했다·

아직은 대충 느낌적인 느낌? 정도라서 그렇게 딱딱한 미래 중화의 적폐까지는 아닌 것이다·

당난아가 한의사의 총명함으로 바로 청의 상태를 꿰뚫어 보았다·

한의사의 총명함 아니더라도 청의 그 표정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야 눈 달린 사람 누구나 알 수 있기는 하지만·

“원래 친구끼리는 한 침대 한 이불 덮고 자는 게 상식이거든? 너 친구도 없어?”

“어? 그런 상식이···? 그러고 보니···”

생각해보니 중원에서 사귄 여자 사람 친구들이 꼭 청의 침대를 탐내기는 했다·

장명이도 매일같이 베개 하나 끌어안고 밤에 나타나지 사저 호소인도 몇 번 시도하다 안 되니 그냥 아침에 와서 옷이나 갈아입혀 주고·

청이 긴가민가했다·

친한 동성 친구들이 한 침대 쓸 수는 있어도 당연히 그게 상식은 못 된다·

당난아가 이참에 친구 수준을 한 단계 올리려 하는 사악한 거짓말이었다·

생긴 모양은 아름다워도 실상 목표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녀였으니까·

이 정도 깜 아니 끔찍한 거짓말 정도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태연히 저지르는 무서운 아이·

그 악행이 천하의 대마두와 비견될 만하다고 할 수 없겠다·

청이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는 당난아를 바라보았다·

하긴 얘도 당장 집안이 위험하다는데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는 없겠지·

팽 소저도 잘 챙겨주라고 할 정도였으니 뭐·

환자 없다고 온종일 어깨 늘어뜨린 채로 놀아 달라고 매달리는 모양이 측은하기도 하고·

청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친구 없기는· 내가 같이 잘 사람 하면 그날 신녀문 연무장에 순번 받아 줄을 서는 게 사열 종대로 두 바퀴 반이거든?”

청이 농담으로 한 소리였다·

다만 실제로 하면 그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기는 할 것이다· 어차피 청은 모르지만·

그러자 당난아의 표정이 곧장 해맑아졌다·

 

—-

 

청은 중원에 들어서 여러 가지 나쁜 버릇을 들였는데 개중 잠자리에서도 영 좋지 못한 습관을 들인 탓이었다·

“뭐 뭐야 왜 벗는데···!”

“어? 그럼 입고 자? 왜?”

“어?”

너무나 당연한 상식처럼 이야기하니 당난아가 달리 딴지를 걸 틈이 없었다·

 

청은 스스로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제는 아예 여인에게 낯을 가리지 않는 상태였다·

신녀문에서 헐벗고 돌아다니며 수치를 잊고 이후 환희궁 생활에서 홰까닥 돌아버린 때에 수발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가 하면 또 사내에게 가리지도 않았다·

여인을 보면 여인의 몸인데 뭐 어때·

사내를 보면 사나이끼린데 뭐 어때·

일전 천마형 정신 기생체에게 잠시동안 육체를 뺏겼을 때에도 기묘한 꼴이지 않았던가?

천마의 정신은 과거 일 대 천마의 형상 그대로였으나 청의 무의식은 무림 출도 이전 생산직 근로자가 아닌 아청의 외양을 선택했다·

청이 스스로 깨닫지 못한 사실이었다·

동양식으로 설명하면 물은 정신이요 육체는 그릇이니 물이 그릇의 형상으로 빚어진다고 할 수도 있겠고·

서양식으로는 호르몬이니 뭐 문과는 알아들을 수 없는 설명을 곁들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논리적으로 설명해 줄 사람이 이 세상에는 단 한 명조차 존재하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요원한 일이라고 하겠다·

서문수린이 알았다면 가슴을 칠 일이었다·

진아眞我 온전한 제 자신조차 정의하지 못한 덜떨어진 년이 어떻게 초절정을 이루겠냐고·

초절정이란 절정을 초월하는 것·

절정이란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점을 말하는 것이니 초절정이란 자신을 초월하는 그 첫걸음이었다·

그리하여 스스로를 극복한 정신이 저 별빛 별의 의지를 담아 부리니 이것을 강기라 했다·

강기의 강罡은 북두성을 뜻하는 글자다·

무인이 다루는 가장 파괴적인 힘이 바로 저 별의 의지 태양 없는 사람의 하늘에서 발하는 별빛이기에 강기라 하는 것임을·

여담으로 청의 고향에서는 원시적 전산 문자 배열이 희귀한 한자를 표시하지 못해 굳셀 강剛으로 대신 쓴 안타까운 사연 또한 존재했다·

 

여튼 청이 침상 위에서 팔다리를 슥슥 맨살에 문지르며 감탄을 토했다·

“와· 침대 좋네· 완전 비단결·”

“그야 비단이니까····”

사실상 사천 땅에서 가장 비싼 침상이었으니 이보다 좋은 침대는 중원에서도 손에 꼽았다·

청이 그 편안함에 감탄할 수밖에는·

“그런가? 그럼 난 잔다?”

“잠깐 그러는 게 어딨어· 뭔가 이야기라도·”

청이 생각했다·

뭐야 귀찮게····

“원래 침대에서는 잠만 자야 해· 딴짓을 하다 보면 그게 정신에 배겨서 수면 장애 나아가 불면증으로 이어지는 거야·”

“그게 뭐야? 됐고· 청아···는 정인이라던가 연모하는 사내 없어?”

당난아가 슬쩍 애칭을 입에 담았다·

청은 중원 애칭 표현에 대해 무지했으므로 팽 소저도 그리 불렀으니 그런갑다 했다·

“없는데·”

“응? 그럼 옥기린하고는?”

“걔는 그냥 친구인데? 애초에 그 자식은 여자 안 좋아해·”

“헉·”

당난아가 헛숨을 들이켰다·

천하제일미남에게 그러한 비사가!

팽대산이 들었다면 눈썹 까닥이며 목소리 저 아래 심해까지 깔아댈 소리였다·

하지만 팽대산은 자리에 없다·

원래 없는 자리에선 나랏님 욕도 한다고·

(그래도 천자까지는 안 한다)

“어쩐지· 그런 소문이 있기는 했는데·”

“소문이고 자시고 딱 보면 알지 않나?”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음? 맞나? 맞네?”

당난아도 사천에서 열린 용봉지회 때에 한 번 태상가주 칠순에 그 옥면을 또 한 번 보았으니 그때는 그 찬란한 용모에 눈이 멀어 전혀 알지 못했다·

다시 곱씹어 떠올려보니 여인을 보는 눈이 좀 그랬더란다·

그러고 나니 당난아에게도 오싹한 한기가-

아니 진짜로 춥다!

이불 바깥이 침상에 닿지 않아 붕 뜬 사이로 가을밤 찬 공기가 숭숭 들어왔으니까·

“저기 이불 좀 줄래···?”

“아· 둘둘 감는 게 버릇이 돼서· 그냥 이불 두 개 쓰면 안 되냐?”

“안 돼· 분명 한 침대 한 이불이라고 그랬단 말야· 그런데 왜지? 그러면 딱 붙어서 자야 하잖아? 왜? 넓은 침상을 두고?”

사실 딱 붙어 자는 것이 우정의 핵심이다·

하지만 무림 출도를 해 본 적 없는 당난아의 상식에서 침상이란 본래 열 사람 눕도록 넉넉하게 만들어진 커다란 물건이다·

굳이 넓은 침상에서 한 이불을 덮고 그래야 하나 의문이 들 수밖에는·

청에게 물어봐야 알 턱이 있나·

하지만 정말로 답을 구하는 질문이 아니라서 청도 그냥 아무 말이나 던져주었다·

“친구용 특대 이불이 따로 있는 게 아닐까?”

“그치만· 그러면 무겁잖아· 답답하고·”

“두 사람이 받치면 무게도 반절이잖아·”

“그런가? 사람수 별로 크기가 있는 걸까? 흠· 애들한테 말해서 좀 들여놓으라 해야겠다·”

대충 얼간이들이나 할 법한 대화가 오갔다·

하지만 친구 사이의 대화가 본래 이러한 것들의 연속이니 그저 서로 흥겨울 뿐이리라·

“야 너 또 이불 나도 이불 좀 쓰자·”

“···”

그러다 어느 순간 청이 쌕쌕 깊은 숨결로 고개를 넘겨버리고 마는 것이다·

청은 최리옹의 흔들리는 품 안에서도 금방 잠이 드는 수면 전문가였으니 몸을 휘감아 그저 부드러운 최고급 침상에서야 결국 실신이었다·

 

“뭐야 자? 벌써? 에이씨 얘는 왜 이렇게 힘이 쎄? 나도 이불 춥다구····”

청의 항우장사의 힘으로 이불을 틀어쥐었으니 당난아가 뺏어올 방법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가까이 붙을 수밖에는·

그러다 어느 순간 크게 인기척이 들어 몸을 뒤척이나 싶더니 몸 절반으로 묵직한 것이 턱 내리누르는 것이었다·

당장 귓바퀴로 쌕쌕거리는 더운 숨이 끼치니 당난아가 깜짝 놀라 바짝 굳었다·

“헉· 야 야····”

 

—-

 

다음 날 당난아의 안색이 초췌했다·

물론 간밤에 요사스럽거나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지만·

그냥 밤잠을 좀 설쳐 조금 퀭한 것뿐이었다·

그렇게 아침부터 열린 관부와의 결전을 위한 당가의 전략 회의에 들어서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청이야 뭐 별 생각 없이 이제는 거의 가문의 귀인이자 은인 대우로 함께 회의에 참가했을 뿐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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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I Am This Murim’s Crazy Bitch

Score 8.8
Status: Ongoing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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