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0
청의 혓바닥은 당가의 태상가주가 보증한 무형지독 요사한 지옥의 속삭임을 내뿜는 날카로운 칼날이다·
능히 세 치 혀로 사람의 울화를 뒤집어 주화입마에 빠뜨릴 수 있는 수준이니 혀를 칼날이라 한다면 무형검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청이 언어폭력을 통해 혈교 놈들을 암살하려는 창대한 뜻을 품고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어느 창작물 속의 인간 말종 버러지들의 대가리인 큰 버러지 애비 놈이 한 말처럼 아군은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호로자식이 도망가면 짜증나니까·
물론 겸사겸사 약도 올리면 재미있다·
“너 너 어떻게···!”
“아무래도 식사가 부실해서요· 아무래도 혈교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지 영 손님 대접이 모자라서· 뭐지· 거지새끼들인가? 앗· 혼잣말이에요· 어쨌든 소녀가 부담을 드릴 수가 없어 나가서 먹고 왔답니다·”
“어떻게 탈출했냔 말이다! 왜가 아니라!”
“아! 그럼 정확히 여쭤보셨어야죠· 아주 저능아처럼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아· 이런· 혼잣말이니 신경 쓰지 마셔요· 자꾸 혼잣말이 새어나가네요· 조심할게요· 그런데 늙은 새끼가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었나···”
“뭐 뭣! 네년이 감히!”
“아흐윽···!”
청이 곧장 무릎으로 땅을 찍어내고 몸을 둥굴게 말고 머리를 박았다·
“아흑 아흐흣 하읏 하아읏···!”
억지로 낸 소리라서 청이 생각하기에만 비명이고 남이 들으면 남사스러운 교성이었다·
혈교 무사중 엉거추줌 자세를 달리 잡는 놈이 있을 정도였다·
어차피 대가리 박고 있는 청은 몰라서 그냥 속으로 생각했을 뿐이었다·
어우 내장에다가 술을 직접적으로 퍼붓는 느낌이 와 화끈하니 이거 중독되는 거 아냐? 이래서 술꾼들이 술을 못 끊나?
“끄흐흑! 끄흑! 어 어떠냐 기고만장해선 무공으로는 재간이 좀 있는 모양이다만 네 명줄이 결국 내 손아귀에 있다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지· 끄흑! 으흐흑!”
“으 으 분 하 다· 정 말 분 하 다·”
“그래 좀 고분고분해졌나? 재주도 좋지 어떻게 탈출했느냐? 검화 그 년이 잡힌 건 또 어찌 알았고?”
“여기 시체 한 구 있지 않았나요? 그분이 좆을 좀 빨아달라고 하셔서·”
“그 그만! 무슨 천박한 소리냐! 그 그딴 소리를 입에 담지 말란 말이다!”
경담간이 발작을 일으켰다·
신녀문 제자는 순결한 꽃이여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야 폐기의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가 있으니까·
그 태도에 청이 눈을 빛냈다·
“음? 왜요? 좆이 부끄러워? 그럼 자지? 그래요· 고추를 좀 빨아달라고 하시길래 뭐 까짓것 한 번 빨아보죠 했더니·”
“그만! 그딴 소리를 왜!”
“까다롭게 구시네· 고추를 좀 빻아달라고 하셔서 까짓것 한번 빻아보죠 했더니 곧장 다가오시길래- 아아흣·”
“크아악!”
고결한 신녀문 제자의 천박한 언어 선택을 버티다 못한 경담간이 고독을 부렸다·
덕분에 청이 말을 하다 말고 에이씨 무슨 말을 못하게 하네 하고 다시 남사스런 교성을 터뜨렸다·
“후우 후우· 그래 노부의 속을 긁으려는 수작이라면 아주 훌륭하구나·”
“긁혔죠?”
경담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겨우 세 글자에 왜 이리 울화가 치미는지 이해를 못 할 지경이었다·
어쨌거나 경담간이 상황을 이해했다·
덜떨어진 놈이 제 성욕에 홀라당 눈깔이 뒤집혀 가까이 다가갔다가 제대로 털려버린 것이다·
아침의 참극을 보았으니 일단 붙잡히고 나면 고독을 부릴 여유조차 없었지 않겠나 이해가 되기도 하고·
“끄흑 그러면 이제 노부도 긁어볼 차례로구나· 자· 네게 선물이다·”
경담간이 손을 휘젓자 혈교 무사가 한 쪽에 모셔둔 상자를 가져온다·
경담간이 보란 듯이 열어 내용물을 보여주니 고통스런 표정의 머리 네 개가 꽉꽉 차서 낑겨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아는 얼굴들은 아니었기에 청이 고개만 갸웃거렸다·
“뭐죠? 아시는 분들이세요?”
“끄흐흑 아무런 죄도 없는 양민들이다· 바로 네가 죽인 놈들이기도 하지·”
“오잉 뭐예요 내가 죽인 놈들이에요? 그럼 죄가 있는 양민들일 텐데?”
“네가 죽였지· 네가 아침부터 그리 방자하게 굴지 않았다면 노부의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 테고· 그러면 노부가 네게 보여주기 위해 죄 없는 양민을 죽일 일도 없었을 것이 아니냐·”
경담간이 잔뜩 기대했다·
어떠냐 너는 어찌 반응할 것이냐·
그에 청이 반응했다·
“왜 니가 죽여놓고 내 탓을 해요?”
“뭐?”
“아니 그렇잖아요· 내가 칼 들고 목을 베라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자기가 죽이고 싶어서 죽여놓고는 왜 내 탓을 해?”
청은 현대인 출신이고 여러 매체에서 이러한 이야기들을 이미 많이 접했다·
별로 공감하는 사람이 없는 논리였으니 청 역시 마찬가지라 직접 겪는다고 이해가 될 리가 있겠는가·
“이해가 안 되나? 네가 아침에 난장을 피우지만 않았더라도 이 사람들은 멀쩡히 살아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겠지· 바로 너 네가 오만하게 굴었기 때문에 이 놈들이 죽게 된 거다·”
“오잉? 왜요? 이 사람들이 죽은 건 고자 할아버지가 머리를 잘라서잖아요· 내가 머리 좀 잘라달라고 시켰어요?”
“아니 좀! 쫌! 왜 이해를 못 해? 생각을 해 봐라! 네년이 내 부하를 죽였으니 나도 그에 복수하기 위해 한 일이 아니냐!”
“하지만 고자 할아버지가 거기에 대해서 알려주지도 않았잖아요· 얌전히 굴지 않으면 죄 없는 사람 잡아다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마디라도 했으면 내가 고민해봤지·”
“왜 그렇게 돼!! 오냐· 너는 모르는 사람이라 이거냐? 그럼 내가 네년이 그렇게 끔찍히 아끼던 낭인 놈들 머리를 잘라다 내놓았어도 같은 소리를 했을 테냐?”
“그야 화는 나겠지만 그게 나 때문인 건 아니잖아요· 복수는 성대하게 치러주겠지만 내가 미안해할 이유는 없지·”
“왜 그렇게 이야기가 되냐! 생각을! 좀! 생각! 이게 낭인 놈들의 머리였다면 네가 멋대로 행동하는 바람에 낭인 놈들이 죽었다고 생각을 해 보란 말이다!”
“음· 내가 아니었어도 어차피 낭인분들은 죽일 생각 아니었어요? 그러면 낭인 분들 머리라고 해도 뭐가 달라? 나 있어도 죽고 없어도 죽으면 똑같지 않아요?”
“도대체! 왜! 말귀를! 너 때문! 네년 때문이잖아!”
”왜 다 나 때문이래요? 그러면 고자 할아버지가 개자식인 것도 제 잘못이고 고자 할아버지가 배고플 때 애미애비 죽여다가 잡아먹었던 것도 내 탓이고 고자 할아버지가 고자인 것도 내 탓인가?”
“아니!! 좀!!!”
경담간이 폭발했다·
그리고 한 번 더 폭발했다·
“그리고 내가 누굴 잡아먹었단 말이냐!”
“제 생각에는 그래요· 충분히 그럴 만한 후레자식이시니까요 고자 할아버지는·”
경담간이 삼 차로 분화했다·
“고자라니! 누굴 보고 고자란 말이냐!!”
“어 그럼 아니세요? 이선혈교대 대원분들이 전부 고자 할아버지가 고자라고 좆도 안 서는 고자새끼라고 그랬었는데·”
“아악! 아아악!! 억···”
늙은 경담간이 뒷목을 잡았다·
이것이 바로 무형지독이자 무형검 또는 심검이라 하는 절대 아가리의 힘이었다·
그러다 씨익씨익 원독이 서린 눈으로 청을 노려보다가 문득 깨달았다는 듯이 아주 뒤늦게 고독을 부리는 것이다·
속이 뜨끈하니 청이 다시 엎드렸다·
그런데 목을 좀 썼더니 신음소리까지는 좀 귀찮아져서 그냥 너무 아파서 말도 못 하는 사람 행세로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렇게 애매한 시간이 흘렀다·
중원의 도량형으로 시간의 최소 단위는 일 각이다· 현대식으로는 십오 분에 달하니 도대체 얼마나 원시 미개한 사회인지·
대충 반 각 정도 흘렀을까·
엎드려 있던 청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다·
“저기· 너무 길지 않아요? 저 이러다가 아파서 기절해버리고 말아요?”
“···?”
“고독도 생명이에요 생명· 애써서 모은 독액을 이렇게 뺏으면 어떡해요?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지·”
“너 어떻게·”
“음· 하나· 악으로 버티고 있다· 둘· 당가 친구에게 해독제를 받아서 미리 먹고 왔다· 셋· 점심 먹고 겸사겸사 고독을 제거하고 왔다· 어느 쪽일 것 같으세요?”
경담간이 잠시 벙쪘다·
고독의 독은 사람에게 산 채로 불에 태우는 듯한 극한의 고통을 선사한다· 고통에 약한 이는 충격에 심장이 멎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첫 번째는 말도 안 된다·
그리고 고독이 독을 뿜는 때를 정확히 알고서 시늉을 하니 세 번째도 아니었다·
“오냐 네년이 중화약을 미리 먹었다고 아주 기세가 등등한 모양인데 약효가 천년만년 갈 것 같으냐?”
“이 번을 선택하셨나요· 뭐· 정답은 알려드리지 않겠지만요· 그런데 고독이 안 통하면 늙은 마두에게 뭐가 남나요? 얄팍한 지하 시설? 아니면 쇠창살?”
그러고는 청이 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 찰랑찰랑 흔들어 보였다·
“제가 나갔다 들어온 거 모르시겠어요? 저 열쇠를 가지고 있답니다?”
“젠장! 쇠사슬 쇠사슬 갖고 와!”
경담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청이 뭘 하나 구경해 보니 혈교 무사들이 창을 들어 겨누고는 한 놈이 쇠사슬을 가져다가 철창문을 칭칭 감기 시작했다·
쇠사슬 감는 무사가 청의 눈치를 살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황급히 차륵차륵 봉인 작업을 서둘렀다·
청이 다가가니 창끝이 쭉 뻗는다·
청이 창대를 붙잡아 쏙 잡아 당겼다·
“아니 이걸 위협이라고 해요? 무슨 무공 모르는 여인이라도 가둬놨나요?”
청이 창을 쏙쏙 빼앗아 뒤로 툭툭 던지고 마침내 쇠사슬을 감던 혈교 무사의 팔목을 붙들었다·
“놔 놔라!”
“공손하게 부탁하셔도 들어줄까 말까인데 명령이라니요?”
청이 혈교 무사의 팔을 쑤욱 잡아당겼다·
무사의 어깨죽지까지 철창 사이로 쏙 빠져오는 통에 꽝 하고 머리를 철창에 호되게 부딪치고 만다·
그러나 머리의 고통은 별 것이 아니었다·
어느새 어깨를 턱 부여잡은 청이 어깨뼈에 손가락을 단단히 처박았기 때문이다·
“아악!”
쩌적 쩍 쩌적· 사람의 몸에서 나서는 안 되는 소리다· 소리를 내는 당사자인 무사와 청만이 느끼는 소리기도 했다·
손끝에 감각이 일깨워진 손가락과 손바닥 전체를 타고 밀려드는 쩌적 생 근육이 연골이 힘줄이 찢어지는 촉감· 앗· 아아·
마침내 무사의 어깨가 분리되었다·
날개뼈 큰 덩어리 아주 왕건을 캐내고 만 청이 무사의 팔뚝을 붙들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러고는 멍하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눈을 끔벅 끔벅 또 끔뻑·
장내에는 처절한 비명이 연속으로 범이 한 입 베어문 듯이 파인 어깨를 붙든 혈교 무사가 야단법석을 떨었다·
산 채로 사람의 어깨를 뜯어내는 광경에 장내에 침묵이 감돌았다·
그 사이에 청이 후들거리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쥔 무사의 팔을 바라보았다·
와· 급조 둔기· 녹색 머리가 공주님이지·
화면 너머에서나 보던 건데· 생각보다 좀 외양이 좋지는 않네· 살을 좀 바르면 야생에서 보던 것처럼 깔끔하려나·
“자· 다음에 또 쇠사슬 맬 사람 있어요?”
그러자 어둑한 지하에서도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무사들이 호다닥 거리를 벌렸다·
경담간조차 완전히 학을 떼고 말았다·
“이 무슨 잔인한 손속이냐! 이게 정파의 협객이란 년이 할 짓이란 말이냐!”
“에이· 고자 할아버지는 모기나 벼룩을 잡을 때도 잔인하다고 해요? 해충을 잡는 데에 잔인한 게 어디 있게요· 혈교의 버러지 주제에 무슨 인간 대접을 바랬어요?”
“버 버러지라니·”
“내가 돌아가는 꼴을 좀 지켜봤는데 음· 이래서야 벌레랑 비교하면 벌레들에게 좀 실례가 될 것도 같고· 차라리 모기나 벼룩이 세상에 더 이롭지 않을까요?”
청이 뇌옥의 문을 자연스럽게 열고 나오면서 하는 소리였다·
경담간이 그에 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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