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11
청이 생각하기에 유명 살수 집단이라는 인간 말종 단체가 유지가 된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다·
그냥 살수 집단이 아니라 유명 살수 집단이 아닌가·
사실 한 국가에서 비공식적인 정부 기관으로 암살단을 운영하는 경우는 흔하다·
고대 중세 중동의 유명 암살자들로부터 청의 고향에서는 멀지 않은 과거에 냉전이라는 때에 대놓고 국가 공인 암살단의 힘겨루기가 있었으며 그 이래로 쭉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를지도 모른다는 뭐 그러한 음모론일지 아닐지도 모르는 것들이 저쪽 세상에 내려오고 있다나 뭐라나·
하물며 민간 살수 집단이라니·
그것도 사대살수니 오대살수니 하며 고대 미개 원시 중원의 등수 놀이에까지 등장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살수 집단이다·
청이 생각하기에는 그러면 그 원한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하지?
여기 초절청 님 말고도 암살 대상 중에 어마어마한 절대 고수의 지인이 없으리라고 상상할 수 없다·
아는 이를 여섯 사람만 건너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온다는 제법 과학적인 법칙까지 있는 세상에 한 번 잘못 걸리면 몰살을 당하지 않나 하고·
그럼에도 어떻게 유명 살수 집단이 아직 존속할 수 있단 말인가·
청의 물음에 만약 관계자가 들었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존속 못 한다·
원한을 어떻게 감당하는가?
감당 못 한다·
절대 고수의 지인을 건드리지 않을 방법이 없는가·
그런 방법이 있으면 제발 좀 알려다오· 사람 하나 잘못 건드리면 그야말로 줄초상 떼몰살 대학살이 벌어진단 말이다·
사람의 정이란 예측불허한 것이라 존귀한 신분과 비천한 종 사이에도 의리가 붙으니 아무나 돈 받고 죽이다간 결국 후환이 밀어닥치고 만다·
지금까지 무수한 암살단이 사라지며 반복된 일이며 또한 현재는 살막이 겪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천마신교 비작부는 전직 살수들이고 그 정예들은 청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충분히 착하게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교에 교리에 따르면 천마였으나 마에 해당하는 앙그라 마이뉴 진마(초대)를 따라 지금까지는 파괴와 증오에 속했던 업보다·
그러나 이제는 새 주인께서 강림하셨으니 천마이시나 천 광명한 빛이자 불로 태양 그 자체이신 아후라 마즈다의 현인신께서 새로이 선으로 세상을 정복하라 명령하시지 않으셨던가·
참고로 천마신교의 교리전사들은 이렇게 잘 끼워 맞추는 일을 사명으로 삼아 평생을 살아온 것이다·
그리하여 구세대의 법칙을 따른 죄악으로 그들의 주인을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하는 소원이나 품고 직접 모시지 못하는 가혹한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여담으로 이런 진짜배기들은 착하게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오늘도 길가에 쓰레기가 있기에 치웠다·
내가 누구? 천마지존님을 따르는 교인·
이제는 노인네 낑낑거려도 침이나 뱉는 대신에 가서 부축해드리고 처맞는 약자가 있으면 끼어들어 자초지종을 듣고 말리며 부모 없는 아이 미망인 독거노인 불구자를 도우며 거리의 행패를 막아서고 선을 지키려 노력한다· 등등···
그래서 청이 저기 멀리멀리 북쪽 천마신시의 탈북자로 여기고 있는 설가상회의 직원들이란 암살보다는 공작이나 정보 수집 따위의 온건한 요원들이다·
그리고 진짜배기들이 그 실력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으니·
지상에 강림하신 현인신이시며 존귀하신 천마지존께서 저 자객 놈들 쓰레기들을 치워버리라 명령하셨다!
본래 살수의 생태는 살수가 잘 안다·
거기에 더해 살막의 하급 암호와 하부뿐이라도 그 구조도까지 입수한 참이다·
그러니 양곡상에서 쌀 푸던 금씨가 돌연 끌려 나가고 집 짓던 왕씨도 어깨들이 척 둘러싸 데려가 버리고 어떤 가게는 낯선 이들이 몰려와 주인도 존재를 몰랐던 지하 문을 열고는 단체로 내려가기도 했다·
그리하여 살막의 살수들은 그나마 명줄이 붙어 지하실에 갇혀버리고(태양을 못 보는 끔찍한 장소이다) 잡다한 살수들은 인세를 어지럽히는 쓰레기들이라 천마지존께서 이미 판결을 내리신 바가 사형이었다·
그 가운데 청은 개꿀 최종 명령권자로 나눠먹은 선업이 살살 오른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도시의 쓰레기들이 사라지고 있는 서안 사람들에게도 적당한 꿀이며 세상 전체로 보아도 이득이라고 할 일이었으니·
“현 시간 부로 지부를 폐쇄한다· 특급 장부와 명부만 챙기고 나머지는 싹 태워버려· 젠장 어느 쪽에서 누굴 건드렸지?”
살막 서안 지부장 흑살이 이를 갈았다·
살막의 역사는 몰살의 역사다·
직원 교육을 할 때야 중원의 역사와 함께했던 유구한 전통이니 뭐니 하지만 망하고 나서 다른 살수들이 이름만 날름 삼키면서 이어온 것에 불과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자면 현 살막 천살 총수의 살막은 이제 이 대 째 겨우 삼십 년 조금 넘는 역사를 가졌다·
그러나 역사는 길지 않아도 쫄딱 망하지 않기 위한 살수 집단의 노력들은 길게길게 이어졌다·
수직 관계의 점조직화 상급과 하급으로 나눈 암호책 특급 의뢰와 평급 의뢰의 철저한 분리 수주 등등····
그 외에도 새 직원을 뽑을 때에는 세상을 증오할 만한 이를 고르고 철저한 의리 주입으로 충성도를 관리한다던가·
하지만 그래도 터질 일은 터진다·
몇 년 전에 호북 땅에서 귀한 살수들을 수십이나 잃어버리고 겨우 이제 좀 숨통이 다시 트이나 싶을 때 다시 흉사가 터졌다·
어느 놈이 배신했는지는 바로 알았다·
하지만 왜 터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수직적 구조도의 허리쯤 정확히는 명치 쯤 되는 놈이 배신했기에 어깨 위쪽 살막의 가장 소중한 전력들은 노출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호북 참사와 함께 이번 일까지·
아예 사지를 잃고 머리만 남은 셈이니 이번 천살 큰형님께서는 아예 살막의 복구에만 전념하다가 대를 넘겨야 하겠지만·
어쨌거나 상황은 명백했다·
살막은 앞으로 최소 십 년은 장사 접고 새 손발을 키워야 할 것이다·
표국 아저씨 상급 교리전사 초 표두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장도를 꺼내 들어 거꾸로 쥐는 것이었다·
딱 자기 배를 째기 좋은 자세였다·
“면목이 면목이 없습니다· 목숨으로 이 천한 목숨으로라도 사죄를 드리겠습니다·”
“아니 칼 집어넣으시고· 그런데 재주도 좋으시네· 대체 그만한 장도가 어디서 튀어나와요?”
“어쩜 이렇게 자비로우신 자비로우셔라· 눈이 멀 것만 같은 대자대비 광명한 자비이시다···”
“그쯤 해 두시고· 음· 결국 못 찾았다구요?”
“예· 살막 놈들을 스물 여덟 명 사로잡아 정보를 캐었으나 정작 상위의 핵심 인원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 잔챙이들이라 크흑·”
초대암이 결국 눈물을 한 방울 또로로로·
청이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아니 왜 울어요?”
“제가 한심해서 그렇습니다· 고작 이런 하찮은 살수놈들조차 뿌리를 뽑지 못해서 아가씨께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요·”
초대암이 그 뒤로 덧붙여 중얼거렸다·
살막 놈들 아니 살수 놈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이제부터는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살지 못할 것이다····
아주 섬뜩하도록 선연한 증오가 서린 중얼거림이었다·
음· 끝내 대장 목수들의 암살자들 찾기에 실패한 게 그렇게 막 증오심을 품을 정도로 체면이 상하는 일이었나?
하긴 중원 놈들이 좀 그렇긴 해·
체면과 목숨을 같은 무게로 여기고 막 그러는 사람도 있으니까·
청이 대충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갔다·
고작 나흘만에 삼십 점 가까이 줄어버린 악업을 보면 아주 선량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증오라고도 할 수 있겠고·
“대업에 도움이 되지 못해서 정말 송구 죄송 이 마음을 도저히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제 오장육부가 썩어가는 듯한 고통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덕분에 나도 재미있었어요·”
청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청명하니 맑다·
할아범과 할아범 똘마니들 데리고 청도 하루에 두세 탕씩 지하를 털었으니 목표로 하던 장흥상방 참사의 증언자들은 놓쳤지만 원없이 쓰레기는 치운 참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목표하신 대업이 저 간악하고 사악한 장흥상방 요녀의 악행을 세상천지에 고발하시겠다는 그 고귀한 뜻이 이 모자란 것들 때문에 막히시지 않았습니까· 크흑 역시 이 목숨으로 사죄를 드려야-”
다시 어디선가 장도를 꺼내들며 하는 초대암의 말을 청이 홀라당 잘라먹었다·
“됐고· 막히기는 뭐가 막혀요?”
“앗· 역시! 광명하신 아니 그러니까 이건 지혜가 광명하시다고 네 그런 광명하신 아가씨께서 아직도 혜안이 남아있으신 아니 당연히 그러하겠지요! 이 미천한 것이 어찌 아가씨의 무궁한 능력을 가늠할 수 있겠습니까!”
“뭐지· 나한테 아부하면 뭐가 떨어지나·”
이 아저씨 주접이 너무 심하지 않나?
뭐· 어쨌거나·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겠어요· 사지라고 하던가?”
천지지지여지아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 넷이 알기 때문에 사지四知다·
옛날옛날 한옛날 후한옛날 후한시대 양진이라는 관리가 뇌물을 뿌리치며 한 말이다·
그 어지러운 후한 시대에 뇌물을 뿌리치다니 양진이라는 관리는 사람으로서는 된 사람이지만 중원인으로서는 탈락 비중원인 혹은 비국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쨌거나 사지란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뜻이다·
“쉽게 정리해서 강언이 무너져서 삼천명 이상이 죽었다· 왜 무너졌나· 장흥상방의 아가씨가 자재를 빼돌려서· 이 아가씨를 어떻게 족칠 것인가· 증언할 대장 목수들이 이미 암살당했으니 대신 그 흉수라도 찾아 증언을 시켜야겠다· 이거잖아요·”
“예· 고견을 듣고 있습니다·”
“어차피 누가 한 짓인지 다 아는데 살수 몇 놈 살려주고 그 대신 장흥상방의 의뢰를 받아 대장 목수들 다 죽였다고 증언하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면 거짓 증언이 되는 게 아닙니까?”
“에이 어차피 암살은 살막이 한 짓인거 뻔히 아는데·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뭐 당사자까지 필요해요? 그래 이 참에 아예 목수 역할도 시키지 뭐· 이미 장흥상방 그 아가씨가 한 짓인거 이제 다 아는데 뭐 진짜 증인까지 필요한가·”
즉 증인을 날조하자는 소리였다·
그 악랄한 소리에 초대암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오오! 과연! 하늘의 뜻이로군요!”
그리하여 장안의 중심 장안거리(장안가) 한 가운데에 기괴한 행색의 사람들이 섰다·
참고로 장안거리는 북경에도 존재한다·
장안은 세상에서 가장 성세한 동네라는 대명사처럼 쓰기에 북경 황성의 대문 앞을 가로지르는 거리의 이름 역시 장안거리다·
그리고 북경의 황성 대문은 천하를 편안하게 하는 천자의 은혜를 담아서 천안문이라고 부르니 청의 고향에서 이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역사적 장소가 바로 북경 장안 거리다·
어쨌거나 북경 말고 장안의 장안 거리는 쬐끔 한물가기는 했지만 한 때 천하의 중심이라 불렸으니 공기 반 사람 반으로 무수한 머리통들로 가득했다·
그 중앙에 단상을 세워 기괴한 행색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의는 헐벗어 상체를 훤히 드러냈는데 손가락 한둘 없는 이는 기본이요 개중에는 천으로 묶어 팔꿈치 아래가 휑한 이까지 존재하는 판이었다·
당연히 뭔가 구경거리가 생기면 사람이 모이겠지만 이번에는 비공식 천하제일미인 천화검이 그 사이에 서 있었다·
물론 천화검 모르는 이가 봐도 태양 아래 지상 위에 또하나 태양이 나타난 것만 같이 눈이 부시는 미인이라서 비공식이건 뭐건 눈 달린 사람이면 당연히 눈길이 간다·
그러다 보니 금세 온 거리의 머리통들이 죄다 몰려 공기와 사람의 비율이 이 대 팔 숨 쉬면 사람 냄새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에 사람이 죄다 몰리고 나서야 청이 흡 숨을 들이마셨다·
하나· 일단 청중을 내 편으로 만들어라·
“여러분 여기가 바로 천하의 중심 중원 중 중원인 장안에서도 가장 중심인 장안가가 아닌가요!”
“옳소!”
“맞소! 중원 중 중원이지!”
청의 요설 당가의 태상가주가 평하기를 지옥의 조동아리 무형지독 그 자체가 슬슬 몸을 아니 혀를 풀었다·
천하의 중심이 점점 동쪽으로 옮겨가니 이전 시대에 낙양으로 그리고 현재에는 더더욱 동쪽으로 옮겨가 북경으로 가 버리고 만 상황이다·
이러한 하늘 아래 천하의 중심 운운하며 장안을 띄워주니 장안 사람들의 반색하며 곧장 호응을 하는 것이다·
그에 청이 입바른 소리로 장안 예찬을 늘어놓았다·
“사람들이 장안을 일러 천년고도라고 하지요· 하지만 그 무슨 무지한 소리일까요? 장안의 역사가 일천 년을 두번 쇠고도 한참을 넘었으니 이천년이 훌쩍 넘는 살아있는 역사를 겨우 일천 년으로 줄이는 무식한 말이 되지 않겠어요?”
“옳소!”
득관중자득천하 장안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고 할 정도로 고대에 장안이란 그 위엄이 남달랐으며 그래서인지 왕의 성씨를 열 한 개나 배출한 그야말로 왕의 땅이라고도 하겠다·
천마신교 비작부 요원이 정리한 장안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리가 청의 입에서 줄줄이 튀어나왔다·
그리하여 그 자부심이 열기로 흘러 팔월 뜨거운 더위가 아예 자글자글 끌어오를 때쯤 청이 본론을 꺼내들었다·
“그리하여 세상의 중심에 계신 여기 모든 협사분들께 소녀가 천화검 서문청이 천인공노할 아주 입에 담기조차 더러운 참담한 죄악을 고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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