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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Chapter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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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3

아씨· 밤샜네····

어느 순간부터 밀림의 풍광이 어슴푸레 눈에 뵈는 기분이 든다·

기분만이 아니다·

동이 터 오는 것이다·

물론 원시림의 빽빽한 천장은 해 뜨기 전 어설프게 밝은 하늘을 비추지 않는다·

그러나 청은 이과형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빛의 산란이 어쩌구 엄밀히 말하자면 태양이 파장이 어쩌구 하는 과학적인 기전에 대해서는 모른다·

다만 청의 초인적인 눈깔이 비로소 아주 미약한 그저 어둠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빛줄기를 잡아 뇌로 신호를 보냈다는 정도다·

거의 흑백으로 윤곽만 보이는 정도라고는 해도 대기의 흐름으로 장애물을 잡던 간밤과는 아예 다른 편안함이다·

축축하고 으슬으슬 춥고 피곤해····

뜨거운 욕탕에 푹 담가서 지졌다가 곧장 침상에 몸을 던졌으면 좋겠는데·

원가계는 반쯤 밀림이다·

밀림의 특성은 축축함과 영양가 없는 시뻘건 황토흙이고 원가계 역시 마찬가지다·

잡다하니 키 작은 수풀들을 스치면 축축하니 젖은 잎사귀가 마른 의복에 기꺼이 가진 물기를 나누어준다·

그러니 밤사이 원가계를 빙글빙글 돈 청의 의복도 축축하니 찝찝하고 무겁다·

그리고 발은 더 무겁다·

일년내내 안개가 끼는 원가계라서 낙엽 아래 황토가 온통 신발에 엉겨붙어 발목 위까지 두껍게 황토 반죽을 바른 모양새라서·

고수의 정신력이란 앞으로 사흘 정도는 더 깨어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하루 밤을 새면 그 아침부터 무지근히 피곤한 법이다·

그리하여 진짜 상태 안 좋은 아침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나무 위에나 혹은 적당한 바위틈 찾아서 잠이나 잘 걸·

후회와 피곤 그리고 축축하고 찝찝하여 기분 더러운 아침을 맞이한 청이었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청은 본래 생겨먹기가 후회에 사로잡히는 인간이 아니라서 이렇게 된 걸 어떡하겠어 하고 훌훌 털어버리는 털털함의 소유자다·

그래도 해 떴으니까 빠져나가면 되잖아?

빨리 가서 욕탕에 몸 지지고 자야겠다·

삶의 행복을 보전하는 최고의 성격이다·

다만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도 크게 후회하는 일이 없어 도대체 과오로부터 배우는 점이 하나도 없다는 치명적인 결함이기도 했다·

이러니 청의 얕은 생각과 행동력과 이런 털털함까지 갖춰지니 아주 환장할 인물상의 등장이었다·

매번 부주의하게 행동하고 한 번에 끝날 일을 여러 번 반복하여 오히려 더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낭비하는 주제에 지나면 딱히 마음에 두지 않으니 금방 털어버리고 잊어먹어 같은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그냥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 인간상이다·

다만 이러한 한심한 작태에도 불구하고 청은 원래 출도 이전부터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사는 사람이었다·

나름 일머리와 요령이 좋아서 머리로만 생각하여 구상한 일들이 제법 잘 들어맞는 덕분에 대책 없는 행동력이 열 중 아홉은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다나·

애초에 낙녕 땅에서 새끼 목수로 인정을 받은 점만 해도 힘만 세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라 손재주와 조립머리의 중요성이라서·

하지만 이번에는 꽝 열 중 하나 대실패의 순간이었다·

청이 나무를 타고 아씨 웬 나무가 이렇게 뻑뻑하다냐 하고 올라가서·

해 뜨는 쪽이 동쪽 남쪽이 저기로구나·

그리하여 다시 조심조심 내려와 원가계를 헤쳐 남하하기를 한참·

이제는 해가 산에 걸렸는지 물 빠진 색감의 아침이 피어오르는 때에 마침내 원가계 남쪽 금면계곡에 도착할 수-

“저기! 서문청이다!”

“진짜 진짜 나타났잖아!”

삐이이익!!!

원가계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겨우 지대가 낮은 남쪽은 이십여 장 너비의 큰 강인 금편강으로 탁 막혀있었으니 그리고 금편강을 건너도 황석봉 천문산 자락이 길을 딱 막고있는 막힌 땅이다·

애초에 원가계 안에 드는 자체가 독 안에 숨어드는 쥐새끼의 꼴이었던 것·

반대쪽 강안에서 다급히 울려퍼지는 삑삑 피리 소리에 청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이거· 큰일 난 것 같은 분위기인데·

일단 후퇴·

청이 밀림 안으로 쏙 자취를 감췄다·

등뒤에서 삐유우웅 예의 그 신호탄 같은 소리가 날카롭게 하늘로 피어오른다·

청이 저 깊은 원가계 중심으로 파고들며 머리를 굴린다·

어떡하지?

일단 밀림에 숨어서 버티면 저네도 뭐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조용히 죽은 듯이 한 두어달 버티면 저네들도 어디서 놓쳤나 보다 하고 포기하지 않을까?

어차피 산에 사는 건 익숙하고· 아무거나 주워 먹고 버티다 보면 포위도 풀릴 테니까 그때 빠져나가면·

그때였다·

컹컹 어디서 개 짖는 소리·

청도 무림 오 년 차이니 온갖 날짐승을 다 본 사람이니 늑대를 본 적이 없겠는가·

늑대는 저런 식으로 짓지 않으니 오로지 개가 사람 들으라고 내지르는 소리다·

개와 늑대의 생물학적 차이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기도 하고·

이 새끼들이 개를 풀었구나!

청이 다급히 속도를 올린다·

다행히 사위는 어두우나 청의 안력으로는 이 정도 밝기면 대낮과 다르지도 않다·

그리하여 뒤에서 컹컹 그러다 좌측에서 또 컹컹 청이 우로 틀어 달려나가 이번엔 또 우측에서 컹컹 그러면 또 좌로 틀다가·

돌연 파사삭 수풀 사이에서 잿빛 큰 개 한 마리가 뛰쳐나와 청의 앞길을 막는다·

그리고는 그루터기 위에 딱 자리를 잡고 청을 향해 이빨을 들이미는 것이다·

그르르····

“쉬이· 착하지· 좀 조용히 해줄래?”

일단 청이 조용히 개를 달래 보았다·

대실패! 개는(은) 크게 짖었다!

컹! 컹!

애초에 학습한 명령어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들으면 개겠는가·

모 이야기에서처럼 개가 아니라 어떤 것 기필코 죽여야 하는 무언가에 불과할 터다·

그 서슬에 등을 돌리려던 청이 멈칫했다·

엥· 내가 왜 도망을 치려 들지?

정답· 개가 짖으면 추적자가 온다·

그러고 보니 굳이 이 초절정 초월 초절정 초절청 님께서 도망을 칠 필요가 있나?

어제 상대해보니까 산적 놈등 상태가 뭐 딱 삼류 잡배들 수준이던데·

애초에 제대로 무공 익혀서 떵떵거릴만한 고수가 뭐가 아쉬워서 산적을 하겠어?

 

—-

 

자룡삼은 건곤채 소속의 산적이다·

십년 전쯤 기근에 곡식을 훔쳤다가 맏형 자룡일이 맞아죽은 뒤로 먹고 살 길이 없어 둘째형 자룡이와 함께 녹림에 투신했다·

(일이삼은 중원에서 양민들이 자식 이름을 짓는 가장 기본이자 근본이다)

그리고 의외의 재능을 발견했다·

자신은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빼앗는 데에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건곤채의 일곱째까지 올라왔으니 친형인 자룡이가 아직도 열일곱째 저 아래 서열에 깔린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수색에 나서는 자룡삼은 불안보다 큰 기회라는 포부가 있었다·

이제 고작 스물 먹은 계집이라던데 추살도 아니고 생포라지 않는가·

도움이 되기만 해도 본채의 어르신들께 무공을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라니까·

그렇기에 애지중지 기르던 사냥개인 조자룡(암컷 여덟 살)외 여러 마리 개들이 컹컹 짖는 소리에 외려 기세가 살아 형제들을 이끌었던 것이다·

그렇게 수풀 헤치고 나아가 드디어 명견 조자룡과 다른 산채의 사냥개 둘이 모습을 드러냈으니 둘레가 세 아름은 될 법한 나무 아래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컹컹컹 매섭게 짖어대는 것이었다·

“옳지 저 위에 숨었구나!”

보아하니 다른 사냥개들은 도착했어도 그 산채의 수색대는 도착하지 못한 모양·

그렇다면 가장 먼처 찾았다는 뜻이니 이 정도면 공과로 톡톡하게 쳐주지 않겠는가·

무공은 뭘 배워야 하지?

천혈도법? 잠룡승천부? 천왕기공장?

그게 자룡삼의 생전 마지막 생각이었다·

촤악 나무에서 떨어져내린 청의 월광검이 자룡삼의 정수리로 들어가 가랑이 사이로 호쾌하게 빠져나왔기 때문에·

“룡삼아!”

둘째 자룡이가 제 동생 서열상으로는 룡삼 형님의 죽음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게 유언이 되었다·

빙글 세상이 돌고 땅바닥이 시야의 반절을 가로막고 뭐지? 하고 눈을 세 번 끔벅거린 후에 몸에서 이탈한 머리가 제 죽음을 이해하지도 못한 주제에 눈동자를 풀어버린다·

머리 잃은 몸통에서 피가 솟구친다·

후두둑 쏟아지는 핏덩이들·

그 아래 청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반짝반짝 뿜어져 나온다·

그간 축축하고 찝찝하니 더러웠던 기분이 무지근히 천근만근 지하로 쏠리던 몸도 이 순간 생생하게 피어오르는 것만 같다·

“여기 여기 서문청이!”

“서문청이라니! 내가 니 친구냐!”

쿵! 젖은 낙엽들이 폭발하듯 흩날리며 청의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꽝 검게 물든 손바닥으로 산적 하나의 대가리를 후려치는 모습이었다·

파삭 산적의 대가리가 떨어진 수박처럼 박살이 난다·

그리고는 저를 똑바로 바라보는 면사 앞부분에 남은 산적이 호적을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거 불 건가요?”

“아니 아닙니다·”

“에이 불려고 한 것 같은데· 그런데 내가 시끄러운 건 또 딱 질색이라서·”

“아닙니다! 안 붑니다!”

“안 불어요? 흐음·”

청이 어찌 말꼬투리를 잡아볼까 고민을 하는 순간이었다·

타다닥 재빠른 발소리와 함께 청을 와락 덮치는 여러 그림자들·

예기치 못한 기습에 청이 비틀거린다·

개들의 습격이었다·

청의 사지를 물어뜯는 개들이 제 친근한 주인님들을 보며 똘망똘망한 눈빛을 쏜다·

주인님! 지금이에요!

그에 산적들이 화답했다·

너희의 희생 잊지 않으마!

하고 산적들이 일제히 등을 돌렸다·

일곱째 형님이 눈앞에서 좌우로 갈라지고 한 놈은 목이 날아가고 한 놈은 대가리가 터졌다·

이미 전의는 사라진지 오래였던 것·

청이 산적을 쫓으려다 인상을 팍 찌푸렸다·

오른팔에 한 마리 왼쪽 어깨에 한 마리 오른쪽 발목에 한 마리 왼쪽 허벅지에 한 마리·

이때 청을 물어뜯는 사냥개가 총 몇 마리인지 그 숫자를 구하시오·

“아씨 무겁게·”

늑대라는 생물은 본래 입으로 물고 좌우로 거칠게 흔들어 찢는 공격 하나밖에 가진 바가 없는 태생부터 사냥에 아주 재능이 없는 짐승이다·

그렇기에 항상 굶주리던 늑대들이 어쩐지 맨날 배부른 것만 같은 인간을 찾아갔으니 인간의 최고의 친구인 개가 탄생하는 순간이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낮은 사냥 성공률 덕분에 개과 생물이 뒤통수를 노리는 각 하나는 진실로 예리한 것이다·

청의 헛점을 파고들어 네 마리 사냥개가 일제히 달려들었으니 사지를 제압하는 아주 훌륭한 합격술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마무리를 해 주실 주인님들은 쌩하니 도망을 쳐 버리고·

어쩐지 사람을 물었는데 이빨이 들어가기는 커녕 돌덩이를 문 것처럼 턱은 아프고 고개를 아무리 흔들어도 고목처럼 미동이 없다·

“이 개새끼들이· 맛있니? 응?”

모처럼의 개시 손님을 왕창 놓쳐버린 청의 심기가 불편하다·

스산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슬그머니 주둥이에 힘을 풀고 바닥에 내려앉는 개들·

그리고는 흰자위를 드러내는 개 특유의 눈치 보는 표정으로 먼 산을 바라본다·

“개를 죽이는 건 좀 기분이 그래· 그런데 사람 물어본 게 한두 번 해 본 실력이 아니네?”

사람을 무는 개는 살처분이다·

개는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청은 사람을 무는 사람도 살처분한다·

오히려 한 생물종 대 한 생물종으로서 존중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청이 검을 들어올리는 순간이었다·

눈치 빠른 개들이 일제히 등을 깔고 누워 배를 드러낸다·

두툼한 꼬리들이 다리 사이로 말려 짐승의 생식기를 가린 자세였다·

그리고는 끼잉끼잉 안쓰러운 신음을 연신 쏟아내는 거시다·

그야말로 완전한 복종의 표시!

“아씨 마음 약해지게·”

큰 동물 작은 동물 잘생긴 동물 못생긴 동물 두루두루 다 좋아하는 청이다·

“어쩔 수 없지· 얘들아 짖어!”

벌떡 일어난 개들이 청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 역시 같은 생물임에도 개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의사소통이다·

“짖으라고· 멍 멍멍·”

청이 개소리를 했다·

그에 사냥개들이 또 갸웃·

이 무서운 새 주인님은 왜 사람 입으로 개소리를 하나 하고·

“아씨 짖으라니까· 너네 잘하는 거 있잖아· 멍멍 월월! 컹컹! 밬밬! 아씨 혹시 서역 쪽 개들이니? 서역식으로 해야 하니?”

서역식이면 바우와우다·

청이 생각하기에 세상에 무슨 개가 그딴 식으로 짖겠냐고·

사람 말을 알아들으면 개가 아니다·

그저 사냥개들이 보기에는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복종의 표시가 통했다는 정도는 알겠다·

개들이 그에 반갑게 꼬리를 치며 청에게 달려들어서 엉기고 핥아대고 치대니 음· 진짜 개새끼들 말도 지지리도 안 듣네·

청이 개들을 열심히 쓰다듬으며 하는 생각이었다·

“아씨 짖으라고 왈왈! 왈왈왈! 컹컹! 컹컹컹컹! 아르르르!!”

청이 온갖 개소리를 내뱉어 본다·

얘네가 짖어야 산적들이 몰려들 것이 아니겠는가·

급기야 청이 아우우 늑대 소리까지 흉내를 내 보니 그게 통했는지 그제야 아우우 목청을 높이더니 컹컹 어쩐지 사납기보다는 반가움이 담긴 짖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이다·

-저쪽 저쪽이다!

그 개소리 사이 먼 데서 들리는 산적의 목소리 차박사락 숲을 헤치는 소음들·

청이 씨익 웃으며 나무를 타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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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I Am This Murim’s Crazy Bitch

Score 8.8
Status: Ongoing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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