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17
문주의 지극한 대접을 받는 방 책사다·
하지만 지극한 대접에 비해 살월문 내부에서의 평판은 영 좋지 못한 편이다·
물론 방 책사 욕은 아주 있는 욕 없는 욕 만들어서까지 하는 전 총관(결국 강등되었다) 왕우의 탓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문도들과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사파에서 문도들과 어울린다고 하면 오로지 계집질과 술이다·
정파 놈들처럼 차 먹고 떠들기나 하는 계집스러운 친목 도모는 하지 않는다·
기루에서 호탕하게 호연지기를 즐기면서 술을 퍼마시며 형님 동생간의 정을 쌓는 것이 사파의 우정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데려온 애첩을 끼고 밤중에 회식 한 번을 나오지 않는 방 책사가 아니던가·
시간이 가도 계속해서 겉돌 수밖에는·
하지만 이는 훨씬 발달한 저 미래 청의 고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들어 환영회 안 가고 밥 혼자 먹기 중소기업에 들어서 회식 안 가고 자동 사냥 혈맹에 안 들기와 비슷한 만행이다·
대기업의 경우는 알 수 없지만 뭐 사람 사는 꼴이 비슷하니 뭔가 비슷하지 않겠나·
그러니 겉돌기에 더해 원한까지 산 방 책사의 소문이 어떻겠는가·
남색을 한다느니 사도련의 고상하신 높은 책사님은 일개 중소 방파 찌꺼기들하고 어울리고 싶지 않다느니 입만 열면 사도련에서는 사도련에서는 아주 살월문 알기를 개똥으로 안다느니·
방 책사 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
방 책사는 억울하다·
방 책사도 여인 좋아한다! 술 좋아한다!
하지만 못 해!
왜?
“랑랑아 내 진짜 부탁 좀 하마· 오늘은 내 살월문주랑 한 잔만· 어? 딱 한 잔만·”
사도련 책사가 시비를 붙들고 애원하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이다·
그러나 시비는 표정이라고는 한 점 없는 그래서 소름이 끼치는 얼굴로 대답한다·
“불가·”
“아니 왜 응?”
“술은 만악의 근원입니다· 주취로 인한 실수 실언의 위험을 감수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딱 한 잔만 마신다니까?”
“여기서 드시면 됩니다· 술을 가져다드립니까?”
“아니 내가 그런 소리 하는 게 아니잖나· 혼자 마셔봐야 무슨 흥취가 나겠냐고·”
“제가 따라드리면 되겠습니까?”
“그리고 이것도 어찌 보면 임무 수행의 연장선이라니까· 너도 알지? 내가 살월문에서 겉돌고 있는 거· 사나이들이 제대로 된 우정을 취하려면 같이 먹으면서 계집도 좀 주무르고 알몸으로 교제를 좀 해야 친분도 생기고 하는 법이지· 안 그래?”
“이 정도의 거리감이 좋습니다· 계집을 주무르고 싶으시다면 저를 주무르시면 됩니다·”
“아니 계집질도 좀 하고·”
“지금 원하십니까?”
그에 랑랑이 훌러덩 옷을 끌어 내린다·
방 책사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오만상을 쓰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남녀의 교합이란 교감인 것을 섬뜩하니 표정 없는 랑랑의 얼굴은 마주치기만 해도 양물이 시무룩하게 죽어나간다·
게다가 피부는 싸늘하니 차갑고 탄력이 없어 누르면 자국이 그대로 남는다·
세상에 아무리 여인이 궁해도 이런 년을 안을 사내는 없을 것이다·
칼로 찔러도 표정 하나 안 변할 년 아니 실제로 칼에 찔리고 불에 태워도 표정이 안 변하는 년이다·
“딱 한 잔만 응? 딱 한 잔만·”
그에 랑랑이 고개를 치들어 하늘을 본다·
방 책사는 아주 오랜만에 희망을 느꼈다·
랑랑이 뭔가 스스로 생각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라서·
방 책사가 침을 꿀꺽 삼키며 랑랑의 결정을 기다린다·
그렇게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
랑랑이 다시 방 책사를 바라본다·
“좋습니다· 주취로 인한 실수 가능성이 대단히 높지만 이로 인한 친목 도모와 인간 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하겠습니다· 대신 한 병 이상의 주류를 취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 내가 딱 한 병· 애초에 술이 문제야? 네 말대로 친목 도모라니까? 걱정할 필요 없이 딱 기다리고 있어·”
방 책사가 아주 빛날 듯이 환하게 밝은 표정으로 호다닥 겉옷을 걸쳐 입는다·
당장 문주에게 달려가서 오늘은 찐하게 아주 찌이이인하게 놀아보자고 사실상 놀아달라고 조를 생각이었다·
그렇게 의복을 정제하고 막 뛰쳐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랑랑이 방 책사를 붙든다·
“잠깐·”
“뭐야? 왜? 낙장불입 몰라? 너 이미 괜찮다고 했다? 이제 와서 말 바꾸면-”
“연락입니다·”
그에 방 책사의 표정이 돌변한다·
희게 질린 안색으로 핏기가 가신 채 랑랑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다·
“의자에 삐딱하게 누운 채로 여인의 몸을 주무르며· 그놈은 연락됐냐? 아· 됐다고? 아니 이 말은 전하지 말고· 크흠 이놈 제자야·”
“미천한 제자가 유일존귀하신 섭심마왕께 인사를 올립니다·”
“공손히 절을 올리며· 미천한 제자가 유일존귀하신 섭심마왕께 인사를 올립니다·”
랑랑이 방 책사의 행동과 대사를 중계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랑랑이 다시 입을 열어 말을 꺼낸다·
“여인의 가슴을 주무르며· 그래 대업은 어느 정도로 진행되었지? 금적방과 광주선방을 빼면 혈귀가 몇이나 되는데?”
“어이없는 표정으로· 거 말머리 안 떼? 오줌이라도 싸면 오줌을 싸며 하고 말머리 붙일 거냐?”
“버럭 화를 내며· 아니 씹 너한테 말하고 있잖아! 이 쓸모없는 괴물이 고작 말 전달하는 것도 제대로 못 해서· 좀 하자 없는 걸로 바꿔야 씹 언가년은 저기 말갈 새끼들하고 놀아나는 중이지·”
방 책사가 조용히 말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괜히 화를 돌리며· 뭐야 넌 왜 대답이 없어? 혈귀가 언제 완성되고 몇이나 되냐니까?”
“이십 정도고 사흘 후에 십심을 먹이면 완성이 됩니다 위대하신 마왕이시여·”
“눈을 부라리다 이내 고개를 저으며· 심장을 오백이나 보냈는데 겨우 이십? 하 아니 됐다· 지나가던 새끼 잘못 건드리면 좆되는 거야 예전부터 그랬으니· 내가 제자를 탓하지는 않으마·”
“스승님의 자비가 하해와 같습니다·”
“피식 웃으며· 새끼 거 아부는· 입 발린 소리는 됐고· 잘하자? 구심까지 먹은 새끼들 통제 안 되는 거 알지? 괜히 한눈팔지 말고 딱 붙어서 완성해· 됐다· 연결 끊어·”
그에 방 책사가 겨우 고개를 든다·
무표정하게 방 책사를 내려다보던 랑랑이 한 마디 툭 던진다·
“식심마군이 한눈팔지 말라 했습니다· 그런데도 음주와 함께 여럿이 참가하는 지저분한 형태의 성교를 즐기러 가시겠습니까?”
하필이면 표현을 해도 또 그렇게·
방 책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이제 와서 말 바꾸기 없다고 했다?”
“저는 식심마군의 명령을 듣지 않습니다· 저는 제 주인님의 명령에 따라 식심마군의 전령 임무와 약해 빠진 당신의 호위 임무를 맡았을 뿐입니다·”
“크흠 약해빠졌다니·”
방 책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툴툴댄다·
그리고는 문지방을 넘으려다 멈칫·
스승의 당부도 있는데 며칠 참을 것인가 아니면 광주행 처음으로 허락된 음란한 연회를 즐기러 갈 것인가·
그러나 너무 오래 참았다·
자제를 넘은 욕망을 이기지 못한 방 책사가 기어코 문지방을 넘어 모습을 감춘다·
—-
진가장 공사가 끝나고 이틀 후에 무림맹의 지원부대가 도착했다·
자칫하면 시취로 인해 손님을 외부에 모셔야 할 위기였으니 시기가 어찌 적절하게 딱 맞았다고도 하겠다·
그리하여 광서성 남녕에 들렀다가 고대로 광동성 광주로 향한 전투부대가 새단장을 마친 진가장에 들어선다·
가주와 인사를 마친 전투단이 짐을 풀고 청이 혹시 아는 얼굴 있으려나 진가장 객청을 싸돌아다닐 때였다·
“진가주님 말씀 들었지? 내일부터는 우리 화룡조도 진가를 도와 사업장 관리에 투입될 예정이다· 오랜 여행 끝에 제대로 쉴 틈도 없이 곧장 근무조 편성이라 미안하지만 정파 무림의 의리 의리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나! 응? 어려울 때 팍팍 돕고! 그러면 내가 어려울 때도 다들 팍팍 도와줄 것 아니냐! 그게 바로 무림맹 정신 너와 내가 우리가 된다! 진가가 남이냐!?”
“아닙니다!”
“그래 우리 정파 무림 한 가족! 서로 돕는 데에 구구절절한 이유도 재고 따지며 계산을 할 필요도 필요없다! 그렇지 않냐!”
“맞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자유다! 이 말이 무엇이냐! 바로 이 형님이 아주 코가 삐뚤어지도록 아우들을 대접한다는 소리지! 비록 내일 근무라 주취를 내공으로 몰아내야겠지만 그렇다 해도 사나이들끼리 찐한 우정을 포기서야 쓰겠냐!”
“조 형! 조 형! 조 형!”
“오늘은 진해루에서 마시고 죽는다!”
“와아아!! 조 형! 조 형! 조 형!”
그야말로 장내는 광란의 도가니 와아아 흥분한 청춘이 조 형을 연호하는 것이다·
아는 얼굴 있나 기웃거리던 청의 표정이 조금 상했다·
아씨· 누군가 했더니 조 형이네·
무림맹주의 손자이며 흑룡조가의 후계자·
그리고 현 후기지수의 맏형급 인사이자 사내답고 호탕한 쾌남·
그런데 여자에 미친 놈이라는 평가를 듣는 바로 그 조 형 조학체다·
청이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지만 진해루라면 같이 가고 싶은데·
떠돌기를 좋아하여 무림 곳곳을 돌아다닌 무인들이 평가하기로는 광주는 굉장히 심심한 도시라 한다·
왜냐하면 광주 주변으로는 별 명승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야 역사적으로 광주는 본래 변방 중의 변방이었으며 개발된 지도 오래되지 않아 긴 역사를 가진 도시가 아니라서·
애초에 한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인구 비율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는 광동 땅을 개발하고 나서야 한족들이 이주해 왔다는 뜻이라서·
거기에 왜구의 약탈이 잦은 땅이며 먼 바다로 나가는 일도 국법으로 금지되었다·
그러니 양광의 중심으로서 인구와 규모는 중원 남부에서 제일가는 대도시지만 뭔가 관광으로 대단한 것이 있냐고 하면 글쎄·
개중에 그나마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한 개 진해루가 나온다·
광주제일주루인 진해루다·
하지만 진가의 분위기가 안 좋았을 때는 눈치가 보여서 못 가고 좋아지고 나서는 진가에서 먼저 가자고 하지 않는 이상 혼자 턱 가기도 뭐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사비로 가려 해도 이렇게 막 도착해서 놀자판일 때나 가지 한참 머무르는 와중에 사비로 가면 모양이 많이 나빠서·
진가의 대접이 모자라서 손님이 사비로 방문하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진가가 청을 푸대접해서가 아니라 그냥 적은 인원으로 사업장 돌보기에도 바빠 손님께 할애할 시간조차 없었던 뿐이다·
그러니 음 가고 싶어도 어쩔 수 있나·
돈이 있는데 왜 못 가니·
금은이 넘치는데 도시제일주루를 못 가·
그러던 차에 오자마자 진해루를 찾는 무림맹 지원 전투부대의 환호성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조 형은 좀 부담스러운데·
그러던 참이었다·
청의 눈에 동료들과 떠드는 익숙한 얼굴이 하나·
“진해루면 광주제일주루 아닙니까? 광주의 미인들도 많이 있겠지요? 도사님이 그리 또 합석에 도사시라고· 여인이 없으면 술을 안 드신다는 취면복마검이 아닙니까?”
“그럼 모름지기 술이란 여인의 섬섬옥수가 아래를 받치고 공손히 기울여야 참맛이 나오는 법이지· 오늘 본 도사가-”
“이게 누구야! 창빈이 아니냐!”
반가움 가득한 목소리에 지원 부대 젊은 무인들의 고개가 일시에 돌아간다·
허억허업 숨 들이키는 소리 천화검 서문 소저 하는 소근거림을 뚫고 청이 당당하게 걸어 창빈의 어깨에 턱 손을 올린다·
“어 서문 소저? 그· 안녕···하신지?”
창빈이 아이가 조종하는 인형마냥 통채로 쭈뼛쭈뼛 몸통을 돌린다·
“와 이거 또 한동안 못 봤다고 어색해진 거 봐라· 편하게 하라니까 편하게·”
“어 음· 이게 편한····”
“안 편한 것 같은데?”
“아니···· 편한데· 그으· 잘 지 냈 어?”
“그럼 나야 늘 잘 지내지·”
청이 킬킬 웃으며 팔꿈치로 창빈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왜들 이래? 서문 소저께서 진가장에 머무신다는 소리를 계림검파에서 이미 전해듣지 않았나· 촌스럽게 왜들 큭 취면복마검 네놈 감히 천화 소저께 친한 척을···”
조학체가 이를 으득 갈았다·
그 소리에 청이 음 여전한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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