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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Chapter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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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8

한림원은 금녀의 구역까지는 아니다·

그야 일하는 시비도 여럿이요 주방을 맡은 아주머니들도 여럿 있으니·

여류 학사가 없느냐고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부정기적이나마 여류 문인들의 교류회를 열기도 하고 황궁의 여사(女士:관직 하는 여인) 출신이 여사를 희망하는 당찬 여인들을 모아 수업을 열기도 한다·

하지만 한림원 태학 강연에 여인을 위한 한 자리를 아예 만들어달라는 말은 그와는 좀 다른 이야기다·

“시강학사 자네가 제자를 아끼는 마음은 알겠으나 전례에 없던 일이지 않나· 그야 머무르는 동안 강연을 듣는 정도야 학사의 재량으로 그럴 수 있다고 한들·”

한림원의 최고 어르신인 태학사가 난색을 표했다·

강연을 듣는 정도라고 하면 그냥 강연장 한구석에서 조용히 귀로만 들어 달라는 소리다·

태학의 강연은 모두가 제 시제를 가지고 제 해석을 말하면 거기에 듣는 모두가 또 제 해석을 보태 서로 논설하여 점점 성현의 말씀 유가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일이다·

이는 아직 어린(나이가 아니라 배움이 어리다는 뜻) 선비들을 가르치는 일과 동시에 유가 가르침의 외연을 점차 넓혀나가는 학술 활동이기도 했다·

거기에 한림원 소속이 아닌 이를 끼워달라니?

그것도 사내도 아닌 여인을?

심지어 거인도 아니란다·

겨우 불가와 도가의 경전이나 몇 번 뗀 배움이라고 할 것도 없이 시작했다는 말도 애매한 애송이라니·

불가 도가 경전 한 번 훑고 소학 정도나 떼었으면 한림원의 기준에서는 대충 여섯 살에서 열 살 사이의 지능을 가진 꼬맹이라는 뜻이다·

청이 들으면 억울할 수도 있는 소리다·

그래도 내가 도가랑 불교 경전을 얼마나 읽었는데 그건 학문 아니고 항문이였나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는 한림원이다·

무림 식으로 말하면 이해가 쉽다·

초절정 이상의 고수들이 모여서 검강 이상의 고등한 무학 이치를 서로 맞대어 나누는 자리가 있다 치고·

거기에 웬 삼류 무사가 나타나서는?

그것도 무림인이 아니라 유림의 유명한 선비가 나타나서는 나도 무공을 익혔다·

뭐라 경지가 낮아? 그럼 내가 익힌 건 무학 아니고 문학이냐고 떼를 쓰는 소리와 같다·

그러니 청이 끼어들면 당연히 한림원의 학사들 입장에서도 기분이 나쁘다·

정파의 최연소 신동 유명한 신룡이라고?

그거야 무림 이야기고·

여기는 유림이다 이거야·

심지어 천유학이 누구인가·

한림원 시강학사 강연으로는 천하에서 단연코 으뜸인 거인이시다·

천하의 선비들이 가르침 한 마디 얻으려고 눈을 빛내는 일세의 큰 선비다·

그런 거인이 대뜸 애재자랍시고 무림인을 데려와?

천하제일인 무학 대사가 갑자기 내가 제일 아끼는 제자랍시고 어디서 삼류 수준의 칼질만 겨우 익힌 유학자를 데려와봐라·

무림인들 기분이 어떻겠는가·

그에 천유학이 재차 입을 연다·

“영감 내 말 좀 들어 보시오·”

참고로 여기서 영감은 존댓말이다·

“사람의 마음이 탕평할 수는 없으니 나도 솔직히 애제자에게 마음이 더 가는 것이야 인간으로 태어난 업이 아니오? 하지만 애제자를 제자보다 더 아끼는 일과 애제자를 위해 제자를 부려먹는 일은 다르지· 내가 그리 막돼먹은 인간은 아니잖소·”

더 아끼고 덜 아낄지언정 다른 제자를 써먹거나 부려먹지는 않는다고·

그에 태학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 일 년에 반절은 천하를 떠돌며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지 않겠소? 내 장담하건데 청이 그 아이가 강연에 참여하면 모두가 이로워서 함께 큰 성취를 이루면 이뤘지 절대 해가 될 일이 아니외다·”

태학사가 눈썹을 들어올린다·

“그럴 리가 있소? 사내가 여인을 탐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선비라 하여 사내가 아닌 것은 아니니 유가의 말씀을 논하는 자리에 여인이 끼면 사내의 정념도 자연히 그리로 따라갈 수밖에는 없지· 사람의 정념이 유한하니 하나에 신경을 쓰면 다른 일에 소홀해지고 마는 이치요 내 그리하여 모두 학문에 소홀해질 것이 우려되오마는·”

“그야 그럴 것 같지만· 내 믿고 한 번만 두고 보시오·”

“크흠· 전에 없던 일이라 그렇지· 선례가 어떤 것인지 시강학사도 알지 않소?”

누구든 가장 먼저 행동하여 그 기록을 역사에 남기고 나면 뭇사람이 쉬이 따라하며 그 핑계를 댈 수 있게 하는 일이다·

“게다가 듣기로 무림육화의 으뜸이라고? 여인 중에서도 미색으로 유명한 아이인데 시강학사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소·”

“그럼 딱 일주일만 일주일만 해 봅시다· 영감께서도 한번 지켜보시고· 그리하여 내 강연에 방해가 된다고 하면 그때는 아무런 말 없이 빼 드리리다·”

“으음· 시강학사가 그리 말한다면야·”

태학사는 영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무슨 사약이라도 잡숴봐 소리를 들은 선비처럼 오만상을 쓰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하여 청이 아침 든든하게 먹고서는 태학당 연단에 서서 학사들을 바라본다·

아침을 괜히 든든하게 먹었나 인간 초월 소화력을 가진 신체임에도 속이 얹힐 것 같은 기분이다·

어쩐지 다들 그리 곱게 보는 것 같지도 않은 기분이고·

“자자· 조용히들 하고· 여기는 내 애제자인 서문청이라 한다· 갑작스럽지만 이번 여름 경연에 함께 수학하게 되었으니 마땅히 인사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에 오히려 웅성웅성 혼란이 번진다·

“어르신? 애제자라니요?”

“서문청이라면 그 서문청이 아닙니까? 여중제일인의 제자라고 하는 청년 고수라고 들었습니다만·”

“아· 삼두가인! 어쩐지 들어본 것 같더라니·”

그에 청의 표정이 팍 썩었다·

저놈의 삼두 소리는 떨어지질 않네·

어쨌거나 태학당 내부는 수근수근 만인이 만인과 수근거리는 대화의 장이 열렸다·

청이 천유학을 돌아보았다·

이거 맞아요?

뭔가 전혀 수습되는 분위기가 아닌데·

그러나 천유학은 입꼬리만 슬쩍 한 번 끌어올려보이고는 이리 말할 뿐이다·

“자· 선배님들께 인사 올리거라· 아· 그래 앞으로 함께 수학할 선배님들께 얼굴 한 번 안 비출 생각이더냐? 본래 사람이 처음으로 보아 그 인상이 평생으로 남는 법이니 얼굴을 가려 보이지 않는 여인으로 남아서 쓰겠느냐·”

음· 이게 맞나 모르겠네·

하지만 다 생각이 있으시니 시키는 일이 아니시겠냐고·

청이 스윽 면사를 끌어내린다·

그리고 시간이 멈추었다·

일시 정지라도 한 듯이 한 방에 음소거가 되는 태학당 내부·

일부의 소수 취향을 제외하면 모두가 입을 모아 천하제일미라 칭송하던 그 해로운 미모가 가린 것 없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안녕하세요? 무림 말학 서문청이 유림의 학사분들께 인사를 올립니다· 소녀가 비록 배움이 짧아 아는 것이 없지마는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알려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였으니 선배님들께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오 공자천주의 고사로구나·”

그에 청의 표정이 무구해진다·

누가 보아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그 표정 전혀 모르겠다는 그 무지함이 고스란히 새어나오는 그 얼굴이다·

공자천주? 뭐지? 왜 멋있지?

무슨 필살기인가?

“자· 보았느냐? 여기 너희 막내를 위해 공자천주의 고사를 설명해줄 멋진 선배가 있느냐?”

그에 잠깐 동안 서로 눈치를 살피나 싶더니 이윽고 여기저기서 손이 척 올라온다·

“그래· 삼 학사가 제일 빨랐구나· 어디 한 번 가르침을 베풀어 보아라·”

“예· 공자께서 진나라에 도착하셨을 때에 선비의 도를 흠모한 무명자가 귀한 구슬을 선물했습니다·”

구슬은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듯 이 시대 구슬은 일단 실에 꿰어야 어디 걸든 매달든 장식이 된다·

그래서 공자가 실을 꿰려고 보니 이놈의 귀한 구슬에 어떤 놈팽이가 구멍을 뚫었는지 구멍이 구불구불 복잡하여 도저히 실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한참을 노력하던 공자께서 마침내 구슬을 내팽개치고 씩씩거리다 문득 생각이 들기를 구슬 꿰는 일은 본래 여인이 전문으로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혼자서 낑낑대며 궁리하지 말고 여인에게 물어보면 알지 않겠냐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구슬을 멋지게 꿰는 데에 성공했으니 이는 상대가 하찮은 여염집 아낙이라 하여 얕보지 않고 공손하게 그 해답을 여쭈어본 덕분이다·

그러니 모르기에 물어보는 것은 마땅히 군자가 할 일이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사람마다 잘하고 잘 아는 바가 다르니 타인을 결코 무시하지 말고 가진 지혜가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천유학이 한림원 학사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또 이와 같은 것이다·

그때였다·

청이 배시시 미소를 피워올리며 청을 아는 사람이라면 뭐 잘못 먹었냐고 할 만한 태도로 아양을 떤다·

“와 박식하기도 하셔라· 역시 배우신 분이라서 설명도 쉽게 해주시고· 감사해요·”

“크흠 그 과찬 과찬이시오· 여기 계신 동문 중에 모르는 이가 없는 것인데···”

“그래 여기 천화검은 무림인임에도 불구하고 본 학사를 찾아 천하의 이름 높은 그 학식을 흠모한다며 한 달 서른 날 하루에 열 번이 넘게 찾아와 내게 지혜를 묻지 않았겠느냐· 유공이 제갈의 지혜를 구하고자 할 때도 세 번을 찾았거늘 하물며 하루에 열 번도 넘게 무릎을 꿇고 성현의 말씀을 구했으니 내 그에 감복하여 제자로 들이고 말았다·”

어차피 다 말을 맞춰놓기는 했다·

그래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누가 그걸 믿겠나 싶었다마는·

“오오·”

음· 그걸 또 믿네·

표정 관리가 힘들어진 청이 수줍은 척 다시 면사를 뒤집어쓴다·

아아 하고 조금 아쉬운 듯한 탄식·

 

그리하여 태학당에 기묘한 후배가 들어서 강연이 하루 그리고 이틀 그리고 사흘·

“영감· 어떻소? 아직도 내 제자를 쫒아내야 할 것 같으시오?”

“허 참· 내 어이가 없어서· 여인에게 잘 보이려고 학문에 열중하다니?”

태학사는 납득했다·

천유학은 청의 미모를 믿었다·

대충 던져놓고 얼굴 한번 까 주고 얘는 똑똑한 사람 좋아한단다 한 마디면 단순한 놈들이 강연 의욕도 최대로 타오르리라고·

그러니 제 시제를 푸는 놈은 최대한 풀어 쉽게 설명하려 애쓰고 그에 한 마디씩 보내는 놈은 어떻게든 더 멋져 보이려고 애를 쓴다·

문제는 유림의 멋져 보임이란 굉장히 그럴듯한 글월로 해석을 덧붙여 그 영역을 넓히는 데에 일조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아주 매 강연마다 칼을 갈고 나타나서는 치열한 담론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래서 천유학은 만족했다·

태학사도 만족했다·

수준 높은 강연에 참여하게 된 학사들도 종래에는 만족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청만 죽을 맛이었다·

“돌겠네·”

“힘내·”

“너 배신자·”

진장명은 아예 학문을 피해 항산무관에 출근을 한다·

항산무관은 항산파의 속가 문파고 항산파는 전통 있는 도가 문파 한 식구라서 들락거리기에 부담이 없는 모양·

저녁때쯤 유유히 돌아와서 목검을 정비하는 진장명을 보고 있자면 나도 가서 칼 좀 휘두르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왜 같이 왔는데 나만 공부하고 있지?

“뭐 해?”

“시제 준비···”

시제라고는 하지만 청이 그 유림의 똑똑이들 앞에서 뭔가를 발표할 깜냥은 못 된다·

하지만 천유학이 시키는 걸 어째·

나름 좀 도와주시지 않을까 했는데·

천유학은 바쁘다·

장보도를 해석하느라 도대체 잠이나 제대로 자고 있는지 용할 지경이다·

도대체 장보도 해석은 어찌 하는 건데?

쐐기 몇 개 구불구불한 줄이 몇 개

그리고 여기 숫자 조금 저기 숫자 조금 불에 비추면 선이 몇 개 더 나오고 물에 담그면 숫자 몇 개 더 나오고·

청이 보았을 때는 이게 무슨 지도인가 싶은데 청이 온 이후로 같이 밥 먹는 시간 말고는 내내 장보도 본다고 틀어박혀서는·

그러니 스승님은 장보도에 정신이 팔려서 잘 보이지도 않고·

장명이는 태원 내의 정파 무관에 돌아가면서 찾아가서는 투닥투닥 칼싸움이나 하다 해 지면 돌아오고·

청이 한숨을 푹 내쉬며 책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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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I Am This Murim’s Crazy Bitch

Score 8.8
Status: Ongoing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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