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2
“….”
“….”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
동시에 숨이 막힐 것 같은 긴장이 감돌았다.
달그락.
검성이 찻잔을 들어올렸다.
차의 향을 맡은 뒤 맛을 음미했다.
그리고 다시 차받침에 탁 내려놓았다.
그래 여기까지 보면 평범한 다도다. 누가 보아도 차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보았을 때의 이야기.
지금 검성 앞에 앉아 있는 나는 당장이라도 이곳을 나가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사 정확히는 살인 예고를 들은 후부터.
검성의 시선이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고오오오.
분노가 담긴 무형의 기운이 내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검성 옆이 아닌 내 옆에 앉은 이서연은.
홀짝 차를 음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조물조물.
탁자 밑에 가려져 있는 내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아 이서연은 검성의 기세가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역시 초월자. 기운 제어력이 엄청나네.’
조금의 흘림도 없이 내게만 쏟아지는 기세. 그리고 아무것도 안한 척 평범하게 행동하고 있는 검성.
그 모습에 나는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찻잔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나를 빤히 보고 있던 검성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동시에 내게 쏟아지고 있는 기세가 한층 더 강해졌다.
아무래도 내가 아무렇지 않아 하니 살짝 놀라면서도 마음에 안 든 것 같다.
그 유치한 행동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차를 홀짝였다.
‘오… 여기 차 맛있네?’
과연 고급 찻집이라 그런지 콜라처럼 시원하고 달콤한 음료를 좋아하는 내게도 입맛에 맞았다.
“…크흠.”
검성이 불편하다는 듯 소리를 흘렸다.
내 손을 만지작거리는 것에 집중하던 이서연의 시선이 검성에게 향했다.
“아빠 뭐 불편한 거 있어?”
그 물음에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검성이 이서연에게 살짝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잠깐 사레 걸려서 그런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마려무나.”
‘…사레가 걸렸다고?’
일반인도 아니고 초인이? 그것도 초월자가?
나는 누가 들어도 믿지 못할 말에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그 허무맹랑한 소리를 들은 이서연은.
“조심해 아빠.”
그걸 또 믿어주었다.
아니 믿어주는 것을 넘어 익숙한 듯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검성에게 내밀었다.
“언제나 고맙구나.”
그리고 검성 또한 익숙하게 손수건을 받아 아무것도 묻어있지 않은 입가를 닦았다.
그 모습들을 보아 아무래도 검성은 자택에서도 사레 걸린 척을 하는 것 같다.
‘어우… 이서연의 관심을 얼마나 가지고 싶었으면.’
나는 진성 딸바라기의 모습에 살짝 질려버렸다.
‘아 얼른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
그리 생각하며 차를 홀짝였다. 그리고 찻물이 거의 비어갈 때쯤.
탁.
검성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내 단도직입으로 묻지.”
그 말과 함께 검성이 매우 진지한 그러면서 화를 꾹 참는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지 뭘 물어보려고 저리 진지한 표정인 거지?’
설마 아까 전과 같은 상황인 건가?
나는 글로리아에게 내게 했던 것을 떠올리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에 머금은 찻물을 꿀꺽 마시는 순간.
“자네 내 딸과 사귀는 건가?”
“…!”
검성의 입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물음이 튀어나왔다.
‘아니 물어보려는 게 그거였냐고!’
사레 걸린 척했던 검성과 다르게 진짜 사레가 걸릴 뻔했다.
나는 솔직히 단도직입이라고 하길래 아까 전의 마망… 아니 글로리아처럼 내가 품고 있다는 외신의 기운을 물어보는 줄 알았다.
그래서 바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질문이 이서연과의 관계일 줄이야.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검성에게 있어서 중요한 질문이긴 하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검성은 초월자인 동시에 이서연의 아버지이니 말이다.
“아빠.”
이서연이 난처하다는 듯 검성을 불렀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기대가 담겨 있었다.
마치 그렇다고 말해달라는 듯이.
‘…미치겠네.’
매우 곤란한 상황이다.
어떻게 말을 해야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나는 서둘러 뇌를 굴렸다.
검성과 이서연 둘 다 만족할 만한 대답을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도 상관은 없긴 한데.’
이서연 그리고 아서와 아스카.
그녀들과 나는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사귀는 사이로 보일 것이다.
수련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일정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매일 붙어 다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스킨십이 늘어나고 서로에게 마음이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남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 일명 썸이라고 부르는 미적지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검성에게 연인이 아닌 친우 관계라고 말해도 상관은 없다.
그런데… 그러기가 싫다.
이서연의 입에서도 기다리겠다 라는 말이 나오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 솔직하게 말하자.’
나는 생각을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검성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사귀는 사이가 아닙니다.”
“아….”
이서연이 아쉬운 그러면서 서운한 목소리를 흘렸다.
“하지만 정식으로 교제하고 싶습니다.”
“어….”
이서연의 무표정이 깨졌다.
자신이 들은 것이 정말인가 싶은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인 뒤 검성을 보았다.
“….”
무표정.
나를 보고 있는 검성의 표정은 차가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표정만 그럴뿐 내 눈을 직시하고 있는 그의 눈동자에선.
‘당장이라도 이 새끼를 죽이고 싶다.’
라는 무시무시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런 검성의 눈빛에 긴장 어린 숨을 후 내뱉은 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물론 지금 당장 교제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
이서연이 또다시 아쉬운 소리를 흘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운함이 들어있지 않았다.
내가 교제하고 싶다는 마음을 확인했으니 서운함은 물론 조급함도 사라진 것이다.
“…당장 교제할 생각이 없다는 게 무슨 뜻이지?”
검성이 물었다. 동시에 나를 짓누르는 기세가 매우 강해졌다.
몸이 찌릿찌릿하다 못해 삐거덕거렸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면서 힐끔 이서연을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모르고 있다.
검성이 나를 기운으로 짓누르고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다시 한번 검성의 세심한 제어력에 감탄했다.
물론 내가 힘든 티를 내면 이서연도 검성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검성의 인정을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티를 내면 안 된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이 정도의 기세는 버틸만 하다는 것이다.
‘이사장님의 기세도 버텼었는데 이 정도쯤이야.’
나는 속으로 하하 웃으며 검성의 물음에 대답했다.
“검성 님도 아시다시피 지금 세계는 위태로운 상태입니다.”
내 말에 검성이 살짝 놀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네 말대로 지금 세계는 위태로운 상태다. 그런데 이 사실이 방금 질문과 무슨 상관이지?”
무슨 상관이냐니 당연히 상관 있으니까 말한거죠.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며 머릿속에 있는 대답을 꺼내었다.
“무신 님께서 그러셨습니다. 훗날 사도들이 떠받드는 외신들이 이 세계에 침공해올 거라고.”
“…뭐라?”
“…진짜?”
세계가 위태로운 것은 알아도 외신들의 침공은 예상 못했는지 검성의 무표정이 깨졌다.
그리고 그건 내 옆에 있던 이서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둘에게 나는 무신이 알려줬다는 거짓말로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알려주었다.
안 믿어도 상관은 없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는 것은 물론 당장 교제를 할 수 없는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니.
하지만 ‘무신이 알려주었다’라는 거짓말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수호자들께서 쫓아낸 외신들이 다시 침공해오다니.”
“그럴 수가… 미래에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검성과 이서연 둘 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어주고 있으니 말이다.
아 내가 무신의 이름을 빌려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이사장님이 알아도 상관없다.
나를 신뢰한다는 그녀라면 괜찮다고 할 테니까.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일도 거짓말이 아닌 만큼 오히려 잘했다고 할 것이다.
‘이 정도 빌드업이면 되겠지.’
그리 생각하며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검성에게 당장 교제할 수 없는 이유 진짜 이유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러니 교제는 외신들 그리고 이 세계를 좀 먹고 있는 모든 타락자들이 사라지고 나서 할 겁니다.”
“….”
“이유진….”
검성이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동시에 이서연이 감동 어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그러고는 이제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애틋한 시선을 보내왔다.
“…그 말 진심인가?”
“예 진심입니다.”
내가 그리 말하자마자 몸을 짓누르고 있던 기세가 훅 사라졌다.
“흠.”
검성이 팔짱을 끼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못마땅한 눈빛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 눈빛 속에 분노는 더 이상 없었다.
“그래 알겠다.”
“아빠.”
검성의 입에서 긍정이 내뱉어지자 이서연이 눈빛을 반짝였다.
“물론 자네가 말한 것처럼 외신들 그리고 모든 타락자들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교제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라고 말을 덧붙인 검성이 말을 이었다.
“지금 같은 친우 관계는 인정하겠다. 그리고 훗날….”
검성이 말을 멈추었다.
다음으로 이어질 말을 내뱉는 것이 몹시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짧게 한숨을 내쉰 검성의 입에서 결국 말이 이어졌다.
“훗날… 자네 말대로 모든 위험이 없어진다면 내 딸과의 교제를 허락하겠다.”
“아빠!”
이서연이 활짝 웃는 얼굴로 검성을 보았다.
그런 이서연의 모습에 검성이 좋으면서도 싫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보기 힘든 미소 그것도 환한 미소를 본 것에 기분이 좋지만 그 미소가 나 때문에 지어졌다는 것에 싫은 것이다.
“후우.”
검성이 분노를 삭히는 것처럼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와 동시에 삐빅 하고 이서연과 내 스마트 워치에서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확인해 보니 세 번째 경기 시작까지 10분 남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메시지 내용을 검성에게 전달하자.
“그래? 그럼 이제 일어나도록 하지.”
드르륵 의자에서 일어났다.
“자네도 우리와 함께 가도록 하지.”
검성이 그리 말하며 카페를 나섰다.
그런 검성의 모습에 이서연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 알아? 아빠는 자기 차에 엄마와 나를 제외하면 아무도 태우지 않는다는 거?”
“…정말?”
“응 정말.”
이서연이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평소처럼 깍지를 꼈다.
그런데… 왠지 모르지만 평소와는 조금 다른 기분이 느껴졌다.
마치 그녀와 연결되어 있던 희미한 실이 진해졌다고 할까.
그런 기분을 나만 느끼고 있는 게 아닌지.
“유진아 얼른 가자.”
그녀가 처음으로 나를 ‘이유진’이 아닌 ‘유진’이라고 불렀다.
&
&
&
세 번째 경기는 내가 바라는 대로 시련의 탑 보스 러시였다.
내가 생각했던대로 탑을 올라가는 것은 무척이나 쉬웠다. 동시에 매우 빨랐다.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너는 강한 아이구나?”
가상현실답게 다음 층에 발을 들이자마자 나타나는 섬멸 대상.
그런데 이번이 50층이라서 그런지 타락자와 마물들이 무더기로 나왔던 전 층과 달리 네임드 타락자 하나만 나타났다.
그리고 그 네임드 타락자는 다름아닌.
“…후훗 나는 강한 아이를 무척 좋아한단다.”
내가 무인섬에서 상대했던 ‘현혹’이었다.
“자 이리 오지 않으련? 내가 기분 좋게….”
“응 필요 없어.”
현혹의 말을 끊으며 라이브 포커스를 발동했다.
세상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다. 현혹이 느릿하게 말하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치트 속도 제한 해제를 활성화했다.
그리고 열 개의 손가락에 끼워져있는 아이기스를 소멸시키며 썬더볼트를 격발했다.
번쩍.
세상이 파랗게 물들었다.
그 광경을 보며 속도 제한 해제를 비활성화 라이브 포커스를 종료했다.
느리게 흘러가던 세상이 원래의 속도를 되찾았다.
동시에 세상을 파랗게 물들이던 빛이 사라지며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게 말을 하고 있던 현혹은.
타락자 특유의 재생력 할 것 없이 깔끔하게 소멸했다.
아 발은 남았으니 깔끔한 것은 아니려나.
[50층 통과]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생성… 취소.]
[이유 : 해당 학생은 더 이상 탑을 오를 필요가 없습니다.]
[해당 학생에게 순위 ‘1위’를 부여합니다.]
세 번째 경기 시련의 탑.
이번엔 정말 간단히 1위를 달성했다.
&
마지막 경기 포인트 쟁탈전.
시련의 탑 만큼은 아니지만 시가지에서 벌어지는 경기인 만큼.
“…으 으아악! 어디서 나타난 거야!”
“꺄아악! 사 살려주세요!”
“아니 시발! 무슨 함정이 이렇게 많아!”
나는 물론 내게 특훈을 받은 A반 애들은 제 집인마냥 활개치며 B반과 C반 애들을 탈락시켰다.
은신해있다가 기습을 한다던가.
멀리서 저격을 한다던가.
함정 및 폭탄물을 설치한다던가.
학생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노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들에 나는 정말 흐뭇했다.
지금 이 경기를 보고 있을 강철수도 무척 흡족해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흐뭇한 것은 잠깐뿐이었다.
“저기 수석이다!”
“수석부터 탈락시켜!”
“으아아! 수석 타도!”
B반과 C반이 모두 탈락하자마자 합심해서 덤벼오는 A반 애들.
뭐 예상은 했었다. 자기네들 순위보다 나를 탈락시키려는 것에 우선시하는 애들이니.
주연급 애들은 이번에도 나서지 않았다. 멀리서 나를 지켜보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두 번째 경기 때처럼 합동해서 덤벼오겠구나 생각하며 내게 달려오고 있는 애들을 보았다.
….
….
[포인트 쟁탈전이 종료되었습니다.]
[순위를 공개합니다.]
[1위 – 이유진]
[2위 – 이서연]
[3위 – 아서 펜 드라곤]
[4위 – 노아]
[5위 – 슈헤아 아스카]
[6위 – 박가람]
[7위 – 임다희]
[8위….]
[….]
[….]
이변은 없었다.
이번에도 1위를 달성했다.
&
모든 경기가 끝이 났다.
첫 번째 경기부터 네 번째 경기까지 모두 1위를 달성했다.
메인 퀘스트를 완료한 것은 물론 수석 자리를 훌륭히 지켜냈다.
“모두 고생했다.”
경기장으로 돌아오자 교감 선생님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이것으로 결투 시즌은 종료… 잠깐.”
교감 선생님이 말을 하다 말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며 아머를 활성화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아스트라를 꺼내들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어?”
뭐야.
저 균열이 왜 벌써 나타나?
나는 지금 나타나서는 안 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유리처럼 깨진 하늘. 그리고 그 속에 보이는 다른 세상.
밝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이쪽 세상과 대조되듯 하늘 너머 정확히는 균열 너머에 보이는 세상은 마기로 뒤덮여 모든 것이 어두컴컴했다.
“…시발 차원 균열이라니.”
타락자들이 습격해오는 만큼 균열이 나타날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스토리 후반에나 나오는 차원 균열이라니!
나는 욕설을 내뱉으며 다른 세상을 비추고 있는 균열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균열 속에서 무언가의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오싹!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나를 훑었다.
그 기운에 나는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인지했다.
이에 바로 교감 선생님에게 모두의 대피를 말하려는 순간.
– 이상하군.
…무언가가 내 앞에 나타났다.
동시에 모든 것이 멈추었다.
라이브 포커스처럼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도 아닌.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것이 멈추었다. 오직 나를 제외하곤.
– 주인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저 자는….
테라가 매우 다급한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난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 이상해.
– 사….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허공을 향해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와장창! 유리가 깨져나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테라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언가가 내 몸을 휘감은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지금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건 오직 얼굴뿐이었다.
그런 내 주변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것은 걸음? 부유? 알 수 없는 움직임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공백만이 존재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 왜 너에게서 그분들이 느껴지는 거지?
내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아니 파고 들어오는 목소리.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러면서 이해가 되었다.
으득 으드득.
이를 악물었다. 이가 부서질 것처럼 거세게 물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았기에.
[‘강인한 정신(A)’의 파생 스킬 ‘정심’의 발동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정심’을 발동하시겠… 현재 사용자가 직접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
[‘정심’을 자동으로 발동합니다.]
정심이 발동되면서 머리가 개운해졌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나는 바로 바닥을 박차며 놈과 거리를 벌렸다.
‘정심의 지속 효과는 10초.’
그 안에 이곳을 벗어나든지 놈을 없애든지 해야한다.
그리 생각하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아스트라의 모방 효과를 발동….
– 너… ■님의 근원을 가지고 있구나.
…하려는 순간 어느새 내 앞에 놈의 손가락 아니 촉수? 이해 못하는 것이 나타났다.
그리고 내 눈을 파내버릴 것처럼 뻗어오는가 싶더니.
– 음?
무언가 느낀 듯 놈의 손이 멈추었다.
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와 동시에.
…쩌어어어어어어어어엉──!
천지가 무너지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굉음이 들려왔다.
그 뒤를 이어 쩌적 쩌저적! 하고 달걀이 깨지는 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쨍그랑─!
유리가 박살이 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위에서 떨어졌다.
진한 검은빛의 머리카락.
흑요석을 박은 것 같은 그러면서 붉은빛을 띄는 눈동자.
흰 와이셔츠에 검은 바지 그리고 그 위에 걸친 검은색의 코트.
“이유진 괜찮으냐.”
그리고 나를 다정하게 부르는 미성.
– …무신.
백유화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zakuti 님 오늘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검성은 (진)장인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이유진에게 두 명의 여자가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
드디어 사도가 등장했습니다.
네 번째 사도이긴 하나 사도는 무척 강한 존재입니다.
지금의 이유진은 전혀 상대를 못하는.
—
글씨가 깨져서 잠시 비공개로 전환해서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