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
“반갑다 파릇파릇한 새싹들아.”
나를 포함한 100명의 이목이 모두 강철수에게 쏠린다.
우락부락한 영화 악○전에 나왔던 마동○같은 살벌한 생김새 때문일까.
강철수의 살기가 깃든 것만 같은 날카로운 눈과 마주친 일부 학생들이 겁에 질린 나머지 시선을 슥 피했다.
그런 학생들의 태도에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씩 웃은 강철수가 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불쌍한 놈들 찍혔구나.’
찍혔다고 말하긴 했지만 나쁜 의미로 찍힌 것은 아니다.
게임 ‘아레나 아카데미’에서 나오는 강철수의 설정은 불의(不義)를 참지 못하고 정의(正義)를 추구하는 영웅 그 자체인 사람이며 그 누구보다 학생을 위하는 정열적인 사람이다.
생김새가 좀 무섭게 생긴 것뿐이지 속은 진국인 사람이다.
그래서 강철수가 왜 수첩을 들고 다니며 학생들의 이름을 적는 것이냐.
그건 그 애들이 고작 눈빛에 시선을 피할 정도로 여리거나 나약한 심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순으로 재단하는 아레나 아카데미의 특성상 훈련이 매우 힘들기로 유명하다.
그렇다보니 한 반당 40% 정도 되는 인원이 버티지 못하고 도태되어버린다.
그런데 강철수가 맡은 반은 도태되는 학생들의 수가 40%가 아닌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강철수가 일일이 학생들을 케어해주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교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약간의 단점이 있었으니.
‘조만간 근육쟁이들이 몇 생기겠군.’
강철수.
그는 운동을 찬양하다시피 하는 운동광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강철수에게 케어라는 이름의 훈련을 받다 보면 나약함을 탈피하고 강인함을 가지게 될 테니.
그들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턱.
케어 받을 학생들의 명단을 모두 작성했는지 강철수가 수첩을 덮으며 다시 정장의 안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교탁 위에 양손을 올리는데.
쾅.
가볍게 내리친 것만으로도 교탁에 금이 쩌억 가버렸다.
“아 씨. 튼튼한 것좀 갖다 놓으라니까.”
강철수가 그리 말하기는 했지만 저 교탁.
엄청 튼튼한 것이다.
감정 스킬은 없지만 시스템의 힘으로 아이템의 설명을 볼 수가 있는 나다.
강철수가 한 순간에 폐기품으로 만들어버린 저 교탁은 나무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강도 증가 마법이 부여되어 있어서 강철같은 강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 사실을 모르니 저런 말을 하는 거겠지.
아마 비품 담당 교직원은 강철수 때문에 골치 꽤나 아팠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흠 흠흠.”
교탁이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간당간당하자 강철수가 헛기침을 하며 교탁 앞에 섰다.
커다란 덩치로 교탁을 가릴 셈인 것 같은데.
쩌저적.
쿵….
그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교탁이 반으로 쪼개지며 양 옆으로 쓰러졌다.
반으로 쪼개지다니.
정말 처참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교실에 싸늘한 정적이 흐른다.
조금이기는 하지만 강철수의 힘을 알게 된 애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런 애들의 모습에 강철수는 이마의 흉터를 긁적이고는 손뼉을 짝 부딪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잠깐의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그건 넘어가고.”
강철수가 두 개로 쪼개진 교탁을 들어 강단 밑으로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교탁이 있던 자리에 섰다.
“나를 소개하자면 앞으로 3년 간 너희들을 담당할 교관 강철수라고 한다.”
강철수의 자기소개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애들이 놀란 얼굴로 웅성거렸다.
“…강철수라고 하면 그….”
“맙소사… 우리 담당 교관이 분쇄자 강철수라고?”
교관 강철수.
이명(異名) 분쇄자(粉碎者)
영웅들에겐 명성을 타락자들에겐 악명을 떨치던 최상위급 영웅.
영웅을 지망하는 학생들이라면 전혀 모를 수 없는 영웅이다.
그런데 20년 전에 돌연 은퇴를 하고 이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심판자처럼 타락자들을 찾아 죽이던 그가 왜 돌연 은퇴를 했는가.
그의 은퇴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영웅에 대해 회의를 느껴서 후기지수들을 가르치고 싶어서.
세 번째 소문은 대략적으로 맞다.
강철수 그는 한창 영웅으로서 활동할 때도 후배들을 가르치기를 좋아하던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진짜 은퇴한 이유는 다른 것이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부상 때문이었는데.
게임 후반쯤부터 출현하기 시작하는 외계의 존재 때 부상의 이유를 알게 되는데.
20년 전 한창 타락자를 찾아 죽이던 당시 타락자 중에서도 역병(疫病)이라는 이명을 가진 네임드와 싸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게 되었고 몸에 박힌 역병의 파편으로 인해 더 이상 최상위급의 힘을 낼 수가 없다고 강철수가 직접 알려준다.
그렇게 알려주고 나서.
그는 죽는다. 학생들을 위해서.
힘을 모두 사용하면 죽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한 치의 주저도 없이 자신을 희생한다.
‘…이번에는 바꿀 수 있겠지.’
주연이 아니면 바꿀 수 없는 결말.
하지만 그건 게임에서나 정해진 것이고.
지금은 엄연히 현실이다.
그러니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바꿀 것이다.
그렇게 결의를 다지고 있을 때 강철수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나는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씨익.
강철수가 새하얀 건치를 보이며 말했다.
“소개는 이거면 되겠지.”
그리 말하며 정장을 벗어 바닥에 내려놓더니 와이셔츠의 소매를 풀어 팔뚝까지 걷기 시작했다.
“아 소매 한 번 걷기 힘드네.”
이래서 정장을 입고 싶지 않다니까 라고 불만을 중얼거리는 강철수.
그러면 대충 팔뚝 언저리까지 걷어도 되려만 꿋꿋이 팔뚝까지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렇게 웬만한 성인 머리보다 두꺼운 팔뚝에 기어코 소매를 걷은 강철수가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자 다들 나와. 너희들 실력 좀 보자.”
강철수가 그리 말하곤 문을 열어젖혔다.
&
강철수를 따라 간 곳은 한 훈련장.
게임에서는 자잘한 이동 같은 건 자동으로 스킵되며 이동됐었다.
그래서 지금 훈련장으로 직접 이동한 건 처음이었다.
그 덕분에 교실이랑 훈련장이 같은 건물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모니터의 한계로 정확히 알 수 없었던 훈련장이 얼마나 넓은지를 알 수 있었다.
“여기가 훈련장이다. 다들 오는 길 기억했지?”
“”네!””
“좋아.”
기억 못 할리가 있나.
교실에서 겨우 3분 거리의 길인데.
나를 포함한 학생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자 강철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훈련장의 문을 닫았다.
“아 참고로 우리가 있는 이 건물 전체가 우리 반 전용이니까 훈련장 말고도 다른 시설을 이용하고 싶거든 자유롭게 이용해라.”
그 말에 모두가 ‘오….’ 하고 감탄성을 흘렸다.
역시 아레나 아카데미.
순위가 높으니 확실하게 대우하는구만.
“자 그럼 실력을 확인하기에 앞서.”
강철수가 문 옆에 있는 키패드를 조작했다.
그러자 훈련장의 중앙 부분이 갈라지더니 그 밑에서 결투장같은 시설이 올라왔다.
콜로세움의 결투장같은 원형 경기장과 경기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계단식 의자까지.
경쟁을 중시하는 아카데미 아니랄까봐.
훈련장에도 결투장을 만들어놨네.
“자 다들 저쪽에서 훈련용 무기를 골라오도록. 단순히 실력을 평가하는 것뿐이니까 자신이 사용하던 무기나 아카데미 밖에서 구한 물품의 사용은 금지다.”
‘아카데미 밖에서 구한 물품’이라는 부분에서 나를 보는 강철수.
날 보는 시선엔 ‘알겠지?’ 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 시선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는 내 대답에 강철수가 시선을 돌려 자신의 스마트 워치를 보았다.
그러고는 스마트 워치의 홀로그램을 작동하면서 말했다.
“대련 방식은 토너먼트로 진행할 거다. 내가 대진표를 다 짤 때까지 무기를 고르고 자리에 착석해 있도록.”
그 말에 나를 포함한 애들이 훈련용 무기가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무기 진열대로 가보니 웬만한 무기들은 다 있었다.
냉병기부터 시작해서 열병기까지.
대부분의 애들은 냉병기 쪽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영웅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기가 냉병기이다보니 애들 또한 사용하는 무기가 냉병기인 것 같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길 것이다.
판타지가 섞이긴 했지만 현대 문명이 있는 세계에서 왜 좋은 화기를 놔두고 옛날 무기인 냉병기를 사용하는 것인지.
그 이유는 별거 없다.
‘판타지’가 섞여서 그렇다.
게임 설정상 ‘아레나 아카데미’의 세계관은 현대 판타지로서 현대 문명이긴 하지만 판타지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다.
마법 스킬 영웅 타락자 마물 초월자 외계의 존재 등등.
이렇듯 많은 것들이 있는데.
마법이나 스킬 등 판타지적 힘을 가진 모든 존재들이 대부분의 화기에 면역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화기의 최종 무기나 다름없는 핵폭탄같은 경우.
최상위급 영웅만 되어도 핵폭탄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다.
이렇다보니 화기는 하위급 빌런이나 타락자 등 그나마 물리적으로 약한 존재들에게나 쓰이면서 모든 존재에게 효과적인 냉병기가 영웅들의 주 무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기가 완전히 소외되는 건 아닌데 이계(異界)에서 추방되어 이 세계에 나타나는 마물을 상대할 때는 효과적이다.
물론 대부분의 마물은 이계와 이 세계의 중간 차원인 이면 세계에 갇혀 있기 때문에 잘 나타나진 않지만 말이다.
“흐음….”
나는 냉병기와 열병기가 있는 진열대의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냉병기를 고르는 게 맞긴 한데….’
여태까지 게임에서 사용했던 무기는 대부분 냉병기.
열병기도 사용했던 적이 있긴 하지만 그 회차는 처음으로 스토리를 끝까지 가기는커녕 초반에 게임 오버를 당해 버렸다.
그런 이유로 열병기 쪽에 시선을 주지 않고 바로 냉병기로 가야하지만….
‘슈퍼 정확도’라는 치트를 얻어서 일까?
‘스읍…. 총이 너무 땡기는데?’
총을 써보고 싶어졌다.
‘…한 번만 써볼까.’
그래 테스트.
아직 무기를 정한 것이 아니니까.
테스트한다고 생각하고 써보는 거다.
그리 생각하며 나는 열병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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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이유진. 무기 제대로 고른 게 맞나?”
“네 제대로 골랐습니다.”
“….”
교관 강철수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리고 주변의 애들 또한 마찬가지로 날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수석. 마지막으로 물어본다. 정말 무기 제대로 고른 게 맞나?”
“네 그렇습니다.”
“…알겠다.”
마지막 물음에도 내가 그렇다고 하자 강철수가 난감하다는 듯이 이마의 흉터를 긁적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수석 씨. 그거 다 사용할 줄 알아요?”
옆에 다가온 아스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대단하다 수석 씨.”
내 대답에 아스카가 감탄하며 내 무기들을 보았다.
왼손에 들린 장검.
오른손에 들린 자동권총.
오른쪽 허벅지의 홀스터엔 리볼버.
상의에 착용한 전술조끼엔 대검과 섬광탄 및 비살상 수류탄.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에는 자동샷건으로 마무리.
“우와… 총 신기해….”
고요한 침묵 속 아스카가 감탄하는 소리만 들려온다.
‘…너무 과했나?’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간지 뒤졌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유진이 사용하는 총의 모티브.
자동권총 – 컴뱃마스터
리볼버 – 콜트 파이슨
자동샷건 – 베넬리 M4
….
….
그렇습니다.
저는 존윅을 너무 감명 깊게 봐버린 겁니다..
근데 간지 뒤지잖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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