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0
드래곤(dragon).
혹은 용(龍)이라고 불리는 최상위 포식자.
그 이명에 걸맞게 드래곤은 개체 하나하나가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검기도 거뜬히 튕겨내는 비늘.
무엇이든 찢어 발기는 날카로운 손톱.
최강의 내구도를 가졌다는 광물 오리할콘조차 박살 내 버리는 무시무시한 이빨.
드래곤만의 권능이자 모든 것을 소멸시킬 수 있는 파멸의 힘 브레스.
그런 어마어마한 힘 때문에 드래곤은 최상위 포식자이자 최강종이라 불렸다.
그런데 태생부터 너무 강한 힘을 가져서일까.
드래곤들은 모두 하나같이 네임드 타락자 못지 않은 탐욕과 오만을 가졌다.
그런 성향 때문에 일반인 초인 타락자 등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라면 모두 드래곤들에게 보물을 수탈당하는 것은 물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죽이는 등 모든 생명체를 가축처럼 여겼다.
그리고 그건 일본의 슈헤이 가문의 수호룡이라고 알려졌던 광룡(光龍)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런 군림도 광룡이 살해당하면서 기울기 시작했고.
1세대 초월자 정확히는 무신이 나타나면서 종막을 맞이했다.
당연히 드래곤들은 무신을 포함한 1세대 초월자들에게 대항했지만.
그 당시 초월자들은 지금 시대의 초월자들보다 훨씬 강한 존재들이었기에.
한 때 모든 생명체 위에 군림했다는 악명에 걸맞지 않게 순식간에 멸종당해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99%가 살해당했고 겨우 살아남은 1%는 이면 세계로 도망가 버렸다.
그래서 지금 시대에서 드래곤이란 다시는 볼 수 없는 과거의 명칭.
게임이나 소설 만화책 그리고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생명체가 되었다.
물론 실제로 영영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면 세계로 도망친 1%.
훗날 네임드 타락자와 사도들이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하고.
외신들이 지구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할 때.
지구에 다시 나타난다.
마기에 타락한 채.
…그런데.
크르르르르르르르….
그 드래곤이 지금 내 앞에 있다.
‘…그리드의 2페이즈가 변했다.’
원래라면 그리드의 2페이즈는 완전한 드래곤의 형태가 아닌 반인반룡.
전에 전초기지에서 보았던 것처럼 눈이 파충류와 같이 변하고 몸에 비늘이 돋아나지만 그래도 인간형을 유지한.
그런 모습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내 시야에 보이는.
나와 아서를 향해 거대한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모습은.
탐욕과 살기로 번들거리는 세로 동공.
도마뱀처럼 생긴 거대한 몸체.
검붉은빛의 비늘과 등에 달린 여섯 쌍의 박쥐 날개.
틀림없는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다.
‘어떻게?’
어째서 페이즈가 형태가 변한 것일까.
머릿속에 물음이 떠오르기 무섭게.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기억이 해답을 내놓았다.
과거 전초기지에서 그리드와 싸웠을 때 들었던.
그리드가 갈취했다고 말했던.
거인의 혼.
피닉스의 불꽃.
용의 심장.
세 개의 근원.
그리고 그리드와 세 명의 네임드와 함께 아카데미를 습격해온.
현재 차원 균열에서 무신과 싸우고 있는 네 번째 사도.
그 사도가 그리드에게 힘을 주었으리라.
그 힘으로 인해 세 개의 근원이 접목(接木) 페이즈 형태가 바뀌었으리라.
그것 말고는 해답이 없다.
‘…습격에 사도가 끼었을 때부터 많은 것이 비틀렸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리드의 페이즈 형태까지 바뀔 줄이야.
나는 급상승한 난이도에 쯧 혀를 차며 아스트라의 모방 효과를 발동했다.
그러자 아스트라가 위로 솟구침과 동시에 붉은 하늘 대신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공허가 별이 가득 맺힌 우주처럼 변하였다.
그 변화에 아서는 물론 탐욕과 살기가 강해지고 있는 주둥이를 점점 벌리고 있는 그리드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저게 무슨…?”
…크르륵?
갑작스런 공간의 변화 그리고 웅장한 광경에 아서와 그리드가 놀라는 것이 보인다.
‘모방 변화 효과는 쓸데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저 둘의 모습을 보니까 완전 쓸데가 없는 건 아닌가 보다.
잠깐 시선 돌리기에 은근 괜찮은데? 라고 생각하며 발 근처에 있는 돌을 툭 쳐보았다.
내 발에 차인 돌이 데구르르 굴러갔다. 그리고 공허 속으로 추락했다.
그 광경을 본 나는 풍경만 공허가 아닌 진짜로 공간이 텅 비었음을 알았다.
‘…곤란한데.’
발이 디딜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아서가 밟고 있는 땅 이곳밖에 없다. 그것도 매우 협소한.
나는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뇌를 빠르게 굴렸다.
드래곤으로 변해서 날 수 있게 된 그리드를 상대로 어떻게 싸워야 할지 방법을 강구했다.
‘나는 염력으로 허공을 뛰어다닐 수 있으니 괜찮은데… 아서가 문제네.’
내가 기억하기론 아서는 허공을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렇다고 그녀에게까지 염력 바닥을 깔아주기엔 마력이 금방 고갈되는 것은 물론.
그녀의 요정안처럼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어디를 향해 발을 뻗을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니 지금 밟고 있는 땅처럼 아서가 발을 디딜 곳은 필수적… 잠깐 디딜 곳?
‘생각해보니까 아서의 몸놀림이면 고정된 땅이 아니어도 되지 않나?’
나는 그 생각이 들자마자 테라에게 물었다.
‘테라 드론 4개에서 5개 정도 조종이 필요한데 연산력 충분할까?’
– 예 그 정도 연산력은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했을 경우에는?’
내가 생각한 바를 알려주었다.
– …계산 결과 4개 정도라면 가능합니다.
다행히 가능하다는 테라의 대답에 나는 옆에 있는 아서를 툭 쳤다.
그리고 내 정신 방벽 강인한 정신(A)을 살짝 열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
평소와 다르게 내 생각이 읽히자 아서의 눈이 살짝 떠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끄덕.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읽은 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다.
‘좋아 그럼 이제 슬슬 준비해.’
나는 그리 말함과 동시에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언 골렘 하나를 꺼내었다.
쿵.
차 형태의 아이언 골렘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소리에 웅장한 우주로 변한 하늘을 멍하니 보고 있던 그리드의 고개가 내려왔다.
…크르르르르르.
내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준비를 한다는 것을 눈치챈 그리드가 주둥이를 쩌억 벌렸다.
그 모습을 보아 놈이 브레스를 쏘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서둘러 생각하던 것을 실행했다.
웅─.
공간이 크게 일렁인다.
그리드의 주둥이에 막대한 에너지가 모이는 것이 느껴진다.
그 현상을 느끼며 작동이 비활성화되어있는 골렘의 코어를 전송으로 꺼내었다.
우웅─.
드론을 우르르 바닥에 쏟아 부었다.
인벤토리에서 드론이 나오는 족족 그리드의 스틸에 강탈 당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양이 점점 많아지니 사라지는 속도 또한 점점 느려져갔다.
우우웅─.
한 드론의 안에 들어 있는 수류탄을 전송으로 꺼내었다.
동시에 손에 들고 있는 골렘의 코어를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자 코어가 부착됨으로써 비생물체 골렘의 한 종류가 되어버린 드론.
그에 따라 스틸에 사라지지 않게 된 드론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우우우웅──.
바닥에 드론을 쏟아 붓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무한 아이템으로 복사 된 드론 골렘 4기를 아서의 근처로 전송했다.
– 지금부터 아서 서포팅을 시작하겠습니다.
위이이이잉.
테라의 말과 함께 작동한 드론 골렘 4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아서가 바닥을 박찼다.
나 또한 바닥을 박차며 허공에 염력 바닥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와 내가 발판을 밟고 위로 더 높이 뛰는 순간.
──.
공간의 일렁임이 멈추었다.
에너지가 모이는 소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푸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리드의 주둥이에서 무지막지한 마기 에너지.
드래곤의 권능 브레스가 방금까지 나와 아서가 있던 땅을 향해 쏘아졌다.
───!!
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파괴되는 소리 하나 없이 티끌 하나 남기지 못하고 소멸했다.
그 광경을 본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우… 브레스는 못 막겠는데?’
분명 악마 학살자(S)의 ‘약자 멸시’와 ‘악마 사냥’ 패시브로 인해 능력치가 40% 하락했음에도.
브레스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절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무시했다.
아무래도 이곳 이면 세계를 공허로 만들어버린 폭탄처럼 에너지가 사방으로 퍼지는 것이 아닌 일자 형식으로 에너지가 집약되서 그런 거 같다.
말 그대로 아이기스를 일자로 쭉 나열하든 뭐든 그대로 관통 당해 소멸한다는 소리다.
그러니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놈의 브레스는 피해야 한다.
물론 브레스 말고도 손톱이나 이빨 놈의 모든 것이 위협적인 것은 똑같지만.
크르르르르르르…!!
「이이이이유우우우우지이이이이이인….」
나와 아서가 브레스를 피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리드가 성난 울음소리를 흘리며 손을 휘둘러왔다.
부우우우우우우웅─!
바람이 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손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
소리가 매우 묵직하여 느린 줄 알았지만 놈의 손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커진 덩치에 맞지 않게 매우 빠른 속도!
나는 서둘러 염력 바닥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퉁 퉁 퉁 퉁…!
염력 바닥이 튕기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뒤로 물러나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에 따라 놈과의 거리가 급격히 멀어졌고.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졌을 때.
쒜에에에에에에엑─!
놈의 손이 손톱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역시 드래곤은 모든 것이 위협적이다.
‘브레스만 못 막는 게 아니라 손톱도 못 막겠는데?’
브레스는 못 막아도 손톱이나 이빨은 아이기스로 막을 수 있다 생각했었는데.
손톱이 스치고 지나간 순간부터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에서 ‘막으면 죽는다’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니 브레스 말고도 손톱 그리고 이빨도 피해… 야 한다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날카로운 이빨이 촘촘히 박혀있는 놈의 주둥이가 나를 향해 쇄도했다.
“아 미친…!”
쩍 벌어진 주둥이가 마치 산이 다가오는 것만 같다.
동시에 끝도 없는 어둠이 나를 삼키러 오는 것만 같다.
그런 공포스런 광경에 나는 이를 악물며 강하게 발을 굴렀다.
퉁!
염력 바닥이 강하게 튕기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날아갔다.
퉁! 퉁!
바닥을 튕길수록 뒤로 날아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듯.
「이이이이유우우우우지이이이이이인…!!」
내게 다가오는 놈의 주둥이 또한 빨라졌다.
아니 내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왔다.
“이유진──!!”
아서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시야에 담았다.
드론 골렘을 밟으며 내게 달려오는.
그리고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그리드에게 거대한 검기를 날리는 아서가 보인다.
하지만 그리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크히이이히이이히이이히이이히이이…!!」
탐욕이 가득한 동시에 광기로 가득한 웃음을 흘리며 내게 날아왔다.
「너어어어어어느으으으으은내애애애애애꺼어어어어어야아아아아아…!!」
놈의 소름끼치는 외침과 함께 주둥이가 닫혀온다.
그에 따라 아서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간다.
동시에 짙은 어둠이 빠른 속도로 내게 다가온다.
“안 돼──!!”
아서의 비명과도 같은 울부짖음이 귓가에 파고들었다.
그런 울부짖음을 뒤로 그리드의 주둥이가 완전히 닫히려는 순간.
쐐에에에에에엑─!
한 줄기 빛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그 빛에 나는 불평 어린 말을 툭 내뱉었다.
“아 진짜 느리네.”
하지만 늦지 않게 와줬으니 봐준다.
나는 그리 말을 덧붙이며 한 줄기 빛 아스트라를 손에 쥐었다.
번쩍!
아스트라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보이는 형상.
“와 이게 뜬다고?”
그 형상에 나는 놀람과 희열을 담아 소리치며 있는 힘껏 손에 쥔 것을 휘둘렀다.
화아아아아아아악!
손에 쥔 것에서 백색으로 이루어진 불꽃이 엄청난 기세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나를 삼키려는 어둠을 모조리 불살랐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드래곤의 몸체와 그리드의 정신이 똑같은 고통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나를 씹어 먹으려고 했던 놈의 주둥이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이유진!”
드론 골렘을 밟으며 날아온 아서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내 손에 쥐어진 2m 크기의 대검을 보았다.
백금색으로 이루어진 십자가가 새겨진 화려한 대검.
나는 그 대검의 형태에 아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 주인님 축하드립니다. 당첨입니다.
‘그러게 당첨이네.’
테라의 말마따나 지금 내 손에 쥐어진 무수히 많은 확률을 뚫고 아스트라가 모방한 무기는.
성 게오르기우스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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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태「모방」
[모방 중인 형태 : 아스칼론(Ascalon)]
[바쳐진 아이템 수 : 0 /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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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살검(龍殺劍)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zakuti 님 오늘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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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 : 아 씨… 일부러 늦은 거 아닌데.
주인을 위해 열심히 별을 고르고 골랐건만.
아스트라는 핀잔을 먹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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