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21
확실히.
“…찾았다!”
“잡아! 빨리 잡아!”
“신호탄! 애들이 알 수 있게 빨리!”
보상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명확하다.
그런데 보상이 영약 상자라서 그런가.
“죽어라 수석! 아니 빌런!”
“순순히 영약을 아니 잡혀라!”
“헉헉 영약! 영약을 주세요!”
주연급 애들 그리고 콜로세움에서 황금 사과를 먹었던 동기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기들이 가지고 있는 의욕이 솟다 못해 과다해졌다.
그래도 뭐.
의욕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아무튼.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들을 보니 참으로 흡족하다.
물론 기분이 좋다고 봐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오히려.
『내가 말했지 영약을 얻고 싶으면 분발하라고.』
철컥.
『그런데 겨우 이 정도면….』
훈련에 임하기 전에 정했던 기준보다 더 몰아칠 생각이다.
『영약은 포기해야 할 거다.』
말을 그리 마침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당─!
각각 한 손에 쥐고 있는 두 자루의 권총에서 총성이 울려 퍼지고.
총구에서 불이 뿜어지며 쏘아진 고무탄이 내게 달려드는 동기들을 향해 날아갔다.
“컥!”
“꺄악!”
“으갹!”
이마에 고무탄을 허용한 동기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하지만 그건 영약에 눈이 먼 내게 붙는 것에만 집중한 일부일 뿐.
영약에 갈망하되 나를 잡는 것에 집중하던 동기들은 총알이 닿기 직전.
마력을 방출하거나 무기로 튕겨내고 스킬로 몸을 방어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총알을 막아냈다.
그런 기특한 동기들에게 나는 만족스러운 마음을 담아.
『전송.』
비살상 수류탄을 무더기로 전송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퍼어엉─ 촤아아악!
“꺄아악! 이거 뭐야!!”
마력이 닿거나 조금의 충격이라도 받는 순간 터지는.
끈끈이 풀의 특성이 담긴 속박용 접착 수류탄.
삐이이이이익!
“…아아악! 내 눈이 내 눈이!!”
예전에 내가 자주 사용했던.
초인에게도 통하게 만든 개량형 섬광 수류탄.
지이이이이잉!
“뭐야 소리가 갑자기 안 들려! 소리가 안 들린다고!”
처음 빌런 대응 훈련을 할 때 이서연과 아서 아스카에게 사용했던 소음탄.
그 특수탄을 개량 수류탄 버전으로 만든 소음 차단 수류탄 등.
여러 가지 특별한 수류탄을 끼어넣었다.
그리고 그 특수 수류탄에 당한 동기들은 그대로.
퍼버버버버버버벙─!
비살상 수류탄의 충격파에 땅에 박히거나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정말이지 추풍낙엽이나 다름없는 광경이다.
그래도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류탄 흩뿌리기 패턴 끝!”
“다음 패턴 나오기 전에 달려!”
“원거리 공격 스킬이나 마법 있는 애들은 지금 공격해!”
동기 전부가 리타이어하지 않았으니까.
‘확실히… 차이가 있네.’
수류탄에 당하지 않은 그리고 나를 게임의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동기들.
그 동기들은 다름아닌 모두 나와 함께 작전명 매드맥스를 했던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이래서 실전 경험이 중요한 법이지.’
물론 실전도 실전 나름이다.
어떤 상황을 경험했냐에 따라 수준이 달라지니까.
그런 만큼 내 공격을 막아내며 달려오는.
동시에 마법과 공격 스킬로 내 시야를 어지럽히는 동기들은 모두 수준이 높다.
‘타락자와 마물로 이루어진 파도를 뚫는 경험을 언제 해보겠어.’
거기다 나를 위해 남아준 보답으로 신약(神藥) 황금 사과까지 섭취했으니.
리타이어한 동기들보다 강한 것은 당연한 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희들이 그렇게 나를 레이드 보스몹 취급을 하겠다면.』
철컥 철컥.
『나 또한 그렇게 행동해주는 게 예의겠지.』
이서연과 아서 아스카와 노아.
주연급 애들이 각성하지 않는 한 나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니 야! 그건 반칙이지!”
“야 이유진! 그거 안 꺼내는 거 아니었어?”
“공습 경보! 공습 경보! 모두 방어… 아니 도망쳐!”
미니건(훈련용으로 제작한)을 꺼내들자 내게 달려오고 있던 동기들이 기겁하며 황급히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서둘러 무너진 건물 사이로 엄폐하려고 했지만.
『그렇게는 안 되지.』
콰과과과과과광!!
내 시야에 보이는 모든 건물에 수류탄을 전송 그리고 파괴.
동기들이 엄폐할 장소를 모두 없애버렸다.
그러자.
“모두 여기로 모여라!”
아서가 모두를 한곳에 집결.
천혜의 요새 스킬을 발동했다.
“나 나도 도와줄게!”
“모두 방어 스킬을 사용해!”
그리고 그런 아서를 박가람과 동기들이 도왔고.
그에 따라 모두의 마력과 방어 스킬이 합쳐진 매우 단단해보이는 돔 형태의 보호막이 형성되었다.
‘오.’
대처 빠른데?
나는 동기들의 발 빠른 행동에 속으로 흡족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면서 위이이잉 미니건의 총열을 회전시켰다.
그리고 총알(고무탄)을 퍼부을 준비를 마쳤을 때.
『두 박스. 딱 두 박스까지만 쓸 거다. 그러니 보호막 깨지지 않게 잘 버텨봐.』
동기들에게 어드밴티지나 다름없는 경고를 내뱉으며 미니건을 격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굉음이나 마찬가지인 총성과 함께 섬광이 쏘아져 나갔다.
터터터터터터터터터텅─!!
미니건 전용으로 만든 고무탄(7.62×51mm NATO)이 보호막을 두드린다.
그럴 때마다 슈퍼 정확도의 효과로 인해 보호막을 이루고 있는 마력이 깎여나갔는데.
“버텨!”
“마력 아끼지 마!”
“이유진 아니 빌런! 딱 기다려!”
쉼 없이 주입되는 동기들의 마력에 보호막이 손상이 됨과 동시에 재생되었다.
그렇게 동기들의 목숨과도 같은 보호막이 손상과 재생을 반복했다.
그 광경에 나는 툭 내뱉었다.
『잘 버티는데.』
물론 실탄이 아닌 고무탄인 만큼 보호막이 쉽게 깨지지 않는 것도 있다.
그래도 내가 사용하는 무기가 미니건인데다가 슈퍼 정확도의 ‘마력 관통’ 효과 때문에 보호막에 주입하는 마력을 엄청나게 소모하고 있을 거다.
그런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을 알려주듯.
“아… 더는 안돼.”
“다들 미안… 나는 여기까지야.”
“모두… 살아남아.”
털썩 털썩.
보호막에 마력을 주입하던 동기들이 하나둘씩 창백한 얼굴로 쓰러졌다.
그럴 때마다 보호막의 두꺼운 막이 점차 얇아져갔다. 그리고 아직 서 있는 동기들의 얼굴이 비통하게 일그러져갔다.
『….』
…저게 뭐 하는 거지.
‘내가 빌런 역할을 너무 잘해서 그런가?’
다들 상황에 너무 심취한 거 아냐?
마치 최종 보스룸 앞에서 용사를 위해 희생한 일행.
그리고 그 일행을 뒤로 한 채 앞으로 나아가는 용사들을 보는 것만 같다.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지.’
나는 실시간으로 흑역사를 쌓아가는 동기들의 모습에 쯧쯧 혀를 찼다.
‘테라.’
[예 주인님.]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거 영상 저장해.’
[예 영상 저장 시작합니다.]
물론 동기들의 흑역사를 저장하는 건 놓치지 않았다.
‘안타깝긴 해도 놀림거리 저장은 못 참지.’
이걸 어떻게 참아.
나는 속으로 큭큭 웃으며 텅 빈 탄약 박스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박스를 꺼내 미니건과 연결 잠시 멈추었던 사격을 재차 이어갔다.
차르르르르르르릉!
탄피가 쌓인다.
그런 탄피의 탑에 보호막 속 아직 서 있으나 창백하게 질린 누군가가 외쳤다.
“좀만 더! 좀만 더 버텨!”
그 외침을 시작으로.
“마지막 박스야! 저것만 버티면 돼!”
“으아아아! 나 쓰러질 거 같아! 아니 쓰러지고 싶어!”
“빌런! 설마하니 약속을 어기지는 않겠지!”
마력 고갈로 당장이라도 쓰러질 거 같은 동기들이 서로에게 격려를 나눴다.
그런 애절하고 애틋한 모습들에 나는 속으로 음음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어떤 반응들을 보이려나.’
대강 미래가 보인다.
스스로가 만든 흑역사에 짓눌려 창피해하는 모습들이.
나는 그 즐거운 미래를 떠올리며 남은 탄약 수를 세어보았다.
‘…얼마 남지 않았네.’
탄약 고갈까지 앞으로 몇 초.
그러니 이제 방심의 틈을 찔러볼까.
『전송.』
“뭐… 뭣!”
“아니 야! 수류탄은 아니지!”
“두 박스만 쓴다며! 두 박스만 쓴다며!!”
내 갑작스러운 스킬 사용에 창백한 얼굴로 마력 주입에 집중하고 있던 동기들이 기겁했다.
그 모습들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나는 수류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아니 분명… 두 박스… 까지… 만… 아.”
내가 경고를 어떻게 했는지를 떠올렸는지 다들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에휴.’
그러니 사람 말은 잘 들어야지.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탄약을 전부 소모한 미니건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까 전에 사용했던 권총을 꺼내 쥐며.
철컥.
동기들의 보호막 주변에 깔린 수류탄을 향해 겨누었다.
『없는 마력까지 쥐어짜야 할 거다.』
기절하고 싶지 않으면.
‘물론 마력을 다 쥐어짜면 기절하는 건 똑같지만.’
그리 생각하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에 따라 방아쇠가 당겨지고.
탕!
총구에서 불이 뿜어지며 한 발의 탄환이 수류탄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팅!
수류탄의 핀이 뽑히는 소리가 시가지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모두 이를 악무는 것이 보인다.
창백했던 얼굴이 더욱 진해지는 것이 보인다.
그에 비례해서 두께가 얇아졌던 보호막이 다시 두꺼워졌다.
하지만 글쎄.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내가 그리 생각함과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수류탄이 폭발했다.
흙먼지가 비산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를 가리고 있던 먼지가 가라앉았다.
그에 따라 가려졌던 것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수류탄의 폭발 결과를 알게 되었다.
『음 안타깝군.』
결과는 당연스럽게도 보호막 파괴 그리고 주연급 애들과 마력통이 큰 박가람을 제외한 리타이어였다.
“콜록 콜록!”
박가람이 다소 창백해진 얼굴로 기침을 했다.
먼지 바람을 들이켰는지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렇게 잠시동안 기침을 하던 박가람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주연급 애들을 제외한 모두가 기절한 것을 보고는.
“나 나 항복할래….”
자진 리타이어해버렸다.
『…그래 그럼 나가 있어.』
다칠 수도 있으니 실습장 바깥으로 나가라는 내 말에 박가람이 으응 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화 화이팅.”
박가람이 남은 동기 주연급 애들에게 힘내라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그러고는 마법으로 바닥에 쓰러진 동기들을 들어올리며 터덜터덜 실습장 밖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본 나와 이서연 아서 노아 아스카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서 있다가.
철컥.
조용히 손에 쥐고 있는 무기를 들어올렸다.
나는 권총을.
이서연과 아서 아스카는 검을.
노아는 주먹을.
그리고.
탕!
격돌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zakuti 님 오늘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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