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5
섬뜩!
“…!”
뭐지 이 느낌은?
갑자기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느낌.
그 느낌에 흠칫 놀란 나는 황급히 주변을 확인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하아 한참 찾았잖아.”
철컥.
“이유….”
우르릉 콰앙!
방아쇠 당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퍼엉!
반경 10미터.
회오리처럼 주변을 휘감고 있는 어둠.
그 어둠 속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던 이서연 정확히는 ‘이서연’의 모습으로 위장하고 있던 괴물의 머리가 터져 나간다.
털썩.
머리가 사라진 몸만 남은 괴물이 무너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꾸륵 꾸르륵.
괴물의 형체가 징그러운 소리를 흘리며 진흙처럼 녹아내렸다.
몸의 중심이자 핵인 머리가 소멸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 진실안이 보여주고 있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역시 성탄(聖彈).’
다른 속성에서는 일반탄이나 다름없지만 마속성에 한해서는 그 무엇보다 강력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강력함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사용하고 있는 성탄은 성검의 능력 ‘죽음의 안개 무시’ 효과가 적용된 탄환이었으니까.
그러니 연발이 아닌 단발로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치트 슈퍼 정확도의 힘을 빌어 내게 다가오는 위장 괴물들의 머리를 터트렸다.
그러면서 안력에 마력을 집중.
시야를 강화해 나를 오싹하게 만든 원인을 찾는 것을 더욱 확실히 했다.
‘어디에 있냐.’
방금 내가 느꼈던 싸늘함.
그건 결코 위장 괴물 따위에게 느낄 만한 그런 기운이 아니다.
못해도 나와 동급 아니면 그 이상이나 되는 존재만이 낼 수 있는 그런 기운이다.
그렇기에 나는 방금 느낀 것을 단순 느낌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이제 거의 힘이 회복된 제약이 20%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느낀 기운인 만큼 더더욱.
그래서 바로 원인을 찾았으나.
‘…없다고?’
보이지가 않는다.
안력을 강화해도.
기감을 확장해 봐도.
싸늘함의 원인.
나를 긴장케 한 느낌의 정체를 찾을 수가 없다.
‘내 눈이나 기감에도 찾을 수 없다는 건….’
…안이 아니라 밖에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이서연보다는 아니지만 내 감지 능력은 수준급.
감지 재능이나 스킬을 가지고 있는 동기들보다 우수한 편이라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찾을 수가 없다?
그것도 반경 10미터 밖에 되지 않는 공간 속에서?
‘애초에 같은 공간이 아니었네.’
그러니 찾을 수가 없지.
그래도 혹시 모른다.
단순히 내가 능력이 부족해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으니.
‘테라 너는 어때?’
그래서 나의 시스템 나의 서포터.
테라에게 원인을 찾았는지 물었으나.
[죄송합니다 주인님.]
[주인님이 계신 공간을 전체적으로 스캔해보았으나 위장 괴물을 제외한 무엇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너도 찾지 못했다라.’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내가 조금 더 주의할 수밖에.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당장 원인을 찾아 이 찝찝한 기분을 해소하고 싶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테라가 찾지 못했다는데.
내가 그리 생각할 정도로 테라의 수색 능력은 최상.
웬만한 초인들은 그녀의 수색 능력을 따라 갈 수 없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
‘단점이라면 내가 중심이라는 것.’
하지만 단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장점이 많다.
적외선.
열 감지기.
생명 반응 감지.
360도 및 공간 스캔.
그리고 적아 구분 등등.
여러 가지 기능이 담긴 군용에서 사용하는 카메라처럼 효과적으로 그리고 넓은 범위를 스캔할 수 있는 테라다.
그런 테라가 찾지 못했다는데.
감지 능력이 월등한 것도 아닌 수준급에 불과한 내가 계속해서 찾는다?
그건 비효율적인 것을 넘어 미련한 짓이다.
‘테라 어둠 장막 너머는 볼 수 없지?’
[예 수색을 시작할 때 장막 너머도 확인해 보았으나 주인님께서 먼저 천리안으로 확인하셨던 것처럼 어둠만 보일 뿐 장막 너머를 볼 수 없었습니다.]
‘역시.’
천리안으로도 장막 너머를 볼 수 없을 때부터 확신하긴 했지만 이것으로 다시 한번 확신했다.
어둠 장막.
그것 또한 특이성이 맞다.
하긴.
장막이 벽처럼 하늘 높이까지 솟아있는데 그게 특이성이 아니면 무엇일까.
그리 생각을 마치며 총을 격발.
또 다른 위장 괴물의 머리를 터트리자.
우르릉 쾅!
썬더볼트 특유의 천둥 소리와 함께 슬라이드가 후퇴 고정되었다.
이곳 안갯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장전 해놨던 탄환이 모두 소모된 것이다.
‘버프가 끝났다.’
탄환을 모두 소모함으로써 탄환에 적용되어있던 성검의 효과가 해제되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사용할 탄환은 아스트라의 S등급 장비 아이템에 붙어 있는 효과 ‘파괴 불가’ 만 적용된 탄환.
‘…대미지가 얼마나 하락했으려나.’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죽음의 안갯속.
초월자 대성녀의 아들이자 후계자 노아의 신성력이 잔뜩 담긴 폭탄도 순식간에 부식시켜버리는 곳.
그런 마경(魔境) 속에서 성검의 효과가 적용되지 않은 탄환이 과연 적들에게 충분한 대미지를 줄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테라 네 생각은 어때?’
[저도 주인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지금 주인님께서 장전하신 탄환은 파괴 불가의 효과로 인해 부식만 되지 않을 뿐. 성탄 자체의 대미지는 크게 하락할 거라 사료됩니다.]
테라의 말대로.
성탄 성스러운 축복이 각인된 탄환(A).
그것은 표적에 적중됨과 동시에 탄환에 담긴 신성력이 폭발하면서 대미지를 주는 소모 아이템이다.
그런데 이곳 사기로 가득한 죽음의 안개에서는 성탄의 주체가 되는 신성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쉽게 말해 마속성 한정 특수 탄환이 일반 탄환으로 격하되었다는 소리다.
그것을 증명하듯.
우르릉 쾅! 콰앙 쾅!
펑!
“…아파.”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 발에 처치되었던 위장 괴물들이 두 발 세 발. 여러 발을 맞았는데도 쓰러지지 않는다.
“유진 나 아파. 나한테 왜 그래?”
꾸르륵 꾸르르륵.
음.
약해질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위력이 약해져도 너무 약해졌는데?’
나는 몸 이곳저곳에 생긴 구멍을 순식간에 수복해버린 위장 괴물의 모습에 혀를 찼다.
거기다 원래라면 신성력이 터지면서 생긴 성화(聖火)에 지속 피해를 입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사기에 짓눌려 불사르지도 못하고 사그라드는 것이 보인다.
‘이러면 살짝 곤란한데.’
아무리 성검의 능력이 적용되지 않아도 그렇지.
아스트라 S등급 무기의 기본 대미지가 더해졌을 탄환이 겨우 저 정도밖에 피해를 주지 못한다고?
‘…아무래도 내 판단을 정정해야겠는데.’
죽음의 안개.
위험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지금 이렇게 겪으니 내 생각보다 더 악랄하다.
‘하아 어쩔 수 없지.’
목표치까지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 거 조금만 사용해야겠다.
그리 생각을 마친 나는 바로 테라를 불렀다.
‘테라.’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가 무섭게.
내 옆에 인벤토리가 열리며 안에서 배틀 메이드 5기가 걸어 나왔다.
“주인님 명령을.”
테라가 시스템 메시지가 아닌 육성으로 명령을 물어온다.
그 물음에 나는 시스템 권한 중 하나인 포인트 상점을 열며 말했다.
“1분.”
아니 30초.
그 시간 동안 나 좀 지켜줘.
그런 내 명령에 배틀 메이드들이 나를 향해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올렸다.
“주인님에게 봉사하는 것은 메이드의 기본 소양입니다.”
메이드들이 그리 말하며 치맛자락을 놓았다.
그러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는 위장 괴물들을 바라보더니.
철컥─ 채앵!
배틀 메이드의 무장.
팔 속에 숨겨두고 있던 칼날 암 블레이드를 꺼내었다.
“그러니 맡겨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메이드들이 바닥을 박찼다.
그와 동시에 내게 근접했던 괴물들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주인님에게 접근하지 마십시오.”
5기의 배틀 메이드가 오각형처럼 내 주변에 섰다.
그리고 괴물이 다가오는 족족.
촤자자자자자자작!
팔에 솟아있는 칼날 암 블레이드로 위장 괴물들을 베어냈다.
꾸륵 꾸르르륵!
하지만 몸이 잘리기가 무섭게 특유의 재생력으로 바로 수복해버리는 괴물들.
약화되었다고는 하나 성탄에 적중되고 신성력에 불태워져도 재생했던 만큼 메이드들의 마력이 실리지 않은 공격에 아무렇지 않아 했다.
반면에 메이드들은.
치이익…!
산성이 닿은 것처럼 타는 소리와 함께 몸 이곳저곳이 검게 물들어 갔다.
성검의 능력이 적용되지 않아 대기의 사기에 부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속도가 이상하게 빠르다.
분명 인벤토리에서 나온 지 몇 초 되지 않은 거 같은데 벌써 메이드들의 몸 3분의 1이 검게 부식되었다.
그 광경에 나는 포인트 상점 화면에 나타난 재능들을 빠르게 훑으며 생각했다.
‘왜지?’
왜 벌써 부식이 심해진 거지?
그리 생각함과 동시에 무엇 때문에 부식의 속도가 빨라진 건지 알았다.
서걱─ 치이익…!
위장 괴물.
저놈들 때문이었다.
‘…에어리언이야 뭐야.’
메이드들의 칼날이 위장 괴물의 몸을 베자 들려오는 산성 소리.
나는 그 소리가 사기(死氣)에 타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사실은 위장 괴물을 벨 때 나는 소리였다.
‘공격 할 때마다 부식이 가속한다라.’
참으로 불공평한 싸움이 아닐 수 없다.
괴물은 특유의 재생력 때문에 죽지도 않는데.
메이드들은 괴물을 공격할 때마다 부식이 심해져 간다.
“의체 손상도 88%… 89%… 90%… 전투 속행 불가.”
의상이 녹고 몸 대부분이 검게 부식된 메이드들.
메이드들이 말한 것처럼 더 이상 전투를 이어 나가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괜찮다.
저쪽이 불공평한 만큼 이쪽도 만만치 않게 불공평하니까.
그도 그럴 것이.
“의체 교환 완료.”
“전투 속행합니다.”
배틀 메이드.
괴물들과 싸우고 있는 메이드들은 사람이 아닌 의체.
무한 아이템이라는 치트의 효과를 적용받고 있는 아이템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닥 불평은 없었다.
테라의 연산력이 소모될 때까지 배틀 메이드는 무한하니까.
물론 갯수만 무한할 뿐 응용은 유한하기에.
나는 최대한 빨리.
테라에게 말했던 30초를 넘기지 않기 위해 서둘렀다.
그리고 30초가 되기 직전.
띠링 띠링.
[화기 전문가(A)를 구매했습니다.]
[전투 사제의 성투기(A)를 구매했습니다.]
지금 내게 필요한 재능 두 개를 구매했다.
새로운 재능들이 몸에 영혼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힘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며 포인트 상점의 상단에 있는 포인트를 확인했다.
[1570000]
30만 포인트의 사용.
200만에 가까웠던 숫자가 줄어든 것이 보인다.
‘…각오는 했지만.’
막상 줄어든 포인트를 보니 꽤나 입안이 쓰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포인트는 다시 모으면 돼.’
나는 한숨과 함께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정해놓은 목표치는 아직 한참이나 멀었다.
그래서 아쉬움은 그리 크지 않다.
‘스읍… 30만 포인트.’
…사실은 조금 아쉽다.
나는 쩝 입맛을 다시며 구매한 재능들의 정보를 간략히 확인했다.
[화기 전문가(A)]
[화기(火器)사용 시 대미지 100% 상승.]
[전투 사제의 성투기(A).]
[성화 발현 시 대미지 100% 상승.]
[신성력 소모 40% 감소.]
그 외에 다른 효과도 있긴 하지만.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위력에 관한 것.
그렇기에.
철컥.
나는 바로 위력을 확인했다.
우르릉 콰앙!
그리고 결과는.
“이유….”
퍼어엉!
…털썩.
대만족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zakuti 님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