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7
어둠 속에서 나오는 괴물은 끝도 없었다.
전투에 능숙한 초인이라도 지칠 만한 그런 인해전술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괴물들에겐 안타깝게도.
쾅 쾅쾅! 쾅!
콰직 콰지직!
내가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장기적인 전투 때는 진짜 무한 기력이 사기라니까.’
기력이 소모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소모되는 거 같지만 소모되는 즉시 바로 회복된다.
그리고 원래라면 한정되어야 할 자원 마력과 신성력도 무한 아이템이라는 치트 덕분에 고갈 될 걱정이 없다.
나는 새삼 치트의 사기성과 소중함을 느끼며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방패를 휘두른다. 찍는다. 날려버린다.
성화와 염력이 휘감긴 주먹을 내지른다. 터트린다.
그리고 어깨에 부착된 미사일 포트의 총구를 격발한다.
우르릉 콰과과과광─!
번개 폭풍이 쳤다.
백청색으로 이루어진 16개의 섬광이 하늘을 수놓았다. 연속적으로 계속해서.
그렇게 하늘을 수놓은 섬광이 방향을 꺾어 지상으로 쏟아졌다.
그리고 그대로.
퍼버버버버버버벙─!
내 시야에 포착된 목표물의 머리를 터트렸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백발백중으로.
사방에서 괴물들이 무너져 내린다.
동시에 녹아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끼에에에에엑!”
“끼아아아아악!”
괴물의 수는 여전히 많다.
아니 정확히는 줄어드는 족족 다시 채워지고 있다.
그래도 그런 나쁜 일 중 좋은 일도 있다.
그건 바로.
“끼에엑! 끼에에에엑!”
괴물이 더 이상 사람 흉내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구의 모습은 물론 목소리도.
이제는 진짜 괴물처럼.
소름 끼치는 괴성도 내지르고.
두 발이 아닌 네 발로 뛰어오기도 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나를 죽이려고 한다.
뛰고.
점프하고.
같이 달리던 괴물을 방패로 삼는 등.
단순히 자신들의 몸을 내게 닿으려고 했던 것과 다르게.
하긴.
내 몸에 조금도 닿지 못한 채 그렇게 죽어 나가니.
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심경의 변화가 없으면 이상하지.
‘하지만 슬슬 움직여야겠어.’
괴물을 처치하는 건 무한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
‘죽음의 안개가 한 곳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아닌 만큼 서둘러야 해.’
느릿하지만 계속해서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안개.
이 안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혹시 모른다.
성검의 능력을 받은 나와 친구들이 안에 진입함으로써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런 불안한 생각과 다르게 나는 크게 불안하지 않았다.
‘테라 밖에 아무 일 없지?’
[예 문제 없습니다.]
혹시 몰라 밖에 두고 온 1기의 배틀 메이드.
그 배틀 메이드를 조종하고 있는 테라를 통해 밖의 소식을 계속 알 수 있기 때문에 침착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도 서두르는 게 좋겠지.
나는 그리 생각하자마자 숨을 길게 들이켰다.
그러면서 방패를 쥔 손을 들어올려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숨이 차올랐을 때.
“흡!”
콰앙! 바닥을 힘껏 박차며 앞으로 내달렸다.
쾅쾅쾅쾅쾅쾅쾅쾅─!!
방패에 묵직한 충격이 연속적으로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나를 향해 달려오던 괴물이 양옆으로 날아갔다.
물론 달려오는 것만이 아닌 점프해서 날아오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런 멍청한 놈들은 모두.
우르릉 콰과과광!
머리가 다 터질 테니까.
쿵쿵쿵쿵!
발을 내딛을 때마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발자국이 남았다.
그런 내 뒤를 괴물들이 포효를 내지르며 따라왔다.
‘이제 멈출 수 없어.’
계속 달려야 한다. 쉬지 않고 계속.
조금이라도 멈추는 순간 괴물들에게 바로 포위 당해 버린다.
‘폭발물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포위 당했다가는 못 빠져 나가.’
그만큼 지금 나를 뒤쫓고 있는 괴물의 수는 엄청나게 많다. 도저히 수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러니 계속 달린다.
사천왕과 마왕 그리고 세계수를 찾을 때까지.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한 줄기 빛처럼 어둠 속을 돌파하던 나는 문득 어떤 시선을 느꼈다.
‘이 느낌은….’
목덜미가 싸늘해지는 느낌.
아까 전에 느꼈던 나를 긴장케하던 그 느낌이 분명했다.
그 느낌에 나는 바로 기감을 확장하며 눈을 움직여 주변을 확인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달리는 것을 방패로 달려오는 괴물들을 튕겨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어디냐 어디서 나를 보고 있는 거냐.’
몰려오는 괴물들 사이 어둠 속을 살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았다.’
내 머리 위.
어둠 속에서 한쌍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눈동자의 주인 감시자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놈은 지금 나를 뒤쫓고 있는 괴물들과 다르다.
사람처럼 이성을 가지고 있다.
나를 관찰하는 눈빛에서 약점을 찾으려는 치밀함이 느껴진다.
그 음험함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아니 고민할 필요 없지.’
그리고 애초에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은 하나밖에 없다.
그건 바로.
‘지금 놈이 방심하고 있을 때가 기회야.’
저 음침한 놈을 처치하는 것.
나는 그리 결심하자마자 아스트라의 형태를 아까 전으로 되돌렸다.
철컥.
손아귀에 느껴지는 썬더볼트 특유의 짜릿한 그립감.
그 그립감을 느끼며 총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리고 총구를 붉은 눈동자에 겨누는 순간.
“끼에… 에에에… 에에엑….”
“끼… 아아… 아아아… 아악….”
재능 저격수의 날카로운 감각(A+)의 파생 스킬.
라이브 포커스를 발동했다.
모든 것이 느려지는 인지 속.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꺼놓았던 치트 하나를 활성화했다.
띠링.
속도 제한 해제 [ON / OFF]
치트가 활성화 되었다.
적에게도 나에게도 치명적인 양날의 검이 총구 속에서 반짝였다.
하지만 걱정 할 필요 없다.
양날의 검은 오직 적의 피만 흘리게 할 테니까.
꾸욱.
손가락을 움직였다.
방아쇠를 당겼다.
그 행동과 동시에.
번쩍!
내가 있는 공간을 청백색의 빛이 가득 채웠다.
순간이었지만 내 주변을 휘감고 있던 어둠이 빛에 밀려 나갔다.
그런 빛 속에서 눈을 감지 않은 나는 보았다.
나를 관찰하던 붉은 눈동자가 크게 뜨여지는 것을.
당황과 다급함 여러 가지 감정이 가득 담기는 것을.
그 눈동자를 본 나는 라이브 포커스를 종료했다.
그에 따라 느리게 움직이던 인지가 원래대로 돌아왔고.
공간 가득 채우던 빛이 한 줄기 섬광이 되는 순간.
퍼석─ 우르릉 콰아앙─!
10개의 아이기스 중 하나가 소멸함과 동시에 천둥소리가 공간 가득 울려 퍼졌다.
그리고.
“끄하아아아아악!”
괴물의 괴성과는 다른 사람이 내는 비명이 귓가에 들려왔다.
‘비명?’
뭐야 안 죽었다고?
비명이 들린다는 건 죽지 않았다는 증거.
그 증거에 나는 언제든지 반응할 수 있게 몸의 긴장을 끌어올렸다.
방금 내가 쏜 탄환은 치트 속도 제한 해제의 힘이 담긴 최상급 타락자 그리드의 목숨 하나를 순식간에 앗아갔던 일격필살의 탄환이다.
그런데 그걸 맞고도 죽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어떤 수가 있다거나.’
지금의 나보다 강하다는 뜻이 된다.
나는 그리 생각하자마자 뛰는 것을 멈추었다.
동시에 아스트라의 형태를 다시 아머 위주 양어깨의 총구로 되돌렸다.
우르릉 콰과과과과과광─!
그리고 나를 포위해오는 괴물들을 향해 번개 폭풍을 쏘았다.
‘놈을 여기서 없애고 가야 해.’
원래라면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그만둘 정도로 직감이 외치고 있다.
붉은 눈동자.
그 눈동자의 주인을 지금 없애라고.
초인의 직감.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묘한 힘이다.
언제나 발휘할 수 없는 힘.
아주 가끔 중요한 순간에 발휘되는 힘.
그렇기에 신묘하다.
그렇기에 신뢰한다.
나는 그 직감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그 직감은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감히 인간 따위가아아아──!!”
고통과 분노에 찬 외침이 천둥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발견했다.
“…절대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붉은 눈동자.
사람과 같은 형체.
진흙 괴물과 같은 색의 피부.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에 보이는 긴 귀.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한 종족을 떠올렸다.
“…엘프?”
그리고 그 종족의 명칭을 말하는 순간.
힘이 증가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돌아온다고 말하는 것이 맞으리라.
그도 그럴 게.
“아 미친.”
시야에 보이는 세상이 변하고 있었다.
보랏빛 하늘이 핏빛 하늘로.
퍼석한 대지가 용암이 흐르는 대지로.
‘…하필이면.’
제약이 풀린 재능이 악마 학살자라니.
보통 때라면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불굴의 의지가 없을 때…!’
지금 내겐 정신을 보호해주는 재능이 없다.
말 그대로 악마 학살자의 정신 침식에 노출되었다는 소리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살의가 전신 가득 차오른다.
그 감정에 나는 바로 주입기를 작동했다.
푸슉!
황금 사과와 영능단이 섞인 액체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에 따라 폭력적인 감정에 침식되던 정신이 빠르게 회복이….
‘…되지 않아?’
아니 회복이 되긴 했다.
그런데 그 회복 속도가 침식 속도보다 느렸다. 그리고 침식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어째서?
나는 의문을 흘렸다.
그리고 이유를 바로 깨달았다.
사기(死氣).
이 지역을 가득 채우고 있는 부정의 기운.
그 부정의 기운 때문에 악마 학살자의 침식이 더욱 강해졌다. 신약으로는 가라앉히지 못할 정도로.
망했다.
나는 그리 생각했다.
그리 생각하자마자 콧속으로 유황 냄새가 들어왔다.
그 냄새에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아 망할.”
그리고 그 욕설에 대답하듯.
악(惡)을 찢고 죽여라.
속삭임이 들려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zakuti 님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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