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7
타다다다다당─!!
붉은 하늘 아래 황폐한 도시에서 울려퍼지는 거친 총 소리.
그 요란한 소리에 새로운 먹잇감이 출현했다는 것을 알았는지.
– 끼에에엑─!!
사방에서 좀비와 구울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이에 나는 둘러싸이지 않게 앞으로 계속 달리며 총을 쏘았다.
달리면서 총을 쏜다는 건 상당한 집중력과 기량이 필요하지만.
타다다다다당!
나에겐 치트 ‘슈퍼 정확도’가 있으므로 조준을 할 필요 없이 그저 내 눈으로 주시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총구에서 발사되는 탄환이 실탄이 아닌 고무탄이긴 하지만.
퍼버벅 펑! 퍼버벅 펑!
소총의 효과 중 하나인 ‘고정 피해’와 마물의 낮은 체력으로 인해 머리에 2~3발 정도 맞추면 그대로 터져나갔다.
그리고 머리가 터지지 않아도 ‘넉백’ 효과로 뒤로 밀려나기 때문에 내 앞에 있는 마물들은 쉽게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문제는 양 옆과 뒤에서 달려드는 마물들이었다.
– 끼아아악!
딸깍.
콰아앙!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다 싶으면 전송으로 인벤토리에 있는 충격파 지뢰를 바닥에 깔긴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계속 지뢰를 깔면서 이동하기엔 내가 가지고 있는 마력이 부족하다.
아무리 전송 스킬의 마력 사용량이 미미하다고는 하지만 지금 나는 계속 전송으로 총에 총알을 채우고 있으며 동시에 지뢰까지 설치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가랑비에 옷이 젖듯 지금 내 마력은 간당간당한 상태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탄환과 소비품은 아직 넉넉하지만 마력이 부족해서 더 이상의 전진은 무리다.
일단 마력을 회복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한다.
그 생각에 나는 마물들을 밀어내고 처치하면서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젠장.”
하지만 주변에 보이는 거라곤 부서지고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밖에 없었다.
이에 나는 머릿속에 떠올렸던 최선책을 폐기하고 바로 차선책을 택했다.
“나와라 나와… 경사진 곳 나와라….”
그건 바로 경사진 곳을 찾는 것이었다.
아무리 황폐화된 곳이라도 장소가 현대 도시인만큼 경사진 곳은 무조건 있다.
그러므로 내가 생각한 차선책은 그 경사진 곳에 올라가 마력이 적당히 회복될 때까지 농성을 하는 것이다.
안다.
미친 생각인 거.
하지만 그 미친 생각은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내겐 ‘특수 개량 소총’이 있으니까.
“…찾았다!”
마력이 간당간당한 것을 넘어서 고갈되기 일보 직전의 아슬아슬한 상황일 때 경사진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앞은 물론 그곳으로 가는 방향에 좀비와 구울들이 잔뜩 깔려 있었다.
이에 나는 남은 마력을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왼손으로 소총의 방아쇠를 당기며 오른손으로는 소드 오프 식 유탄 발사기를 쏘았다.
그러면서 전송 스킬로 소총과 유탄 발사기의 탄환을 계속 채워 넣었다.
타다다다당 퐁! 타다다다당 퐁!
콰앙! 콰아앙!
길이 열린다.
도착지에 점점 가까워진다.
그럴수록 마물들이 절대 못 보내주겠다는 듯이 거칠게 달려들었으나.
소총의 넉백과 유탄의 충격파에 죽고 밀리고 튕겨나가는 등 다가오지 못했다.
그렇게 단시간의 전력 질주 끝에.
경사진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도착한 것은 아니다.
평평한 땅이 나올 때까지 경사진 길을 올라가야 한다.
“헉… 허억….”
숨이 차오른다.
몸이 점점 둔해져 간다.
내가 초인이긴 하지만 체력이 허접하기 때문에 금방 지치고 말았다.
그래도 거의 다 왔기에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남은 마력을 쥐어짜 유탄 발사기를 난사했다.
쾅 콰앙!
– 끼아아악!
올라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던 마물들이 유탄의 충격파에 맞고 밖으로 튕겨나갔다.
그렇게 모든 마력을 다 사용했을 즈음.
평평한 길이 나왔고.
“…오 좋은데?”
중간에 길이 무너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나에겐 좋았다.
길이 끊기고 주변이 무너져 있는 탓에 도망갈 방법이 뛰어내리는 것밖에 없긴 하지만.
그 외의 방법이 없는 만큼 뒤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말 그대로 농성하기에 딱 좋은 장소인 것이다.
아무튼 목적지에 도착도 했겠다.
“여긴 이제 내 자리니까 저리 꺼져.”
– 끼에에엑!
콰앙!
예전부터 있었을 마물들을 유탄 발사기로 쫓아냈다.
평평한 길에 있던 마물들이 모두 밑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나는 인벤토리에서 탄약과 수류탄이 들어있는 상자들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마력이 없는 지금 경사진 길을 올라오면서 깔아두었던 지뢰가 터지고 있을 때 물자들을 미리 꺼내놔야 한다.
쿵 쿵 쿵.
물건이 가득 들어있다는 걸 알리듯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을 때마다 육중한 무게음이 들려왔다.
그럴 때마다 얼굴도 모를 보급 담당 교직원이 떠올랐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종종 화기 물품들이 사라질 수도 있지만 이해해 주시길.
그 아니면 그녀일 보급 담당 교직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대충 열 박스 정도 바닥에 내려놓은 나는 다시 조명탄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조명탄에 새로운 탄을 넣고 하늘을 향해 쏘았다.
타앙!
붉은 하늘 아래 조명탄의 붉은빛이 천천히 떨어져 내린다.
하지만 하늘의 자연적인 빛과 다른 인공적인 빛이기에 다들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임다희를 찾는 게 아니라 임다희가 나를 찾겠네.”
임다희를 찾겠다고 건물을 멋지게 나선 건 좋았는데.
창피하게도 내 능력치가 허접하다는 것을 잠시 까먹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이곳에서 농성을 하는 동안 마물들의 어그로도 끌고 조명탄을 본 애들이 모일 테니.
내가 찾는 것보다 임다희가 나를 찾아오는 것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그냥 호감도용으로 고른 무기였는데.”
나는 손에 쥐고 있는 소총을 내려다보았다.
‘특수 개량 소총’.
권총 ‘홀리 건’과 같은 등급이라고 보기 힘든.
시스템의 설명대로 상대를 농락하기 위한 효과를 가진 무기가.
어쩌다 보니 이곳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철컥.
문득 떠오른 고사성어에 피식 웃으며 소총을 장전했다.
콰앙!
그와 동시에 경사진 길에 깔아두었던 마지막 지뢰가 터졌고.
– 끼에에엑!
– 끼아아아악!
– 끼기긱 끼기긱!
지뢰로 인해 잠시 주춤거렸던 마물들이 잔뜩 거친 기세로 나를 향해 뛰어올라왔다.
그런 마물들을 향해 나는 총을 난사했다.
타다다다다당─!
페널티 수전증의 효과로 총알이 사방으로 쏘아진다.
동시에 ‘슈퍼 정확도’의 효과가 적용된 총알이 방향을 꺾으며 내가 주시하는 표적을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머리에 총을 맞은 마물들은.
퍼버벅 펑!
– 끼엑?
– 끼아악!
– 끼기기긱!
소총의 ‘고정 피해’로 머리가 터지거나.
‘넉백’ 효과에 뒤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대로.
우르르르르!
경사로를 올라오던 마물들이 ‘넉백’으로 인해 밀려난 마물들과 부딪치고 엉켜서 쓰러지거나 밑으로 떨어져내렸다.
나는 그 사이에 탄약 박스에서 탄창을 꺼내 소총을 재장전했다.
보급 담당 교직원이 꼼꼼한 것인지 아니면 심심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감사하게도 탄약 박스에 들어있는 건 탄약 더미가 아닌 탄약이 채워져 있는 탄창 묶음이었다.
훈련장에서 박스를 챙기다가 확인했을 때 얼마나 놀랐던지.
아무튼 덕분에 전송 스킬이 아니더라도 장전을 빨리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정말 위급한 상황이 되면 마력이 회복되는 와중에도 스킬을 사용해야겠지만.
타다다다다당─!
그렇게 장전한 탄창 하나를 전부 소모했을 즈음.
띠링.
“…?”
머릿속에 알람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한쪽 시야에 시스템 창 하나가 나타났다.
그건 바로 퀘스트 창이었다.
그것도 황금색으로 되어있는.
“…전투에 방해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알겠는데… 좀 늦게 줬다고 생각이 들지 않냐?”
그리고 황금색으로 되어있는 퀘스트는 단 하나밖에 없다.
스토리를 진행할 때 항상 나타나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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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퀘스트 Chap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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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퀘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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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균열에 빨려들어가면서 이유진과 박가람하고 떨어진 임다희는.
파지직!
콰직!
– 끼에엑….
이유진이 알려준 전기 스킬의 활용법 덕분에 별 문제 없이 마물들을 처치하고 있었다.
“후우… 이걸로 건물 내부의 마물은 다 잡은 건가.”
임다희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면서 창날에 묻은 피를 바닥에 털어내었다.
마력이 회복되고 전기 스킬을 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의기소침 모드에서 여전사 모드로 전환한 임다희는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창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창문의 먼지를 손으로 슥 닦으며 밖을 살펴보았다.
“…많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글바글한 마물의 수.
아무리 여전사 모드인 임다희라도 저 정도의 물량은 무리인지 약간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창문에서 떨어졌다.
아니 떨어지려는 순간.
“…저건?”
저 멀리 붉은 섬광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이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조명탄이라는 걸 알았다.
“조명탄을 쏘아 올릴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지.”
유일한 화기 사용자 이유진.
그밖에 없… 지라고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갑자기 이서연도 권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권총만 사용하는 이서연과 달리 여러 가지 화기를 사용하는 건 이유진밖에 없으니.
조명탄을 쏘아 올린 건 그밖에 없다.
“…우리를 부르고 있어.”
아무리 이곳의 마물들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물량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그는 조명탄을 쏘아 올리며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이곳에 들어와있을 동기들에게.
그리고 마물들에게.
그의 능력을 생각하면 마물들이 아무리 많아도 괜찮을 것 같지만.
그래도 모든 마물의 이목을 끌어들였으니 힘겨운 전투를 치르고 있을 거다.
– 끼아아아악─!
창문 밖에 보이는 마물들이 모두 어슬렁거리던 것을 멈추고 섬뜩한 포효를 내질렀다.
그리고 조명탄이 쏘아 올려진 곳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에 임다희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유진 괜찮을까….”
그에게 향하는 마물들의 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
그런데 내가 그곳에 간다해서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지?
고작 창술을 조금 다루고 이제야 전기 스킬을 활용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런 미숙한 내가 이유진에게 가봤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라고 약한 생각이 들자.
짝!
임다희는 손으로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바보 같은.”
뺨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
그와 동시에 튀어나오려던 의기소침이 빠르게 사라졌다.
“도움이 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임다희는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조장이 나를… 우리를 부르고 있어. 가야 해.”
그가 강하더라도 자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니 부름에 응하리라 달려가리라.
임다희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며 문을 쾅 걷어찼다.
그러고는 전기 스킬을 다리에 집중하며 바닥을 박찼다.
쾅!
파지직!
푸른 궤적이 이유진이 있는 곳을 향해 쇄도했다.
&
“….”
조명탄이 쏘아 올려진.
이유진이 있을 장소에 도착한 임다희는 눈에 보이는 광경에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타다다다다당─!
쾅 콰앙! 콰아앙!
산이 보인다.
마물들의 시체로 쌓아올려진 산이.
그리고 그 산은 지금 실시간으로 쌓아 올려지고 있었다.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는 걸로 보아 저 광경은 분명 이유진 혼자 만들어낸 것일 터.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과연 필요할까? 라는 생각도.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도 잠시.
임다희는 올라갔던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전신에 전기를 발현하는 순간.
“오! 왔냐─!”
경사로 위에서 총을 쏘던 이유진이 자신을 발견했는지 반가운 목소리로 왔냐며 소리쳤다.
이에 임다희는 머리 위로 창을 휙휙 휘두르며 그의 인사에 대답했다.
그러자 이유진이 다시 외치길.
“잠깐만 기다려! 내가 올 수 있게 해줄게!”
그러더니 갑자기 옆에 있는 박스를 마물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걷어찼다.
덜컥.
박스가 충격으로 인해 열리고.
우르르르!
그 안에서 대량의 수류탄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가 한 행동은.
“엎드려─!”
탕!
수류탄을 일제히 터트리는 것이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 끼에에엑! (아니 우리가 먼저 와 있었는데.)
한 인간의 불법 점거에 좀비와 구울들은 그저 억울하기만….
—
일반 총과 다르게 아이템으로 분류되는 총은 마법 효과를 가지고 있는 만큼 내구성이 매우 좋습니다.
내구성이 얼마나 좋냐면 쉴 새 없이 총을 쏘아도 총열이 녹지가 않아요.
여윽시 ‘판타지’.
—
아아 보급 교직원… 당신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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