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1
교관 강철수.
메인 코어와 함께 장렬히 산화하다.
…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충격파에 메인 코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같이 휩쓸렸던 강철수는 상처 하나 없이 아주 멀쩡했다.
“오… 마침 어깨가 결린 상태였는데.”
오히려 운동하면서 뭉친 근육이 풀렸다며 개운해했다.
역시 전직 최상위급 영웅다운 강인함.
비록 지금은 몸에 박힌 ‘역병의 파편’ 때문에 상위급의 힘밖에 발휘하지 못하고 능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최상위급의 육체 강도는 그대로인지라 그에게 있어 이 정도의 폭발은 그저 근육 마사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내가 당황한 이유는 메인 퀘스트의 ‘활약 보너스’ 때문이었다.
알다시피 활약 보너스는 ‘활약에 따라 추가 보상’ 이다.
그렇기에 내가 직접 메인 코어를 파괴하려고 가진 폭탄물을 다 쏟아 부었던 것인데….
메인 코어가 파괴된 것이 내 폭발물 때문인지 강철수의 히어로 랜딩 때문인지 결과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결과를 확인하고 싶지만 아직 이면 세계를 탈출하지 못한 상태다.
“교관 님 원래 균열 활성화가 이렇게 느리나요?”
“아니 타락자가 건든 균열만 이렇지 보통 균열은 코어를 부수면 균열이 활성화된 채로 나타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타락자는 악독하고 간사하다.
강철수의 말대로 타락자가 건들지 않은 일반적인 균열 같은 경우는 단 하나의 코어만 부수면 균열이 나타남과 동시에 활성화가 된다.
반면 타락자가 건든 균열은 서브 코어를 포함한 메인 코어를 부숴야만 균열이 나타나는데 비활성화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균열이 활성화되면서 일어나는 파동은.
– 끼에에에엑!
–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 우리와… 하나가 되자….
이면 세계에 있는 모든 마물들을 끌어 들인다.
말 그대로 균열이 완전 활성화가 되기 전까지 몰려오는 마물들로부터 생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강함을 생각하면 그건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 이곳에는 우리들의 교관 강철수가 있다.
“뭐냐 저 허접한 마물들은.”
강철수가 심드렁한 얼굴로 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몰려오는 마물들의 방향을 향해 쿵 내리찍자.
꽈드드드드드득…!!
모든 마물들이 한순간에 분쇄(粉碎)가 되어 버린다.
“”….””
모두가 경악한 얼굴로 입을 벌린 채 강철수를 보았다.
분명 이곳의 마물들이 약하긴 하나 방금 몰려온 마물의 수는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그것들이 고작 강철수의 발구름 한 번에 모두 가루가 되었으니.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가 있을까.
“왜?”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본 강철수가 무슨 문제 있냐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이에 애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저런 분이 우리 교관이라는 거지….”
누군가가 경탄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새삼 경외심을 느꼈나 보다.
“…얘네들 갑자기 왜 이러냐?”
강철수가 의아한 얼굴로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전부 넋이 나가있는데 유일하게 내가 아무렇지 않아하니 이유를 물어온 것이다.
이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답해주었다.
“교관 님이 너무 멋있어서 저러는 겁니다.”
“…오 그래?”
내 대답에 강철수가 턱을 쓰다듬었다.
저건 쑥스러울 때 보이는 행동이다.
“저기 교관 님.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됩니까?”
“궁금한 거? 뭔데?”
아직 균열의 완전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마물들이 전부 사라졌으니 나는 이 틈에 머릿속에 갖고 있던 궁금증을 해소했다.
“교관 님이 위험한 일이 발생하면 스마트 워치의 비상 구조 요청을 누르라고 하셨잖습니까? 그거는 무슨 효과가 있는 겁니까?”
“아 그거.”
강철수가 자신의 손목에 있는 스마트 워치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의 스마트 워치엔 실시간으로 ‘삑 삑’ 소리를 내며 푸른 점이 점멸하고 있었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떠오르는 것이 있어 바로 물었다.
“…설마 위치 추적입니까?”
내 물음에 강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들에게 나눠준 스마트 워치는 아카데미 자체에서 운용하는 네트워크와 연동되어 있다. 그래서 학생이 비상 구조 요청을 누르면 이렇게 교관들의 스마트 워치에 실시간으로 학생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되지.”
“…흠.”
비상 구조 요청만 누르면 교관들이 구해주러 온다라.
이거… 괜찮으면서도 좋지 않다.
만약 내가 타락자라면 학생이나 교관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 워치를 탈취해서 교관을 교란하거나 살해용으로 사용할 테니까.
그만큼 매우 위험한 시스템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강철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군. 이런 시스템 방식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나?”
내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다음으로 이어지는 강철수의 말에 내 불안이 바로 사라졌다.
“걱정하지 마라. 이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은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시니까. 타락자가 학생이나 교관의 스마트 워치를 얻어도 사용하기는커녕 역으로 위치를 추적당하고 말 거다.”
“아 그래요?”
초월자 대마도사랑 제작 계열 최상위급 영웅인 교감 선생님이 구축한 시스템이라고?
그럼 절대적으로 안심이지.
그 둘이라면 허술하게 보이는 시스템도 사실 엄청 꼼꼼할 것이다.
이에 안심한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런데 왜 늦으신 겁니까?”
질책하려는 것이 아닌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거다.
교관 중에 이연지라는 공간 이동 마법사가 있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렇게 위치 추적까지 가능하니 그녀의 도움이라면 바로 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메인 코어만 파괴하면 끝나는 때에 등장한 이유가 무엇일까.
‘왜 유독 이 스토리에서만 등장이 느린 걸까.’
게임에서는 ‘왜 늦음?’ 이라는 물음 선택지가 없었기에 궁금증을 그냥 넘길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현실이다.
왜 늦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가 있다.
“아 그거….”
내 순수하디 순수한 물음에 강철수가 이마의 흉터를 긁적였다.
그러다가 이내 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늦어서 미안하긴 하지만 나는 균열에 이상이 생기자마자 바로 이연지 교관과 함께 균열 안으로 들어갔었다.”
…이연지랑 같이 균열에 들어갔다고?
그녀가 있었으면 바로 이곳에 올 수 있었을 텐데?
내가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강철수가 바로 내 의문을 풀었다.
“그런데 이동된 곳이 동굴도 이곳도 아니었다.”
“…둘 다 아니었다고요?”
“그래 둘 다 아니었다.”
그래서 놈들이 정한 절차를 다 무시하고 메인 코어를 파괴한 뒤 이연지 교관의 능력으로….
강철수가 뭐라뭐라 얘기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 나는 게임에서 밝혀지지 않던 비하인드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이때부터 이중 균열이 있었다고?’
이면 세계를 덧씌우는 것을 넘어서 다른 이면 세계까지 엮는 것.
그게 바로 이중 균열이다.
이중 균열은 스토리가 중반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중상위급 이상의 타락자들과 함께 발생한다.
그리고 오직 네임드 명을 가지고 있는 타락자만이 이중 균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뜻은 초반부터 네임드가 아카데미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왜 이걸 생각하지 않았던 거지?’
다른 스토리에서 강철수나 다른 교관들이 등장할 때는 적과 마주하고 싸우기 직전이다.
말 그대로 같이 싸워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이 스토리만 강철수가 등장하는 게 늦다.
그렇다면 왜 늦는지 의심해 볼만 한데 나나 다른 고인물들이나 생각하기를 그저 아카데미식 클리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런 비하인드가 있을 줄이야….
‘어떤 네임드인 거지?’
나는 어떤 네임드가 초반부터 아카데미에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대비를 생각해야 나중에 겪을 위험을 낮출 수가 있다.
‘역병? 아냐 그놈은 아냐…. 그놈은 기분파이기 때문에 모략을 꾸밀만한 놈이 아니야.’
그리고 지금 시기엔 강철수에게 입은 피해를 회복하려고 죽음의 대륙에 있을 거다.
‘그렇다면 현혹?’
“…석.”
‘그래 현혹일 가능성도 있겠네. 후반에 등장하긴 하는데. 모략을 잘 하니까.’
“…수석!”
“…아.”
멀어졌던 소리가 다시 돌아온다.
이에 나는 생각에 너무 빠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석 괜찮나? 아까부터 계속 심각한 표정이던데 무슨 문제가 있나?”
강철수의 말에 나는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딱딱한 표정이 느껴진다.
내가 이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니 전혀 몰랐다.
“…이유진 괜찮아?”
어느샌가 다가온 이서연의 물음에 나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서연이 정말이냐고 다시 물었지만 이번에도 나는 그렇다고만 얘기해주었다.
사실대로 얘기하기엔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위험한 거니까.
아니 위험한 걸 떠나서 아직 정확한 것도 아니다.
‘…일단 이곳을 나간 뒤에 알아봐야겠네.’
곰곰이 생각할 필요 없이 알아보면 된다.
아카데미엔 타락 신봉자가 있으니까.
“자 다들. 균열이 활성화되었으니 나가자.”
강철수의 말에 모두가 균열을 보았다.
붉은빛이 아닌 완전한 푸른빛을 띄고 있는 균열.
활성화가 전부 되었으며 아카데미가 관할하는 모의 이면 세계의 균열과 이어졌음을 뜻했다.
이에 나를 포함한 모두가 균열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우린 아카데미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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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복귀하고 나를 포함한 16명은 제일 먼저 치료실에 끌려갔다.
그곳에서 각종 검사를 하고 몸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치료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강철수로부터 실전을 경험하느라 아주 고생했다며 이틀 동안은 수업에 빠져도 정상 출석으로 해줄 테니 푹 쉬라는 언질을 받았다.
어차피 모의 이면 세계를 경험하고 난 뒤에 이틀은 이면 세계에 대한 이론 수업만 하니 실전을 경험한 우리는 들을 필요가 없다며 말이다.
이에 나는 바로 기숙사로 향했고.
깨끗하게 샤워를 한 뒤.
“으어어… 좋다.”
침대에 누워 극락을 경험하는 중이다.
이거다 이거.
고생한 뒤에 느끼는 이 푹신함 이 포근함!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대로 잠들 것만 같다.
하지만 이틀 동안은 뭘 해도 자유니 그냥 잠들어도 되지 않을까.
그 생각에 나는 몰려오는 잠에 몸을 맡기려고… 하는 순간.
“아 맞다!”
퀘스트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에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침대의 헤드보드에 몸을 기대었는데.
“…뭐지 데자뷰 같은데?”
저번에도 이러지 않았나?
“그랬던 것 같기도….”
…이제 하루 째 아닌가?
나 왜 기숙사에 들어온 게 오랜만 같지?
나는 순간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위화감도 잠시.
시야 한구석에서 빨리 확인해달라고 앙탈을 부리는 것 같은 퀘스트 창의 깜빡임에 위화감을 뒤로 치우고 기대감을 안았다.
“자 어떤 보상을 주는지 확인해보자고.”
나는 그리 말하며 시야 한구석에 박아놨던 퀘스트 창을 잘 보이는 곳으로 끌고 왔다.
메인 퀘스트 특유의 찬란한 황금빛이 반짝거린다.
그 빛에 심장이 요란하게 두근거렸다.
과연 어떤 보상을 줄까.
나는 차오르는 군침을 꿀꺽 삼키며 퀘스트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꾹 눌렀다.
띠링.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일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ㅠㅠ
그래도 무사히 오늘 분량을 써서 올릴 수 있었습니다.
내일은 좀 더 힘내서 많은 분량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감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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