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8
갑자기 전투에 난입해서 그런가.
흑색 병사로 인해 파괴되기 직전이었던 백색 병사가 당황한 기색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물론 사람처럼 생기긴 했어도 태생이 골렘인지라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바로 일어나지 않고 멍하니 나를 올려다본다는 건 당황했다는 것밖에 없다.
나는 그런 병사에게 손을 내밀… 려다가 골렘의 무게를 생각하고 슬쩍 다시 집어넣었다.
그 대신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일어나라 병사! 언제까지 주저앉아있을 거냐!”
– …! 죄송합니다! 일어나겠습니다!
내 고함에 화들짝 놀란 병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너무 다급하게 움직여서인지.
쿵.
금이 잔뜩 가서 부서지기 직전이었던 병사의 팔이 바닥에 쿵 떨어졌다.
그래도 다른 팔은 멀쩡하기에 나는 바닥에 나동그라져있던 창을 주워… 아니 이거 왜 이렇게 무겁냐!
아무튼 겨우겨우 들어올려 병사에게 건네었다.
“포기하지 마라 병사! 내가 이곳에 왔으니 승리는 우리에게 있다.”
– …정말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겁니까? 이렇게 수세에 몰려있는데도?
“물론이다. 그러니 가서 싸워라. 장렬히 파괴되더라도 싸워라! 이 모든 건 백색 여왕을 위함이니.”
– ….
내 확언을 들은 병사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이내 병사가 창을 번쩍 들어올리며 외쳤다.
– 우리의 여왕을 위하여!!
그러고는 전장으로 달려 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기 접수했고.”
이 중세 테마에는 한 가지 숨겨진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백색 진영의 병사를 내 수하로 만드는 것이다.
그 방법은 방금처럼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것.
물론 이 숨겨진 요소를 사용하기 위해선 먼저 전장에 참여해야하며.
병사를 구해주고 그 병사의 사기가 꺾여있어야 한다.
이렇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카리스마를 보여주면.
그 병사의 통솔권이 나에게로 온다.
말 그대로 나를 지휘관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전장은 병사의 말대로 백색 진영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태다.
하지만 그 불리한 상황이 오히려 내게는 좋은 상황이다.
수세에 몰렸다는 건 기세가 꺾였다는 것.
만일 그 수세를 내가 만회한다면 역으로 적들을 압도한다면.
이곳의 모든 병사들이 내 수하가 될 테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그러니… 본격적으로 구원 활동을 시작해볼까.
나는 소총을 들어올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게 보인다.
그리고 위기에 빠진 병사를 발견할 때마다.
탕 타앙!
한 발 한 발 단발로 사격하며 적을 날려버렸다.
그런 뒤에 병사에게 다가가 일어나 싸우라며 종용을 하는 등 수하로 만들었고.
– 너는 뭐하는 놈이냐!
– 감히 이방인 주제에 흑색 여왕에게 거역하느냐!
– 백색 놈들과 함께한 죄 죽음으로 갚아라!
병사를 처치할 수 있는 기회를 나로 인해 날려버린 흑색 병사와 기사들이 덤벼들 때마다.
쾅 콰앙! 쾅!
전송 스킬로 몸속에 폭발물을 집어넣어주었다.
그래도 코어가 파괴되지 않아 죽지 않은 놈들에게는 총알을 퍼부어주었다.
그렇게 두 기 세 기 네 기… 점점 수하들이 늘어났고.
나로 인해 백색 진영에 드리웠던 패배의 그림자가 어느 정도 사라졌을 때.
한 백색 기사가 나에게 다가왔다.
– 이방인이여 도움을 주어서 고맙소.
기사가 오른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몸의 손상도가 너무 심해서인지.
툭.
가슴을 두드렸던 기사의 손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가슴에서부터 균열이 일어나더니 우르르 떨어져내렸다.
– ….
“….”
졸지에 가슴속을 보여주게 된 기사가 뻘쭘한 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거는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골렘이라서 속이 텅 비긴 했지만 갑자기 가슴속을 보게 되니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사가 진중한 목소리로 말하길.
– 이방인이여 도움을 준 것은 고마우나 이 전장에서 물러나기를 바라오.
나에게 전장을 떠나라고 권유했다.
이에 나 또한 진지한 태도로 기사에게 물었다.
“왜지?”
– 그대 덕분에 아직 패배하지는 않았으나 우리는 결국 패배하고 말 것이오.
기사가 그리 말하며 자신의 엉망진창이 된 몸과 주변에 널브러진 병사들을 가리켰다.
– 지금 이게 우리의 상태고.
이번엔 적들을 가리켰다.
놈들도 마찬가지로 쓰러진 개체들은 많으나.
아무래도 저쪽이 수성이다 보니 아직도 멀쩡한 상태의 적들이 많이 보였다.
– 저게 적들의 상태이니 말이오.
그러니 라고 말을 덧붙인 기사가 바닥에 박아놓았던 검을 뽑아들었다.
– 이곳을 벗어나시오. 그리고 우리 요새를 찾거든 말해주시오. 우리는 백색 여왕을 위해 장렬히 부서졌노라고.
그리 말하는 기사의 주위로 병사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하나같이 이리 부서지고 저리 부서진 처참한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엄숙한 분위기로 보아 모두 기사와 같은 생각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지.
나는 너희들이 파괴되는 걸 두고 볼 생각이 없는데.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
– …뭐라고 하셨소?
“그렇게는 안 되겠다고.”
너희들은 할 일이 아주 많아.
나 대신 사람들을 찾아주고 데리고 와야지.
그러니 멋대로 파괴될 생각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내가 다 알아서 해결해 줄테니까.
하지만 기사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지 기어코 병사들을 향해 돌진 명령을 내렸지만.
“전부 동작 그만.”
이미 병사들의 통솔권은 모두 내 권한으로 넘어온지 오래다.
– ….
병사들이 자신의 명령이 아닌 내 명령에 따른다는 것을 본 기사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기사가 내게 물었다.
– …그대는 겨우 혼자이지 않소? 그런데 어찌 저 많은 적들을 이길 수 있단 말이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대답 대신 소총의 탄창을 갈아끼웠다.
그리고 철컥 하고 장전을 하며 적들이 있는 요새를 향해 걸어나갔다.
잘 보아라 백색 기사.
내가 놈들을 어떻게 쓸어버리는지.
나는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며 흑색 병력들과 거리를 점점 좁혀나갔다.
그런데 거리가 좁혀질수록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놈들이 비록 골렘이긴 하지만 겉의 모습은 사람이랑 같고 무기도 검이랑 창만 들고 있으니.
이거 꼭… 중세 시대에 총 갖고 타임리프를 한 기분이다.
– 네놈! 무슨 자신감으로 혼자 나서는 것이냐!
–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 그렇게 죽고 싶다면 친히 죽여주마!
내가 혼자 나서서 그런가.
흑색 병사들이 나를 향해 창을 겨눈 채 돌진해왔다.
그런데 얘네들은 학습이라는 게 없는 걸까.
분명 내 총과 폭탄에 많은 병력이 파괴되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을 텐데.
알아서 내게 거리를 좁혀 온다고?
‘나야 땡큐지.’
나는 놈들이 전송 스킬의 거리에 들어오는 족족 앞에다가 지뢰를 깔아주었다.
쾅 콰앙! 쾅!
지뢰를 밟은 놈들의 신체가 사정없이 터져나갔다.
간혹 코어가 파괴되지 않은 놈은 총의 방아쇠를 당겨 파괴했다.
– 내가 이놈들과 같이 당할 거 같으냐!
한 흑색 기사가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돌진해왔다.
계속 바닥에서 충격파가 터져나오니 지뢰를 피하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지뢰가 싫어? 그러면 이거 줄게.”
나는 지뢰를 거르는 놈에게 전송으로 수류탄을 넣어주었다.
콰아앙!
산산조각 나버린 흑색 기사.
지뢰를 밟아도 간혹 살아남은 병사들과 다르게 기사는 코어와 함께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그렇게 얼마나 걷고 얼마나 파괴했을까.
– …재앙이다.
– 걸어다니는 재앙이야!
– 모두 후퇴하라!
어느새 나는 적들에게 재앙(災殃)으로 불리고 있었다.
하긴 저들의 눈에는 내가 그저 걷기만 해도 병사들과 기사들이 펑펑 터져나가니.
내가 재앙으로 보일만 할 것이다.
그런데… 나 한 명 가지고 모두 후퇴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나는 모든 흑색 병력들이 요새로 달려가는 광경에 실소를 흘렸다.
하지만 나는 말해주고 싶다.
그건 잘못된 선택이라고.
“요새에 들어가면 내가 아무것도 못할 줄 아는 건가?”
나는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경직된 모습으로 나를 보고 있는 기사와 병사들에게 외쳤다.
“전군─! 집결하라─!”
내 집결 신호를 기다렸다는 듯이 석상처럼 굳어있던 기사와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 이방인… 아니 영웅이여! 정말… 정말 대단하오!
뭐야 나 이방인에서 영웅이 됐네?
나는 승급한 호칭에 다시 한번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런 내 모습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만약 사람이었다면 초롱초롱했을 눈으로 나를 보며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것을 듣고 있을 때가 아니기에 손을 들어 기사를 제지했다.
“감탄은 나중에 하고 이것 좀 성문 앞에 갖다 놓고 와.”
나는 그리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수류탄과 지뢰가 든 박스 열 개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그나마 팔이 멀쩡한 병사들이 박스를 들고 성문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요새 안에 있는 놈들은 뭐하는 놈들일까.
성벽 위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을 구경만 할뿐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
‘멍청한 놈들 나 같으면 창이라도 던졌다.’
지금 병사들이 성문에 내려놓고 있는 폭탄 열 박스.
저 정도 물량이면 충분히 성문을 박살내고도 남는다.
그리고 설령 부서지지 않는다고 해도 아직 내 인벤토리에는 개수를 헤아릴 수 없는 양의 보급품들이 있다.
그러니 만약 부서지지 않아도 조급할 것은 하나도 없다.
또 갖다놓으면 되니까.
– 저게 무엇이오?
기사가 궁금하다는 듯이 병사들이 갖다놓은 폭탄물 박스에 대해 물었다.
그런 기사에게 나는 인벤토리에서 유탄 발사기를 꺼내며 말했다.
“성문 열쇠.”
– 성문 열쇠? 저게 말이오?
기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되물어왔다.
하지만 나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행동으로 보여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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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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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아아아아아아아앙──!!
우르르르르르…!
“맞잖아 성문 열쇠.”
– ….
내 말에 기사는 할 말을 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정말 미안해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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