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2
타락자의 몸에서 휘몰아치는 마기 폭풍.
그 마기 폭풍 속에서 타락자의 몸이 점차 변이(變異)를 일으켰다.
타다당─!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총을 격발해보았다.
하지만 내 힘이 모자라서인지 아니면 게임과 같은 현상인 건지.
치트의 효과가 적용되어 있는 총알이 마기 폭풍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소멸되었다.
그래도 폭탄은 통하지 않을까 싶어 수류탄을 던져보았지만.
콰아앙!
소리만 요란할 뿐 마기 폭풍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 광경에 혀를 차며 총을 내렸다.
“요즘은 변신을 기다리지 않는 게 대세인데….”
이대로 적이 강해지는 걸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다니.
신 아니면 개발자 양반 이거 맞아?
아니 게임이 현실이 되었으면 페이즈 스킵이 가능해야할 거 아니야.
…라고 불만을 토로하며 인벤토리에서 방독 마스크를 꺼내 쓰는 순간.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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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퀘스트(Event Quest) – [위업(偉業)]
【생존하기】
타락자로부터 살아남으십시오.
※ 5분 뒤 지원군이 도착합니다.
– 보상 : 50000포인트(활약에 따라 추가 보상) ???
– 실패 :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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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퀘스트가 나타났다.
그것도 ‘위업’이 달린 상태로.
“…여기서 위업 퀘스트가 나타난다고?”
가뜩이나 2페이즈로 넘어가면서 적이 강해지고 있는데?
물론 위업 퀘스트가 떴다고 적이 2배 강해지는 건 아니지만.
위업이 떴다는 건 사망 플래그가 짙게 깔렸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공포와 불안보단 기대감이 더 컸다.
“5만 포인트에 물음표 보상이라… 최소 못해도 선택 사용권이겠지?”
그건 바로 퀘스트의 보상 때문.
퀘스트의 내용이 비록 ‘해치워라’가 아닌 ‘생존하기’지만.
사활(死活)을 걸어야할 만큼 보상 또한 무척이나 달달할 것이다.
“5분 그까짓 것 생존하고도 남지.”
아니 생존하다뿐인가.
잘하면 녀석을 죽일 수도 있다.
지금 내겐 성탄을 쏠 두 번의 기회가 있으니까.
“후우.”
나는 긴장 어린 숨을 훅 내뱉으며 소총의 탄창을 갈아끼웠다.
아직 탄약이 절반이나 남아있지만 미리미리 새 탄창으로 갈아끼워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화력이 올라가니까.
후우우우웅….
타락자의 변이가 거의 끝나가는지 거세게 휘몰아치던 마기 폭풍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다시 한번 무장을 점검하며 폭풍 속을 보았다.
그러자 폭풍 속에서도 훤히 보이는 붉은 눈동자가 섬뜩한 빛을 흘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 보이는 건 나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강렬한 살의.
오직 그것뿐이었다.
나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신체가 약한 탓에 몸이 멋대로 덜덜 떨렸지만.
그럭저럭 있는 정신력과 ‘강인한 정신(A)’ 덕분에 공포나 두려움 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일까.
피식자인 내가 겁을 먹지 않는 것에 화가 치솟는지.
「그르르르….」
타락자가 짐승 특유의 거친 울음소리를 흘리며 더욱 강하게 살기를 쏘아 보냈다.
“이제 사람의 형태가 아니라고 짐승처럼 굴기로 한 거야?”
하지만 나는 그런 살기에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비아냥거렸다.
「반… 드시 갈기… 갈기 찢어서….」
“오 완전히 짐승이 된 건 아닌가 보네?”
아직도 이성이 남아있었는지 어눌한 말투로 날 죽이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비아냥거리며 놈의 성질을 긁었다.
「캬아악! 캬아아아악─!」
그래야 놈을 상대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쉬워지니까.
그렇게 타락자의 이성을 갉아내기도 잠시.
후우웅… 뚝.
마기 폭풍이 사라졌다.
「캬아아아아악─!」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타락자가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박찼다.
콰앙!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바닥이 부서지고.
일순간 타락자의 모습이 흐려지는가 싶더니.
“…!”
상반신 전체에서 따끔한 감각이 느껴졌다.
이에 나는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쐐애애애액─!
그러자 조금 전의 발리스타처럼 몸 위로 스쳐 지나가는 강렬한 풍압.
그 뒤를 이어 등에서 느껴지는 따끔함에 옆으로 몸을 굴리자.
콰아아앙!
내가 있던 자리가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곳엔 변이되면서 팔이 재생한 타락자가 짐승처럼 네 발로 서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2페이즈의 타락자는 징그럽다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역안이긴 했지만 인간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던 타락자.
그러나 지금 2페이즈로 돌입한 타락자의 모습은 혐오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런 타락자의 모습을 묘사하자면.
몸은 호랑이처럼 짐승의 형태이나 머리는 인간의 형태를 하고 하고 있으며.
등에는 8개의 촉수가 전신에는 머리의 눈과 같은 수많은 붉은 눈알이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다.
나는 저 모습에 타락 신봉자가 얼마나 미친놈들인지 새삼 깨달았다.
아니 아무리 강해지고 싶다 해도 저런 모습이 되고 싶을까?
나 같으면 죽을지언정 절대 저런 모습은 되지 않을 텐데.
어휴 또라이들.
「크르르르….」
이젠 본능밖에 남지 않은 걸까.
나를 보는 타락자의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침이 뚝뚝 흘렀다.
반드시 나를 죽이겠다며 갈갈이 날뛰더니 결국 짐승의 본능만 남아서 그런 걸까.
놈은 지금 필살(必殺)의 의지보단 탐식(貪食)의 의지가 더 강해진 것 같다.
그 모습에 나는 씨익 웃었다.
이로써 상대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물론 이성이 있을 때보단 더 매섭고 더 강력해진다.
하지만 놈이 최상위급 이상의 강함을 가지고 있으면 모를까.
놈은 내가 공격에 반응하고 피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공격 방식까지 단순해진다?
내 공격 수단이 조금만 더 강력했어도 놈은 지금쯤 머리가 터져서 바닥을 뒹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놈에게 통하는 무기가 딱 하나밖에 없기에 나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게 보여다오.
너의 빈틈을.
“침을 그렇게 흘리는 걸 보니 내가 맛있어 보이나 보다?”
「큭큭큭큭….」
내가 도망치지 않는 걸 보고 포기했다고 생각했는지.
타락자가 징그럽게 웃으며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마치 먹잇감을 갖고 노는 것처럼.
나는 그 모습에 타락자는 이성이 사라져도 본연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 게임에서도 지금 현실에서도 끔찍한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쩌지.”
나는 너에게 먹힐 생각이 전혀 없는데.
그리 생각하자마자 홀스터에서 홀리 건을 빼어 들어 격발했다.
탕─!
「…!!」
본능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내가 쏜 총알로 인해 팔을 잃은 고통을 기억하는지.
화들짝 놀라며 내게서 거리를 벌렸다.
「…? 큭큭큭큭!!」
하지만 막상 총알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자 타락자가 비웃음을 흘리며 다시 내게 다가왔다.
그런 타락자의 비웃음에 나 또한 똑같이 비소를 흘리며 말했다.
“병신 빈틈 보였네?”
[슈퍼 정확도 [ON / OFF]]
성탄을 쏘기 전 OFF 상태로 바꿔놓았던 치트.
그것을 다시 ON 상태로 되돌리자.
띵동.
치트 툴 특유의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슈퍼 정확도 [ON / OFF]]
치트가 다시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치트의 효과가 적용된 성탄은.
날아가던 방향을 급선회해 타락자의 머리를 향해 쇄도했고.
퍼어어엉─!
그대로 타락자의 머리… 아니 오른쪽 어깨를 터트렸다.
「…캬아아아아악!!」
이성을 가지고 있을 때는 아슬아슬하게 막았건만.
본능만 남아서인지 놈은 총알이 뒤에서 날아옴에도 고개를 꺾어 총알을 피해냈다.
하지만 즉사만 면했을 뿐이지 성탄의 효과로 인해 목 밑에서부터 어깨가 터지고 녹아내려 거의 반죽음 상태가 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연기 더럽게 못하네.’
그렇다.
타락자 이 새끼.
지금 연기하고 있다.
「크아악! 크아아아악─!」
바닥에 엎어져 검은 피를 토하고 있는 타락자.
그런데 타락자는 초인을 넘어서는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2페이즈로 넘어가면서 마물처럼 변한 타락자의 재생력은 거의 2배로 상승한다.
그런데도 저렇게 상처가 재생하지 않는다고?
물론 성탄의 효과로 재생력이 약화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성탄이라고 해도 머리가 터지지 않는 이상 저렇게 아예 재생이 안 될 수는 없다.
그러니 지금 타락자는 빈틈을 보였던 것처럼 내가 빈틈을 보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 놈이 원하는 대로 보여줘야지.
“내가 이겼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리 말하자 타락자가 더욱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었다.
그런 타락자를 향해 총을 겨눈 나는 승리의 미소를 띄우며 그대로 격발했다.
탕! 탕!
「킥─!」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타락자가 벌떡 일어나며 어느 정도 재생된 어깨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놈의 기대와 다르게.
퍽.
어깨에 부딪친 것은 고무탄이었다.
「…?」
타락자가 멍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분명 방금처럼 고통이 느껴져야 하는데 이번에는 아무런 고통도 없기에 의아한 것이다.
나는 그런 타락자에게 부서져 내리는 총을 보이며 말했다.
“페이크야 병신아.”
띵동.
「…!!」
타락자가 눈을 부릅 뜨며 뒤를 보았다.
아니 보기도 전에.
퍼어어엉─!
놈의 머리가 사라졌다.
쿠웅….
머리를 잃은 타락자의 몸이 풀썩 쓰러졌다.
나는 그런 타락자를 향해 소총을 겨누었다.
아직 마기가 사라지… 고 있네.
“후아!”
결계처럼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마기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소총을 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건 타락자가 확실하게 죽었다는 뜻.
이에 나는 잔뜩 조이던 긴장이 풀려버렸고.
몸에 힘이 빠진 나머지 털썩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 마기 결계가 걷혔다!
– 영웅께서 살아 계신다!
– 영웅이시여 괜찮으십니까!
밖에서 마기 결계를 두드리고 있었는지 백색 기사와 병사들의 무기가 부서지다 못해 몸이 만신창이였다.
이 녀석들… 감동이다.
너희들이 영웅이었던 것들보다 낫구나.
“그나저나 지금 퀘스트 시간 얼마나 남았지?”
나는 최소화시켰던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확인해 보니.
[00 : 01]
…
[00 : 00]
…
지금 막 시간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퀘스트의 내용대로.
이유지이이이이이인──!!
저 멀리서 내 담당 교관 강철수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아오 아카데미식 클리셰.”
아카데미 특.
항상 상황이 종료되고 나타남!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zakuti 님 오늘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우리의 교관 강철수는 학생을 위해서라면 멀리서라도 달려온다!
—
이번 에피소드는 일부러 빨리 끝냈습니다.
네임드도 아니고 겨우 상위급 타락자의 분량을 많이 넣기엔 좀..
그래서 타락자는 이런 놈이구나 라는 것을 보여주고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그나저나 보상을 뭘 준비해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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