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3
연금공방.
연금술사의 연금술사에 의한 연금술사를 위한 기관.
한국이 본점이며 여러 나라에 ‘연금술 길드’라는 이름으로 지점이 세워져 있는 이 기관은 연금술사라면 무조건 가입해야하는 곳이다.
물론 ‘필수’도 아니고 그에 따른 불이익이나 압박 같은 것은 전혀 없기에 가입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전 세계의 연금술사들은 대부분 연금공방에 소속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작권 등록 및 보호 고객 및 기업 알선 물품 대리 판매 대출(연 이자 1%) 그리고 요청 시 신원 보호까지 연금공방에서 다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골방에 처박혀서 주구장창 연금 아이템을 만드는 연금술사들이 가입 안 하고 배길 수 있을까.
“어서 오십시오 연금공방에.”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옆에 나타난 홀로그램.
안내원의 모습을 한 홀로그램은 나를 향해 허리를 숙여보이고는 공방에 방문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회원 및 저작권 등록을 하려고요.”
“그 외에 용건은 없으십니까?”
“예 없습니다.”
“그러면 고객 님이 말씀하신 ‘회원 등록 및 저작권 등록’ 을 담당하는 부서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홀로그램 안내원이 그리 말함과 동시에 내 발끝에 푸른 선이 생겨나더니 어딘가로 쭉 이어졌다.
“고객 님이 말씀하신 담당 부서의 안내 선입니다. 그 선을 따라 이동하시면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고객 응대가 끝났는지 컴퓨터 전원이 꺼지는 것처럼 홀로그램 안내원이 사라졌다.
“…아카데미는 이런 기술 도입 안 하나?’
아니면 만들거나.
나는 안내 선을 따라 걸으며 아카데미의 크고 넓은 본관을 떠올렸다.
교직원실 교관실 물품 보관실 등 많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 본관.
그래서 지하철의 안내도처럼 복잡하기 짝이 없는 본관.
그런 본관에 이런 기술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중에 또 이사장 님이랑 면담하게 되면 한 번 건의해봐야겠다.’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기도 하고 직원 복지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실 것이다.
띵.
[3층입니다.]
안내 선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자 바로 보이는 ‘등록 부서’.
그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내 선이 사라지고 홀로그램이 아닌 진짜 사람이 나를 반겨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립니까?”
“회원 등록이랑 저작권 등록을 하려는데요.”
“아 회원 등록이랑 저작권 등록을 하러 오셨군요.”
접수대 직원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접수대 밑에서 두 종이를 꺼내며 펜과 함께 내게 내밀었다.
“그러면 여기 두 서류에 작성 좀 해주시겠습니까?”
[연금공방 회원 가입서] [저작권 등록 신청서]
두 서류에 적혀 있는 내용은 별거 없었다.
연금공방 회원 가입서 같은 경우는 ‘이름’ ‘전화번호’ ‘주소지’ 가 끝이었고.
저작권 등록 신청서 같은 경우는 ‘저작권 등록할 물건의 효능 및 효과 부작용 상세 기입’ ‘물건의 레시피 상세 기입’이 끝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이에 나는 바로 고개를 들어 직원에게 말했다.
“저기요 서류에 문제가 있어요.”
“예? 서류에 문제가 있다고요? 그럴 리가…?”
직원이 살짝 당황한 얼굴로 접수대 밑에서 내게 건넨 서류와 같은 것을 꺼내 확인했다.
“고객님 제가 보고 있는 서류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만…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작권 등록 신청서에 적을 공간이 부족해요.”
“…예?”
“신청서를 더 주셔야 한다고요.”
“…신청서가 더 필요하시다고요?”
직원이 순간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내려 자신이 들고 있는 신청서를 확인했다.
“…이 정도면 널널할 텐데?”
직원의 혼잣말대로 신청서의 맨 상단에 기입 양식만 적혀있는 만큼 다섯에서 여섯 개 정도의 레시피를 적기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각일 뿐이고.
내가 비록 연금술을 전공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알고 있는 연금 레시피만 해도 수백 개가 넘는다.
물론 그 많은 레시피를 전부 적을 생각은 없다.
일단 오늘은 타락 신봉자에게 보여줬었던 회복 물약 관련 레시피만 등록하고.
그 외 레시피들은 빈약한 연금계의 실태를 확인한 뒤 그에 맞게 차근차근 풀 생각이다.
그래도 오늘 저작권 등록할 물약 레시피의 수만 해도 스무 개가 넘는다.
그런 만큼 겨우 이 종이 한 장으로는 어림도 없다.
“일단 여덟 장 정도 주시겠어요?”
여덟 장도 부족할 거 같긴 한데… 쓰고 모자라면 또 달라고 하면 되겠지.
“여… 덟 장이요?”
직원이 경악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그 모습에 나는 연금술사들의 수준을 대충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이 아니기에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다른 연금술사들은 저작권 등록을 많이 안 하나요?”
직원이 신청서 여덟 장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대체로 그런 편이죠. 보통 연금술사 분들이 등록하는 저작권 개수는 평균 두세 개밖에 안 되니까요.”
“그것만 등록하고 또 등록은 안 해요?”
“그러시는 분들이 있긴 한데 극소수밖에 안 돼요.”
“그럼 대다수의 연금술사들은요?”
“그분들은 저작권 두세 개 정도만 등록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사니까 또 등록하지는 않아요. 말 그대로 안주하는 거죠.”
“….”
찾았다.
현실이 게임과 다른 이유.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데.’
저 사람보다 더 잘나고 싶다.
저 사람보다 더 많이 벌고 싶다.
저 사람보다 더 유명해지고 싶다.
그런 향상심은 물론 연금술이라는 학문을 발전시키거나 진리(眞理)를 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마치 연금술사에겐 그런 욕망이 허락되지 않은 것처럼.
‘이 정도면 명맥만 이어져 온 꼴인데….’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건 전혀 모르겠다.’
이것도 랜덤 인카운터로 인한 변수(變數)인가?
하지만 그러기엔 범위가 너무 방대한데….
나는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에 잠깐 머리를 환기시킬 겸 직원에게 저작권을 최고로 많이 등록한 사람에 대해 물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길 바랐다.
그래야 빈약하다 못해 최악인 연금계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가 있으니.
“미다스 님이세요. 얼마 전에도 등록하고 가셔서 이제 등록한 저작권 개수만 해도 30개이시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 대해 말하듯 직원이 활발한 목소리로 내 질문에 답해주었다.
“미다스….”
다행이다.
이 부분은 게임과 다르지 않아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다스 그녀에 대해 생각했다.
미다스(Midas).
훗날 연금술의 대가(大家)라고 불리는 여인.
아니 어쩌면 지금 그렇게 불리고 있을 수도 있다.
평균 두세 개의 연금 아이템만 만들고 안주하는 연금술사들과 다르게 그녀는 꾸준히 연금술에 파고드는 것 같으니까.
‘하긴 S등급 재능이 엄청나긴 하지.’
그래도 향상심이 없으면 그 S등급 재능도 쓸모가 없는 법.
그러니 미다스는 그 재능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높은 향상심과 탐구열을 갖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되네….’
연금계의 실태가 너무 심각해서 내가 멱살 잡고 끌어올려야 하나 했는데.
미다스가 있으면 문제 없지.
아니 문제가 있어도 상관없다.
100명을 가르치는 것보다 1명을 가르치는 게 더 쉬우니까.
‘나중에 그녀에게 접촉해서 내가 알고 있는 레시피를 다 알려줘야지.’
돈이야 그녀에게서 받으면 된다.
그녀는 그리스에 굴지의 포션 기업을 가지고 있으니.
그리고 그녀 성격상 저작권료 부럽지 않게 매달 넉넉히 챙겨줄 것이다.
그래도 이왕 연금공방에 왔으니 예정대로 물약 레시피는 등록할 거다.
지금 당장은 미다스를 만날 수 없으니 저작권료라도 타 먹어야지.
“이거 서서는 못 쓸 거 같은데 어디 앉을 데 없나요?”
“…아 예! 여기 왼쪽 길로 가시면 휴식실이 있어요 거기서 쓰시면 될 거 같아요.”
“네 그럼 잠시 후에 올게요.”
&
직원이 알려준 휴식실에서 총 21개의 회복 물약 레시피를 적은 나는 다시 직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여덟 장의 서류를 제출했다.
그러자 직원이 아까 전처럼 경악한 얼굴로 빽빽하게 쓰인 서류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정신을 차린 직원이 내가 챙긴 서류를 챙기고 어딘가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빈손으로 돌아온 직원이 내게 따라오라며 어딘가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재료는 다 가지고 계시죠?”
“아 바로 심사하나요?”
“네 오늘 마침 심사관 분들이 자리에 계셔서 바로 심사받으실 수 있으세요.”
운이 좋네.
게임에서도 심사관은 자리에 잘 없어서 저작권 등록하려면 며칠(게임 시간)정도 걸렸는데.
“바로 들어가면 되나요?”
“네 들어가시면 됩니다.”
직원의 확언에 나는 바로 문에 노크를 한 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자.
“어서 오십시오.”
“허허 이렇게 젊은 사람일 줄이야.”
“그러게 말일세 연금계에 새로운 혜성이 나타났구만.”
깐깐해 보이는 중년 여성 한 명과 인자해 보이는 두 명의 노야가 나를 맞이했다.
“응시자 이 서류에 적은 레시피가 모두 응시자의 것이 맞습니까?”
중년 여성 심사관A가 내가 제출한 서류를 들어올리며 물었다.
“예 맞습니다.”
“…대단하시군요. 이렇게 많은 레시피를 알고 있다니 미다스 이후로 처음입니다.”
“그러게 말일세 미다스 외에 모두 발전이 없어서 연금계는 이대로 끝인 줄 알았건만.”
“홍복일세 홍복이야.”
“어르신들 아직 모릅니다. 응시자가 제출한 서류에 적힌 효능과 효과가 맞는지 확인해봐야지요.”
“그렇긴 하지.”
“음 음.”
심사관A의 말에 심사관 어르신들이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고로 응시자. 지금 바로 제작이 가능하십니까?”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능합니다.”
“그럼 바로 제작해주십시오.”
그 말에 나는 연금 키트가 있는 커다란 탁자에 다가갔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가지고 온 재료들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런 뒤 머릿속의 기억과 이 순간을 위해 구매한 재능 ‘알케미스트의 고위 연금술(A)’의 인도에 따라 연금술을 보이기 시작했다.
&
&
&
총 21개의 물약 레시피는 아무런 문제 없이 저작권 등록이 되었다.
등록된 저작권의 이름은 ‘맛있는’ 회복 물약.
그것도 딸기맛 초코맛 바나나맛 등등 여러 가지 맛으로 등록이 되었다.
이제 쓰고 떫고 매운 회복 물약의 시대는 끝난 것이다.
아 그리고 민트맛은 등록하지 않았다.
그건 훗날 실수로 맛있는 회복 물약을 만들 원작자를 위해 남겨두었다.
최초로 회복 물약을 만들었던 것이 민트맛 회복 물약이었으니까.
…내가 민트맛을 싫어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아무튼 저작권 등록도 끝났겠다.
아스카나 이서연에게 줄 탕후루나 주스 좀 사갖고 복귀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연금공방을 나서는 그 순간.
콰아아아아앙!
멀리서 폭발음이 들려오고.
위이이이이잉!
그와 동시에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 테러 발생! 테러 발생!
– 현재 연금공방 거리에서 테러 발생 중! 시민들은 테러 대피 매뉴얼에 따라 신속히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전해드립니다! 현재 연금공방 거리에서….
“…하.”
또 연금공방에 랜덤 인카운터가 터졌다.
“이번엔 테러냐.”
특수탄 재료 때문이라도 연금공방 거리는 자주 와야 하는데.
이렇게 랜덤 인카운터가 자주 터지면 곤란하지.
“이거 해결하고 택배 주문이 가능한지 알아봐야겠다.”
그래도 이번에 얻은 재능들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띵동.
[무한 아이템 ON / OFF]
좋게 생각하기로 할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zakuti 님 오늘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엘렝레기] 님 코인 후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랜절올리는콘)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