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0
『빌어처먹을 애새끼가─!』
현혹에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모든 것이었다.
그런 현혹에게 ‘너 못생겼잖아’ 이 한마디는 세상의 모든 욕을 합친 것보다 모욕적이며 치명적인 말이었다.
말 그대로 도발 한 번에 격노 게이지가 풀로 차오른 것이다.
『감히… 감히…!』
그런데 도발의 효과가 너무 뛰어난 탓인지.
현혹은 이서연을 거들떠보지 않은 채 오직 나만을 노리고 있었다.
쐐쇄쇄쇄쇄쇄쇅─!
주인의 분노에 감응하듯 촉수가 미친듯이 날뛰었다.
몸의 모든 부위가 따끔거렸다.
시야에 엉킨 실타래같은 붉은 선이 내 전신을 노렸다.
바닥을 박차며 뒤로 달려도.
우르르 쾅쾅!
총을 연신 격발해도.
촉수 폭풍은 점점 근접해왔다.
‘아 미치겠다 수류탄을 사용할 수도 없고!’
실습 때처럼 앞에 충격 수류탄을 터트려서 거리를 벌리고 싶다.
하지만 성스러운 수류탄(A+)이라면 모를까 일반 폭탄으로는 현혹의 촉수를 튕겨낼 수도 대미지를 줄 수도 없다.
그렇다고 성스러운 수류탄을 터트렸다간 촉수와 함께 폭사하고 만다.
…어쩔 수 없다. 도움을 외칠 수밖에.
“이서연 도움!”
그러자 촉수 하나를 거의 자르기 직전이었던 이서연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닥을 박차며 내게 달려왔다.
그러고는 수호 기사처럼 나를 뒤로 밀어내며 촉수 폭풍을 가로막았다.
채채채채채채채챙─!
“그 더러운 것들을 이유진에게 갖다대지 마.”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목소리로 경멸을 내뱉는 이서연의 검에 촉수들이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현혹은 이서연이 그러거나 말거나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놈의 핏발이 선 역안은 오직 나만을 비추고 있었다.
『나를 추하다고 해─!』
현혹이 격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를 내질렀다.
내가 추하다고 언제 그랬어 못생겼다고 했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무 친절하게 말한 거 같다.
“네 얼굴 슈밤쾅.”
『…뭣.』
순간 현혹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나와 이서연은 그 빈틈을 보자마자 급소를 향해 검을 내지르고 총을 격발했다.
채챙─!
하지만 우리 둘의 기습은 실패로 돌아갔다.
현혹이랑 같이 동작을 멈추었던 촉수들이 주인의 위기를 감지했는지 우리 둘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이 이이….』
현혹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네 얼굴 슈밤쾅’의 말이 워낙 충격이었는지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 개새끼가아아아악──!!』
현혹이 격노에 찬 욕설을 토하며 마기를 터트렸다.
파아아아앙!
순간 터져 나온 마기 폭발에 나와 이서연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물론 우리 둘은 가만히 날아가지만은 않았다.
이서연은 검기를 날려댔고.
나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헨젤이 조약돌을 뿌리듯 수류탄을 전송했다.
투두두두둑.
은빛 조약돌 대신 은빛으로 빛나는 수류탄들이 일정 간격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 광경을 보며 바닥에 떨어진 나는 자세를 바로 함과 동시에 이서연에게 외쳤다.
“이서연 검막!”
“응!”
내가 지시를 내리자마자 이서연이 바닥에 검을 꽂았다.
우웅!
나와 이서연의 앞에 겨우 몸을 가릴 정도의 방벽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기에 나는 방벽을 피해 총을 격발했다.
우르르 쾅─!
천둥소리와 함께 쏘아진 푸른 섬광이 위로 치솟았다가 내가 주시하는 목표를 향해 방향을 꺾으며 내리 꽂혔다.
콰아앙!
탄환에 직격당한 수류탄이 터져나갔다.
그리고 그 폭발을 시작으로 일정 간격마다 깔린 수류탄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콰과과과과과과광─!!
『…아아아악!』
격노를 토하던 현혹이 고통 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회복을 포기한 만큼 신체 강도가 매우 약해졌기에.
대미지를 받지 않았던 아까와 달리 지금은 대미지가 고스란히 들어갔다.
『아악! 아아악─!』
화륵 화르륵!
현혹의 몸에 타오르는 백색 불길.
신성력이 마(魔)를 살라먹기 위해 맹렬히 타올랐다.
그런 신성력에 힘을 보태고자 나는 현혹의 앞에 전초기지에 피해가 안 갈 만큼의 수류탄들을 전송했다.
그리고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이유지이이이인──!!』
현혹이 증오와 분노를 담아 내 이름을 부르짖었고.
콰아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모습이 사라졌다.
나는 놈이 죽지 않았음을 알았다.
아주 약간의 차이로 놈이 먼저 사라졌으니.
하지만 나는 놈이 어디로 사라졌고 어디로 나타날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재능 ‘저격수의 날카로운 감각(A+)’의 효과 중 하나인 ‘살기 감지 된 ‘적’ 실시간 추적 및 행동 감지’.
그 효과로 놈의 위치가 훤히 보이고 있었으니까.
“후우.”
나는 숨을 길게 내쉬며 긴장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재능의 효과로 놈의 위치를 파악하면서 언제든 대응할 수 있게 준비를 했다.
휙 휙휙!
차가 쌩쌩 지나가는 것처럼 현혹이 나와 이서연의 주변을 맴돌았다.
어디를 공격할지 고민하는 듯 내 시야에 빨간 선이 생겼다가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이 멍해지고 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놈이 공격하기 전 매혹을 건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 있는 곳은 노아의 신성 결계 안이다.
그것도 성창의 효과로 펼쳐진.
우웅.
몸에 따뜻하고 포근한 감각이 들면서 매혹이 해제되었다.
그래도 나는 매혹에 걸린 것처럼 행동했다.
멍한 얼굴로 팔을 축 늘어트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현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현혹의 앞에 바로 수류탄을 전송했다.
“멍청한 년.”
『…뭣!』
현혹이 기겁한 얼굴로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황급히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전에 내 총이 수류탄을 터트리는 것이 더 빨랐다.
콰아아앙─!
『끼아아아악─!』
현혹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철퍽.
그런 현혹이 있던 자리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놈의 한쪽 팔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아… 겨우 팔 한쪽?”
코앞에서 수류탄이 터진 만큼 죽거나 치명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네임드는 네임드라 이건지.
신성 결계와 내 재능 ‘악마 사냥꾼의 비기(A)’의 파생 패시브 ‘악마 사냥(마(魔)속성 ‘적’ 능력치 20% 하락)’에 약화되었어도 최상위급답게 맷집이 아주 튼튼했다.
『꺄아아아아악─!』
현혹이 팔이 떨어져 나간 왼쪽 어깨를 부여잡으며 고통을 내질렀다.
그 어느 때보다 큰 비명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체가 잘리거나 부서지는 것에 익숙한 타락자가 왜 겨우 팔 한짝 잘린 것으로 저리 난리를 치는 걸까.
그 이유는 금방 밝혀졌다.
화르르륵!
지금 현혹이 부여잡고 있는 어깨에 백색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 그곳만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신성력이 몸 안으로 침투하고 있는 것 같다.
‘오… 약점 발견.’
콰드드득!
결국 신성력 침투를 버티지 못한 현혹이 자신의 어깨를 뜯어버렸다.
‘아 아쉽다.’
그냥 놔두지.
그럼 신성력이 천천히 정화시켜줬을 텐데.
나는 아쉬움을 담아 현혹의 앞에 정확히는 어깨 쪽에 수류탄을 전송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류탄을 터트리기도 전에 현혹이 먼저 사라져버렸다.
『이유지이이이인─! 너 만큼은─! 너 만큼으으으은──!!』
사방에서 현혹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살의가 내 몸을 짓눌렀다.
『죽어어어어어엇──!!』
현혹이 고함을 내지르며 내 앞에 나타났다.
그런 현혹의 행동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팔을 잃은 게 그렇게 충격이야?”
대놓고 공격해올 정도로?
“뭐 나야 땡큐지만.”
나는 싱긋 웃으며 현혹의 앞과 뒤에 수류탄을 전송했다.
그와 동시에 현혹의 촉수가 나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날아왔다.
하지만 촉수가 내 몸에 닿는 일은 없었다.
“이유진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어.”
철벽처럼 든든한 이서연이 나를 지켜주고 있었으니까.
『이 개 같은 년이─! 그래 너도 저놈이랑 같이 죽어──!!』
현혹이 격노를 터트리며 이서연을 몰아쳤다.
그에 따라 이서연의 검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현혹의 촉수들을 튕겨냈다.
채채채채채채챙─!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허공에 주황빛의 불꽃이 연신 번쩍였다.
『왜 밀리지 않는 거야! 왜… 왜─!』
아까 전과 달리 이서연의 방어를 뚫을 수 없자 현혹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어투로 외쳤다.
이에 이서연이 말했다.
“이유진이 내 뒤에 있어.”
그러니 절대 물러설 수 없어.
…라는 말에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남주인공에게 지켜지는 여주인공의 입장이 된 거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이서연이 ‘흡’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아래에서 위로 검을 크게 휘둘렀다.
채애애앵─!
청아한 쇠소리와 함께 현혹의 촉수들이 위로 튕겨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이서연이 검막을 만들며 외쳤다.
“이유진 지금!”
그 신호에 나는 지체하지 않고 양손의 총을 격발했다.
『…!』
천둥소리와 함께 푸른 섬광이 쏘아지는 것을 본 현혹이 황급히 바닥을 박찼다.
위로 뛰어오르는 것으로 폭발을 피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내 그럴 줄 알고 총의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놈의 머리 위에 수류탄 하나를 전송해놨다.
『…뭣!』
현혹이 경악을 내뱉었다.
수류탄을 피해 위로 뛰어올랐건만 위에도 수류탄이 있으니 기겁한 것이다.
『…이익!』
현혹의 촉수들이 수류탄을 향해 쇄도했다.
그런데 놈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내가 쥐고 있는 총은 한 자루가 아니라 두 자루였고.
놈이 수류탄을 발견하기도 전에 이미 격발을 한 뒤였다는 것이다.
『…어?』
현혹의 시야에 푸른 섬광 번개를 품은 탄환이 담겼다.
그리고 그 탄환이 자신의 촉수들보다 먼저 수류탄에 닿는 것까지 본 현혹이 외마디 말을 툭 내뱉었다.
『아.』
그 소리와 동시에.
콰아아아앙─!
현혹의 위와 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백색 불길이 놈의 모습을 집어삼켰다.
『끼아아아아악──!!』
백색 불길 속에서 현혹의 고통이 울려퍼졌다.
나는 그 비명을 들으며 수류탄을 전송했다.
아니 전송하려고 했으나.
욱신!
“…끄윽!”
심장이 쥐어짜이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이에 몸을 관조해보니 마력이 거의 바닥을 기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건 이서연 또한 마찬가지인지.
“하아… 하아….”
검에 몸을 의지한 채 창백한 얼굴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 이서연의 입에 영능단을 넣어주며 나는 총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백색 불길로 잘 보이지 않는 현혹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가 울리고.
파지지지직─!
푸른 섬광이 연신 궤적을 그리며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철컥!
탄환을 다 썼는지 슬라이드가 뒤로 당겨졌다.
이에 나는 신속하게 총의 탄창을 버리고 전술조끼에 꽂아두었던 새 탄창으로 갈아끼웠다.
그리고 철컥 슬라이드를 당기며 장전을 하는 순간.
쐐애애애애액─!
불길 속에서 두 개의 촉수가 튀어나오며 나를 향해 날아왔다.
우르르 쾅쾅─!
탄환에 직격당한 촉수들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금방 경직에서 벗어난 촉수들이 재차 공격해왔다.
이번에도 총을 격발하며 촉수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튕겨냈다.
그렇게 두세 번 정도 반복하던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 촉수가 두 개밖에 없지?’
폭발에 하나가 없어지기라도 했나?
순간 그리 생각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현혹의 ‘촉수’는 생기를 빨아먹는 흡혈 도구이자 무기이기 때문에 그 어떤 부위보다 튼튼하다.
마물과 타락자들을 쓸어버렸던 수류탄 폭격에도 멀쩡한 만큼 겨우 세 개의 수류탄에 촉수가 부서질 리가 없다.
“…설마!”
나는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에 황급히 고개를 내렸다.
그와 동시에 백색 불길에 휘감긴 촉수가 바닥을 뚫고 위로 솟구쳤다.
그러고는 내가 아닌 이서연을 향해 날아갔다.
“이서연!”
내 외침에 이서연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촉수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더니.
침착한 얼굴로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철컥.
그건 총이었다.
“총은 나도 있어.”
이서연이 그리 말하며 총을 격발했다.
탕─!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은빛으로 빛나는 탄환이 쏘아졌다.
그와 동시에 이서연이 든 총이 가루가 되며 떨어졌고.
성스러운 탄환이 촉수와 부딪치며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그 충격으로 촉수의 방향이 꺾이면서 이서연이 아닌 바닥에 꽂혀 들어갔다.
나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이서연을 안아들었다.
그리고 전초기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지금 현혹을 죽일 수 있는 기회긴 하지만 현혹도 우리를 죽일 수 있는 기회기도 했다.
그러니 현혹을 죽이기보다 나는 나와 이서연의 목숨을 보전하기로 했다.
『…내가 놓칠 거 같아──!!』
하지만 현혹은 자신이 사는 것보다 내 목숨을 앗아가고 싶은 건지.
쿵쿵 바닥을 부수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뒤를 슬쩍 돌아보자.
“아 미친!”
신성력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 현혹이 나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정말 끔찍하기 그지 없었다.
실리콘 인형에 불이 붙은 것처럼 현혹의 몸 또한 신성력에 줄줄 녹아내리고 있었다.
『죽어──!!』
세 개의 촉수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이에 나는 총을 격발하며 촉수들을 쳐냈다.
하지만 간격은 점점 줄어들어갔다.
“…이유진.”
이서연이 힘 없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아냐 안 그래도 돼.”
그녀가 무슨 말을 할 지 알기에 나는 일부러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러자 이서연이 잠시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조용히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기필코! 기필코─! 네놈의 생기를 빨아먹을 거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이제 현혹이라고 부르지 못할 정도로 괴물이 된 놈이 이젠 두 발이 아닌 세 촉수로 바닥을 찍으며 거리를 좁혀왔다.
그리고 놈의 손이 내 등에 닿으려는 순간.
“수석 씨─!”
장벽에서 뛰어내린 아스카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스카 받아!”
그런 아스카에게 나는 있는 힘껏 이서연을 던졌다.
그러자 아스카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바닥을 박차며 뛰어올랐고.
“…읏차!”
공주님 안기라는 훌륭한 자세로 이서연을 받아냈다.
그런 아스카에게 엄지 손가락을 척 올려준 뒤 나는 몸을 돌려 현혹에게 양손의 권총을 난사했다.
우르르 쾅 쾅쾅!
『…끄아아아악─!!』
현혹의 몸에 탄환이 박혀들어갔다.
그럴 때마다 성탄이 폭발을 일으키며 놈의 몸에 큰 구멍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놈은 마기로 급소를 보호하며 거리를 좁혀왔다.
나는 질린 눈으로 놈을 보며 바닥을 박차 뒤로 몸을 날렸다.
그러면서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철컥!
…어느새 탄환을 다 썼는지 슬라이드가 후퇴 고정이 되었다.
이에 서둘러 전술조끼에서 새 탄창을 꺼내 갈아 끼우려는 순간.
휘릭 치이익…!
“…큭!”
『…잡 았다.』
현혹의 촉수 하나가 내 발목을 휘감았다.
신성력으로 인해 뜨겁게 달아오르다 못해 녹아내린 촉수가 내 발을 으스러트릴 것처럼 강하게 조여왔다.
나는 이를 으득 물며 권총의 탄창을 갈아 끼웠다.
그리고 슬라이드를 당기며 장전하려고 하자.
휘릭 휘릭!
현혹이 남은 두 촉수로 내 손목을 휘감았다.
꽈아악…!
“…끄으윽!”
손목이 으스러질 것 같은 통증에 총이 떨어졌다.
이에 나는 남은 다리로 놈을 걷어차려고 했지만.
콱!
놈의 발이 내 다리를 꾸욱 밟았다.
『…둘 뿐이네.』
현혹이 쇳소리를 내며 킥킥 웃었다.
그런 현혹에게 나는 비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둘뿐이라고? 언제부터?”
『…뭐?』
“이곳에 너와 나 둘만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둘뿐이냐고.”
안 그러냐 얘들아.
내가 그리 말하는 순간.
쐐애애액─!
전초기지에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하지만 그 속도가 현혹의 눈에는 느리게 보였는지.
콱.
아주 가볍게 잡아냈다.
『…창?』
현혹이 잡아낸 것은 임다희의 것으로 보이는 창이었다.
그런데 그 창대에 여러 개의 수류탄 벨트가 묶여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씨익 웃으며 말했다.
“끝났네.”
『…끝나?』
“그래 끝났어.”
현혹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나는 그런 현혹에게 친절히 알려주었다.
“우리에겐 아서가 있거든.”
『아 서…?』
현혹이 그리 되묻는 순간.
쐐애애애애액──!!
방금 날아왔던 창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무언가가 날아왔다.
『…뭣!』
날 내려다보던 현혹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손에 쥐고 있던 창을 휙 버린 뒤 날아오는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에헤이 그거 함부로 만질 수 없는 건데.”
그도 그럴 것이 아서의 전용 무기인 엑스칼리버는.
신검이라는 명칭이 달려 있는 무기답게 제 주인을 제외한 아무도 만질 수 없으며.
신검(神劍)이라는 명칭이 달린 것답게 마(魔)속성 ‘적’에게 아주 치명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
『…어?』
그것은 바로 마(魔)속성 ‘적’에 한해 절삭력이 두 배가 상승하는 것이다.
툭.
현혹의 손목이 툭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엑스칼리버가 현혹의 가슴을 꿰뚫으며 내게서 떨어트렸다.
그리고 바닥에 콱 하고 현혹을 고정시켰다.
치이이익…!
『캬아악─! 캬아아아악─!!』
엑스칼리버에서 뿜어지는 신성(神聖)에 현혹이 바닥에서 발버둥을 쳤다.
현혹의 촉수가 검을 휘감았다.
그리고 뽑으려고 했으나 바닥에 고정이 된 것처럼 뽑히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전초기지를 보았다.
그러자 장벽 위에 아서가 창백한 얼굴로 손을 뻗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아 ‘유성낙하’ 스킬을 유지하고 있는 거 같았다.
이에 나는 바닥에 떨어진 창을 집어 들었다.
창에 묶여져 있는 수류탄 벨트의 수는 세 개.
한 벨트 당 11개의 수류탄이 들어가니 총 33개의 수류탄이 있는 셈이다.
나는 무한 아이템의 제약을 피해 벨트에 조심조심 수류탄을 집어넣었을 애들을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바닥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현혹의 가슴에 창을 푹 하고 꽂아주었다.
『끼아아아악─!』
현혹이 잔뜩 거칠어진 목소리로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 현혹에게 중지 손가락을 들어올려준 뒤 바닥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엑스칼리버에서 황금색 마력이 솟구치며 현혹을 중심으로 작은 ‘천혜의 요새’가 만들어졌다.
나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인벤토리에서 성스러운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핑!
수류탄의 핀을 뽑아들고.
“…끄윽!”
모든 마력을 쥐어짜 마지막으로 전송을 사용했다.
휙.
내 손 위에 수류탄이 사라지고.
나는 마력 고갈로 인한 현기증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시선은 계속 현혹을 주시했다.
『이유지이이이인──!!』
현혹이 내 이름을 부르짖었다.
그와 동시에.
번쩍!
천혜의 요새 안에 빛으로 가득찼고.
콰과과과과과광──!!
쿠구구구구구궁─!
폭발로 인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닥이 지진이 난 것처럼 마구 들썩였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천혜의 요새 안을 가득 채우던 빛이.
굉음이 지진이 사라졌다.
그리고… 현혹의 모습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편안한 얼굴로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그러고는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하 끝났다.”
그리 말하는 순간.
콰아앙─!
내 옆의 바닥에서 무언가가 튀어 나왔다.
『…이 이 이 유 진.』
그 무언가는 다름아닌 현혹이었다.
머리에 촉수가 달린 징그러운 모습의.
“…진짜 징글징글하다.”
게임에서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는데.
현실이라 그런가? 아니면 나를 너무 죽이고 싶은 의지?
아무튼 정말 토악질 나올 정도의 집착이 아닐 수 없다.
『이 이 유 진….』
현혹이 촉수로 바닥을 콱 콱 찍으며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씰룩 하고 찢어진 입으로 킥킥 웃어댔다.
『내 내가 이 이 이 겼 다.』
그런 현혹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가 이기긴 지랄 내가 이겼지.”
그도 그럴 것이.
퀘스트에 적혀 있는 시간은.
[남은 시간 : 00 : 00] 이었으므로.
그리고 퀘스트가 클리어됐다는 것은.
“이유진의 말이 맞다.”
지원군이 도착했다는 뜻이다.
『너 너 너는….』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현혹이 머리를 덜덜 떨며 위를 보았다.
나 또한 고개를 돌려 위를 보았다.
그러자 그곳엔.
검은 정장을 입고 검은 코트를 걸친 검은 장발의 여성이 입에 담배를 문 채 공중에 서 있었다.
그 여성을 시야에 담은 현혹이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의 이름을 내뱉었다.
『카 칼리(Kali)….』
칼리.
제 9 토벌부대의 대장.
초월자를 눈앞에 둔 최상위급의 영웅.
그리고 그녀의 이명은.
‘디스트로이어(Destroyer)’.
우리말로는 파괴자(破壞者)라고 불린다.
“오랜만이군 현혹.”
담배 연기를 훅 내뱉은 칼리가 무감정한 눈으로 현혹을 내려다 보았다.
『네 네가 어 어떻게….』
“네가 노리면 안 될 것을 노렸기에 직접 찾아왔다.”
칼리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리고 방금 현혹에게 보였던 무감정한 눈이 아닌 이채가 어린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훌륭했다 이유진. 나머지는 내게 맡겨라.”
칼리가 그리 말하며 오른쪽 검지 손가락에 끼운 반지를 슥 만졌다.
그러자 반지에서 빛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촤좌좌좌좌좌좌좌좍─!
수백 아니 수천 개의 무기들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무기들은 하나같이… 총기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모두 현혹을 겨누었다.
“현혹 너에게는 묻고 싶은 것이 많다.”
칼리가 담배를 툭 던지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당장 죽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도록.”
『….』
칼리의 그 말에 현혹이 머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칼리의 말대로 가만히 있었다.
‘와 시발.’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 토벌부대의 대장이 사용하는 무기가 달라지는 건 알았지만….
진짜 상상이상이었다.
아니 속된 말로 진짜 진짜 존나 멋있다.
저거 어떻게 소환하는 거지? 아이템인가?
아니 그것보다 공중에 어떻게 떠 있는 거지? 염력? 염력이겠지?
내 롤모델이나 다름없는 칼리의 모습에 나는 흥분을 금치 못했다.
그런 내 모습을 흘깃 본 칼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선 이 균열부터 끝내도록 할까.”
칼리가 이번엔 왼쪽 검지 손가락의 반지를 슥 만졌다.
그러자… 시발 저게 뭐야.
“…미 미사일?”
허공에 나타난 다섯 개의 미사일.
은빛으로 빛나는 것을 보아… 성탄처럼 은과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거 같다.
딱.
칼리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미사일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 광경을 보아… 그녀가 말한 대로 균열의 코어들을 향해 날아간 것 같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쿠우우우우우웅….
멀리서 굉음이 들려옴과 동시에.
번쩍.
순간 태양이 뜬 것처럼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뒤를 이어.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다섯 개의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zakuti 님 오늘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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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다시는 술 먹고 글을 쓰지 않겠습니다!!!
[23-12-16일 뱁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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