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드디어.
대망의 첫 치트를 얻었다.
팡파르 소리가 점차 옅어져간다.
그리고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쯤.
나는 ‘YES’버튼을 누를 때부터 감았던 눈을 살포시 뜨며 결과를 확인했다.
[‘슈퍼 정확도’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 나온 탄식의 소리.
원하던 것이 아니라서 그런가.
꽤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실망도 잠시.
“뭐… 무한 아이템이야 나중에 뽑으면 되니까.”
치트 툴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또 사용권을 얻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한 아이템 치트를 원한 것도 뽑기 목록 중에서 가장 나아보여서 그랬을 뿐.
이번에 뽑힌 ‘슈퍼 정확도’라는 것도 엄연한 치트다.
‘치트’인 만큼 S등급 재능 못지 않은 사기성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니 이왕 뽑힌 치트.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잘 사용할지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 생각하며 치트 툴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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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아카데미☆]
[v 1.1 plus 8 Trainer]
– [○]무적
– [○]무한 체력
– [○]무한 기력
– [○]무한 마나
– [○]무한 아이템
– [○]속도 제한 해제
– [●]슈퍼 정확도 [ON / OFF]
– [○]적 슬로우 모션
[지정 치트 사용권 개수 : 0개]
[랜덤 치트 사용권 개수 : 0개]
[치트 사용권 다음 사용 개수 안내]
※확인하시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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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치트 툴이 달라졌다.
“버전이 올라갔네?”
아까 전에 열었던 치트 툴의 버전은 1.0 이었는데 지금 보고 있는 치트 툴의 버전은 1.1로 바뀌어 있었다.
내가 그리 인지하자마자 치트 툴 옆으로 한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시스템 ‘치트 툴’ 업데이트 자동 완료. 내역을 확인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확인해봐야지.
메시지 창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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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개선 사항
[‘이유진’ 플레이어 전용 시스템 ‘치트 툴(Cheat Tool)’ 가시성 상승]
□ 치트가 활성화됨으로써 보다 편한 확인을 위해 가시성을 높였습니다.
□ ‘치트 사용권’을 획득했음에도 소지 및 개수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 이에 플레이어가 ‘치트 툴’을 열람했을 때 ‘치트 사용권’의 개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했습니다.
□ ‘치트 사용권’의 다음 사용 개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치트 툴’에 ‘다음 사용 개수 안내’를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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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감탄이 나왔다.
실시간 업데이트라니.
완전 갓겜이잖아?
“…라고 할뻔.”
아니 개발자 형.
나 계속 보고 있었던 거야?
이렇게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해줄 정도면 슈퍼 정확도 말고 무한 아이템이나 뽑게 해주지.
이러면 나 조금 서운해지려고 해?
선물이라는 함정으로 날 빙의시켰으면 편애를 해줘야 할 거 아냐.
편애가 무리면 조금이라도 혜택을 가지고 시작하게 해주던가.
아무리 내가 이 세계를 빠삭하게 알고 있는 고인물이라고 해도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보다 낮은 능력치는 좀 너무하잖아.
“…에휴.”
한참 입에서 쏟아지던 불만이 끝나고 한숨이 푹 내쉬어졌다.
날 지켜보는 게 개발자인지 이 세계의 신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뽑기 이후 실시간 업데이트가 된 것을 보고 깜빡 눈이 뒤집혀 빙의됐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불만을 쏟아내고 말았다.
어찌 보면 감히 불만을 표한 것일 수도 있다.
게임이었던 아니 어쩌면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세계에 존재 자체를 빙의시킨 것만으로도 감히 상상하지 못할 아득히 먼 존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불만을 다 쏟아내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아쉬움을 다 털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네.”
그저 마음 한 켠에 쌓아두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개발자 형 내 맘 알지? 원래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다 보면 불만도 말하고 투정도 부리고 하잖아. 그래도 나 3만 시간동안 게임 하면서 한 번도 커뮤니티에 불평불만 올린 적 없다? 그러니 이 정도 불만은 봐줄 거지?”
괜히 불안한 마음에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든 나는 날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를 개발자에게 이런저런 변명을 쏟아내었다.
그러고 나서 입을 다물었고.
“….”
정적이 방 안을 채웠다.
조용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호들갑을 떤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혹시라는 것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괜히 불안의 씨앗을 품고 키우느니 이렇게 뿌리를 뽑아두는 것이 낫다.
그렇게 생각하며 10초 정도 흐르고 나서야.
“휴우….”
짧은 침묵을 끝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불평불만은 끝.”
불만응애뉴비 이유진이 아닌 고인물 이유진으로 행동할 시간이다.
개선 사항에 적혀 있는 대로 치트 툴 맨 하단에 있는 [여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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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 사용권 다음 사용 개수 안내]
□랜덤 치트 사용권(↑)
– 무적 : 20장.
– 무한 체력 : 10장
– 무한 마나 : 10장
– 적 슬로우 모션 : 10장
– 무한 기력 : 6장.
– 무한 아이템 : 6장.
– 속도 제한 해제 : 6장.
□선택 치트 사용권.
– 무적 : 10장.
– 무한 체력 : 5장.
– 무한 마나 : 5장.
– 적 슬로우 모션 : 5장.
– 무한 기력 : 3장.
– 무한 아이템 : 3장.
– 속도 제한 해제 : 3장.
※랜덤 치트 사용권을 사용하여 치트를 ‘개방’하실 때마다 개수가 증가합니다.
※선택 치트 사용권은 랜덤 치트 사용권과 달리 ‘개방’을 해도 개수가 증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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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수 증가?
슈퍼 정확도에 들어간 랜덤 사용권이 3장이었고.
슈퍼 정확도와 같은 목록에 있던 무한 기력 무한 아이템 속도 제한 해제가 지금 6장이니….
“…2배네?”
6장을 사용하면 12장이 되고 12장을 사용하면 24장이 된다고?
“…이러면 사용권이 다 모여도 함부로 쓰면 안 되겠네.”
나는 팔짱을 끼며 안내문을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보았다.
사용할 때마다 늘어나는 개수.
그것도 2배씩 증가한다면 최대한 아끼는 게 맞다.
사용권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해도 진짜 필요할 때가 아닌 이상에야 사용하지 않고 선택 사용권을 모아 사용한 뒤 랜덤 사용권을 사용하는 것이 베스트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메인 퀘스트나 입학 순위 1위 업적으로도 랜덤 사용권만 주는 걸 보면….”
선택 사용권은 일반적인 퀘스트나 단순 업적으로는 얻을 수 없을 거라 생각이 든다.
아마… 선택 사용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쓰읍… 설마 그건가.”
긴급 퀘스트 혹은 위업.
세계에 영향을 줄 만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받는 긴급 퀘스트(Urgency Quest).
내가 사활(死活)을 걸고 상대해야 할 만큼의 적을 쓰러뜨리거나 내가 세계에 영향을 끼칠 때 얻는 위업(偉業).
정말.
아주 정말.
힘든 난제(難題)들이다.
내가 아무리 준비를 철저하게 해도 두 난제는 갑작스럽게 일어나며 상황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기에 쉽게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무한 아이템을 원했던 거기도 했다.
준비를 철저하게 해도 힘들다?
그럼 더 철저하고 더 많은 준비를 하면 된다.
힘들다라는 소리가 쏙 들어갈 만큼의 막대한 준비를.
“그래도 일단 난제를 생각하는 건 나중이지.”
난제가 일어날 만한 첫 번째 사건은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1학기 후반쯤에 일어난다.
그 때가 아마… 결투 시즌으로 기억한다.
한창 주연들끼리 결투를 하고 있을 때 타락자들이 아카데미에 쳐들어오는 사건.
그 때 처음으로 긴급 퀘스트를 받는다.
아무튼 난제는 나중에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계획은 이쯤 잡아두고.”
내가 세운 계획.
랜덤 사용권은 최대한 아끼고.
선택 사용권이 생기면 그걸 먼저 사용하고 그 뒤에 랜덤 사용권을 사용한다.
매우 깔끔하면서도 효율적인 계획이 아닐 수 없다.
띠링.
그렇게 생각할 때쯤 스마트 워치에서 알람 소리가 들렸다.
[아레나 아카데미 입학 관련 안내]
스마트 워치를 켜니 대강당에서 안내원이 말했던 입학 관련 메시지가 날라와 있었다.
그래서 스마트 워치를 조작해 메시지를 홀로그램으로 띄워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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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아카데미 입학 안내]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에 합격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내일 입학식이 있을 예정이오니 합격하신 분들은 늦지 않게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
‘수석’ 입학인 ‘이유진’ 님은 신입생 대표로서 선서가 있을 예정이오니 선서문을 준비해오시길 바랍니다.
– 입학식 시간 : 23. 10. 14일 오전 10시.
*추신 : 이 메시지는 합격자 순위로 발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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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내가 수석을 다 해보네.”
첫 번째 시험이든 두 번째 시험이든.
세 번째 시험에서 입학 순위가 가려지는 만큼 역시나 1위를 한 내가 수석이었다.
입학 순위이긴 하지만 ‘수석’이라는 명예에 무척 뿌듯해졌다.
게임에선 ‘수석’이란 늘 하던 것처럼 얻었던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 현실이 된 지금 얻은 그 수석이라는 명예는.
무척이나 감미로웠다.
그렇게 음료를 마시듯 입을 다시던 나는 문득 무기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음… 무슨 무기를 고를까….”
메인 퀘스트의 활약 보너스로 얻은 ‘B등급 아이템 선택권’.
선택권에 분류가 안 되있는 걸로 보아.
무기 방어구 장신구 상관없이 선택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인벤토리의 칸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선택권을 보며 무슨 무기를 선택할지 고민했다.
일단 내가 가진 것이라곤.
최저 능력치의 허접한 몸뚱아리 하나.
F랭크의 ‘전송’ 스킬 둘.
치트 슈퍼 정확도 셋.
“음….”
대충 견적은 잡혔다.
하지만 아직 ‘슈퍼 정확도’가 정확히 어떤 효과를 보일지 모른다.
치트명을 보면 말 그대로 정확도에 관련된 사기성을 보일 것 같은데….
“일단은 보류할까.”
어차피 입학식이 끝나고 반 배정이 되었을 때.
간단한 대결 수업이 진행된다.
그때 배치된 수업용 무기를 고를 수 있으니 내가 생각했던 무기류를 사용해보고 선택권을 사용해야겠다.
그렇게 계획을 정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입학식을 하고 배정될 기숙사에 가져갈 물건을 챙겨야 한다.
하지만 막상 일어나보니.
“…가져갈 게 없네.”
방 안에 있는 거라곤 낡은 매트리스 하나 뿐이었다.
“잠이나 자자.”
다시 드러누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땡~
룰렛에서 나온 것은 ‘슈퍼 정확도’였군요~!
정말 아쉽게도 주인공이 원하던 무한 아이템이 아니었습니다~~
[고양이가손으로입가를가리고있는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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