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0
짹 짹짹.
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그 소리에 눈을 뜬 나는 하품을 길게 내뱉으며 간이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영능단을 꺼내 입에 쏙 집어넣었다.
“음.”
텁텁해진 입안에 가득 퍼지는 상쾌함.
동시에 영능단 특유의 기운이 전신에 퍼지면서 땀으로 찝찝해진 몸이 목욕을 한 것처럼 뽀송뽀송해졌다.
그런 개운한 기분에 나는 흥얼거리며 일상복에서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아침 식사용으로 황금 사과를 꺼내 아삭 씹어먹으며 텐트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아침 햇살이 나를 비추었고.
푸드득!
아침 댓바람부터 텐트 위에서 애정행각을 하고 있는 참새 두 마리가 화들짝 놀라며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의도치 않게 새들의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깨버렸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간이침대가 들어있는 텐트를 통째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수면을 위해 꺼놓았던 무한 기력을 활성화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테라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주인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테라의 아침 인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자는 동안 무슨 일 없었지?”
[예 야생 동물이 돌아다니는 것 빼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래 다행이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계속 경계 부탁해.”
[예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테라의 호언장담에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거의 다 먹은 사과를 인벤토리에 휙 집어넣었다.
그리고 구매하기만 하고 테스트 하지 못했던 ‘부서진 용기의 깃창(S-)’과 ‘아스트라(S)’ 두 아이템을 꺼내었다.
“우선 깃창부터 테스트 해볼까.”
나는 염력으로 아스트라를 띄우며 깃창을 두 손으로 쥐었다.
그러고는 바닥을 향해 쿵 내리찍었다.
바닥에 꽂힌 깃창에서 투웅 진동이 울리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붉은빛과 보랏빛의 파동이 퍼져나갔다.
파동은 아이템의 효과대로 1km까지 퍼진 끝에 사라졌다.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능력치가 그대로였다.
“예상하긴 했지만 깃창 설치 버프는 내게 적용이 되지 않는구나.”
하긴 ‘깃창 사용 시’라는 자버프가 있는데 범위 버프까지 적용이 되면 S- 등급이 아니지.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버프 중첩이라 함은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당연한 거니까.
나는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창을 뽑았다. 그러자 깃창에 그어져 있던 검은 선이 쩍 하고 벌어졌다.
“…단순히 뽑기만 했는데 이런다고?”
내구성이 약해도 너무 약한 거 아닌가?
“이러면 전장 한 가운데에 설치는 못 하겠네.”
에휴 중고가 그렇지 뭐.
나는 창대에만 있던 금이 창날에까지 번진 것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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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아이템의 힘으로 깃창을 테스트해본 결과]
1. 깃창 재설치는 한 번밖에 하지 못한다.
두 번 뽑으면 깃창이 파괴되어버린다.
너무 약한 내구성에 전장 한 가운데에 꽂아 넣는 방식은 불가능.
반드시 누군가가 깃창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2. 골렘도 버프가 적용된다.
내가 ‘아군’이라고 인식을 하면 무기물 상관없이 버프가 적용되는 것 같다.
하지만 장비는 해당이 되지 않는 걸로 보아 무기물이지만 움직일 수 있는 것에만 해당되는 것 같다.
아니면 장비의 분류가 ‘아군’이 아닌 ‘소유물’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3. 버프 중복은 역시 불가능했다.
같은 명칭에 같은 효과.
중복이 되지 않는 건 당연했기에 기대도 실망도 없었다.
4. 깃창의 버프 적용은 설치했을 때만 발동된다.
깃창을 꽂은 상태로 골렘을 꺼내었을 땐 버프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골렘이 꺼내져 있는 상태에서 깃창을 꽂으면 버프가 적용되었다.
5. 깃창의 설치 유지 시간은 1시간이다.
토템처럼 계속 유지 가능할 줄 알았건만 아스트라를 테스트하는 도중에 갑자기 파괴되어버렸다.
실수로 건드렸나 싶어 새 깃창을 꺼내 설치해보았다. 그리고 1시간을 지켜본 결과 실수로 파괴된 것이 아닌 자연적으로 파괴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테스트 소감]
버프 효과만 좋은 쓰레기.
무한 아이템 없는 상태로는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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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스마트 워치의 메모장에 깃창 효과를 정리한 나는 홀로그램 화면과 타자기를 종료했다.
그리고 멈추었던 아스트라 테스트를 이어나갔다.
“이것도 안 먹고 이건 안 되고 이건… 하아.”
퉷 퉷.
나는 어떤 아이템은 뱉고 어떤 아이템은 삼키는 아스트라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게임에서는 그래도 다 등록이 되었는데.”
그리 중얼거리며 고개를 내려 바닥에 있는 것들을 보았다.
깃창 훈련용 및 제작 화기들 아이기스 그리고 각종 재료 및 소모성 아이템 등등.
각종 아이템들이 볼품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제물로 바치는 아이템은 웬만하면 받아주지만 등록하는 아이템은 아니다 이거냐?”
내가 그리 말하며 물약 자동 주입기(A)를 내밀었다.
그러자 면을 후루룩 먹는 것처럼 아이템이 아스트라에 쏙 빨려들어갔다.
“…생각보다 입맛 되게 까다롭네.”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푹 내쉬며 아스트라의 정보를 열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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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태 「변화」
[변화 중인 형태 : 기본]
[등록된 아이템 개수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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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스트라에 등록된 아이템 개수는 기껏해야 4개.
아틀라스 아머 (특수 개량)썬더볼트와 죽음의 천사 그리고 방금 등록된 물약 자동 주입기였다.
그렇다. 아스트라 이 무기는 게임과 다르게 편식이 매우 심한 아이템이었다.
모방과 강림을 사용하기 위한 제물 아이템은 C등급 이하의 저등급 아이템이 아닌 이상 모두 받아주지만.
변화에 등록할 아이템은 오직 장비 그것도 A등급 이상 그리고 마이너스가 들어가면 안 된다.
그래서 아스트라에 등록된 아이템은 겨우 4개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A등급 장비 마이너스가 들어가지 않은 아이템은 그것밖에 없었으므로.
“…성능이 좋으니까 봐주는 줄 알아.”
우웅.
나는 대답하는 것처럼 작게 진동을 일으키는 아스트라를 손가락으로 툭 튕기며 바닥에 널브러진 아이템들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스트라를 손에 쥐며 형태 변화를 사용해 보았다.
철컥.
내가 ‘썬더볼트’로 형태 변화를 한다고 생각하자마자 화살 형태로 되어있던 아스트라가 순식간에 권총 형태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번에 ‘죽음의 천사’를 생각하자 권총에서 미니건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미니건의 형태가 살짝 달라져 있었다.
검은색으로 코팅되어 있는 미니건이 썬더볼트처럼 푸른색과 하얀색으로 코팅되어 있었으며 묵직한 형태가 조금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파직 파지직.
거기다 썬더볼트 특유의 푸른 번개가 일렁이고 있었다.
이에 열어놨던 아스트라의 정보를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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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태 「변화」
[변화 중인 형태 : 썬더볼트(+죽음의 천사)]
[등록된 아이템 개수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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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중인 형태에 썬더볼트가 메인처럼 죽음의 천사가 서브처럼 적혀 있었다.
“…이건 또 새로운 발견이네?”
현실이라 그런가 게임에서는 없던 기능이 있다.
나는 재밌는 것을 발견한 아이처럼 형태 변화를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다.
죽음의 천사에 썬더볼트를.
아틀라스 아머에 썬더볼트와 죽음의 천사 물약 자동 주입기를.
두 무기에 아틀라스 아머와 물약 자동 주입기 등 이것저것 섞어보았다.
“이거 재밌네.”
불만이 사라졌다.
‘변화’가 단순 변화가 아닌 ‘합성’까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불만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입맛 고급스러울만했네.”
나는 다시 기본 형태 화살로 돌아온 아스트라의 화살 깃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아스트라가 부르르 진동을 일으켰다.
그런 아스트라를 강아지를 쓰다듬듯이 계속 어루만지며 다음 테스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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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태「모방」
[모방 중인 형태 : 없음]
[바쳐진 아이템 수 : 100000 /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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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차 있는 아이템 수.
어젯밤에 수를 가득 채우기만 하고 바로 잠들었기 때문에 이제야 테스트를 하게 되었다.
“이것도 게임이랑 같이 무작위려나?”
아니면 방금 발견한 것처럼 새로운 기능이 있으려나.
나는 기대 어린 마음으로 형태 ‘모방’을 사용했다.
[바쳐진 아이템 수 : 0 / 100000]
그러자 10만이었던 수가 단숨에 0으로 바뀌었다.
덜덜덜덜.
손에 쥐고 있던 아스트라가 격렬한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이 어두워졌다.
이에 고개를 들어보니.
“…우주?”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태양이 떠올라 있던 푸른 하늘이 별로 가득한 우주로 바뀌어 있었다.
“…이걸 다르다고 해야 하나?”
게임에서는 형태만 변하고 끝이었는데 현실은 우주가 나타나네?
나는 웅장해도 너무 웅장한 모방 변화에 헛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펼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스트라가 허공에 떠오르며 우주를 향해 쐐액 날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우주에 떠 있는 별 하나가 반짝였다.
그와 동시에 우주로 올라갔던 아스트라가 역행하듯 다시 내게 날아왔다.
그런 아스트라를 향해 손을 뻗어 잡는 순간.
번쩍!
아스트라에서 찬란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며 나타난 것은 하얀 뼈로 이루어진 작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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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태「모방」
[모방 중인 형태 : 게 볼그(Gáe Bolg)]
[바쳐진 아이템 수 : 0 /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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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스터의 영웅 쿠 훌린이 사용했다는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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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볼그(S) – 모방】[귀속 : 이유진]
얼스터의 영웅이자 쿨란의 사냥개 쿠 훌린이 사용하던 작살.
그의 스승이자 죽음의 여신 스카하크가 해룡의 뼈를 재료로 직접 제작했다.
– 공격 시 ‘적’ 출혈 적용.
– 공격 시 ‘적’ 혼란 적용.
– 공격 시 ‘적’ 절망 적용(사용 불가)
– 공격 시 스카하크의 저주 적용.
「제일격 : 미각의 저주.」
「제이격 : 후각의 저주.」
「제삼격 : 청각의 저주.」
「제사격 : 촉각의 저주.」
「제오격 : 시각의 저주.」
「모든 저주 적용 시 죽음의 초대 발동(사용 불가)」
– 투창 시 백발백중 효과 적용.
– 투창 적중 시 용의 저주 적용.
「제1 저주 : 육체 쇠락.」
「제2 저주 : 영혼 쇠락(사용 불가)」
– 모든 능력치 +100(+50)
– 파괴 불가.
[아스트라의 ‘모방’ 형태입니다. 일부 효과가 제한됩니다.]
[모방 지속 시간 : 12시간]
[모방 재사용 대기 시간 : 24시간]
– 내 애제자 쿠 훌린에게 사랑과 저주를 담아 선물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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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모방 패치됐네.”
나는 시야에 보이는 지속 시간과 재사용 대기 시간에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런 웃음도 잠시.
“뭐… 이게 맞긴 하지.”
모방에 제한이 생긴 것을 수긍했다.
그리고 제한이 생겼어도 여전히 아스트라는 사기 아이템이었다.
‘진품’이 아닌 ‘모방’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효과를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무리 까다로운 아이템이라도 사용자 테스트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
물론 필살기나 다름없는 효과가 제한되긴 하지만 이게 어디인가.
나는 그리 생각하며 작살을 휙 휘둘러보았다. 그러자 평생 사용한 것처럼 손에 착 감기는 느낌과 함께 작살이 정교한 궤적을 그렸다.
그리고 바닥을 쿵 밟으며 상공에 떠다니는 새를 향해 작살을 던져보려는 그 순간.
위이이이이이잉─!
뒤쪽에서 터빈과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에 뒤를 돌아보자 상공에서 제9 토벌부대의 수송기가 하강하고 있었다. 그리고 화물문이 열리면서.
“이유진─!”
중성적인 아니… 조금 여성스럽게 변한 아서가 뛰어내렸다.
그리고 와다닥 나를 향해 뛰어와.
“보고 싶었다 이유진!”
와락 껴안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zakuti 님 오늘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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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드래곤킹TV] 님 30코인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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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부터 스토리가 이어집니다.Chapter 91. 헬프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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