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1
…뭐야 뭔데 갑자기 왜 이러는데?
나는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나를 꼬옥 껴안고 있는 아서를 바라보았다.
‘얘… 내가 알던 아서 맞나?’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아는 평소의 아서라면 위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착륙하지 않은 수송기에서 뛰어내리는 등 품위 없는 짓을 하지 않았을 테고.
평소의 그녀라면 가끔 열락에 젖은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볼지언정 이렇게 장거리 연애를 하던 연인을 만난 것처럼 와락 껴안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평소의 모습은 보이시한 중성미 어느 정도 남자로 보이던 모습이었는데….
뭉클.
지금 가슴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도 그렇고.
은은하게 나던 달리아 향기가 진하게 나는 것도 그렇고.
이젠 도저히 남자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완벽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분명 아서가 맞는데.’
그 누구보다 맑고 청량한 기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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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 재능]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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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파(A)에 보이는 재능 설명이나.
킁 킁킁.
그리고 나를 껴안은 채 목덜미 냄새를 맡고 있는 변태적인 행동으로 보아 아서가 분명했다.
[그렇게 의문스러우시면 직접 물어보시면 되지 않습니까?]
‘…그래야겠다.’
테라의 명답에 나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우선 아서가 다칠 수도 있으니 손에 들고 있던 아스트라의 모방을 해제했다.
물론 게 볼그를 던져보지 못한 건 아쉽긴 하다.
모방이 무작위인 만큼 다시 게 볼그로 변할 확률은 극히 낮으니까.
하지만 그런 아쉬움도 잠시.
‘뭐 언젠가 던져보는 날이 오겠지.’
애초에 내가 확인하려고 했던 것은 게 볼그의 효과가 아니라 아스트라의 모방 효과였다. 그러니 부가적인 것으로 머리가 아플 필요가 없다.
나는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아스트라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 [아스트라(귀속)][1] 가 생긴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아서 내 목에 코 박고 냄새 맡는 건 그만해줄 수 있을까.”
“…앗.”
품에서 아서를 떨어트렸다.
“…흠 흠흠! 이유진 미안하다. 내가 잠시 추태를 보였군.”
알긴 아는구나.
나는 얼굴이 붉어진 아서를 차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내 시선에 아서가 창피하다는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시선을 피하는 고개와 다르게 그녀의 몸은 천천히 자석처럼 점점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방금 전과 같이 찰싹 달라붙는 그녀의 행동에 나는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야 아서. 너 스킨십이 좀… 아니 많이 늘어난 거 같다?”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아 물론 좀 강하게 잡긴 했지만 아무튼 그것만으로도 흥분하던 아서가 맞냐? 라는 의미가 담긴 내 질문에.
“음? 뭐가 말인가?”
어느새 피부색이 다시 하얗게 회복된 아서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아서의 행동에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몸에 찰싹 달라붙은 그녀의 몸을 떨어트렸다.
그러고는 다시 달라붙지 못하게 팔짱을 끼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서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던 거야? 남장을 푼 것도 그렇고 지금 스킨십도 그렇고.”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잖아.
내 물음에 아서가 음 하고 소리를 흘리며 허리춤의 검을 매만졌다.
그러다가 이내 엑스칼리버의 손잡이를 움켜쥐며 따스한 햇살을 품은 호수처럼 밝게 반짝이는 푸른 눈으로 내 눈을 마주 보았다.
이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했다가 강인한 정신(A)과 정신력 수치가 높아진 것을 떠올렸다.
‘지금 내 수준이면 생각이 모두 읽히지는 않겠지.’
그리고 그것을 떠나 이제 그녀에게 생각을 읽혀도 상관없을 거 같다.
내가 아서의 요정안을 조심했던 것은 원탁의 넘버즈들만 알고 있는 엑스칼리버의 소재.
그 소재를 외부인인 내가 알고 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했던 거니까. 그러니 처음과 달리 호감도가 높은 지금이라면 생각을 읽혀도 무탈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아서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그녀가 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너는 내가 엑스칼리버를 갖고 있는 걸 알고 있었군.”
“어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알고 있었지.
“음… 그래서 그렇게 내 시선을 피했던 건가.”
이제야 그동안의 내 행동을 이해했다는 듯 아서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엑스칼리버를 쥐고 있던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뭐 이제 와서 그런 게 무슨 상관인가.”
아서가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유진 내게 심경의 변화라도 있냐고 물었었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서가 천천히 내 손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래 있었다. 그것도 최근에.”
아서의 굳은살이 가득한 그러면서 부드러운 손가락이 내 손가락 사이에 파고들어왔다. 그리고 깍지를 끼며 한걸음 내게 다가왔다.
“검은 파도로 이루어진 무수히 많은 타락자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유진 네가 이곳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타락자들을 베며 생각했다.”
이유진 네가 나와 함께 싸웠으면 좋았을 텐데.
“내 오랜 친구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이유진 네가 내 곁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거대한 황금사과나무 아래에서 깨달았다.”
아 나는 네가 필요하구나.
아서가 한걸음 더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정한 손길로 내 뺨을 쓰다듬는 그 순간.
띠링.
[아서의 재능 「기사왕의 후예(S)」가 당신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
띠링.
[아서의 재능 「신검의 주인(S)」이 당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띠링.
[아서의 재능 「요정왕의 후예(S)」가 당신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띠링.
[아서의 재능 「요정안(S)」이 당신을 계속 바라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띠링.
[아서의 재능….]
띠링.
[아서….]
띠링.
[….]
띠링.
띠링.
띠링….
아서의 무수한 재능들이 낯 뜨거운 고백을 해오기 시작했다.
이에 내가 멍하니 아서를 바라보자.
[차단합니다.]
[노란 여우의 재능 메시지를 처단합니다.]
[…오타를 정정합니다. 처단이 아닌 차단합니다!]
[ █▬▬ ◟(“ﮧ´ ◟ )]
[재능 메시지]
왠지 화난 것 같은 테라의 메시지가 나타나며 시야에 도배되던 아서의 재능 메시지들이 와장창 깨지는 효과와 함께 사라졌다.
그런 테라의 분노에 정신을 차린 나는 대답을 바라는 것처럼 빤히 바라보는 아서에게 난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아직은 안 된다고 거절의 말을 하려는 순간.
“쉿.”
“…!”
내 뺨을 쓰다듬던 아서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꾹 눌렀다.
그러고는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말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언제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 그러니 네가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거든.”
아서가 내 입술을 누르던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살포시 눌렀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손가락을 떼어내며 싱긋 웃어보였다.
“이렇게 먼저 표시를 해다오.”
그러면 나는 무척 기뻐할 테니.
“물론 더한 것도 해도 좋다. 아니 해주면 좋겠다.”
아서가 진심이 담긴 것 같은 농담을 내뱉으며 깍지 낀 손을 풀었다.
그러고는 찰싹 달라붙었던 몸을 떨어트리며 한 발 두 발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송기가 쿵 땅 위에 착륙했다. 그리고 수송기의 시동이 꺼짐과 동시에 열린 화물문을 통해 두 사람이 걸어나왔다.
“역시 이유진 님 무사하실 줄 알았습니다.”
“노아.”
두 사람 중 한 명은 노아였다.
그리고 그 옆에 같이 걸어오는 사람은.
“아… 당신이 이유진 형제님이시군요.”
노아와 같은 백색 머리카락과 감은 눈 그리고 흰 사제복을 입은 여인.
“정말 반갑습니다 형제님. 저는 여신 테이아의 종 레밀리아라고 합니다.”
추기경 레밀리아였다.
&
아서와 노아 그리고 레밀리아가 이곳에 온 이유는 칼리의 명령 때문이었다.
그 명령이란 인원 부족으로 인해 해체된 제1 토벌부대 대신 이곳을 수호할 집단이 올 때까지 나와 함께 이곳을 경계하라는 거였다.
‘나 혼자 경계 가능한데.’
가능할 뿐인가 죽음의 대륙에서 다시 재침공을 한다고 해도 무리 없이 막아낼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내게도 S등급 무기 아스트라가 있기 때문에 그리드 그놈도 이제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칼리가 알 리가 없으니.
나는 돗자리가 펼쳐져 있는 곳에서 따끈따끈한 덮밥으로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 세 사람을 본 뒤 내 손에 들려있는 소갈비덮밥을 먹으며 생각했다.
‘어떤 길드가 오려나.’
집단이라고 하긴 했지만 이곳을 수호할 집단은 한정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토벌부대의 지원을 거절한 타락 신봉자들이 가득 심어져 있는 군부대가 올 리가 없고.
협회는 이번 사태로 주요 기관들을 단단히 불신하고 있을 테니 이곳을 부탁할 집단은 오직 길드밖에 없다.
‘대형 길드에 의뢰했겠지?’
제1 5 13토벌부대가 궤멸될 만큼 이곳의 위험도가 급상승했으니 대형 길드에 의뢰했을 것이다.
아니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아카데미의 교장 선생님이나 이사장님에게 털리기 싫다면.
‘칼리의 소집은 대형 길드들이 전초기지를 세운 뒤에 있겠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빌어먹을 타락 신봉자들… 이 사태만 끝나면 모두 쓸어주마.’
평소 냉철함을 유지하던 칼리 그녀의 분노 어린 표정을.
그러니 조만간 제9 토벌부대에 모든 토벌부대의 대장과 부대장 그리고 이곳에 올 길드의 책임자들이 모일 것이다.
그리고 칼리 성격상 필터링 거치지 않고 말할 것이다.
모든 주요 기관을 털자고.
타락 신봉자들을 모두 색출하자고.
하지만 군부대는 몰라도 모든 주요 기관들은 명분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원들이 거절할 것이다.
그때 내가 나설 것이다. 그리고 게임에서 일어났던 사건 그대로 재현할 것이다.
‘명분이 없어? 그럼 명분이 없어도 될 만한 힘이 있으면 되겠지.’
작전명까지 생각해두었다.
이름하여 ‘헬프 콜(Help call)’.
그래서 작전이 무엇이냐면.
‘교장 선생님이 힘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했었으니까.’
교장 선생님 대마도사 유백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그리고 유백을 통해 백유화의 힘을 빌릴 것이다.
말 그대로 두 초월자의 힘을 빌리는 작전이다.
‘아 이렇게 생각하니까 원래의 작전명이 더 나을지도.’
헬프 콜 이전의 작전명.
그것은 다름아닌 ‘버스터 콜(Buster Call)’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zakuti 님 오늘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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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gk****_950] 님 3코인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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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초월자 대마도사) 도움!
이사장님(초월자 무신) 도움!!
레볼루숑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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