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8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쏠리는 시선들.
나는 그 시선들에서 ‘수석부터 탈락시킨다’라는 의지를 읽었다.
‘그래 대난투는 이런 거지.’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적이다?
아니 모두가 비등한 실력이라면 모를까.
그 사이에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있을 경우엔 그렇지 않다.
– 내가 주변 애들을 탈락시켜봤자 쟤한테 탈락하겠지.
– 어차피 쟤가 1위할텐데 주변 애들과 싸워봤자 나만 손해지.
– 아 꼴찌는 모르겠고 저놈이 1위하는 건 못 봐주겠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건 뭐 대난투라기보다는 보스 레이드 같네.’
동기들은 플레이어.
보스 몬스터는 나.
지금 경기장 위의 상황이 딱 그러했다.
….
경기장에 흐르는 정적.
그런 경기장을 내려다보는 관중석까지 침묵을 하고 있으니.
마치 세상에 소리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후 후우….
긴장을 참지 못한 누군가가 떨림이 가득한 숨결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숨결을 신호로 석상처럼 나를 주시하고만 있던 동기들이 무기를 들어올렸다.
이에 나는 저들이 공격을 하기 전에 먼저 행동을 개시했다.
쾅─!
바닥에 발자국이 새겨질 정도로 강하게 밟으며 위로 도약했다.
“…!”
마력을 끌어올리며 공격할 타이밍을 잡고 있던 동기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다가 서둘러 공격을 하기 위해 무기들을 위로 들어올렸지만.
내 수류탄(비살상)들이 먼저 동기들의 앞에 전송되었다.
철컥.
“아 젠….”
우르르 쾅─!
누군가의 욕설이 끝마쳐지기 전에 내 손에 쥐어진 썬더볼트가 뇌성을 토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퍼어어어어어엉─!
동기들의 앞에 전송된 수류탄들이 일제히 폭발을 일으키며 충격파를 터트렸다.
“…으아악!”
“꺄아아악!”
동기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경기장 밖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날아가는 동기는 B반과 C반이 대부분이었고.
내가 속한 그리고 내 전투 방식에 익숙한 A반은 한 명도 빠짐없이 경기장 위에 서 있었다.
‘이제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는구나.’
빌런 대응 훈련을 빡세게 굴린 보람이 느껴졌다.
나는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아틀라스 아머를 활성화했다.
“훈련 강도를 더 높여도 되겠어.”
그러자 수류탄에 날아가지 않은 A반 대부분이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뭣!”
“아니 왜!”
왜긴 왜야.
잘했으니까 그렇지.
“모두 결투 시즌 끝나면 기대해라.”
제대로 굴려줄 테니까.
“젠장!”
“…이렇게 된 이상 1등이라도 못하게 만들어!”
“수석 타도!”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날아오는 공격들.
이에 나는 인벤토리에서 아이기스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방패로 전환하여 검기 마법 화살 등 날아오는 모든 공격들을 막아냈다.
“그렇게 격한 반응들을 보이면… 더 그러고 싶잖아.”
내가 그리 말하며 공중에서 내려오자.
“싫어! 지금 네 훈련도 빡세단 말야!”
“우리를 얼마나 굴려야 속이 시원하냐!”
“수석 타도! 수석 타도─!”
주연급 애들을 제외한 A반 모두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애들의 행동에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누가 그렇게 공격하라고 했지?”
나와 교관님은 그렇게 훈련을 시킨 적이 없는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33개의 썬더볼트를 우르르 꺼내었다. 그리고 전초기지에서 했던 것처럼 염력으로 들어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빌런 대응 훈련을 할 때마다 강조하지 않았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행동하라고.”
적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냉정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영웅으로서의 기본이라고 빌런 크로… 아니 내가 말했잖아.
철컥!
모든 썬더볼트에 고무탄을 장전하며 무지성으로 달려오고 있는 애들을 향해 겨누었다.
“안 되겠다. 결투 시즌 끝나면 교관님께 말씀드려야겠어.”
2학기 첫 수업은 빌런 대응 훈련으로 하자고.
그리 말하며 염력으로 썬더볼트의 방아쇠를 당겼다.
우르르 콰과과과광─!
요란한 천둥소리가 경기장 가득 울려퍼졌다.
그 뒤를 이어 번개 폭풍이 동기들을 향해 쏟아졌다.
그리고 동기들의 몸에 번개가 닿으려는 순간.
“이 이 때를 기 다렸어!”
박가람의 외침과 함께 동기들의 몸에 회색 보호막이 생겨났다.
동시에 발밑에서 무수히 많은 회색 덩굴들이 솟구치며 내 손과 다리 그리고 썬더볼트들을 휘감았다.
‘오… 박가람.’
서포터 역할 제대로 하는데?
나는 타이밍 좋게 지원하는 박가람의 행동에 감탄을 흘렸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지원 마법을 적절하게 사용하긴 했지만… 차라리 공격 마법을 사용하지.’
회색 마녀 키르케의 회색 마력은 지원보다 공격에 더 효과적이다.
그런 만큼 방금 박가람이 했어야 할 행동은 동기들에게 보호막을 걸어주는 것이 아닌 내게 공격 마법을 사용했어야 했다.
물론 맞아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리고 내 손과 발 무기들을 묶으면 된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정말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A등급으로 진화한 전송의 효과가 ‘가지고 있는 물건’에서.
‘전송.’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물건’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엣.”
박가람이 멍한 얼굴로 내 주변에 나타난 썬더볼트들을 보았다.
“”어?””
내가 무력화되었다고 판단하여 기세등등하게 달려오던 동기들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애들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에서 썬더볼트의 번개 찜질을 먹여주었다.
쨍그랑!
애들의 몸에 걸려 있던 보호막이 깨져나갔다.
동시에 뒤를 따르던 고무탄이 애들의 몸을 두드렸다.
퍽─ 파지지직!
“끄아아악!”
돌진해오던 애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고무탄이라서 몸이 꿰뚫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맞은 부위는 뼈가 부서졌을 것이다.
그리고 탄환에 번개가 휘감겨져 있었으니 많이 짜릿하기도 할 테고.
뚜둑 뚜두둑.
손과 발을 속박하고 있던 덩굴들을 뜯어냈다.
“에 엣?”
그러자 내게 화염구를 던지려고 자세를 잡던 박가람이 당황스러운 소리를 흘렸다.
“뭘 그리 당황스러워해 덩굴 뜯어내는 거 처음 봐?”
내가 그리 묻자 박가람이 으응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처음 봤으면 당황스러울만 하지.
나는 음음 고개를 주억거리며 손에 전송한 훈련용 권총을 격발했다.
탕!
“…켁!”
이마에 고무탄을 맞은 박가람이 눈을 까뒤집으며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경기장 위에 서 있는 애들을 확인했다.
이서연 아서 아스카 노아 주연급 애들 전부 있고.
박성우 외 2명 조연급 애들 그리고… 오 임다희.
임다희가 아직 쓰러지지 않았네?
“임다희 성장했구나.”
정말 장하다.
그 의미를 담아 말하자 임다희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네가 잘 알려줬으니까. 여러 가지로.”
아니 잠깐.
그렇게 오해가 될 만한 발언을 하면….
“…뭐? 여러 가지?”
“방금 여러 가지라고 했나?”
“뭐라고요? 여러 가지요?”
…세 사람이 오해를 해버리는데.
“어 어? 왜 왜 그래?”
임다희는 갑자기 자신을 향해 날아오다시피 달려온 세 사람으로 인해 무척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서연과 아서 그리고 아스카는 당장이라도 죽일 것처럼 살벌한 기세를 뿜어내며 임다희에게 물었다.
“무슨 여러 가지?”
“무슨 여러 가지인가 당장 설명하게.”
“당장 말하지 않으면 이 철목검에 당신의 피를 묻힐 거예요.”
“아 으… 그게….”
전기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라서 그런지 임다희는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넘어 공이 구겨지는 것처럼 몸을 움츠렸다.
그런 안쓰러운 모습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당장 설명하라고 닦달하는 세 사람에게 얘기했다.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임다희가 내게 배운 여러 가지는 스킬 사용법이랑 전투 방식이야. 그리고 지금 그럴 때가 아닐 텐데?”
지금 관중석에서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다고?
“”아.””
세 사람이 동시에 목소리를 흘렸다.
그러고는 다소 붉어진 얼굴로 후다닥 임다희에게서 떨어졌다.
그 모습들을 보아 자신들이 있는 곳을 잠시 까먹은 것 같다.
이에 나는 에휴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는 인벤토리에서 미니건 두 개를 꺼내 각각 한 손에 쥐었다.
철컥.
“다들 긴장감이 없는 거 같으니 내가 친히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게.”
내가 그리 말하며 두 미니건의 총열을 회전시키자.
“아 아냐! 나 긴장감 가득해!”
“야 이! 우리는 지금 긴장감이 많아서 터질 거 같은데 무슨 긴장감을 불어넣어준다는 거야!”
“괜찮아! 불어넣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주연급 애들을 제외한 모두가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나는 애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미니건을 다시 집어넣을 생각이 없다.
“이것도 고무탄이긴 한데… 좀 아니… 많이 아플 거야.”
그래도 몸이 꿰뚫리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안심해도 된다.
“뭘 안심해!”
“꿰뚫리지 않겠지! 대신 뼈가 박살이 나겠지!”
“…안 되겠다 모두 경기장 밖으로 달려!”
어디 도망가려고.
“도망가지마! 맞서 싸워!”
그리 외치며 미니건을 격발하자.
콰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바람 장… 끄아악!”
7.62×51mm 크기의 고무탄이 장외를 하려던 조연급 애들의 몸을 두드렸다.
그런데 그 사이에 임다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그녀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니.
“사 살았다….”
임다희 혼자 경기장 밖에 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미니건을 꺼내자마자 내려갔나보네.’
나는 피식 웃으며 미니건의 격발을 멈추었다. 그러자 연신 미니건의 고무탄에 얻어맞고 있던 조연급 애들이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그 모습이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죽지는 않았다.
머리와 심장 그리고 급소를 피해 쏘기도 했고 HP 팔찌가 대미지 일부를 흡수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뼈는 무사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뭐… 괜찮다.
이 아카데미에는 우수한 힐러들이 많으니까.
이번 경기가 끝나면 바로 치료를 받고 회복될 것이다.
“이제 우리들만 남았네?”
경기장 위에 서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다섯 명.
이서연 아서 아스카 노아 모두 주연급 애들뿐이었다.
“하하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노아가 경쾌한 웃음을 흘리며 두 손에 화륵 성화를 일으켰다.
“이유진 이건 승부다. 그러니 내게 베이더라도 미워하지 마라.”
아서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엑스칼리버를 뽑아들며 황금빛 검기를 뿜어냈다.
“이유진 나 최선을 다해 싸울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진심인지 나를 보는 이서연의 눈빛이 평소와 달리 차갑게 가라앉았다.
“…어 수석 씨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아니 아스카야.
애들이 다 진지하게 싸우겠다는데.
“”….””
거봐 모두 째려보잖아.
“하… 하핫. 농담이에요.”
세 사람의 시선을 받은 아스카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두 개의 철목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붉은색의 검기를 뿜어내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그런 아스카를 시작으로 모두가 나를 향해 투기를 쏘아보냈다.
음 1대 4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보스 몬스터인 것 같았는데.
지금은 영웅과 대치하고 있는 악당 같네.
그 생각에 나는 피식 웃으며 잠시 내려놓았던 썬더볼트들을 다시 염력으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는 두 미니건과 함께 네 사람을 향해 겨누었다.
위이이이이잉…!
두 미니건의 총열이 다시 회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썬더볼트들이 당장이라도 푸른 섬광을 쏘아낼 것처럼 사방에 번개를 흩뿌렸다.
“그럼 모두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해볼까.”
내가 그리 말함과 동시에 네 사람의 발이 바닥을 박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zakuti 님 오늘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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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드래곤킹TV] 님 10코인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wogk****_950] 님 13코인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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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그야말로 빌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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