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2
132 – 소용돌이 열쇠 # 2
유다희와 강바다 아저씨의 대화는 약 2시간 정도 이어졌다·
나는 조금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봤는데 재밌는 일은 딱히 없었다·
이럴 때는 상태창 보는 게 최고다·
『3레벨 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 상점에서는 용사들과의 전투에 도움이 될 다양한 물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상점의 레벨을 올리면 상품 추가 및 할인이 적용 됩니다·
상점 레벨 3 Lv MAX)
1· 특성 뽑기권 – 80P
2· 캡슐 뽑기권 – 80P
3· 잠금 항목 해금하기 – 80P
오랜만에 내 특성이나 좀 뽑을까?
내게는 《특성 강화》도 있었으니까 어떤 특성이든 뽑아 놓으면 이득이었다·
뾰로롱-!
곧 게임에서 이런저런 뽑기를 할 때 흔히 등장하는 룰렛 같은 것이 나오는가 싶더니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돌려돌려 돌림판 같은 느낌·
“제발 좋은 거···!”
드르르르르르르르륵-탁·
멈췄다!
룰렛 기계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올빼미 눈》 : 어두운 곳을 더 잘 볼 수 있게 됩니다·』
오·
좋은데?
이런 게 있었으면 진작 특성 뽑기나 좀 할걸 그랬다·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할까?
한참 고민한 나는 역시 그만두기로 했다·
포인트를 함부로 쓰면 안 됐다· 적어도 1000P는 항상 지니고 있어야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고 해야 할까? 시계를 《엉성한 시계》로 바꾸고 난 이후부터는 더 그랬다·
슥-·
그때 유다희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보였다·
대화가 끝난 걸까?
강바다 아저씨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유다희가 내쪽으로 왔다·
“영원아· 가자·”
“응? 이야기 잘 했어?”
“응·”
둘 사이에 있었던 문제가 정말 잘 해결된 게 맞을까?
나는 유다희와 강바다 아저씨를 다시금 바라봤다·
정말 이야기가 잘 풀렸는지 어떤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아빠한테 이야기했어· 내가 영원이 너와 함께 하는 걸 포기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이건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고 왕관이야·”
헉!
유다희의 이야기에 나는 당황스러우면서도 감동하게 됐다·
유다희가 우리 해적단의 일에 대해 이렇게나 열정을 가져 주다니·
내 마음 한 구석이 든든해지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부끄러워졌다·
“뭐야 그거 고백하는 거야?”
멋쩍게 얼버무리듯이 물었다·
그러자 다희가 말했다·
“그것 이상이야· 그럼 가자·”
다희가 내 손을 잡아 끌었다·
나는 카페에 앉아 있는 강바다 아저씨가 신경 쓰였지만 여자애의 손이라는 것은 상당한 마력이 있었기에 거부할 수 없이 끌려나가고 말았다·
나는 운전기사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는 공원까지 유다희를 데려다주기로 했다·
우리는 여름 밤을 같이 걸었는데 여자애와 둘이 걷는다는 건 지금의 내게도 여전히 어색하고 낯선 경험이었다·
다행히 다희는 이미지와 다르게 조잘조잘 잘 떠드는 편이었다·
“우리 엄마에 대해 말해줬어· 엄마는 아빠보다 나이가 많았대· 그리고 엄마가 나를 가졌을 때 엄마는 스물이 넘었고 아빠는 17살이었다더라·”
유다희는 서른 중반의 아버지를 둔 여고생이었다·
강바다 아저씨의 얼굴이 이런저런 일로 노안이라 그렇지 우리 엄마랑 동갑이었다·
고등학생 딸을 둔 아저씨라기엔 너무 젊은 나이라는 소리였다·
“영원아 네 덕분에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빠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게 됐어·”
“그래?”
다행이구만·
역시 문제는 앓고 있어봐야 도움이 안 되니 돌직구로 해결하는 게 좋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너무나도 어렵게 생각해왔던 것 같다·
내 성격이 솔직하지 못한 탓인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도 베베 꼬아왔던 것이리라·
여름 밤이 지닌 마력 때문일까?
아니면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나 또한 성장하게 된 걸까·
나는 평소 같았으면 절대 물어볼 수 없었던 것을 다희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다희야· 우리 아빠에 대해 너에게 할 말이 있는데· 너랑 우리 아빠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묻고 싶어·”
“그때 이야기는 싫어할 줄 알았는데?”
“그랬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나· 3층에서 그 여름의 창고를 봤어· 만약 또 그런 광경을 보게 된다면 나는 고장나겠지· 그건 내 트라우마야·”
복도를 넘나드는 모두가 자신의 공포와 직접 마주하고 있었다·
양주희도 정석도 유다희도 하다못해 봉지연조차 언니의 머리를 찾으려고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내가 과거에 도망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그 일이 언젠가 발목을 붙잡을지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진실을 알고 싶었다·
아버지가 진짜 범죄자일지 아닐지·
설령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받아들이자고·
그렇게 생각할 때 다희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도 지금 같은 여름이었어·”
# # #
나도 기억한다·
유난히도 매미가 시끄럽게 울었던 여름·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이었다·
“꿈처럼 몽롱한 기억들이야· 그때 나는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서 병원에 다니고 의사를 찾아다녀도 상태가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대·”
유다희는 자신의 일을 말하는데 마치 남의 이야기를 말하듯이 설명했다·
오래 전의 일이라 기억이 온전하지 않기 때문이었을까·
“그러던 도중 우리 집에서 일하고 있던 아줌마가··· 지금 계시는 댄버스 아주머니 말고· 전에 일하시던 아줌마가 나를 치료해준다고 서울로 보낸 거야·”
엄마!
우리 엄마였다·
엄마가 갑작스럽게 병을 앓게 된 다희를 서울로 보냈구나·
엘리베이터를 통해 과거로 가 저택에 머무르고 있던 엄마가 아빠에게 다희를 보낸 거다·
“그 뒤로는···솔직히 기억이 없어· 엄청 무섭고 아팠다는 것만 기억해· 그리고 바깥에서 들려오던 남자애 목소리랑···· 나는 남자애에게 살려달라고 했어· 구해달라고····”
“····”
“결국 문 바깥의 남자애가 문을 열어줬고 나는 살았어· 그게 내가 기억하는 일이야· 그게 내가 말해줄 수 있는 나의 전부·”
···내 기억과 다른데·
창고 안에 ‘여자애’가 갇혀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는 역시 그 ‘여자애’가 지금의 유다희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는 쪽으로 생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건 유다희였지만 역시 유다희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보다 짐승에 가까웠고 나를 꾀어내는 사탄 같은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그게 가능한 일인지 싶었지만 권수호의 일이 해답이었다·
유다희는 권수호처럼 기벽이 2개 쌓여서 뒤바뀌고 말았던 거야·
어떻게 돌아온 거지?
엄마가 아빠에게 유다희를 보냈던 것에는 이유가 있을 터·
아빠는 기벽 2개로 뒤바뀐 사람이 되돌아오는 방법에 대해 알았던 걸까?
“영원아· 나는 너희 가족을 망가트렸어· 네 인생을 빼앗았어· 내가 없었다면 너희 가족은 행복하게 지냈을 거야·”
축-·
공원에 앉은 유다희가 어깨를 늘어트렸다·
유다희가 나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어렴풋이 엄마가 말했던 “엄마가 미안해· 그냥···갑자기 그런 기분이 드네·”라는 말도 이해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과거로 사라졌던 엄마는 아빠가 감옥에 들어간 이후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 다 알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유다희를 우리 집으로 보내는 걸 선택했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에 있어서 내게 미안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내 인생이 조져진 게 남들 탓인가?
그랬다· 적어도 어느 날까지는·
하지만 지금 실질적으로 내 인생을 조지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다·
“네가 있던 창고 문을 열었던 건 내 선택이야· 구교사 문을 연 것도 나고· 2층 문을 연 것도 나고 3층 문을 열었던 것도 나잖아·”
내가 가장 용서할 수 없는 건 사실 아빠가 아니라 나였다·
내 선택에 많은 것들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뒤늦게서야 알았으니·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항상 저지르고 나서 돌이킬 수 없어지고 난 뒤에야 후회하는 사람이었다·
강바다 아저씨의 말대로 나는 결국 나밖에 모르고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남들을 사지에 내몰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과정에서 친구들이 진짜로 죽을지도 몰랐다·
“대신 너희들 꿈은 내가 반드시 이뤄줄게· 내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너희들 꿈은 이뤄줄게·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를 위해 죽어줘·”
이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부탁이었다·
유다희는 말 없이 나를 안아줬다·
우리는 서로가 깨진 유리 조각 같아서 그 빈틈이 서로에게 잘 맞았다·
내 친구들과 내가 잘 어울릴 수 있는 건 그들 모두 어딘가 고장 나고 망가졌기 때문이었다·
부족한 자들만이 강렬한 열망을 가지는 법이다·
어쩌면 나는 그렇게 열망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걸지도 몰랐다·
“영원아···· 너에게만 말해줄게·”
나를 안아주었던 유다희가 내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깜짝 놀랐다·
스륵-·
내게서 떨어져나간 유다희·
유다희는 달빛 아래로 배시시 웃었다·
유다희의 두 눈에서 주룩-피가 흘러내렸다·
“오늘 우리 엄마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대해 들었어· 나도 같은 상황이었다면···그렇게 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이건 너만 알고 있어야 해· 나조차도 모르게···· 왜냐하면···나는 이렇게 해버리고 말 테니까····”
달빛 아래 쓰러진 유다희가 마치 붉은 꽃처럼 피어났다·
“이게···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의 전부····”
스르륵-·
힘이 풀린 유다희의 손아귀에는 익숙한 주머니가 있었다·
은방울꽃 냄새가 났다·
“····”
유다희가 스스로 죽었다·
내가 자신의 아버지와 만나게 했던 것이 어떠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던 게 분명했다·
나는 유다희와 강바다가 만난다면 앞으로도 몇 번이나 같은 일이 벌어지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유다희는 나를 위해 죽을 것이다·
망설임 없이· 강바다와 유다희는 만나선 안 됐다·
나는 눈을 감고 태엽을 감았다·
여름을 수놓았던 피가 되감기고 있었던 모든 일들이 나의 기억 속에만 남을 때까지·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매미의 허물처럼 사그라지고 모든 맹세와 약속 또한 의미 없이 영원 속으로 사라졌다·
눈을 뜨자 구교사 입구 앞에서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단사 탐사를 결심했던 당일의 점심 학교 앞에서 모두가 사진을 찍었던 때였다·
“얘들아 불단사는 3층에 있어· 그리고 이 장소에 대해 알고 싶으면 지동석이라는 사람을 찾아가야 한대·”
“시간을 되감았구나·”
머리 좋은 정석이 내 대화를 듣고 상황을 알아차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월 29일···!!! 짤그랑···!!! 후원 동전이 떨어지는 것을 누군가 얼른 주웠다···!!!
“동전이 마구 떨어진다는 것이야···!!! 이 쿠네노이가 감사함을 전하는 것이야···!!!”
이찬건_789 님!!!HKM813 님!!! 후원 감사합니닷···!!!
아앗-!!! 왕 코인을 보내주신 1252 님!!! 후원 감사합니닷···!!!
자세한 감사의 내역은 공지사항을 살펴주는 것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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