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67
167 – 3·5층 # 2
나를 구해줬던 아줌마의 차림새가 영 으스스했다·
엄청 큰 눈동자가 그려진 가면을 쓰고 있었고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작두칼까지 들고 있었으니·
그런 아줌마가 무어라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너····”
대체 뭘까 싶었고 동시에 오싹했다·
얼른 이 자리를 빠져나가야 해·
“저는 가볼게요·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꽈악-·
그런데 이 아줌마가 내 멱살을 잡고 날 놓아주질 않았다·
“···내 놔·”
“뭘요! 뭘요! 이러지 마세요!”
“내 놔! 있지 여기에! 피냄새 짙은 게! 딱딱한 게!”
아줌마가 내 바지춤을 마구 뒤적이기 시작했다·
“이러지 마세요! 저도 때릴 거예요!”
“핏소리가 들린다! 숨길 생각하지 마라! 핏소리가 들려!”
뭔 소리가 들린다는 거야·
완전 미친년이었다·
나한테서 뭘 요구하는 건지 몰라서 정신이 아찔해졌을 때 내 바지춤에서 무언가 두꺼운 토막 같은 게 바닥으로 덜컥-떨어졌다·
그건 명패였다· 뭐야· 저게 왜 나한테 있지?
“있다! 있어! 운이 좋구나! 운이 좋아!”
명패를 얼른 집어든 아줌마·
곧 아줌마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이건 내 거야!”
콱-!
아줌마가 내 목을 향해 차가운 손을 뻗어 숨통을 조였다·
“그에에엑!”
“죽어라아아앗! 하하하하핫!”
이게 여자의 힘인가? 이게 사람의 힘이라고?
진짜 죽겠다·
그런 생각이 들 때 무언가 아줌마를 향해 덤벼들었다·
“영원아!”
퍽-!
아줌마는 자동차에 치인 것처럼 넘어졌다·
“아이쿠야!”
정신을 차리니 다희가 아줌마를 깔아뭉개고 있었다·
다희는 명패를 손에 들고 아줌마의 머리를 마구 내리쳤다·
퍽퍽퍽퍽퍽-!
너무 순식간이라 내가 말릴 틈도 없었다·
수차례 얻어맞은 아줌마는 밟힌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다가 축-늘어졌다·
빠각-· 얼굴에 쓰고 있던 나무 가면이 반토막이 나 얼굴이 드러났다·
무당 아줌마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젊은 여성이었다·
홍미리 선생님과 나이가 비슷할까·
죽었다·
“영원아 괜찮아?”
다희는 얼굴에 피를 잔뜩 묻히고는 나를 향해 물었다·
다희가 반가우면서 동시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나는 괜찮긴 한데····”
뚝 뚝뚝-·
다희가 손에 쥔 명패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붉은 피가 음각으로 파인 글자에 스며들며 붉게 빛났다·
「牧師 天愛粹」
붉은 글씨가 유난히 요사스럽고 으스스했다·
다희의 하얀 얼굴에 흐르는 핏방울도 무시무시했고·
“나는 괜찮아·”
나는 마구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다희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죽었겠지·
이것저것 따지고 있을 수만도 없는 법이다· 나는 양주희를 찾아야 해·
양주희가 이 어딘가에 잔류하고 있다·
“주희한테 말 걸어봤어?”
다희는 《속닥속닥》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상대가 멀리 있어도 텔레파시처럼 말을 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얼굴에 묻은 피를 소매로 닦아내던 다희가 말했다·
“말 해 봤는데 잘 안되는 것 같아· 아마도 다른 층에 있나 봐·”
일단 지하로 가서 부적부터 손에 넣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지하로 향했다·
지하로 가니 구혜나가 바르르-떨고 있었다·
“야 혜나야· 왜 그렇게 겁 먹었어?”
“···1층에 무당들이 엄청 많아· 무당들이 나를 잡으려고 해!”
구혜나는 자신을 노리고 온 무당들에게 잔뜩 공격을 당했다고 그랬다·
나도 아까 전 명패를 보고 휙 돌아버린 아줌마에게 공격을 당해봐서 그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무서웠던 여고생 귀신도 미친 무당 아줌마들이 많아지니 꼭 잡아야 할 포켓몬 취급인가·
불쌍했다·
“부적 가져갈게· 너도 1층으로 올라가지 말고 그냥 여기 지하에 숨어 있어·”
“응· 진짜 너희들도 조심해라· 1층에 사람들 엄청 많아· 학교 자체도 더 커진 것 같아· 1층 너비가 이상해· 모르는 공간도 막 생겨있고· 사람들끼리 서로 죽이기도 해·”
“모르는 공간이 생겨?”
“막 미로처럼·”
구혜나는 최근 이 악몽의 복도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혀 있어야 할 장소에 길이 있고 이상한 교실이 있다고·
낯선 인간들과 귀신들도 잔뜩 돌아다닌다고 그랬다·
3층을 열어버린 이후 이것저것 난장판이구나·
“그럼 다희야· 올라가자·”
나는 다희와 함께 1층으로 올라갔다·
1층 부적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희에게 종이학이 있었으니까·
“종이학 날릴게· 후-·”
바람에 휘날린 종이학이 두둥실 공중에 떠올라 복도 1층을 누볐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구혜나의 말처럼 낯선 인간들이 복도 1층에 잔뜩 있었다는 점이었다·
“영복아 거기 교무실에 뭐 아무것도 없냐?”
“없어· 없어· 허탕이야· 누가 이미 싹 털어갔어·”
“에이 씨발 종 쳤네·”
손에 부서진 의자 다리 같은 것을 몽둥이처럼 쥔 남자 무리였다·
인원은 셋·
말투가 험한 것을 보니 친절한 사람들 같진 않았다·
“위층으로 올라갈까?”
“미쳤냐· 거기 갔다가 우리 다 미쳐버린다·”
“아까 방울 든 무당년 하나가 돌아다니고 있던데· 그 여자 죽이고 다 빼앗자·”
“예쁘냐?”
“병신 새끼 이 상황에서도 그게 중요하냐? 가면 쓰고 있어서 얼굴은 못 봤어· 그래도 젊은 여자 같던데· 어설프더라고·”
“크흐흐 어차피 죽이면 기억도 못 할 텐데 확 담가버릴까? 그 전에 얼굴도 좀 보고·”
척 봐도 강도나 도둑처럼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만약 우리가 저 사람들에게 들킨다면····
명패를 보고 눈이 돌아갔던 무당처럼 저 사람들이 돌아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살금살금-·
우리는 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해 복도를 숨어다녔다·
내 《올빼미 눈》 덕분에 불빛 하나 없는 어둠 속이 잘 보인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 # #
1층 부적은 여자 화장실에 있었다·
그것을 획득하자 우르릉-학교가 뒤흔들릴 것처럼 큰 소리가 울렸다·
“양주희는 어디에 있는 거야·”
나는 얼른 이 괴상한 복도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복도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잡귀도 많아서 복도가 무슨 게임 속 던전 같은 장소가 되어 있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던전을 파밍하듯이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이 가진 물건들을 빼앗고 있었다·
“야 영복아 이년 봐· 주머니에 부적 있다·”
“혹시 탈출 부적이야?”
“아니 그냥 잡쓰레기 같은 부적인데· 없는 것보단 낫겠지· 다 벗겨보자· 더 있을 수도 있어· 그런데···누가 이년을 죽인 거지?”
2층으로 올라가려고 돌아다니던 와중 우리가 죽였던 무당의 시체를 아까의 남자들이 발가벗기고 있는 게 보였다·
망자에 대한 예의조차 없는 행위였다·
‘하필이면 저 사람들이 2층 계단을 막고 있잖아·’
이 장소는 현실이 아니었다·
법도 도덕도 없는 악몽·
남을 죽이고 물건을 빼앗는다는 것에 다들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사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죽을 뻔했다고 하지만 우리도 무당을 쓰러트렸고 작두칼까지 훔쳐서 들고 있었다·
다희가 손에 쥐고 있는 방울도 그랬다·
문득 자신들이 이 복도를 지키고 있었다고 말한 왕자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신들은 순한 맛이라고도 말했다·
그 이야기가 진짜였다면?
여러모로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어라 거기 누굽니까?”
그때 누군가 우리를 향해 손전등을 비췄다·
씁 남자들을 너무 오래 지켜보고 있었나보다·
‘위험해· 들켰다·’
저 남자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
또 다희가 저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던 나는 결단을 내렸다·
“다희야 내가 신호하면 바로 2층으로 뛰어 올라가· 지금이야! 지금!”
“응!”
파바바밧-·
2층으로 뛰기 시작하는 다희·
그런 다희의 손에서 짤랑짤랑-방울 소리가 들렸다·
곧 남자들이 소리쳤다·
“방울 소리다! 무당 방울이야! 잡아! 쟤 잡아!”
“잡아라!”
“절대 못 도망치게 해!”
“조···좆 까! 먼저 덤벼오는 놈부터 죽인다!”
나는 짐짓 성난 사자처럼 소리쳤다·
작두칼을 휘휘 휘두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작두칼의 날카로움에 흠칫-떨었던 남자들·
그들이 곧 푸하하-웃었다·
“야 아가야· 그 작두칼은 무딘 칼이야· 인간이 아니라 귀신 잡는 칼이라고·”
“그런 거 맞아봤자 멍 조금 들고 만다·”
진짜로?
몰랐다·
중요한 건 다희가 이미 2층까지 뛰었다는 점이었다·
시간 끌기는 충분히 했으니까 나도 2층으로 가면 되는데·
하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남자들이 틀어막듯이 막고 있었다·
“이리와 봐·”
“영지고 학생이냐? 옛날부터 영지고 학생들은 많이 휘말렸다고 그러던데·”
“이리 와· 아저씨가 아까 그 여자애랑 같이 이 학교에서 내보내줄게·”
흐흐흐-웃는 아저씨들·
내보내준다는 말은 죽인다는 뜻일 게 분명했다·
내가 바보로 보이나·
어떻게하지·
한참 고민하고 있을 즈음-·
꺄아아아악-!
귀를 찢는 듯한 비명이 들렸다·
곧 어디선가 튀어나온 여고생 귀신 구혜나가 아저씨들을 덮쳤다·
“으악!”
“뭐야 이거! 영복아! 살려줘라! 살려줘!”
“이익!”
지하에 숨어있었을 구혜나가 어째서 여기에? 혹시 나를 구하러 와준 건가?
귀신에게 감동 받는 날이 올 줄이야·
“혜나야 고마워!”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2층을 향해 힘껏 뛰었다·
남자들이 대화할 때 2층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그게 진짜였는지 남자들은 선뜻 2층 계단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망할! 놓쳤어!”
“에라이 썅!”
“멍청이!”
나는 남자들에게 욕설을 내뱉어주고 2층으로 완전히 진입했다·
사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긴 아직 일렀다· 어떤 면에서는 2층이 1층보다 더 험난했으니·
“2층엔 악귀들이 있을 텐데·”
걱정을 숨기지 않는 다희를 보며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갖고 있는 부적은 2장·
나랑 다희가 탈출하기엔 충분한 양이었다·
“내 생각에 주희는 3층에 있을 거야· 주희가 잔류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추측을 해봤는데· 이런 게 아닐까 싶어·”
3층을 진입하는 자들은 ‘기벽’을 하나씩 떠안게 되어 있었다·
그날 양주희와 정소진은 3층을 목전에 두고 있었던 게 틀림 없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죽은 정소진과 다르게 양주희는 3층을 진입했던 것이리라·
“3층으로 들어가면 기벽이 하나씩 쌓이잖아·”
기벽 하나가 쌓인 양주희·
부적이 없던 양주희에게 탈출은 ‘죽음’ 외에 방법이 없었을 터· 하지만 이미 기벽이 하나 쌓인 양주희에게 죽음은 권수호처럼 끔찍한 뒤바뀜을 예고했다·
그렇기에 양주희는 죽기보다 3층에서 잔류하는 방법을 택한 게 아닐까? 그 방법이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어도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추측이 딱 이것이었다·
“얘들아 쫓아가자!”
“어차피 이곳에서 나가려면 죽거나 부적을 얻거나 둘 중 하나야!”
“가자! 가!”
그때 1층에서 아저씨들이 의기투합하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2층까지 올라올 생각인가·
당황한 나는 얼른 2층을 뚫고 3층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똑딱똑딱-·”
문제는 3층으로 가는 길목에 박자 귀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위로 올라가자! 아까 애새끼들 잡아서 다 빼앗자!”
“영원아 여기 있지? 선생님이 네 냄새 알아· 여기 있잖아· 영원아 선생님이랑 상담 좀 할까?”
내 뒤는 살인 아저씨 모임에 앞에는 박자 귀신·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진 어떻게 해야할지 한참 고민했는데 갑자기 다희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불쑥-불쑥-·
“어우 씨 뭐야! 다희야 그거 뭐야!”
“몰라! 내 가슴이 커지고 있어! 뭐야!”
불쑥-불쑥-·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다희의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여고생의 성장기? 아니 그런 것으로 표현할 레벨을 아득히 넘어 있었다·
터질 것처럼 빵빵해진 다희의 교복 조끼를 보며 내가 당황하고 있을 즈음-·
팟-!
무언가가 다희의 교복조끼 안에서 튀어나왔다·
━붐붐파우-·
“이···이 소리는?”
기가노토!
기가노토가 다희랑 같이 있었구나!
곧 네 다리로 빠르게 뛴 기가노토가 박자 귀신을 향해 덤벼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3월 18일···!!! 구불노이가 후원 동전을 줍고 매우 기뻐했다···!!!
“기쁨의 구불구불 춤을 춘다는 것이야···!!! 이 후원으로 꽈배기를 한번 또 사 먹는 것이야···!!!”
아앗-!!! 왕 코인을 보내주신 아토므스크 님!!! 후원 감사합니닷···!!!
자세한 감사의 내역은 공지사항을 살펴주는 것입니닷···!!!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