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0
030 – 행방불명 # 2
병실에 들어서니 엄마가 1인실에서 자고 있었다·
얼굴이 조금 초췌해보였다·
살이 빠져서 야윈 것 같기도 했다·
사흘이나 실종되어 있었으니까·
다소 겉모습에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지도·
살아서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안경을 쓴 의사 선생님이 내게 친절히 설명했다·
“네가 아들 영원이구나? 어머니는 지금 안정을 취해야 해· 가벼운 정신착란 증세와 기억의 혼동이 있으신 것 같더라· 그래서 거리를 배회하신 것 같아·”
“정신 착란이요···?”
“정신적으로 제법 큰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야· 그래도 이러한 것들은 일시적일 수 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차차 나아질 거야· 조금 더 경과를 지켜봐야겠구나·”
엄마가 큰 충격을 받아 정신이 오락가락했나····
집으로 곧장 들어오지 않고 거리를 배회한 건 정신의 충격이라는 인과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정신적 충격은···아마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때의 일 때문이 아닐까·
나는 잠들어 있는 엄마를 다시금 보며 의사 선생님께 물었다·
“다치거나 한 곳은 없나요?”
“자세한 건 검사를 더 해봐야겠지만 눈에 띄는 외상은 없었어· 영양이 조금 부족한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건강하신 편이야·”
후····
사흘간 허파가 꽉 막힌 것처럼 숨을 쉬기 어려웠는데 겨우 좀 숨구멍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이제야 현실감이 느껴졌다·
배가 고팠고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다리는 후들거렸다·
솔직히 지난 사흘을 내가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밥도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
잠은 잤는지·
학교는 갔었는지····
「엄마를 찾아야 한다」라는 것에 집중하느라 외면하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이제야 하나둘 내게 청구서를 내미는 기분이었다·
“며칠은 더 입원 하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자세한 검사도 좀 해보고· 보호자의 성명이 필요한데···학생이 미성년자라····”
“제가 대리인이 되죠· 저는 영지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에요·”
홍미리 선생님이 함께 계셔서 다행이었다·
홍미리 선생님은 미성년자인 내가 다루기 어려운 법적 문제의 대리인이 되어주셨다·
1인실 입원이라 돈이 제법 들지도 모른다는 게 걱정이었지만····
내게는 기적의 상태창이 있으니 돈은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착-·
영어 선생님이 내 어깨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렸다·
“야· 남자가 그렇게 축 처져서 되겠어?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내 차 있으니까·”
또각· 또각·
홍미리 선생님은 기운차게 걸어서 병원 바깥으로 나갔다·
고등학교 교사의 봉급으로는 구매하기 어려울 법한 빨간색 스포츠카가 병원에 주차되어 있었는데 홍미리 선생님이 능숙하게 차에 올랐다·
“뭐해? 안 타고·”
슥-·
차에 타자 상큼한 방향제 냄새가 났다·
여성 선생님들의 자동차라는 것은 대부분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모양이다·
부르릉-·
선생님이 한참 차를 몰고 가다가 멈춘 곳은 지문동의 모텔 거리였다·
문자 그대로 모텔들이 잔뜩 있었다·
문득 홍미리 선생님과 D반의 양아치 김건호가 이 지문동의 모텔거리를 돌아다녔다더라-하는 소문이 돌았던 게 생각났다·
내가 여기서 홍미리 선생님과 함께 걷는 걸 누가 본다면 나도 그런 소문이 나려나?
“뭐해? 이 근처에 내가 아는 국밥집 있어· 아주 맛있는 집이야·”
“····”
나는 영어 선생님과 함께 지문동 거리를 돌아다녔다·
곧 영어 선생님이 어느 골목길을 가리켰다·
“너희 어머니를 발견한 게 여기 골목이야· 사람이 쓰러져 있었거든· 경찰에 신고하니까 신분증이랑 이것저것 뒤져보더니 너희 엄마라고 하더라·”
“아·”
“야! 너희들! 영지고 학생이지! 빨리 집에 안 들어가!?”
갑자기 홍미리 선생님이 큰 소리를 쳐서 나는 깜짝 놀랐다·
고개를 돌리자 영지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고는 후다닥 뛰어 도망쳤다·
“저거 봐· 쯧쯧· 양아치 놈들이 꼭 이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사고 친다니까· 너희 반에도 하나 있지? 김건호라고· 왕꼴통· 걔도 이 주변에서 엄청 보인다니까· 그런데 요즘은 안보이네·”
“아· 김건호요·”
“너도 김건호랑 내가 같이 모텔 갔다는 이야기 떠올리고 있지?”
“예?”
나는 크게 당황했다·
그러자 영어 선생님이 내 옆구리를 콱-꼬집었다·
“이 엉큼한 녀석 봐· 너희 학생들 사이에서 그런 소문 도는 거야 하루 이틀 아니지· 일일이 해명하기도 귀찮아· 참고로 나는 연상이 취향이라 꼬맹이들은 관심도 없단다·”
그런가·
김건호와 영어 선생님이 모텔 거리를 함께 돌아다녔다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오해에서 비롯된 소문 같았다· 양아치 김건호를 계도하는 홍미리 선생님의 모습을 누군가 본 것이겠지·
뭐···학생들의 소문이란 대부분 그런 식이긴 했다·
국밥 두 그릇이 나왔다·
아주 맛있었다·
“이거 무슨 국밥이에요? 무슨 고기죠?”
“몰라· 선생님 소주 한잔 마신다? 너 집까지는 안 태워다줘도 되겠지? 알아서 갈 수 있지?”
선생님은 소주를 하나 시켜서 맥주잔에 콸콸 부어 마셨다·
선생님이 술을 마신다···· 「아줌마귀」가 떠올라서 영 불안했다· 홍미리 선생님은 올해로 27살이시니 아줌마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무사하셔서 다행이구나· 이 도시에서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자주 없어지고 그러나 몰라· 수맥이 있어서 그런가·”
수맥····
그러고 보면 영어 선생님은 저번에 도서관에서도 수맥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미신이나 뭐 그런 걸 잘 믿는 사람인가?
뚝-뚝-·
그때 선생님의 목에서 피가 떨어졌다·
“어어···· 선생님· 목에서 피가 나는데요?”
나는 무슨 괴기나 귀신이라도 또 나타난 것인가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비싸 보이는 가방을 열고 손수건을 꺼내 목에 흐르는 피를 슥슥 닦아냈다·
“아 이거· 예전에 큰 수술을 한 적이 있어서· 다 아물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이렇게 상처가 벌어지더라·”
지금 보니···선생님의 목과 얼굴은 피부색이 달랐다·
술에 취한 것인지 목 아래로는 엄청 붉었는데 초커의 경계선을 넘어 얼굴만큼은 너무나도 하얀색이었다·
화장의 차이?
아니 단순히 화장의 차이라기엔 너무나도····
오싹한 소름이 내 뒷덜미에 타고 오를 때였다·
“그보다 너희 반은 좀 어때? 요즘 D반 이상하잖아· 학생들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특이한 점 없어? 이상한 점이나· 김건호는 학교도 안 나오고·”
“건호가 학교 안 나오는 건 몰랐네요· 저도 요즘은 정신이 없어서····”
“김건호랑 친했지? 요새 학교 왜 안 나오고 있는지 몰라? 걔· 구교사에서 외박한 뒤로 좀 이상해진 것 같던데· 걔가 무슨 이야기 안 했니? 귀신 이야기라거나·”
“귀신···이야기요?”
“왜· 밤길에 나타나는 빨간 마스크 같은 거· 요새 애들은 빨간 마스크 모르나? 빨간색 마스크 쓰고· 하이힐 신고 바바리 코트 같은 거 입고· 입 쫙-찢어져서·”
“들어본 것 같긴 한데요· 건호가 그런 이야기를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나는 어째선지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얼버무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솔직히 국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깨톡-·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어 저 선생님· 저는 이만 가봐야겠어요· 어머니가 깨어나셨대요· 선생님은 술 드셨으니까 일어나실 필요 없어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드르륵-·
나는 의자를 밀고 나왔다·
그런 내게 영어 선생님이 말했다·
“밤길 조심하렴·”
# # #
저녁 8시·
나는 다시 병원에 도착했다·
엄마가 일어났다는 메시지는 진짜였으니까·
병실로 들어가자 엄마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앉아있는 게 보였다·
저녁을 먹는 중일까?
“엄마·”
“····”
엄마가 나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나를 기억해내려는 모양새였다·
“엄마· 나 하영원이야· 아들이잖아· 못 알아 봐?”
“···아들? 이상하다· 내 아들은 하영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엄마·
아무래도 정신이나 기억이 아직 온전하지 못한 듯했다·
나는 달려가서 엄마를 와락 안았다·
“아···이건 기억 나····”
스륵-·
엄마도 나를 안아줬다·
엄마의 온기 냄새 모든 것이 내 기억에도 선명했다·
하지만 엄마의 아들이기에 나는 알 수 있었다·
···엄마는 조금 달라졌다·
남들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겠지만 몸무게든 무엇이든 아주 조금이나마 달라진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이 퍽 슬펐지만 일단은 엄마가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에 감사했다·
“아 영원아· 뭐야· 엄마 숨 막혀!”
“엄마! 이제 나 기억해?”
“당연하지· 하채연 아들 영원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술을 너무 마셨나· 필름이 팍 끊긴 것 같은데· 엄마 핸드폰은? 엄마 핸드폰 못 봤니? 오늘 며칠이야?”
엄마의 태도가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기억의 혼동과 정신의 착란은 일시적인 것이라 했는데 그 말이 진짜였던 모양이다·
“엄마· 앞으로는 베터리 좀 꽉꽉 충전하고 다녀· 보조베터리 좀 들고 다니고·”
슥-·
나는 병원 서랍에 놓여 있던 엄마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엄마는 핸드폰을 받아 충전기에 연결한 후 이리저리 조작을 해봤는데 뭔가 잘 안 되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였다·
“안 켜지네· 고장 났나? 이거 고장나면 큰 일인데· 안에 중요한 연락처랑 사진 같은 것도 다 있어서···! 오우 쉣···! 조졌다···!”
“이리 줘· 내가 내일 서비스센터 가서 한번 고쳐달라고 해 볼게·”
“그런데 혼자 왔어? 걔는 같이 안 왔니?”
“뭔 소리야? 걔가 누군데?”
“그 왜 있잖아· 예쁘장한 여자애· 이름이 뭐더라···· 모르겠네· 내가 뭐라고 한 거야 지금?”
엄마의 입원은 아무래도 조금 더 계속되어야 할 것 같았다·
이런저런 정밀 검사도 받아봐야 할 것 같고·
병원의 면회 시간은 9시까지였기 때문에 나는 집으로 혼자 돌아와야만 했다·
“····”
내가 뿌렸던 「은은한 향수」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모르겠다·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 때 혹시 엄마는 죽었고 귀신이 된 게 아닐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엄마가 죽어서 귀신이 됐는데···내가 향수를 뿌려서 혹시 나를 못 찾고 있는 건가····
그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좀 숨통이 트이니까 그 집으로 혼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좀 무서웠다·
나는 핸드폰을 들었고···정석과 양주희가 있는 단톡방인 「하영원 해적단」에 말했다·
「엄마 찾았음」
「양주희 : 와ㅅㅂ다행이다」
양주희가 곧바로 확인하고 답장했다·
정석도 한 1분 정도 후에 톡을 보내왔다·
「정글정석 : 진짜 다행이다· 별일 없으시대?」
「ㅇㅇ일단은 괜찮은 것 같음 그보다 오늘 우리 집 와줄 수 있는 사람? 나 혼자 자야 하는데 너무 무서움」
「양주희 : 난 오늘은 안 될 듯 엄마가 아파서ㅠ나도 요 며칠 달리기 시작했더니 온몸이 쑤시닼ㅋㅋ」
「정글정석 : 나도 오늘은 좀·」
그런가·
다들 각자의 삶이 있는 법이니까·
생각해보면···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이후 다들 바빴던 것 같다· 내가 엄마의 일 때문에 친구들에게 신경을 못 썼던 것도 있지만·
정석이 녀석은 나를 좀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서운가····”
엘리베이터에서 겪은 사(死)층의 경험이 유난히 무섭긴 했지·
다들 쫄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깨톡-·
그때 메시지가 왔다·
정석으로부터의 개인톡이었다·
「정글정석 : 요 며칠 네 분위기나 상황 때문에 말을 못 했는데 찾은 게 좀 있다· 우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던 장소가 여기 게임에 나오는 내용이랑 너무 닮았어·」
정석이 내게 링크를 하나 보냈다·
「심연의 복도」라는 이름의 게임이었고 가격은 2만 원대에 일본회사에서 만든 외국 공포 게임 같았다·
「정글정석 : 귀신들 피해서 숨고 탈출하고 하는 게임이야·」
「정글정석 : 회사는 일본에 있는데 사장이 한국인이더라고· 혹시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내일 주말이니까 시간 있으면 너희 집이나 PC방에서 같이 해보자·」
또 귀신 사건과 연관 될까 봐 무서워서 나를 피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정말 사정들이 있어서 못 오는 것뿐이로구나·
「정글정석 : 너희 어머니 찾으려고 나도 아빠한테 말해보고 했었다· 양주희도 전단지 돌리면서 돌아다니고 그랬다던데· 내가 말했다는 건 비밀로 해주고·」
내가 눈치를 못챘을 뿐이지 다들 나를 도와주고 있었구나·
완전 감동이구만· 마음이 든든해졌다·
“아 씨···· 그래도 혼자 집 들어가기는 쫄리는데· 이번 기회에 엄마한테 동물이라도 키우자고 해야 하나·”
강아지 같은 거 한 마리 키우면 좀 집이 덜 무서워지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괜히 동네만을 빙빙 돌았다·
그리고 한 20분 정도 걸었을 때 느낀 게 있었다·
또각· 또각· 또각·
누군가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거리는 한 20미터 정도 차이 나는데·
내가 멈추면 멈추고 내가 뒤를 돌아보면 또 보이지 않았다·
“씹· 뭐야····”
무서웠다·
···진짜 빨간 마스크라도 나 쫓아오고 있는 거 아냐?
빨간 마스크는 어떻게 해야 퇴치하거나 따돌릴 수 있었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밝은 번화가로 나섰을 때였다·
“영원아· 여기서 뭐 해? 요 며칠 학교 안 나왔다면서!”
누군가 내게 아는 척을 해왔다·
고개를 돌리자 내가 짝사랑 한 적이 있던 문학소녀 유다희가 가방을 메고 편의점 앞에 서 있었다·
“잘 됐다! 시간 많으면 나랑 같이 이거 먹자! 너무 많이 사버렸어·”
문학소녀 다희가 푸흐흐-웃었다·
다희는 손에 과자랑 컵라면을 잔뜩 들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을 봐서 그런가 아니면 편의점 불빛 때문인가 내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졌다·
“····”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뒤를 돌아봤다·
나를 따라오고 있던 인기척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은 얘랑 있어야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2월 30일···!!! 짤그랑···!!! 복도에 동전이 떨어졌다···!!! 누군가가 그것을 얼른 주웠다···!!!
“신비한 동전에 귀를 기울여보아도···아무 소리가 안 나서 아쉽다는 것이야···!”
HKM813 님!!! 헤흐헤흐 님!!! 타텐 님!!! 후원 감사합니닷···!!!
아아앗-!!! 왕왕 코인을 보내주신 알칼리성 님!!! 후원 감사합니닷···!!!
자세한 감사의 내역은 공지사항을 살펴주는 것입니닷···!!!
오늘은 즐거운···토요일입니닷···!!!
그러나 여러모로 날씨가 오락가락 하는 바··· 오늘 저 미츄리는 가락의 부두술을 걸어드립니닷···!!!
좋아하시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확 줄어드는 부두술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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