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2
042 – 복도 공략전 # 2
나는 복도로 유다희를 초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다희는 이 「악몽의 복도」에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1-4」에서 얼른 나와야 한다고 소리치는 상황·
여러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던 나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이해했다·
유다희의 정체·
그것은 아마도····
“다희야· 유다희· 부탁할 게 있는데 이 4반 안으로 들어와 볼래?”
나는 유다희의 정체를 확실히 밝혀내고자 4반으로 유다희를 초대했다·
귀신들은 이 부적 가득한 4반에 들어오지 못했다·
유다희가 귀신이라면 유다희 또한 이 4반에 들어오지 못하겠지·
똑똑한 정석도 내 생각을 읽은 듯이 말을 더했다·
“그래! 유다희! 너도 얼른 이 안으로 들어와!”
“들어와! 들어와!”
“···너희들 지금 거기서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얼른 그곳에서 나와야 해!”
우리는 유다희를 들어오게 만들고 유다희는 우리를 반에서 내보내려는 상황·
이 상황의 의미는 아주 명확했다·
“세 번째 귀신의 정체는 유다희였던 거야! 만나는 사람 모두가 죽어서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귀신의 정체를 알았던 건 말하는 사람 자신이 세 번째 귀신이었기 때문이었어!”
유다희의 정체·
그것은 바로 복도에서 등장하는 세 번째 귀신인 「??? 귀신」이 분명했다!
세 번째 귀신의 정체는 「여고생 귀신」인 것이다!
“유다희 어떻게 우리를 속일 수가 있어! 난 널 믿었는데! 널 믿었다고! 이 나쁜년!”
“저···저리 꺼져!”
나도 정석도 그동안 속고 있었던 것에 대한 분노와 두려운 마음을 담아서 유다희를 향해 마구 소리를 질렀다·
제발 가!
유다희가 4반 앞에 있으면 우리가 못 도망가잖아!
계속 여길 지키면 우린 갇힌 생쥐라고!
“····”
그때 유다희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무언가 신경 쓰이는 점이라도 있었는지 아니면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어디론가 휙-뛰어가버렸다·
“갔다!”
“영원아! 우리가 귀신을 물리쳤어!”
나도 정석도 서로 얼싸안고 방방 뛰면서 기뻐할 즈음 딸랑-딸랑-방울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정석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야· 이 소리는····”
“그래· 풍수지리 귀신 때 만났던 무당 귀신이야·”
딸랑-·
딸랑-·
손에 쥔 방울들의 묶음을 흔들며 저 복도 끝에서 무언가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방울을 쥐지 않은 손에 촛불을 들고 있었기에 그 모습이 제법 훤히 보였다·
색동옷을 입은 여성이었다·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은 흉측했고 혓바닥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어우 씨 무서워·”
드르륵-·
일단 교실 문을 닫았다·
무당 귀신이 「1-4」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냥 혹시라는 게 있었으니까·
딸랑-딸랑-·
점점 가까워지는 방울소리·
이제 무당귀신의 소름끼치는 중얼거림까지 들릴 정도로 거리가 좁혀졌다·
“어딨어안보여안보인다고어디있어안보여안보여어디있어어디어디어디·”
여전히 무언가를 찾는 것 같은 소리였다·
무당의 귀신은 대체 뭘 찾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할 때 책상 밑에 숨었던 정석이 의아하다는 것처럼 소곤소곤 물었다·
“그런데 영원아· 방금 유다희가 어디론가 도망쳤잖아· 꼭 이 무당 귀신을 피해서 도망친 것처럼 보이지 않았어? 귀신들끼리는 서로 해치지 않는 게 아니었나?”
그랬나?
그러고 보면 유다희의 행동은 꼭 이 무당귀신이 저 멀리서 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자리를 비운 것처럼 보였다·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중요한 건 무당귀신을 보내고 양주희랑 합류하는 게 좋다는 것이리라·
드르륵-·
그때 「1-4」의 문이 열렸다·
나는 등에서 소름이 쭉-끼쳤고 숨이 컥 막히는 기분이었다·
“여기있지여기있지여기여기있지여기·”
무당 귀신이 1-4의 문을 열었다···?
귀신은 1-4로 못 들어오는 거 아니었어?
아까 유다희도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잖아!
내가 당황할 때-·
짤랑-짤랑-·
무당 귀신이 「1-4」의 교실로 한 걸음씩 방울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나도 정석도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좆 됐다─라고·
나와 정석은 각자 책상 밑에 웅크렸다·
서로 숨을 참고 입과 코를 막고 아주 작은 소리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가만히 있었다·
짤랑-짤랑-·
“어디있어여기있어어디여기있어안보여안보여어두워얼른나와·”
사뿐· 사뿐·
무당귀신은 버선 신은 발로 교실을 빙빙 돌았다·
눈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데 책상이나 의자와 부딪히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짤랑-짤랑-·
무당 귀신이 마침내 내가 숨어있는 책상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꼬리뼈부터 머리까지 찌릿찌릿한 소름과 긴장이 흥분으로 타고 내달리는 감각에 그만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야말로 죽다 살아난 기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예상처럼 무당 귀신은 ‘볼 수 없다’라는 점이었다·
제발 이대로 나가라─·
그런 생각을 할 때 이변이 발생했다·
“욱·”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강렬한 악취가 코를 찌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것은 마치 부적이 붙어 있었던 여러 사물함 및 쓰레기통들과 비슷한 증세였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구역질을 참았다·
하지만 문제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자라나 이런 악취에 전혀 내성이 없는 정석이었다·
“우에엑!”
정석은 끝내 견디지 못한 것처럼 큰 소리를 내며 구토했다·
바로 그때였다·
짤랑-!
방울 소리가 크게 울리는가 싶더니 교실에서 빠져나갈 것처럼 걸음을 움직이고 있던 무당 귀신이 크게 어깨를 돌려서 정석을 보고 소름 끼치는 얼굴로 웃었다·
“차자아아아아았다아아아아! 끼히히히히히히! 히히히히히히!”
아주 소름 끼치는 상황이었다·
입이 귀까지 찢어진 여자가 혓바닥을 길게 내밀고 정석을 향해 마구 달려드는 상황이라니·
정석은 너무 놀라서 콰당-넘어졌고 이대로 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나는···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야! 야! 야! 여기다! 여기! 무당년아! 이 개시발년아! 여기라고! 와아악! 와아악!”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부러 큰 소리를 냈다·
책상을 마구 두드렸고 아주 악을 내질렀다·
솔직히 엄청 무서웠다·
당장이라도 심장 마비가 올 것 같았지만 새 특성 《강심장》 덕분에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왜 학교에서 자살해서 귀신이 되고 지랄이야! 이 존나 민폐쟁이년아! 아아아악!”
짤랑짤랑짤랑-!
“끼히히히히히히! 히히히히히히!”
무당 귀신이 내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입을 아─크게 벌린 채로· 귀까지 찢어진 입이 얼마나 컸는지 내 머리통 정도는 한 입에 삼킬 것처럼 보였다·
눈도 없는 여자인데 어째서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 걸까!
나도 곧바로 달렸다·
조금이라도 멈추면 따라잡힐 테고 따라잡히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나 확실한 것은 멈추면 좆된다는 점이었다!
“으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바지에 오줌 지릴 것 같은 느낌을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마구 악을 썼다·
지금의 나는 걸어다니는 사이렌 그 자체·
물론 이렇게 비명을 지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야! 뭐야! 뭔데! 너 하영원이지! 뭔데!”
양주희!
저 복도에서 양주희가 나타났다!
손에 라이터 불빛을 쥔 양주희의 모습은 그야말로 빛 그 자체!
나는 로한의 기마대를 본 곤도르 백성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야! 주희야! 도와줘! 도와줘! 칼로 찔러! 무당년 칼로 쑤셔!!!”
내가 마구 소리를 지른 건 정석을 위해 무당의 어그로를 끈 것도 있었지만 양주희를 이쪽으로 끌고오기 위함이었다·
양주희라면 분명 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와줄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이···이···이 시발년아!”
파다다다닷-·
양주희는 내쪽을 향해 달려오는가 싶더니 그대로 무당 귀신을 향해 덤벼들고는 그 얼굴을 힘차게 커터칼로 찍었다!
짤랑-!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분노와 고통에 찬 목소리로 비명을 내지르며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는 무당귀신·
“됐어! 주희야 잘 했어! 그럼 가자! 얼른! 정석이 회수해서 가자!”
양주희가 엘리베이터의 머리귀신을 칼로 찔렀을 때 귀신이 고통스러워했던 것은 대략 20초 정도· 우리는 이 20초의 시간 동안 정석을 회수해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야 했다·
물론 「1-4」가 악취로 작살 나버린 지금 안전한 곳이 어디에 있겠냐만은!
“야! 정석! 있냐!”
“어 어어!”
정석은 「1-4」의 근처에서 제대로 도망치지도 못하고 자빠져 있었다·
완전 슈퍼 겁쟁이였다·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서는 다행이었다!
이놈이 너무 멀리 도망쳤으면 합류하는 게 어려웠을 테니까!
팔락-!
정석까지 합류한 뒤 나는 양주희의 라이터 불빛을 광원으로 삼아 지도를 펼쳤다·
일단 우리가 숨을 만한 장소부터 찾아야 한다!
“교무실! 교무실이 있어!”
정석이 지도에 표기된 교무실을 가리켰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로 교무실은 닫혀 있었다·
“교무실은 잠겼어!”
“잠겼다고? 그럼 이 근처에는···방송실! 방송실이 있어!”
정석이 지도를 빠르게 읽어낸 덕분에 우리는 목표를 정할 수 있었다·
# # #
다행히 방송실은 잠겨있지 않았다·
여러 방음 세팅이 되어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문을 닫자 주변이 일순이나마 조용해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찌릉찌릉찌릉-!
“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바깥에서는 여전히 미쳐버릴 것 같은 방울소리와 여자의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무언가를 찾는 듯했던 중얼거림은 양주희의 「칼 찌르기」에 당한 이후 악의와 증오심 그리고 살의에 가득 찬 절규만이 가득했다·
들키면···좆 되겠지·
“하영원· 지도를 좀 살펴 봤는데· 아무래도 이 지도에 빨간금이 그어져 있는 부분이 잠겨 있는 문을 표시한 것 같아· 교무실에도 빨간 문이 있잖아· 이 방송실은 파란 문이고·”
“오· 듣고 보니·”
귀신을 만났을 때는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지만 이렇게 작전을 짜거나 상황을 분석할 때 정석은 거의 날아다니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도움이 됐다·
이 지도를 보면 어디가 잠겨 있고 어디가 열려있는지 미리 알 수 있다─그런 것이로구만·
지도 개쌉 최고! 앞으로 반장 정소진을 복도에 더 투입해서 좋은 아이템들을 마구 물어오게 시켜야겠다!
“후····”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고 일단 방송실에 털썩 주저앉았다·
곧 양주희가 물었다·
“야· 뭐 어떻게 된 거야?”
“우리도 자세히는 몰라· 「1-4」로 귀신이 들어왔어· 그 이전엔 유다희가 있었고·”
나는 간략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양주희가 몹시 화를 냈다·
“유다희 그 시발년! 귀신이었다고?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
유다희가 귀신이었다····
중요한 이야기였지만 한 편으로는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다·
어째서 무당 귀신이 「1-4」로 들어왔고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나·
그게 내게는 더 중요했다·
“···혹시 부적이 방어막 같은 게 아닌가?”
나는 부적이 있으면 귀신들이 “쳇 결계인가·”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것을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당 귀신은 부적 가득한 「1-4」에 그냥 들어왔다·
정석이 말했다·
“영원아· 네가 예전에 갖고 있었던 「은은한 향수」랑 비슷한 효과가 아닐까 싶다· 부적은 우리 기척을 최대한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거 아닐까? 완벽하게 숨겨주던 건 아니었던 거지·”
부적은 귀신을 차단시켜주는 게 아니라···그 근처에 있는 우리의 정체를 숨겨주는 역할이었다-라는 것·
부적이 있으니 무적이라 생각했던 내가 「1-4」에서 양주희를 부르기 위해 몹시 큰 소리를 냈고 그 결과 무당 귀신의 어그로가 끌려서 부적도 소용없이 귀신이 들어왔다·
그럴 듯한 추측이었다·
“근처에 귀신이 있으면 부적은 악취를 뿜는 것 같아· 그때 우리가 숨었던 쓰레기통도 그렇고· 즉 「1-4」에는 처음부터 귀신을 들이지 않는 쪽이 좋았다는 거지·”
정석이 결론을 내렸다·
나도 그 결론에 동의했고 몹시 아쉬운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적이 무적이라는 생각에 바보 같은 짓을 해서 괜히 안전지대 하나만을 잃었구나·
“···그러면 혹시 유다희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건가? 그래서 우리를 바깥으로 꺼내려 했나?”
나는 유다희가 우리를 향해 「1-4」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던 때를 다시 떠올렸다·
그 행동이 우리를 반에서 꺼내 죽이려던 의미가 아니라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것을 알고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려 한 것이라면?
아─모르겠다·
그때 언제나처럼 주변을 뒤적거리던 양주희가 무언가 발견한 듯했다·
“야· 너희들· 이런 거 본 적 있어?”
양주희가 가리키는 곳에 큰 구멍이 있었다·
바닥으로 뚫린 구멍·
지하로 뚫린 구멍이었다·
그 크기는 우연인지 운명인지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월 10일···!!! 짤그랑···!!! 복도에 동전이 떨어졌다···!!!
“몹시 큰 동전이라는 것이야···!!! 귀를 기울여보면···동전에서 속삭임이 들린다는 것이야···!!!”
아앗-!!! 왕 코인을 보내주신 1252 님!!! 후원 감사합니닷···!!!
자세한 감사의 내역은 공지사항을 살펴주시는 것입니닷···!!!
노벨피아 후원 정책의 변경으로···더는 속삭이는 동전들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닷···
저 미츄리 독자님들께 그간 차고도 넘치는 응원과 애정을 받아 몹시 감사드렸던 바···
여러모로 아쉬우면서도 쓸쓸하고 외톨이가 되는 기분이 드는 것입니닷···!!!
그런 의미에서 독자님들께 외침의 부두술을 걸어드립니닷···!!!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들을 또렷하게 외칠 수 있고 또 그것을 더욱 잘 듣게 되는 부두술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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