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9
049 – 월요일 예배 # 4
성경에 보면 축귀(逐鬼)의 때가 있었다·
예수가 귀신 들린 자를 고치는 장면 등등 말이다·
그렇다면 21세기 교회는 어떨까·
귀신 들린 사람을 고친다-·
이게 21세기에서 가능한 일일까?
정신의학이 발달해 대부분의 귀신들림이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이라는 게 판가름 나는 세상에서 귀신을 쫓는다니·
교회는 그런 일을 웬만하면 피하려고 할 터였다·
하지만 천애수 목사는 오히려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사악한 원수 마귀 귀신아!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이 남자의 몸에서 떠나가라! 사악한 원수 마귀 귀신아! 사탄아!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이 남자의 몸에서! 떠나가라!”
마이크도 없이 쩌렁쩌렁 예배당 안을 울리는 목소리·
그야말로 천하를 호령하는 장군 같았는데 절름발이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것처럼 화를 냈다·
“이 씨발 지랄 쑈를 하고 있네! 내가 왜 사탄이야! 이 개새끼야! 니가! 목사 새끼! 니가! 내 마누라 꼬드겨서 교회에 돈 다 갖다바치게 했잖아! 이 씨발놈아! 내가 왜 사탄이야!”
남자는 더 참지 못한 것처럼 목사의 멱살을 잡았다·
무척 흥미진진한 상황·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코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때 천애수 목사가 말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니미뽕이다 이 씨발럼아! 내 돈 내놔!”
확-·
남자는 품에서 무언가 뽑아들었다·
그것은 날카롭게 빛나는 칼이었다·
“내가 이 칼로다가 니 배때지를 쑤셔서 콱-죽여버리기 전에 씨발럼아! 돈 내놔!”
핏기가 싹 가셨다·
이거 시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하는 거 아냐?
하지만 천애수 목사는 여전히 우뚝 솟은 산처럼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내가 네 애비다!”
“원수 마귀 사탄을 물리치는 주 예수의 권세와 하늘에 계신 승리자 주 하나님의 이름으로 묻는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네 이름! 네 이름이 무엇이냐! 네 이름!”
PPT로 스크린에 쏘아지는 요한복음을 읽는 성도들의 목소리·
서슬퍼런 칼날·
술냄새·
목사의 우렁찬 호령·
이러한 것들이 한데 뒤섞여 그야말로 혼란스러울 때였다·
팟-!
갑자기 예배당의 불이 꺼졌고 몇몇 사람들이 비명을 꺅-질렀다·
PPT까지 다 꺼진 것으로 보아 급작스러운 정전임이 분명했다·
하나둘 빛나기 시작한 핸드폰의 불빛이 천애수 목사와 술취한 남자를 스포트라이트처럼 빛냈다· 여러모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 천애수 목사가 말했다·
“원수 마귀 사탄아!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 만왕의 왕이신 승리자 주 예수로부터 목자로 선택 받은 나 천애수가 하늘의 권세로 물으니 입을 열어 네 이름을 말하라!!!!!”
대체 뭔 일이 벌어지는 거냐·
이 자리에서 나가고 싶은데 성도들이 문을 단단히 잠그고 있었다·
그때였다·
방금까지 술에 취해 소리 지르고 있던 남자가 눈을 하얗게 까뒤집었다·
그리고 입을 열어서─매우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이히히히히 히히히히히히 히히히히히히히히 나는 네 엄마다· 천애수· 애수야· 내가 니 엄마다· 엄마란다· 히히히히히히히·”
간드러지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술에 취해 걸걸한 아저씨가 어떻게 저런 목소리를 낼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내 이름을 말 해줄 것 같아? 이 가짜놈· 사기꾼· 네가 예수의 사도라면 내 이름을 맞춰 보아라· 깔깔깔깔깔! 하하하하하!”
휙-!
하얗게 눈동자를 뒤집은 남자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씨익-·
남자는 나를 보면서 입가를 쭉 찢고 웃더니 내게 물었다·
“아가야· 네 이름이 무엇이냐·”
“누구···저요?”
“아가야· 네 이름이 무엇이냐· 네 이름· 네 이름· 네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네가 사랑하는 엄마를 찢어 죽여 지옥의 밑바닥에 쳐넣겠다· 나는 우는 사자다·”
나는 그야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내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엄마를 죽이겠다니!
“···제 이름은 하영원인데요?”
“거짓말· 네 이름은 하영원이 아니야·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너는 거짓말쟁이다· 네 이름은 하영원이 아니다! 끼히히히! 히히히히히! 나는 다 안다! 나는 너희가 믿는 신 여호와다!”
나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내가 바르르 떨고 있을 때 양주희가 내게 물었다·
“야! 너 왜 그래! 너 왜 그래!”
“저···저거 진짜 귀신 같은데?”
솔직히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의 대화에서 지금 이 상황이 ‘진짜’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양주희가 소리쳤다·
“이···이 시발 귀신! 이 씨발 악마 새끼!”
양주희는 거의 발작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팟-튀어나갔다·
그리고는 주먹으로 아저씨의 얼굴을 후려 갈겼다!
퍽-!
남자는 그대로 콰다당-넘어졌다·
“으아아악! 아이고오오오! 아이고 나 죽네!”
“나는 찢는 사자다· 나는 협곡을 노니는 구세의 짐승이다·”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는 아저씨·
방금까지 들려오던 간드러지는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몹시 걸걸한 비명이었다·
아저씨 코에서 피가 철철 뿜어졌고 천애수 목사는 그때를 노린 것처럼 소리쳤다·
“사탄아! 떠나가라! 사탄아!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당장 이 남자 박광덕의 몸에서 떠나가라아아앗! 떠나가라아아앗!”
“우웩 으으엑 우웩-· 으우엑-·”
아저씨는 구토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깜빡거리면서 예배당의 불이 들어왔다·
“어···어라· 지금 내가 무엇을····”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하는 아저씨·
그 눈은 더 이상 하얗게 까뒤집혀 있지 않았다·
다만 코피가 터져서 얼굴은 그야말로 난리 그 자체였다·
# # #
“목사님이 귀신 쫓아내는 거 봤어?”
“진짜 대박이지· 어휴 다른 가짜 교회들은 이런 거 못 해· 우리 목사님만 할 수 있어·”
“사탄이 아저씨 입으로 여자 목소리로 말할 때 나 진짜 소름 돋았잖아·”
우여곡절 끝에 월요 예배가 끝나고 모든 성도들이 방금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들 중에는 양주희의 어머니인 김여옥 권사님도 있었다·
“야! 양주희! 너 위험하게 사람을 때리면 어떻게 해! 어휴 목사님이 박광덕 씨랑 이야기 잘 해결해서 다행이지! 너 그러다가 깜빵 가! 얼른 회개해!”
“····”
양주희는 여러모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처럼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나도 솔직히 양주희가 거기서 아저씨 머리통을 주먹으로 후려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엄청 놀랐었어·
다행히 아저씨는 코피가 터졌을 뿐 뭐 뼈나 그런 곳에는 이상이 없다고 그랬다·
“목사님· 저를 살려주셨군요· 아휴 감사합니다· 제가 무언가에 씌였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목사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칼을 뽑아들고 목사를 죽인다 어쩐다 이야기 했던 박광덕 씨는 이제 고개를 숙이고 천애수 목사에게 연신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참 개판이로구만·
대체 뭐였던 걸까·
“너희들· 오늘 정말 대단했지? 목사님이 사탄 쫓아냈잖아· 이런 거 어디서 못 보는 건데· 우리 목사님 정말 대단하시지 않니?”
그때 주찬미 누나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도 양주희도 쭈뼛거리고 있을 때 유다희가 물었다·
“그런데 언니는 어디 계셨어요? 예배 때 안 보이셔서요·”
“나? 나는 방송실에서 PPT 만지고 있었지· 어휴 갑자기 정전이 되어서 참· 진짜 너무 무섭지 않니? 사탄 마귀가 세상을 사역하고 있다는 게···· 다들 항상 조심해야 해·”
스르르-·
가느다란 눈을 뜨는 유다희였다·
뭔가 마음에 안 드나?
“원래 성경 공부 시간이 있는데· 오늘은 날이 날이라서 못 하겠네· 얘들아· 오늘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 가능하면 큰 길로 다니고!”
주찬미 누나는 바쁜 일이 있는 것인지 휙 떠나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유다희가 말했다·
“저 언니· 거짓말을 하고 있어· 다들 눈치 못 챘어? 악마 목소리라고 들려왔던 여자 목소리· 주찬미 언니랑 비슷하잖아· 난 듣자마자 알았는데·”
진짜로?
몰랐는데·
유다희가 계속해서 말했다·
“나· 녹음해둔 거 있거든· 한번 들어 봐· 또 주희가 아저씨 얼굴 때릴 때 아저씨 목소리랑 여자 귀신 목소리가 동시에 들린 것도 이상하고·”
슥-·
유다희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리고 녹음된 파일을 재생시켰다·
━이···이 시발 귀신! 이 씨발 악마 새끼!
━으아아악! 아이고오오오! 아이고 나 죽네!
━나는 찢는 사자다· 나는 협곡을 노니는 구세의 짐승이다·
“진짜네! 양주희가 욕하고 그 뒤로 아저씨 비명이랑 여자 귀신 소리가 같이 들리네· 뭐지? 이게 뭐 어떻게 된 거지? 한 입으로 두말한 건가?”
“내가 봤을 때는 사기야· 아까 그 아저씨 몸에 스피커 같은 거 숨겨두고 멀리 있었던 저 언니가 마이크 같은 걸로 이야기한 게 분명해·”
유다희의 추리는 제법 그럴 듯하게 느껴졌다·
문제는 왜 그런 사기를 치냐는 것이었다·
대체 왜·
“성도들을 믿게 하려고 쇼하는 게 아닐까? 내 생각은 그래·”
천애수 목사가 일부러 이벤트를 열어서 자신의 권능을 과시했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걸까? 다 짜고 친 연극?
“양주희· 네 생각은 어때?”
양주희는 우리 중에서 영광 교회를 제일 오래 다녔던 친구였다·
내가 묻자 양주희는 한참 생각하는가 싶다가 한마디 툭-내뱉었다·
“나는 모르겠는데· 그게 진짜 찬미 언니 목소리였나? 난 아닌 것 같았는데· 아 몰라·”
그래· 모를 수도 있지·
나도 여러모로 복잡해진 기분을 떨쳐낼 겸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참 별일을 다 겪는 하루였다·
━으애애오옹-·
그때였다·
어디선가 고양이가 시끄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와! 고양이 있나보다!”
몹시 기뻐하며 자동차 아래를 본 유다희·
얼마 전부터 느낀 건데 유다희는 고양이를 상당히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다만 양주희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방금 그게···고양이 소리라고?”
# # #
예배가 끝난 자정·
교회 또한 조용해졌을 때 교회 방송실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박광덕이었다·
“아이고· 찬미 자매· 오늘 고생 많았어· 갈수록 연기가 늘어· 아주 대상감이야· 오늘 목소리는 진짜 생동감 넘쳐서 진짜 사탄인 줄 알았잖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렸다는 게 언제냐는 것처럼 박광덕은 익살을 피우고 있었다·
그는 허리춤에 있던 스피커를 꺼내 주찬미에게 내밀었다·
“아까 넘어질 때 고장은 안 났나 모르겠네· 아으 아파라· 양주희 고년· 성격은 자기 엄마 닮아가지고 주먹으로 내 코를 때리고 말이야· 뼈는 문제없는 것 같은데·”
슥-·
소형 스피커를 내려둔 박광덕은 방송실에 앉아 있는 시설 집사를 바라봤다·
중얼중얼중얼중얼-·
시설 집사 김해일은 항상 기분 나쁘게 작은 소리를 중얼거리는 남자였다·
박광덕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그 남자를 보며 어쩐지 소름을 느꼈고 그냥 이 장소를 빠져나가고 싶어졌다·
방송실에 마련된 돈봉투를 챙긴 박광덕·
그는 시설집사 김해일의 어깨를 두드렸다·
“해일아· 목사님이 그러시는데 오늘은 두꺼비집 너무 빨리 올렸대·”
중얼중얼중얼-·
“하이참 이상한 새끼· 아무튼 찬미 자매· 난 갑니다·”
휙-·
박광덕은 두둑한 돈봉투를 챙기고 걸음을 나섰다·
그가 사라진 후 주찬미는 오늘 쓰였던 스피커를 바라봤다·
예전에 제법 비싸게 주고 산 일제 소형 스피커였는데 금이 가 있었다·
“····”
주찬미는 혹시 고장이 나진 않았을까 싶어서 배터리부터 빼내려고 했는데···무언가 기묘한 상황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배터리가 없다?’
배터리가 빠져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슥-·
충전기를 바라보자 스피커의 외장형 배터리가 두 개 전부 충전기에 꽂혀 있는 게 보였다·
애초부터 스피커에 배터리 같은 건 꽂혀 있지 않았고 전원도 켜져선 안 된다는 뜻이었다·
“····”
주찬미는 오싹한 소름이 발끝부터 머리까지 타고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 예배당의 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며 끼히히히히-기분 나쁜 소음을 스피커가 치직-거리며 뿜어냈다·
“꺼져라·”
주찬미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교회는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제 주찬미는 오늘의 예배를 녹화한 파일을 찾아 재생시켰다·
━원수 마귀 사탄아!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 만왕의 왕이신 승리자 주 예수로부터 목자로 선택 받은 나 천애수가 하늘의 권세로 물으니 입을 열어 네 이름을 말하라!!!!!
주찬미는 어느 부분을 계속해서 반복해 돌려봤다·
소리를 끝까지 키우고 헤드셋을 쓴 후 눈까지 감아 최대한 청각에 집중하자-·
여러 웅성거리는 소음들 사이로 아주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
“····”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 웅얼거리고 있었고 주찬미는 더욱 소리를 잘 듣기 위해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결국 작은 소리를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였죽왜나마엄마나왜죽였어·
“헉!”
누군가 주찬미의 목을 콱-졸랐다·
주찬미는 깜짝 놀라 버둥거렸고 마침내 번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주찬미는 오싹한 소름을 느끼며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목사님 아무래도 학교의 문이 또 열린 것 같아요· 일단 제가 가보려고 하는데···만약 제가 실종되면 서울에 먼저 연락 넣어주세요· 그럼 끊을게요· 그간 감사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월 15일···!!! 짤그랑···!!! 떨어지는 동전을 누군가가 얼른 주웠다···!!!
“므흐흐···이렇게나 동전이 많으면···구불구불한 춤을 추기 좋아진다는 것이야···!!!”
HKM813 님!!! 후원 감사합니닷···!!!
아앗-!!! 왕 코인을 보내주신 1252 님!!! 후원 감사합니닷···!!!
자세한 감사내역은 공지사항을 살펴주는 것입니닷···!!!
오늘도 두 편···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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