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7
067 – 자살 특공대 # 2
나는 눈을 뜨자마자 내 근처에 떨어진 「명품 가방」을 확인했다·
안에 「보석 반지」와 「지도」가 잘 들어 있었다·
“라이터나 손전등을 챙길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일단 내 위치를 파악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 귀신은 없는 듯했다·
대신 5미터 전방에 「교무실」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니 아주 운이 좋게도 그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덜컹-·
교무실로 들어서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이곳은 부적이 붙어 있는 장소·
내가 큰 소리로 떠들지만 않으면 귀신이 먼저 들어올 확률은 몹시 적다·
“뭐 좀 나와라· 뭐라도 좀 나와라·”
나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듯이 중얼거리며 교무실 서랍들을 뒤적였다·
새로운 방에 들어갈 때마다 아이템을 파밍하던 양주희의 기분이 공감 됐다·
양주희가 든든하긴 했지·
역시 이번 여정에 양주희도 데려올 걸 그랬나?
아냐·
지금 획득할 수 있는 부적 숫자는 딱 2개다·
지하와 1층의 것·
두 사람만 탈출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지금 복도에 있는 사람은 나 홍미리 권수호 유다희(추측) 이렇게 넷·
나와 유다희가 부적을 지니고 탈출한다는 작전만 해도 빠듯했다·
거기에 양주희까지 있으면 나 유다희 양주희 셋 중 한 명은 부적이 두 개밖에 없으니 탈출 못 하고 이곳에 갇혀 결국 죽는다는 뜻이었다·
또 중요한 게 저번에 ‘유다희’는 이 장소에서 귀신에게 잡아먹혀 죽었다는 사실이다·
유다희에게는 ‘기벽’이 생겼을 터·
이번에도 탈출하지 못하게 된다면 유다희는···죽을지도····
탈출부적 하나는 유다희를 위해 무조건 획득해두는 게 좋겠지·
그런 생각으로 나는 교무실을 마구 뒤적였고 1회용 라이터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운이 좋군·”
“너 여기서 뭐하니?”
“엄맛 깜짝이야 씨발! 아아악!”
나는 진짜 너무 깜짝 놀라서 공중으로 몇 미터는 뛰어 올랐다·
사람의 심장이 배꼽까지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라는 게 딱 이럴 터였다·
구라 안 치고 수명이 10년은 줄어든 기분이다·
화륵-!
황급히 1회용 라이터를 주워 불을 켜니 새하얀 얼굴이 보였다·
쥐라도 잡아 먹은 것처럼 입술이 빨간 여성이었다·
“호···홍미리 선생님?”
“오냐· 말썽쟁이 하영원· 너 여기서 뭐해?”
고개를 쑥 내리니 홍미리는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힐을 신고 발 소리도 없이 걷다니·
달달 외웠던 홍미리 선생님의 캐릭터 시트가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이름 : 홍미리 Lv·??
특성 : 《사뿐사뿐》 《???》
성향 : ???
기벽 : 없음
보유 : 없음
아름다운 미모의 여선생님입니다· 숨기는 것이 아주 많습니다· 그녀에 대해 전부 파악하는 것은 지금의 당신에게는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사뿐사뿐》 : 숨을 참고 있는 동안 어떠한 상황에서도 발소리를 완벽히 없앨 수 있습니다·」
사뿐사뿐!
“진짜 놀랐잖아요· 아휴· 홍미리 선생님·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저 갑자기 눈 떠봤는데 이런 곳에 있어서···· 창문은 다 막혀 있고! 전화기도 없고!”
나는 홍미리를 향해 아무것도 모르는 슈퍼 겁쟁이를 연기했다·
겁쟁이 연기라면 자신 있었다·
“눈을 떠보니까 이곳에 있었다는 말이지? 너 말고 다른 애들은 못 봤니?”
“몰라요! 선생님! 대체 무슨 일인가요! 여기 구교사죠? 들어가면 안 된다고 그러는! 대체 제가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선생님! 저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 아아악!”
“쉿─·”
홍미리 선생님이 손바닥으로 내 입을 막았다·
“새끼야· 좀 조용히 해! 여기에 우리 말고 다른 것도 있어· 시끄럽게 떠들면 귀신이 온다·”
“귀···귀신요?”
“그래·”
“무···무슨 귀신요? 혹시 빨간 마스크요? 구교사 근처에서 빨간 마스크 봤다는 애들이 있다던데···?”
나는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었다·
내 추측에 따르면 눈앞의 여자 홍미리야말로 ‘빨간 마스크’다·
아이들 으적으적 잡아먹는 식인 귀신·
“빨간 마스크는 아니고· 있어· 아무튼· 귀신·”
홍미리는 빨간 마스크의 등장을 부정했다·
나는 이 순간 확신했다·
플레이어 홍미리·
빨간 마스크 홍미리·
이 둘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홍미리가 플레이어로 존재한다면 빨간 마스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홍미리가 말했다·
“여기는 귀신 나오는 흉가 같은 거야· 선생님은 너희처럼 길 잘못 들어온 애들을 바깥으로 내보내주고 있거든? 얌전히만 있으면 이곳에서 내보내 줄게· 알았어?”
홍미리 선생님의 이야기는 제법 친절하고 다정하게 느껴졌다·
귀신 홍미리는 학생들을 맛있게 먹는 빨간 마스크였지만 플레이어 홍미리는 친절한 편인 듯했다· 정말 둘이 같은 인물이 맞나·
곧 홍미리 선생님이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너· 가방 메고 있네· 안에 뭐 들어 있어?”
“아 이거 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주웠어요·”
슥-·
나는 지도를 홍미리 선생님에게 보여주었다·
「보석 반지」는 혹시 몰라 주머니에 잘 숨겼다·
“지도! 운이 좋아! 야! 잘했어! 이게 있으면 쉽게 나갈 수 있어!”
홍미리 선생님은 내가 가져온 1층 지도를 보고 엄청나게 좋아했다·
“일단 방송실로 가자!”
“방송실요? 왜요?”
“하나하나 말해줄 시간 없어· 살고 싶으면 닥치고 따라 와·”
터프하구만· 이러니 학생들이 좋아하지·
사실 홍미리가 먼저 방송실로 가려는 이유야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지하로 뚫린 구멍이 있으니까·
지하에서 부적을 하나 획득할 셈이겠지·
딸랑 딸랑-·
그때 방울소리가 들렸다·
곧 홍미리 선생님이 내 입을 막았다·
“귀신이다· 선생님이 말했던 귀신이야· 파수꾼· 이 복도를 지키는 파수꾼 귀신이야· 선생님 허락 없이 함부로 돌아다니다가 걸리면 큰일 난다·”
홍미리는 방울 귀신을 파수꾼 귀신이라 부르는구나·
복도를 지킨다···· 생각해본 적 없는데 막상 그렇게 보니 또 그런 것 같기도 했다·
파수꾼이라·
무당 귀신은 왜 이 복도를 지키는 거지?
“어딨어어디어디있어어디있어안보여어디있어어디어디에있어어디·”
무당 귀신은 여전히 살벌했다·
하지만 저 사람이 유다희의 엄마라고 생각하면 느낌이 달랐다·
그러고 보면 아기 귀신 들린 유다희를 돕기 위해 복사된 엄마 귀신을 불렀을 때도 무당 귀신이 나왔었다·
나는 ‘아기 귀신’이 무당의 딸인 줄 알았는데· 유다희가 딸이었기 때문에 엄마 귀신이 무당의 형태를 한 것이었다·
퍼즐이 착착 맞는구만·
“귀···귀신!”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바들바들 떨었다·
내친 김에 오줌이라도 바지에 지릴까 생각했는데 그건 좀 오버하는 것 같아서 참았다·
다행히 내 연기는 잘 먹혔다·
“남자 새끼가 그렇게 겁이 많아서 되겠니? 아휴· 어쩌다가 너 같은 녀석들이 이 구교사에 들어와가지고· 이게 다 수맥 때문이야· 학교 밑에 수맥이 크게 흘러서 그래· 아휴·”
수맥 타령은 여전하구만·
아무튼 방울소리가 저 멀리 사라졌고 홍미리 선생님이 교무실 문을 열었다·
“가자·”
# # #
지도가 있었기에 방송실을 찾는 건 어렵지도 않았다·
문제는 지하의 신상에 「머리 귀신」이 잠들어 있다는 점이었다·
“귀···귀신!? 선생님! 머리가 있어요! 저것도 귀신이에요? 아아악!”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겁에 질린 미친 고등학생을 연기했다·
홍미리 선생님은 그런 나를 보며 몹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확 두고가고 싶어지네· 좀 조용히 좀 할 수 없니? 어휴· 아무튼 저기 신상에 붙은 부적 보이지? 저게 있으면 한 사람은 이곳에서 나갈 수 있어·”
“오···!”
“참고로 저건 내 꺼야·”
“···예?”
“못 들었어? 저기 있는 부적은 내 것이라고·”
홍미리의 표정이 제법 진지했다·
획득할 부적을 자신이 갖겠다니·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누구나 자신의 목숨은 소중하잖아·
그리고 「플레이어 홍미리」가 이 복도에서 죽고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방금의 대화로 알아낼 수 있었다·
왜지? 죽으면 기벽이 생겨서? 아니면 기억을 전부 잃기 때문에?
나는 짐짓 모르는 척 물었다·
“선생님이 그 부적 가지면 저는···저는 그럼 어떻게 나가요?”
“지하 신상의 부적을 뗐으니까 1층에도 이렇게 생긴 신상이 생겨났을 거야· 거기도 부적 붙어 있어· 그 부적으로 네가 나가면 돼·”
“그···신상이 어디 있는데요?”
“내가 같이 찾아줄게· 참고로 나는 더 돌아다녀볼 생각이거든· 너처럼 휘말려서 갇힌 학생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곳저곳 뒤지고· 벌써 이곳에서 탈출할 수는 없지· 흐흐흐흐·”
홍미리는 중간중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이 복도를 탐험하는 게 즐겁고 재미있어 죽겠다는 태도였다·
이 복도를 귀신으로서 질리도록 돌아다녔을 텐데·
이제 와서 재미있을 게 또 뭐지?
그런데 내가 옆에서 지켜보고 느낀 건데 홍미리 선생님은 ‘빨간 여자’였을 때의 기억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유다희를 잡아먹었을 때 내가 코앞에서 부적 태우고 탈출했던 것조차 기억을 못 하지·
가설 1·
홍미리는 귀신일 때의 기억이 없다·
···귀신 상태의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복도를 탐사하는 것에 대해 몹시 기뻐하고 있다·
“아무튼 여기서 얌전히 기다려· 괜히 깝치지 말고· 흐읍·”
홍미리 선생님은 숨을 참고 지하의 신상을 향해 다가갔다·
머리 귀신의 머리카락을 밟아도 괜찮은가·
그런 생각을 했는데 놀랍게도 나는 홍미리 선생님의 발소리 없는 《사뿐사뿐》의 원리와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홍미리 선생님은 공중에 3cm 가량 떠 있었다!
공중을 걷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발소리가 안 들리지!
공중 걸음이라니!
당연스럽게도 바닥에 깔린 머리카락을 밟는 일도 없었고 지하 부적도 손쉽게 획득할 수 있었다·
스스스-·
부적을 손에 넣자마자 움직이는 머리 귀신·
머리 귀신이 지상 1층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나는 짐짓 입에 거품을 물었다·
“머···머리가 움직여욧···! 선생님 피해욧···! 왼쪽으롯···!”
“야· 호들갑 떨지 말라고 했지· 쟤는 가까이 다가가지만 않으면 괜찮은 애야·”
“구···구혜나죠? 쟤· 머리···· 구혜나 머리가···여기에 왜 있죠? 경찰들이 머리 막 찾고 있지 않았나요? 머리가····”
“누군가가 저렇게 만든 거지· 이 지하에 있는 부적을 지키게 하려고· 병신 같은 짓이지· 이제 갓 고등학교 올라온 애를 처참히 죽여서 저렇게 원한 가득한 귀신으로 만들고· 어휴·”
자기는 고등학생들 한 입에 다 삼켜버렸으면서·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야· 겁쟁이· 나 위로 올려줘·”
다시 방송실로 돌아가는 길·
홍미리 선생님이 힐을 벗고 내 어깨를 밟고 1층으로 올라갔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그런 느낌으로 1층의 탐사를 이어가던 때─·
우리는 1층의 여자 화장실에서 신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적이 없었다·
누군가 가져갔나?
“선생님· 부적이 없는데요?”
“····”
홍미리도 이 상황은 예상할 수 없었다는 것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하영원· 너 말고 다른 애들 못 봤다고 했지?”
“네·”
사실 이 1층엔 권수호와 유다희가 있었다·
부적은 역시 다희가 가져갔으려나· 다희도 이 복도에서 나름 고인물인 듯했으니·
권수호가 가져갔을 수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부적이 없어진 상황·
그 말은 내가 탈출하려면 홍미리 부적을 내가 사용해야 한다는 소리다·
“야· 하영원· 너 탈출 못 하겠다· 이렇게 된 거· 내가 죽여줄게· 어차피 기억 못할 거야·”
“예?”
“귀신한테 잡혀서 끔찍하게 죽는 것보다 나한테 목졸려 죽는 게 낫지 않겠니? 그럼 탈출할 수 있어· 다소 정신적 문제는 생기겠지만 어쩔 수 없잖니?”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야?
방금까지 친절한 선생님인 척하더니 자기 제자를 죽이겠다니!
“서 선생님· 보니까 신상은 층마다 있는 것 같은데! 2층! 2층에도 신상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자 홍미리가 쯧-혀를 찼다·
“2층은 못 가· 2층에 갈 수 있었으면 내가 여기서 너랑 이런 장난 하고 있었겠니? 자 이리 와·”
홍미리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그것을 피하며 소리쳤다·
“홍미리 선생님! 부적 내놔요! 부적! 홍미리 선생님이 갖고 계시잖아요! 이 악몽 같은 구교사에서 탈출하는 부적! 선생님이 하나 갖고 계시잖아요! 그거 나 줘요!”
《강심장》과 《숨 참기》로 강화된 폐활량 덕분에 내 목소리는 그야말로 쩌렁쩌렁했다·
물론 홍미리 선생님은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소리질러봤자 귀신만 듣고 오지· 자· 선생님이 안 아프게 죽여줄게· 목 조르면 뇌에 이산화탄소가 쌓여서 환각도 보고 기분도 좋아진다더라·”
미친년!
“아아악!”
나는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고 마침내 여자화장실로 큰 그림자가 드리웠다·
무당 귀신? 아니 키가 190cm는 될 법한 남자였다·
“여기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게 진짜야?”
그는 권수호였다·
권수호가 진짜 초능력자라면 내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알겠지·
거짓말을 알아볼 수 있다며?
내가 짐짓 주절주절 소리를 지른 건 권수호를 부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보아하니 권수호에게는 부적이 없는 듯했다·
“권수호 이 개양아치 새끼· 너도 있었어? 대체 이게 무슨 일이라니?”
“나도 모르는데· 그보다 미리쌤· 뭔지는 몰라도 좋은 거 있으면 나 줘요· 좋은 말로 할 때·”
권수호와 홍미리 선생님이 서로를 노려봤고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둘이 싸우게 된다면 그 틈에서 어부지리를 노린다·
그게 내 계획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앞서 올린 한 편의 분량이 생각보다···적었다는 것입니닷···!!!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2연참을 해보았습니닷···
독자님들께서는···여러모로 양의 조절···잘 되길 바란다는 것입니닷···!!!
그런 의미에서 물타기의 부두술을 걸어드립니닷···!!!
이것저것 너무 짜고 부족하다 싶으면···물을 더 타는 것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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