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8
088 – 유교 귀신 # 1
오성 그룹의 회장 권오성·
그가 저택으로 찾아왔다·
그는 개처럼 변해버린 자신의 아들 권수호를 보며 분노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하나밖에 없는 제 아들이 이렇게 되다니! 이사장님! 제 아들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지실 생각입니까!”
뉴스나 미튜브 영상으로만 봐왔던 남자 회장 권오성이 이사장 앞에서 마구 소리치고 있는 광경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다만 홍미리가 기분이 나빠진 것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회장님· 말씀을 가려주시죠· 이사장님이 무슨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리죠?”
“이 저택에서 자다가 애가 이 지경이 됐는데 당연히 책임을 져야지! 이 저택이 문제야! 이 저택에서 5년 전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잖아! 그때 내가 말했지! 이 저택 터가 안 좋다고! 이딴 음기 가득한 장소에 집을 짓다니! 멍청한 짓도 정도가 있지!”
“5년 전····”
홍미리 선생님이 잠깐 생각에 잠긴 것처럼 입을 다물 즈음-·
권오성은 꽁꽁 묶인 채 아직도 으르릉거리고 있는 권수호를 보며 거의 악에 차오른 듯이 말했다·
“이 저택을 돌아다닌다는 악마놈이 그런 거 아닙니까! 애초에 그런 놈을 왜 방치해서 이 사단을 일으킵니까! 그딴 인외놈은 진작 잡아서 죽였어야 했는데! 제가 하겠습니다!”
스릉-!
권오성이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그랬다·
진짜 칼이었다·
일본도다·
“허억!”
“꺄악!”
미친 재벌의 서슬퍼런 살기와 칼날에 가정부 누나들이 비명을 질렀다·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침착한 것은 무시무시한 하우스키퍼 아주머니와 천대곤 정도였다·
이사장 천대곤이 말했다·
“말 가려서 해라 이 무당놈아·”
“이사장님! 상황이 이 지경이 되어도 혈육을 챙길 겁니까! 그놈은 더 이상 이사장님의 가족이 아니란 말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저도 이제 가만히는 안 있습니다·”
오성의 왕 권오성은 자신의 아들의 목덜미를 우악스러운 손으로 잡아 저택 바깥으로 끌고 갔다· 폭풍이라도 몰아친 것처럼 정신 없는 아침이었다·
나는 개들을 잔뜩 죽이고 잡아먹었던 권수호가 개 그 자체가 된 것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기벽이 두 개 쌓이는 일만큼은 무조건 피해야 해·
# # #
이사장 면담은 결국 나 혼자 독대하게 됐다·
애초에 권수호가 일으킨 문제로 이사장을 만나는 것이었는데 권수호가 완전히 돌아버렸으니 면담이 필요하긴 할까 의문이었다·
천대곤은 저택의 이사장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담배라고 표현했는데 내가 평소 보아왔던 것보다 굵고 소시지처럼 생긴 놈이었다·
“하영원· 미리에게 듣기로 네가 아주 유별난 재주를 지니고 있다던데·”
“···네? 저야 뭐····”
슥-·
이사장이 책상 앞에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아있는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건 사진이었다·
엄청 오랜 옛날에 찍힌 듯한 사진으로 웬 젊은 남자가 정장을 입은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 사진을 보고 느끼는 점을 말해 봐라·”
느끼는 점·
옛날 사진이라는 점·
남자가 정장을 입고 서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얼굴이 내가 자주 보아왔던 「자화상」의 그림과 닮아 있었다·
“혹시 젊은 시절의 이사장님인가요? 여기 옆쪽은 사모님이시구요?”
젊은 남녀가 함께 서서 정면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었다·
살짝 엄숙한 느낌인 것을 보니 결혼식이나 그런 장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사장은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이건 내 사진이 아니다· 내 형제 사진이지· 내 쌍둥이· 내가 미리를 옆에 오랫동안 두고 있던 이유가 그거야· 나한테는 쌍둥이가 있었거든· 미리를 보면 그게 떠오른다·”
천대곤에게 쌍둥이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내가 학교 재단을 세우고 인재를 양성하기 시작한 것도 이 쌍둥이 형제 때문이었다· 하영원· 너는 이 남자의 얼굴을 잘 기억해 두거라· 언젠가 어딘가에서 만날 수도 있으니·”
천대곤의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나는 이제 저택을 나서기로 했다·
솔직히 별로 오래 있고 싶은 장소도 아니었다·
권오성은 이 저택을 향해 저주 받은 곳이고 음기가 가득하다고 말했는데·
그게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기분나쁜 장소였다·
“야· 타·”
홍미리 선생님이 나를 집까지 태워준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차에 오르려고 할 때 고양이를 안은 유다희가 정원까지 나를 마중 나왔다·
“가려고?”
“···응·”
나는 유다희를 보는 게 어색했다·
물론 그 사실을 유다희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요즘 너 자꾸 나 피하고· 솔직히 서운해· 내 몇 없는 친구인데·”
“····”
“이제 곧 있으면 여름 방학이잖아· 방학때 연못 근처에 있는 별장으로 놀러갈 생각인데 혹시 생각 있으면 같이 가자고 말하려 했어·”
연못 근처에 별장이 있어?
과연 부잣집은 다르구나·
곧 유다희가 프흐흐-살짝 음흉한 느낌으로 웃었다·
“참고로 그 연못에서 물귀신 나온대· 엄청 으스스하지? 영원이 너는 그런 거 좋아하잖아· 풍수지리나 귀신 이야기 같은 거· 귀신 나오는 산장도 좋아하고·”
···시발 나 그런 거 싫어해·
좋아한 적도 없어· 나는 귀신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야·
하지만 유다희 안에서 나는 풍수지리나 귀신 이야기 같은 걸 좋아하는 애로 낙인이 찍혀 있던 모양이었다·
물귀신 나오는 연못으로 나를 초청한 것도 나를 위해서였구나·
이건 유다희가 나에게 내미는 나름대로의 화해의 손길 같은 것이었다·
우리 다시 잘 지내자─같은 느낌·
사실 유다희는 나를 향해서 “납치범의 아들! 공범새끼!”라고 비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냥 나 혼자서 유다희를 일방적으로 피하고 있던 것일뿐·
나는 한참 고민했고 내가 여러모로 남자답지 못했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지금 정석이나 양주희 만나러 가는데 너도 같이 갈래?”
“음 그래! 백설아 집 잘 지키고 있어·”
유다희는 하얀 고양이를 정원에 대충 내려두고 차에 탔다·
부르릉-·
한참 달린 차가 「영지재단 인재 개발원」에서 멈췄다·
홍미리 선생님의 사무실이 있는 장소였다·
사무실 앞에 익숙한 사람들이 서 있었다·
양주희와 정석 그리고 봉지연이었다·
내가 미리 연락을 돌려 놨기 때문에 다들 택시를 타고 먼저 도착해 있던 듯했다·
“얘들아 위로 올라가자·”
홍미리 선생님의 제안에 우리들 모두 3층으로 올라갔다·
3층 사무실·
제법 넓은 공터에 덩그러니 놓인 책상과 의자·
아이들이 그 의자에 각각 어색하게 앉고는 내 얼굴을 쳐다봤다·
“하영원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그리고 왜 여기로 오라고 했냐?”
우리들 중에서 부선장격이라 말할 수 있는 정석이 내게 물었다·
나는 정석에게 말했다·
“홍미리 선생님이 앞으로 이사장 측에서 스파이 역할을 하면서 우리를 도와주실 거야· 여기 인재 개발원 3층도 빌려주신대· 말하자면 여기가 우리 비밀기지인 거지·”
“와 비밀기지! 곧 방학인데 여기 꾸미면 좋겠다! 여기에 TV도 놓고 간식도 잔뜩 채우고!”
유다희가 짝-손뼉을 치면서 몹시 좋아했다·
요즘 느낀 건데 엄청 차갑고 싸가지없고 도도한 고양이 같은 여자애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유다희는 천진한 구석이 있었다·
내 뇌피셜에 따르면 부잣집 아가씨에게는 두 가지 타입이 있는데 하나는 공주처럼 자라나서 도도하고 오만한 타입이고 또 하나는 금이야 옥이야 자라서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아가씨였다·
유다희의 경우에는 후자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양주희는 부잣집 아가씨도 아니면서 전자였다·
“야! 그거 말고! 우리 어젯밤 다 죽었다며!”
“····”
그래·
양주희가 화를 내는 이유도 이해가 됐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리고 너! 왜 유다희랑 다시 친하게 지내고 있어! 너희들 싸워서 어색해졌던 거 아냐? 왜 서로 옆자리에 앉아있냐고! 그리고 왜 같은 샴푸 냄새가 나! 왜!”
양주희는 마치 파리채로 뜬금없이 얻어맞은 불독처럼 으르릉거렸다·
그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고 귀신처럼 흉흉한 분위기를 품었다·
기벽 때문이었다·
“너희들 어제 다 죽었어· 그래서 지금 각각 너희들에게 기벽이 있어· 양주희 너는 질투심이 강해지는 기벽이고 정석 너는···사랑에 미쳐버리는 금화살의 기벽이야·”
“금화살? 큐피트의 금화살 말하는 건가? 내가 지금 기벽을 앓고 있다고? 나는 지금 완전 정상인데? 이게 기벽을 앓고 있다는 건가? 봉지연은? 봉지연도 기벽이 있어?”
봉지연을 바라보는 정석의 눈이 꼭 불이라도 뿜을 것처럼 이글이글거렸다·
기벽 때문이다·
아니··· 평소에도 저랬나?
봉지연이 말했다·
“거짓말· 너희 다 거짓말하는 거지? 나를 왜 여기로 불러낸 거야!”
봉지연은 정신이 없어보였다·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 꼭 여러번 파양 당해서 사람을 신뢰할 수 없게 된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태도였다·
후···나는 짧게 숨을 내쉰 후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모두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어젯밤에 복도가 열렸었다고?”
방금까지 비밀기지를 꾸미는 게 좋겠다고 말하던 유다희의 태도도 진지해졌다·
복도가 열릴 때면 항상 의지에 상관없이 빠지고 마는 게 유다희였건만· 이번 랜덤 매칭 때에 자신이 없었다는 게 놀라웠던 것이리라·
“문제는 기벽을 해주하는 데에 100포인트 씩 들어간다는 점이야· 지금 내가 가진 포인트는 280포인트밖에 안 돼· 너희 셋 중 한 명의 기벽은 나중에 풀어야 한다는 점이고·”
기벽은 바로바로 해주 하는 게 좋다·
기벽이 두 개가 쌓이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나는 오늘 권수호의 일로 생생히 느꼈다·
정석이 물었다·
“기벽이 두 개 쌓이면 귀신과 사람이 뒤바뀌는 일이 일어난다고 했지· 하영원 네 상태창으로도 그건 치료할 수 없고· 그렇게 뒤바뀐 사람은···영영 돌아올 수 없는 건가?”
정석의 물음은 지극히 당연했다·
기벽을 앓고 있는 사람임에도 정석의 사고는 합리적인 구석이 있었다·
내가 답을 못하고 있을 때 홍미리 선생님이 말했다·
“뒤바뀜은 단순한 귀신들림과는 달라· 귀신을 쫓아낸다고 하더라도 원래 육신의 주인은 어디론가 없어지고 난 다음이라 그 몸은 텅 비어서 죽고 마는 거야· 뭐 뒤바뀜 상태가 계속 되면 죽는 것도 똑같지만· 죽은 영혼이 살아있는 몸을 갉아먹으니 살아있는 채로 썩어지는 거지·”
뒤바뀜은 결국 죽음이었다·
나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는 절대 못 돌아가나요?”
“몸에 자리 잡게 된 악귀를 내쫓고 구천을 떠돌게 된 원래 주인의 영혼까지 되찾을 수 있는 실력의 영적 능력자가 있다면 가능하겠지· 살아있는 생불이라도 데려와야 할걸·”
즉 뒤바뀜을 원래대로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그때 양주희가 말했다·
“선생님 다 좋은데 학생한테 너무 달라붙는 거 아닌가요? 학생이랑 교사가 그렇게 달라붙어 있으면 학교에 안 좋은 소문 나요·”
양주희가 평소의 양주희와는 달랐다·
어쩐지 오늘은 짜증이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여기 여자가 너무 많아! 분 냄새가 지독해서 숨을 못 쉬겠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월 7일···!!! 짤그랑···!!! 복도에 동전이 떨어지는 것을 누군가가 얼른 주웠다···!!!
“이 쿠네쿠네 쿠네노이는···자랑스러운 화살꼬리가 있다는 것이야···!!! 화살꼬리는···가끔 야광처럼 빛이 나기도 한다는 것이야···!!!”
아앗-!!! 왕 코인을 보내주신 1252 님!!! 후원 감사합니닷···!!!
자세한 감사의 내역은 공지사항을 살펴주는 것입니닷···!!!
오늘은 두 편···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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