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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Hidden Mastermind Chapter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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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4

094 – 우상에 절하는 자들 # 1

 

박자 귀신·

입으로 똑딱거리면서 내 뇌를 빨아먹어주겠다고 말하는 목이 긴 여자·

나는 막연하게 그 여자가 영지고의 음악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

자기도 스스로를 선생님이라고 말했잖아·

하지만 홍미리 선생님은 제법 기묘한 이야기를 말해왔다·

“우리는 귀신을 보며 귀신이 된 이유나 원한이나 성불하지 못한 망념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떤 것들은 그런 게 없을 수도 있어·”

원념이나 억울한 사연과 이유도 없이 귀신이 된다?

대체 왜?

대체 왜 그딴 짓을 하는 거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듣고 있던 정석이 입이 근질근질한 것처럼 끼어들었다·

“한국 괴담과 일본 괴담의 차이야· 한국의 귀신들은 대체로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지만 일본의 귀신들은 그런 게 없어· 그저 재해처럼 이유도 없이 재앙을 뿌리는 거지·”

사연도 원인도 없는 순수한 악의·

내가 일찍이 들었던 그들의 비웃음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구혜나가 2층으로 올라가기를 거부하며 말했던 게 떠올랐다·

“구혜나는 2층에 있는 귀신들이 근본적으로 자신이랑은 다르다고 말했었어· 방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조금 이해가 돼·”

구혜나는 귀신이 될 만한 사연이 있던 여고생 귀신이었다·

죽었으나 인간미 있었다·

하지만 2층의 괴물들은 달랐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원인도 이유도 모를 괴물들이었다·

그런 녀석들을 헤치고 나아가려면 마음을 더 독하게 먹어야겠지·

어느덧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일요일 저녁·

휴게소에서 적당히 끼니를 때우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똑같은 풍경이 반복되는 것만 같은 고속도로에 다들 지친 것인지 드르릉-코를 골면서 잤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평소 사이 안좋은 유다희와 양주희도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잠들어있을 정도였다·

홍미리 선생님은 괜찮은가?

괜히 졸음운전하면 우리 다 죽는데·

내가 안색을 살필 때 홍미리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너희들 그렇게 무서운 악몽 속으로 계속해서 들어가는 이유가 뭐니? 보통은 피하고 싶어하기 마련이잖아· 촛불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위험에 덤벼드는 이유가 있어?”

조수석에 앉은 내게 물어보는 이야기였다·

이유가 뭐냐니·

대답하기 참 곤란하다고 생각할 때 홍미리 선생님이 말을 바꿨다·

“조금 더 대답하기 쉽게 질문을 바꿔볼까? 복도의 끝에서 그 어마어마한 보물이라는 걸 손에 넣으면 어떻게 할래· 소원을 들어주는 보물· 그걸 가지면 하고 싶은 게 있어?”

진로를 묻는 선생님 같은 질문이었다·

실제로 비슷하기도 했다·

모두가 그토록 바라는 보물을 손에 넣는다-·

그런 일까지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저 산이 있으니까 오른다는 느낌으로 난관들을 헤치며 복도를 정복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내 일이 잘 풀린다면 언젠가 나는 결국 모두가 바라던 정상이 도달하게 될 터· 그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내 꿈·

내 여정의 끝·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저는 망가지고 고장난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리고 평범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어요·”

“거짓말이지? 네 또래 남자애들이라면 당연히 예쁜 여자들에게 둘러싸여서 살고 싶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말해 봐·”

여자들에게 둘러싸이고 싶다는 것도 멋진 소원이긴 했다·

하지만 이미 충분할 정도로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지 않은가?

내 인생에 있어서도 유치원 이후로 여자애들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고 부딪히며 자연스럽게 웃기도 하고···아주 청춘 그 자체였다·

귀신들에게 죽을 위기를 몇 번이나 겪는 지금이 아이러니하게도 내 인생에서 가장 청춘다운 순간이었다니·

웃기긴 했다·

# # #

계단을 오르는데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호들갑이다·

“영원이 너! 여자애들이랑 수영장에서 놀았다며!”

아니 어떻게 알았지?

엄마한테는 말 안 했는데·

곧 엄마가 핸드폰을 내게 보여줬다·

“엄마가 주희랑 인스타 맞팔했어! 엄마는 다 알아!”

여자애들이 수영장에 걸터 앉아 서로의 다리를 쭉 뻗은 채 찍은 사진이 보였다·

아까 내가 정석과 열심히 삽질하고 있을 때 홍미리 선생님이 찍어준 사진인 듯했다·

좋아요 숫자가 엄청 많았다·

댓글도 막 달려 있다·

「지연이 여전히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보기 좋네 ㅎㅎㅎ」

「여기 어디야? 좋아보인다♡」

다들 인기가 많구만·

엄마가 말했다·

“우리 아들 다 컸네· 여자애들이랑 수영장도 놀러가고! 뽀뽀도 했어?”

“안 했어!”

엄청 피곤하구만·

일단 씻었다·

씻고 나오니 졸렸다·

나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봤다·

여자애들이 인스타에 올린 사진을 봤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우리가 기말고사 끝나고 마음 편하게 놀러갔다온 것처럼 보이긴 할 것 같았다·

댓글들 엄청 많네·

남자들도 많구나·

양주희나 유다희도 여러 남자들에게 DM을 받고 그럴까?

다들 예쁜 애들이니까 내가 모르는 때에 많은 연락들을 받고 살지도 모르겠다·

“나는····”

반면에 나는 딱히 연락이라고 할 게 오질 않았다·

내 메신저 친구목록은 여전히 소수정예다·

「정소진 : 영원아 석이랑 수영장 갔더라! 재밌었겠다ㅠ」

「김유정 누나 : 다음에 모델 시간 언제 돼?」

나도 여성들로부터 연락이 와 있긴 했다·

하지만···별로 읽고싶지도 않고 답장을 하고 싶지도 않은 쪽이었다·

···일단 자는 척하고 나중에 답장해야지·

양주희랑 다희는 자나?

아까 차에서 내릴 때도 엄청 피곤해 보였는데·

그럴만 했다·

귀신과 싸우는 건 진짜 기력이 쭉쭉 빨리는 일이니까·

다들 어디 안 다친 것만 해도 기적이야·

“잠이나 자자·”

곧 여름방학·

올 여름방학은 뭘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면서 핸드폰을 놓을 때였다·

깨톡-·

누군가 내 핸드폰으로 연락을 보냈다·

누굴까?

잠들기 직전이었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봤는데 낯선 번호였다·

「Sua : 저기요?」

“누구여·”

친추도 안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나한테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오다니·

「?」

「누구세요?」

「Sua : 하영원 아니에요?」

「맞는데요 누구세요?」

낯선 사람의 연락·

혹시 예전에 단톡방에 나타났던 ‘데스 게임’ 괴담처럼 끔찍한 귀신인가 싶어서 긴장이 됐다·

「Sua : 저 권수호 오빠 사촌 동생 권수아라고 하는데 저희 사촌 오빠가 최근에 만났던 친구가 님이라고 들어서요」

권수호의 사촌 여동생 권수아·

순간 누구인가 싶었다가 권수호가 “내 사촌 여동생 아이돌인데 소개시켜줌·”이라고 말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양주희가 좋아하는 도랑물걸즈의 막내 권수아·

인터넷에서나 볼 수 있던 연예인이 나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오·”

잠이 갑자기 싹 달아났다·

무거운 쇠처럼 내 몸을 누르던 피로도 사라졌다·

그야 연예인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신기하고 재미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현실감이 없었다·

「무슨 일이죠?」

나는 살짝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물었다·

그러자 한 5분 정도 뒤에 답장이 왔다·

「Sua : 내일 만나서 이야기해요」

「Sua :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신곡을 낼 때마다 인기인 아이돌로부터 먼저 만나자는 제안이 오다니·

내 인생에도 뜨거운 청춘의 여름이 왔구나·

물론 낙관적이게 생각할 수만도 없었다·

권수호의 사촌 동생인 권수아가 나한테 먼저 연락을 해온 이유가 뭐겠어?

아마 매우 높은 확률로 권수호의 일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비밀로 하자는 이유는 뭐지?

유명 아이돌이 남자랑 만나면 열애설 나오고 시끄러워져서 그런 건가·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푹 잠을 자고 난 다음 날·

기말고사 등수가 공개됏다·

“하영원····”

나는 주르륵 늘어서 있는 이름 속에서 내 이름을 찾았다·

250명 중에서 대략 102등·

“좋아 중간 이상은 했네·”

귀신들에게 공격당하고 온갖 일들을 겪는 중에서도 중간 이상 했으면 잘 한거지· 솔직히 집에서 공부라곤 하나도 안 했잖아·

수업시간에 들은 것만으로 이 정도 했으면 칭찬 받아 마땅했다·

참고로 정석은 2등이었다·

쟤도 공부할 시간 없던 건 마찬가지였을 텐데 성적이 참으로 높았다·

양주희는 56등·

중간고사 때 30등 언저리였던 걸 생각하면 많이 떨어진 셈이다·

“아 씨 성적 떨어졌잖아·”

내 뒤에 앉아서 짜증을 내는 양주희·

물론 56등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높은 등수였다·

양주희가 공부를 잘한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네·

유다희가 9등이었다·

다희는 머리가 좋구나·

그리고 봉지연은 200등보다 아래였다·

200등 아래부터는 아이들의 이미지 보호를 위해서였는지 정확한 석차는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봉지연은 척 봐도 공부 못할 것 같으니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아무튼 기말이 끝나고 여름방학을 바로 다음 주에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수업은 시시했고 날씨는 덥기만 했다·

매미들이 맴맴 우는 계절·

“방학인가····”

나는 창밖의 푸른 하늘을 보며 잠깐 감상에 젖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처음으로 맞이하는 여름방학·

다른 학교는 방학 때도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한다는 듯했는데 우리는 특설반인 A반을 제외하면 그런 거 없었다·

마음껏 놀아도 된다는 소리였다·

물론 진짜로 놀았다간 대학 입시를 조져버리겠지만·

“야 하영원 오늘 뭐 해? 나 여름 옷 사러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네가 짐들어줘야 해· 봉지연이랑 유다희는 오늘 일 있다고 못 간대·”

수업이 끝나고 양주희가 내 등을 손바닥으로 툭-쳤다·

옷을 사러 갈 생각인가·

나를 짐꾼으로 데려갈 의향이 가득했다·

하지만 오늘은 거절해야만 했다·

“나 약속 있어서·”

아이돌 권수아랑 만난다고 말하면 양주희는 까무러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권수아가 비밀로 해달라고 했는데·

하지만 양주희에게 나는 큰 빚이 있었다·

양주희가 나한테 부적을 주고 죽었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감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양주희에게만큼은 거짓말을 하지 말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가 좋아하는 님피니티 러브 부른 아이돌 있지? 도랑물걸즈·”

“도랑물걸즈가 뭐 어쨌는데?”

“거기 막내 권수아 있잖아· 걔랑 오늘 만나기로 했어·”

“뭐어어어엇!?”

양주희가 시끄럽게 빽-비명을 질렀다·

하교를 준비하던 반 아이들이 우리를 다 쳐다볼 정도였다·

양주희는 부끄러웠는지 빨갛게 물든 얼굴로 작게 소리쳤다·

“거짓말 안 하고?”

“그렇다니까· 비밀로 해야한다고 했는데 너한테는 특별히 말하는 거야·”

나는 영원 해적단의 선장이었다·

선원을 챙길 의무가 있다는 소리였다·

내가 얼마나 양주희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챙기고 있는지 방금의 것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양주희는 어째선지 화를 냈다·

“네가 뭔데 권수아랑 만나? 너 뭐 돼? 너 그 상태창으로 무슨 이상한 짓 했어?”

상태창으로 뭘 어떻게 해야 아이돌을 만나냐·

양주희의 상상력은 풍부하구나·

“사실 나도 왜 만나자고 하는지는 잘 몰라· 너도 같이 갈래? 남들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말하긴 했는데 나만 오라고는 안 했으니까·”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양주희를 데리고 다니면 여러모로 든든할 터·

양주희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크게 떨리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 미츄리···반가운 연락인 줄 알고 보면···

스팸 문자가 잔뜩 와 있다는 것입니닷···!!!

몹시 미츄리 혐오적인 문자···!!!

그런 의미에서 독자님들께 스팸의 부두술을 걸어드립니닷···!!!

소시지 햄 부침개 등이 더 맛있어지는 부두술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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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Hidden Mastermind

I Became the Hidden Mastermind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Ghost stories, curses, female students… Things I should have nothing to do with became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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