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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mind Who Betrays the Heroines Chapter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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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시끌벅적했던 입학식이 끝나고 일주일의 여유가 생겼다.

학원의 모든 일정이 시작되는 것은 반 배정 시험 이후. 한마디로 며칠 동안은 별다른 스케줄이 없다는 뜻이었다.

아직 아카데미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들.

가볍게 적응의 기간을 가지라는 학원 측의 배려였다.

‘감회가 새롭네.’

원작에도 존재하는 부분이었다.

플레이어가 학원 이곳저곳을 탐방하며 다른 NPC들과 인연을 쌓는 과정. 그 외 기본적인 설정을 풀어나가는 파트.

한마디로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시점이라고 해야겠지.

내가 알고 있는 ‘어린 왕자가 보는 세계’의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다는 뜻이기도 했다.

가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던가. 빙의 이후 지난 3년 동안 얼마나 심심했는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별 걸 다했던 것 같다.

‘이제 그런 날들도 안녕이라는 거지.’

그토록 꿈에 그리던 공간.

나는 아카데미에서 준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학원을 돌아다녔다.

어찌나 넓은지 온종일 마차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

얼떨결에 함께 끌려 나온 아이린이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녀도 내심 흥미가 동하는 듯 했다.

대륙 최고의 교육기관이라 불리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제국 건축학의 정수를 담고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휘이이이-.

살랑이는 봄바람을 따라서 가로수들이 흔들린다.

걸음을 딛는 도보의 옆으로는 맑은 시냇물이 흐른다. 바닥이 전부 비칠 정도로 투명한 수면에는 백조 새끼 몇 마리가 유유히 헤엄친다.

더 없이 아름다운 풍경의 향연이었다.

“정말 좋네요… 인생의 절반은 손해 본 기분입니다.”

“흥. 좋긴 하네.”

“아이린 양. 시크하게 말씀하시는 중에 죄송하지만 꼬리가 너무 격하게 흔들리는데요.”

“…그러니까 좋다고 했잖아.”

내 지적에 슬며시 고개를 돌리는 아이린.

그럼에도 감동은 숨길 수 없었는지 꼬리는 여전히 붕붕거리고 있었다.

피식 웃음이 튀어나온다.

앙칼지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공존한다. 확실히 놀리는 맛이 있는 인재였다.

우리는 길을 따라서 조금 더 걸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산책을 이어가고 있던 때.

“거기 당신!”

별안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를 부르는 것일까. 그런 생각에 고개를 돌려보면 시야에 들어오는 푸른색 머리칼의 소녀가 있다.

설마 나를 부르는 건가.

“…부르셨습니까 레이디?”

“맞아요 당신을 불렀어요. 저랑 잠시 얘기 좀 하시죠.”

또각또각-.

당당하게 울려 퍼지는 구두굽 소리.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소녀는 가만히 팔짱을 끼며 제자리에 멈춰 선다.

기품이 묻어있는 몸짓이었다.

“당신… 이번에 수석으로 입학한 스네이커스 가문의 장남이죠?”

“그렇습니다.”

“하 실실 웃는 모습이 가관이군요.”

첫 인사부터 개나 줘버린 싸가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말투였다. 나는 뒤늦게 떠올리며 소녀를 응시했다.

“이런 남자가 갈리마르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학생이라니.”

바다를 닮아있는 푸른색 눈동자.

등허리에 닿을 정도로 길게 내려온 청발에는 롤빵 모양의 웨이브가 자리하고 있다.

전형적인 악역 영애의 외형을 지닌 소녀.

내가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에밀리아?’

에밀리아 베니티.

베니티 공작 가문의 장녀이자 이번 기수 삼석으로 입학한 엘리트.

원작에서는 평민인 레지아를 괴롭히는 대귀족 역할로 출연하며 중반부까지 주인공 일행을 못살게 구는 악당 캐릭터였다.

소녀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비틀어진다.

“정말 실망이네요. 아카데미의 수준이라는 것도.”

갑작스러운 악당 영애의 등장이었다.

 

***

에밀리아는 기본적으로 허영심이 넘치는 인물이었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관심에 집착한다.

자신보다 빛나는 이에게는 극심한 열등감을 느낀다.

동화에서 모티브로 삼은 대상이 ‘허영심 많은 사람’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컨셉에 충실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

-고작 평민 따위가 설치고 다닌다니… 인정할 수 없어요.

원작에서 레지아를 괴롭혔던 이유도 단순했다.

주인공이 가진 재능이 질투 나서 그리고 레지아가 자신보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사소한 열등감은 갈등의 싹을 틔운다.

-어머~ 미안해서 어쩌죠? 실수로 발이 걸렸네요.

-제가 눈에 띄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평민 주제에… 지금의 태도는 베니티 공작 가문에 대한 도전이라고 받아들여도 될까요?

괴롭힘의 강도가 심했던 것은 아니다.

직접적인 폭력은 없었고 금전적인 갈취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고작 해봐야 장난이라고 넘어갈 수 있는 선에서 그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레지아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죄 죄송합니다… 베니티 공녀님.

-제 제가 흐윽 그러려던 게 아 아니라요….

가뜩이나 귀족을 어려워하는 성격이었던 만큼.

제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가의 자제가 자신을 적대시한다는 사실이 괴로웠던 것이겠지.

나중에는 기어코 눈물까지 흘리고 말았으니까.

아무튼.

지금 내 앞에서 떠들고 있는 건 그런 인물이었다.

사랑스러운 주인공을 정신적으로 흔들어놓는 ‘악역 영애’ 포지션의 캐릭터. 걸림돌이자 성장의 발판.

“당신! 제 말 이해했나요?”

“….”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이 수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만하게 굴지 말라는 거에요!”

유감스럽게도 에밀리아는 나에게 전혀 호의적이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했다. 세상 무해한 우리 주인공에게도 적의를 표출했던 사람인데 나처럼 불길하게 생긴 녀석은 어떻겠나.

입학 시험에서는 그녀를 재친 뒤 수석을 차지했고.

신입생 대표 연설에서는 멋지게 폼을 잡기까지 했으니….

‘이거 찍힌 건가?’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었다.

애초에 내가 수석인 이유를 나조차도 모르겠는데 다른 학생들은 오죽했으랴.

‘그래도 같은 귀족인데. 넘어가 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에밀리아는 나와 마주치자마자 이빨을 드러냈다.

나는 그녀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대충 맞장구를 치며 서러운 마음을 곱씹어야만 했다.

아주 서럽게 말이다.

“어이쿠~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뭐가 죄송한데요?”

“제가 너무 뛰어난 나머지 베니티 공녀님을 제치고 수석을 차지해버렸으니까요!”

“뭐라고요?!”

“공녀님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자제했어야 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이렇게 용서를….”

일부러 눈물을 훔친다.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있으면 소녀의 안색이 울그락불그락해진다.

“저를 놀리는 건가요? 아까부터 계속 그런 태도를…!”

“놀리다니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단지 정말로 공녀님께서 ‘삼석’으로 밀려나신 것이 안타까운 마음에….”

“이이이익!”

이제는 주전자 끓는 소리까지 내는 에밀리아.

나는 짜릿한 쾌감에 싱글벙글 웃었다.

재미로 몇 번 툭툭 건드려봤는데 상당히 맛있는 반응이 튀어나오더라. 도저히 참지 못하고 놀리는 중이었다.

“아아… 저의 재능이 원망스럽군요.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마저 질투를 사는 재능이라니.”

“질투한 적 없어요! 그리고 언제 봤다고 절친이에요!?”

“맙소사! 그럼 방금까지 함께했던 30분의 시간은 전부 한낮의 꿈이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만난 지 30분도 안됐다는 거잖아요!!”

“이런 생각보다 머리가 좋으시군요.”

“그럼 속을 줄 알았던 거에요?!”

“조금은?”

이거 위험하다. 상당히 자극적인 재미였다.

특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공작가의 영애라서 그런지 아슬아슬 선을 타는 배덕감이 장난 아니었다.

분탕의 피가 뜨겁게 끓어오른다.

“등등등.”

“…뭐요?”

“합쳐서 3등이라는 뜻입니다.”

“당신… 정말 베니티 공작 가문이 두렵지도 않은 건가요?”

“물론 두렵습니다.”

다만 나는 재미를 추구할 뿐이다.

그것 말고는 이제 남아있는 것이 없었으니까.

일이 잘못되면 능력으로 그냥 기억을 지워버리면 된다. 딱히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괜찮습니다 공녀님. 3등도 우수한 성적이지 않습니까.”

“당신 같은 수준 미달에게서 듣고 싶지 않아요!”

“3등도 우수한 성적이지 않습니까. 3등도 우수한 성적이지 않습….”

“굳이 세 번이나 반복하지 말라고요!!”

에밀리아로서는 짜증날 따름이겠지.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을 갈구려고 왔는데 되려 본인이 당하는 중이었으니.

살면서 놀림을 받은 적이 몇 번이나 될까.

아니 어쩌면 생에 처음일지도.

그 와중에 선은 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었기에 진심으로 대응하기도 애매할 터였다.

고작 애들끼리 나누는 장난이었으니까.

‘외부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금 베니티 가문에서 에밀리아의 입지는 끈 떨어진 연이나 다름 없지.’

그리고 이건 그녀의 쌍둥이 남동생도 마찬가지다.

본래 쌍둥이는 베니티의 적법한 후계자였지만 이런저런 일들이 얽히면서 다소 곤란한 위치에 있었다.

뭐 이건 대충 넘어가도록 하자.

너무 길어지면 복잡하니까.

일단 한마디로 에밀리아에게는 나를 건드릴 여력이 없다.

고작 백작가의 장남 따위야 처벌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합당한 명분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공녀님께서 왜 그렇게 노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순수하게 축하의 의미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인데….”

“그렇게 세상 불쌍한 표정 짓지 말아요!!”

“정말… 상처 받네요.”

“이익 이이익!!”

결국 침몰하듯이 열을 내는 에밀리아.

오랜만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으면 푸른색의 눈동자가 이쪽을 매섭게 노려본다.

“하! 그런 방자한 태도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보죠.”

“지켜봐 주신다니 영광입니다.”

“이미 학생들 사이에는 소문이 가득해요. 다들 당신이 형편 없는 거품 수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죠!”

“이런 벌써 들켰군요.”

“그럼 여유도 지금 즐겨두도록 해요. 곧 있으면 전부 드러날 테니까.”

소녀는 비릿하게 미소 짓는다.

“곧 있을 반 배정 시험… 대전 형식으로 진행된다죠? 제가 듣기로는 당신의 상대가 황녀 전하라고 하는 것 같던데.”

“대전 상대는 시험 당일에나 알 수 있는 부분 아니었나요?”

“어떻게 알아냈는지 알고 싶어요?”

“이런~ 생각보다 무서운 분이셨네요.”

“당연한 소리.”

같잖다는 것처럼 코웃음을 친다.

사람을 깔보는 듯한 특유의 눈빛. 한동안 대치를 이어가던 에밀리아는 이내 발걸음을 떼어낸다.

드디어 돌아갈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뭐 시간 낭비네요.”

“서운한 말씀이군요.”

“당신처럼 가벼운 남자가 황녀 전하를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죠. 얼마 가지 않아 빼앗길 자리이니 충분히 즐겨두도록 해요.”

친절한 경고를 뒤로 등을 돌리는 소녀.

흐릿한 계절 속에서 푸른색 롤빵 머리는 한 걸음씩 멀어진다.

나는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채로 서있으면 곁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아이린이 시야를 기웃거린다.

“아 그 저기….”

답지 않게 눈치를 보고 있는 여우. 갑자기 왜 저러는 것일까.

“아이린 양? 갑자기 왜 그러시죠?”

“….”

“아이린 양?”

“…저 사람 죽일 거야?”

“예에?”

냅다 이상한 질문을 던져오는 아이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나는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되물었다.

“갑자기요?”

“방금까지 당신을 멋대로 비난했잖아. 거품 수석이라면서 무시하기도 했고.”

“아니 그건 맞는데… 왜 제가 공녀님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야 당신 거슬린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마치 기어다니는 벌레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제 평소 표정인데요?”

“거짓말.”

여우는 경계가 서린 목소리로 그르릉거린다.

진짜로 긴장하고 있었던 것인지 이마에는 식은 땀이 가득했고 꼬리는 빳빳하게 굳어있는 상태였다.

나는 어이를 상실하며 묻는다.

“대체 저를 뭐로 보시는 건가요?”

“괴물.”

“어째 점점 평가가 박해지는 것 같습니다만…?”

내가 구해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아이들도 지켜주고.

전부 해줬는데 이런 식으로 나를 매도하다니. 이런 게 바로 은혜 안 갚는 여우라는 건가.

“…당신에게는 그럴 힘이 있잖아.”

저 소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은폐할 수 있잖아.

베니티 가문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신이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거든.

“그러니까 무서운 거야. 당신이 마음을 먹는 순간 재앙이 될 테니까.”

“이거 이거 저를 너무 과대평가 하시는 것 같군요.”

“못한다는 거야?”

“글쎄요 상상하기 나름이죠.”

“이것 봐.”

“후후.”

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웃음으로 넘긴다. 약간의 거짓말을 섞어서.

“안심하세요. 아무리 저라도 공작 가문을 단신으로 당해낼 수는 없답니다.”

“역시 그렇겠지…?”

“그럼요.”

-띠링!

[대상의 감정이 변화합니다.]

(경계 의심 -> 미약한 안심)

[거짓말이 소량 회복되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출력:76.4%]

귓가에 울리는 맑은 기계음.

한 떨이의 소음은 기만을 의미한다. 숨 쉬듯이 가식을 뱉는 입술 사이로는 낼름거리는 뱀의 혓바닥만이 존재한다.

나는 실실 웃으며 걸음을 옮긴다.

“오늘은 이만 돌아갈까요. 충분히 돌아본 것 같으니.”

“…응.”

여우는 망설이는 듯 싶다가도 나란히 붙어온다.

어차피 이럴 거면서 굳이 왜 경계를 했는지. 괘씸한 마음에 소녀의 꼬리를 콱 잡는다.

“히약?!”

다소 귀여운 비명소리.

손끝으로는 복슬복슬한 감촉이 느껴진다.

그 탐스러운 털 뭉치를 몇 번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질색하는 소녀의 반응이 들려온다.

“대 대체… 거길 으흣 왜 만지는 거야!”

“벌입니다.”

“가 갑자기 무슨 벌! 아읏 자 잠깐만 거기는 안돼…!”

“이거 부드럽네요.”

“이 이유라도 좀 말해달라고!!”

이유를 몰라?

너어는 진짜 안되겠다. 오늘이야말로 고용인에 대한 존경심을 심어주지.

그렇게 한동안 꼬리 체험은 이어졌다.

“읏 으읏…!”

“귀엽게 우시는군요.”

“진 진짜… 최악이야!”

“후후.”

원래 잠깐만 가지고 놀 생각이었는데 아이린의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격했다.

그에 재미가 붙어서 한참을 만지작거리고 말았다.

결국 내가 꼬리를 놓아준 것은.

“…저질.”

여우의 눈가에 물기가 맺히고 난 후였다.

완전히 삐져버린 그녀를 달래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

그렇게 혼잡했던 일주일이 지나고 어느덧 반 배정 시험 당일이 되었다.

꽤나 길게 주어진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카데미를 구경하러 다니니 그마저도 부족하게 느껴지더라.

그래도 아쉬움은 딱히 없었다.

앞으로 3년 동안 이곳에 머물테니 천천히 알아가는 것도 좋겠지.

일단 지금은 눈앞에 닥쳐온 상황에 집중할 때였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며 주변을 둘러본다.

“이쪽에 착석하시면 됩니다. 대전 상대를 확인하며 순서를 기다려주세요.”

나는 교직원의 안내를 따라서 자리에 앉았다.

현재 위치는 본관 근처에 위치한 공개 연무장.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규모의 원형 경기장이었다.

역시는 역시라고 해야 할까.

언제나 감탄하게 되는 스케일이다.

잠깐 시선을 빼앗겼지만 정신을 차린다.

입구 앞에서 배부 받은 대진표를 살피고 있으면 내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제 7시험]

[유다 스네이커스 vs 샤를로테 리틀 폰 슈타우펜]

“베니티 공녀님의 말씀이 맞았군요.”

내 상대는 샬롯이었다.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교직원 측에서 나를 시험해볼 생각이라면 가장 강한 상대를 붙여줄 것이라 예상했으니까.

우리의 어린 왕자 정도면 테스트를 치고도 남지.

“흐음.”

“공 공자님 괜찮으세요?”

“아 레지아 양.”

이어서 옆자리에 착석하는 분홍색 머리칼.

투명한 녹안에는 떨림이 서려있다. 레지아는 내 손의 대진표를 가리키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상대가 황녀 전하네요… 이걸 어쩌죠. 진짜 엄청 강하시다고 들었는데.”

소녀는 살짝씩 이쪽의 눈치를 본다.

나를 걱정해주는 것일까. 괜히 씹덕 특유의 기분 나쁜 미소가 새어 나온다.

“이거 기쁘군요.”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이 이런 말씀 드리면 조금 주제 넘을지도 모르지만… 황녀 전하께서 그렇게 대단하시다고 소문이 자자하니까요.”

“흠흠.”

그러고 보니.

레지아도 내가 입학 시험 치르는 모습을 봤었지.

아무래도 그때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는 만큼 내 순위 유지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나 같은 녀석이 수석이면 한번쯤 시기할 만도 한데 어쩜 이렇게 마음씨가 고울까.

나는 흐뭇한 미소를 뒤로 소녀를 안심시킨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에는 다를 거랍니다?”

입학 시험 때와는 달랐다.

이미 수석의 자리에 올라있었고 어그로가 끌린 이상 과도한 약한 척은 독이 될 뿐이다.

약간이지만 힘을 드러낼 생각이었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내가 아카데미에서 순위권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만.

“기대해도 좋아요.”

나는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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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mind Who Betrays the Heroines

I Became the Mastermind Who Betrays the Heroines

I Became the Narrow-Eyed Character in the Little Prince Game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transmigrated as the hidden mastermind who betrays everyone at the story’s end. Since I wasn’t particularly interested in the destruction of the world, I was just leisurely waiting for the ending… “You’re the only one who truly appreciated my drawing of a snake.” “When I make plans to meet you at 4, my heart starts racing from 3… Is this what it means to be tamed?” For some reason, the heroines keep showing interest i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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