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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mind Who Betrays the Heroines Chap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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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

끼이이익-!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열리는 철문.

조금씩 드러나는 내부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별안간 코끝으로 노골적인 냄새가 스친다.

여우는 저도 모르게 꼬리를 바짝 세운다.

후각을 자극하는 주체는 바로…

“마시따!”

“폭신폭신해애…!”

은은하게 풍겨오는 단내였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식탁 앞으로는 익숙한 아이들이 사이좋게 앉아있다.

아이린이 맡긴 여우들이었다.

“달콤하고 입에서 녹는 것 같아….”

“선생님이 해준 파이는 맨날 먹어도 좋아!”

“우웅…!”

“단장님급으로 맛있어!!”

오순도순 웃고 떠드는 모습.

아이들은 저마다 그릇에 놓인 파이를 우물거리는 중이었다.

강렬한 단내의 출처가 저것이었을까.

여우들은 세상 행복한 표정이었다.

포크를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이면 꼬리가 기분 좋게 살랑인다.

마음 한 켠이 절로 따뜻해지는 장면.

“…?”

지켜보던 소녀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오른다.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 때문이었다.

터질 것만 같았던 긴장감이 허무하게 식어버린다.

“마침 간식 시간이었나 보군요.”

별안간 들려오는 목소리.

돌아본 곳에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금빛의 뱀이 있다.

“간식 시간이라고…?”

“제가 지시한 내용이랍니다. 식사 외에도 하루 세 번씩 간식이 있도록 준비했죠.”

“자 잠깐만… 세 번이면 너무 과한 거 아니야?”

“어렸을 때는 잘 먹고 잘 크는 게 중요하니까요.”

소년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인다.

“안심하시죠. 이곳의 주방장은 저조차 감탄할 정도로 실력이 좋답니다.”

지하실이 넓은 것은 알았는데 주방장까지 있는 것일까.

새삼 본격적인 시설임을 깨닫는다.

소년은 흐뭇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간다.

“영양은 물론이고 체질 식습관까지 관리하고 있으니… 동생 분들의 건강도 딱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고요.”

“….”

아이린은 멍하니 듣고 있었다.

그럼에도 빛을 잃지 않는 검은색 눈동자. 시야에는 부드러운 미소만이 비친다.

혼란스러운 느낌이었다.

뭐랄까.

방금까지 소녀를 불안하게 했던 머릿속 장면과는 너무 달라서.

‘이상해.’

그제서야 세세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나 같이 비싸 보이는 물품들 부드럽게 깔려있는 카펫 넉넉히 굴러 다니는 장난감까지.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엿보이는 구성이었다.

이렇게 세심한 구석이 있는 줄은 몰랐다.

지하실을 의심했던 스스로가 괜히 부끄러워지는 대목이었다.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었다.

여우는 조용히 동생들을 지켜본다.

“…아이린 언니?”

그렇게 서있으면 아이들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친다.

짧은 한마디는 곧 주변을 물들인다.

“뭐? 누나가 왔다고?”

“어디에 있는데?”

“저기 있잖아! 문 앞에 가만히 서있는 걸 못 보면 어떡해!”

“오오 정말이네?!”

“단장님도 함께 오셨나 봐!”

하나 둘 집중되는 시선.

아이린은 어색하게 웃는다.

“다들 오랜만이네.”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게 펴진다.

저마다 들고 있던 간식을 내려놓더니 곧바로 소녀를 향해 달려오는 여우들.

따스한 온기가 품속에 여럿 안긴다.

“언니! 보고 싶었어요…!”

“우리 보러 온 거 맞지? 기다렸잖아!”

“완전 오랜만이다!”

“누나 그동안 어디에 있었어?”

반갑게 재잘거리는 아이들.

열렬한 환영을 받아주고 있으면 무뚝뚝한 소녀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난다.

“나도 보고 싶었어.”

양팔을 벌려 동생들을 끌어안는다.

평소 앙칼지고 사나운 성격의 아이린이었지만 지금 만큼은 경계 없이 누그러진다.

해맑게 호선을 그리는 입꼬리.

어쩌면 낯설게 느껴지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

다정하기 그지 없는 풍경.

금발의 소년은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중이었다. 여우들의 재회는 아름다웠다.

괜히 감동을 깨고 싶지 않았다.

“충분히 즐겨두시길.”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직후.

뱀은 그대로 등을 돌렸다.

잔잔한 걸음은 찰나의 족적만을 남기며 사라진다.

 

***

은근슬쩍 자리를 피하고.

반대쪽 방에서는 여우들이 한창 대화를 나누며 회포를 풀고 있을 시간.

나는 업무용 책상에 앉아있다.

흐릿한 혼잣말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다.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이 자리에 마지막으로 앉았던 게 언제더라.

간지나게 ‘단장실’이라며 만들어 놓고는 실제로 이곳에서 일상을 보낸 기억은 별로 없었다.

추억을 떠올리기엔 모호하다고 해야 하나.

가만히 잡생각을 털어낸다.

눈앞으로는 은색 머리칼을 지닌 소녀가 보인다. 겨울을 닮은 분위기였다.

아스트로의 부단장 네리아 라이트니.

“부르셨습니까.”

그녀는 깔끔하게 잡힌 각으로 서있다.

눈동자에는 한 줌의 생기마저 존재하지 않는다. 텅 빈 껍데기를 보는 듯 하다.

혹은 실에 묶인 인형이라거나.

아무튼.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요.”

“당신께서 말씀하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지금은 다른 용건이 있었다.

즉각적으로 돌아오는 대답을 뒤로 하며 나는 서서히 말머리를 떼어낸다.

“최근 들어 이야기가 조금 돌고 있을 거에요.”

“이야기라고 하심은.”

“이교도… 마신 숭배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있었을 겁니다.”

“맞습니다. 몇 개월 전부터 간간히 들리더군요.”

“역시.”

슬슬 움직이는 건가.

하긴 원작의 흐름을 생각하면 언제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였다.

오히려 생각보다 늦은 편이랄까.

“다른 쪽은 어떤가요?”

“음지의 거물 두 명이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노예 상인… 그리고 군주겠군요.”

“그렇습니다.”

“이쪽도 정사대로네요.”

바오밥나무 사업가 왕.

원작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는 세력들이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는 중이었으니까.

“정보 수집은 이대로 계속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순찰 인원도 늘리도록 하고요… 아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한 가지가 있다.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은색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목소리는 서늘하게 울린다.

“오늘 주변에서 시비가 붙었는데 길목에서 통행료를 뜯어가는 이들이더군요.”

“…!”

“관리가 소홀했던 걸까요.”

“죄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제가 부탁드렸던 업무인데 실수가 나왔다는 건…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죠?

“다시는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눈에 띄게 당황하는 네리아.

직전까지 차가운 모습은 어디로 가고 금이 가며 무너지기 시작하는 반응이었다.

왜 이렇게 겁을 먹는 거지.

오히려 걱정해주는 말이었는데.

내가 6개월 동안 부재하는 사이.

네리아는 아스트로의 실질적인 수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도시를 감독했다.

이런 인재를 어떻게 혼낼 수 있을까.

그냥 안 하던 실수를 하길래 걱정해주는 거지.

“저는 우리 부단장을 믿었는데 말이죠.”

“제 제발 주인님 버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이런이런… 제가 어떻게 우리 유능한 네리아 양을 버릴 수가 있겠어요?”

너 나가면 우리 조직 망해.

전체 업무의 30%를 네가 단독으로 처리한단 말이야.

“저는 그냥 조금 더 노력해보자는 뜻입니다.”

“…예 주인님.”

괜히 말해서 풀이 죽은 건가.

고개를 수그리는 소녀.

나는 달래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심하시길.”

“…?!”

은빛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천천히 흐트러지지 않도록.

네리아는 잠시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하더니 이내 뻣뻣한 자세로 멈춰버린다.

그런 와중에도 움찔거리는 어깨.

“흣 흐읏….”

부드러운 촉감이 손끝을 스치는 순간마다 애달픈 신음이 흘러나온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애가 울먹이기까지 하네.

“제가 당신을 버리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역시 위로는 나데나데가 직빵이지.

조금씩 풀어지는 소녀.

나는 한동안 격려를 계속했다.

***

한편.

여우들 사이에 둘러 쌓여있던 아이린.

그녀는 반갑게 맞이하는 손들에 이끌리며 이곳저곳으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동생들도 소녀를 꽤나 그리워 했던 것인지.

지하실 안으로는 한동안 아이들 특유의 화색이 맴돌았다.

“하아….”

정신없는 한때가 지나고 아이린은 구석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어린 여우들은 지치지도 않는 것일까.

저들끼리 뛰어노는 모습이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는다.

전반적인 생활에 균형이 잡혀있어서 그런지 동생들은 전에 볼 수 없었던 건강미로 가득했다.

좁은 철장에 갇혀있던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다행이네.’

잘 지내는 듯한 모습.

뒤늦은 안도감이 밀려온다. 희미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많이 걱정했는데… 정말 진심을 다해서 도와주고 있었구나.’

음흉하게만 느껴졌던 실눈이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본래 다시는 인간을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여우지만 그와 별개로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었으니까.

잠시 소년에 대한 생각을 곱씹는다.

그때.

“단장님께서 데려오셨다는 손님이 바로 당신이군요.”

“…?”

문득 들려오는 걸걸한 목소리.

뒤를 돌아보면 붉은 머리칼이 보인다.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다부진 체격에는 은은한 기백이 묻어있다.

“언젠가 한 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어… 네?”

“소개부터 드려야겠군요.”

경계하는 아이린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린다.

호쾌하게 끄덕이던 남자는 제 가슴팍에 주먹을 얹으며 말한다.

“카일 스트로반 이곳에서 주방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감독하는 역할이기도 하죠.”

“아.”

소년이 자신 있게 언급했던 그 사람이다.

더해서 선생님 역할까지 맡고 있는 건가.

실질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남자의 등장 아이린은 황급히 인사를 돌려주었다.

“아이린 폭시스라고 합니다.”

“으하하! 아이들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가볍게 주고 받는 몇 마디.

여우는 그제서야 얼굴을 뜯어보기 시작한다.

강렬한 적발 핏빛을 띄는 눈동자.

오랫동안 검을 연마한 것인지 잔근육이 그대로 박혀있는 팔뚝 그에 맞춰 다부진 체격.

뺨에 그어진 십자가 모양의 흉터.

내면의 파동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잔하다.

‘…어디에서 이런 괴물이 튀어나온 거지?’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른다.

아까 마주쳤던 단원들.

하나같이 경이로운 출력이 느껴지는 실력자들이었지만 남자의 앞에 서있으니 빛이 바래는 느낌이었다.

분명 진흙탕을 구르며 수많은 괴물들을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뭐야.’

심상치 않았다.

방금까지는 기운을 숨기고 있었던 것일까. 점점 존재감이 뚜렷해진다.

천외천이라 불리는 갈리마르의 교수진들.

대륙에서 따라올 자들이 없다지만.

그런 강자들마저 사뿐히 짓밟는 강렬함이다.

‘말도 안돼.’

납득이 어려운 범위의 힘.

이런 게 고작 주방장이라니.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으려던 찰나에.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인데…?’

돌연 스치는 기시감이 있다.

짙은 적발 다부진 체격 뺨에 자리한 십자가 모양의 흉터까지.

분명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귓가에 지겹도록 들었던 스승님의 말씀이 스친다.

-아이린 이 그림 속 남자를 잘 기억하거라.

-네가 앞으로 검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야 할 하늘이니까.

-대륙의 역사에서 유일하게 별에 닿았던 인물이다.

잊고 있던 장면이 선명하게 재생된다.

자꾸만 누군가의 초상을 들이밀며 그가 세운 업적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시던 스승님.

그림에는 적발의 청년이 미소 짓고 있다.

그려진 대상의 이름은.

‘카일 스트로반.’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곳곳에 지울 수 없는 익숙함이 묻어있다.

아이린은 멍하니 중얼거린다.

“…붉은 검성?”

인류 최강이라 평가받던 병기.

전례 없는 강함으로 역사의 수많은 페이지를 장식했던 지난 시대의 가장 찬란한 유산.

검성은 쑥스럽다는 듯이 미소 짓는다.

“설마 알아보실 줄은 몰랐는데… 으하하! 이거 부끄럽습니다!”

명백히 긍정을 가리키는 대답이었다.

“그럴 수가.”

아이린은 멍하니 중얼거린다.

대륙의 정점이라 불리던 사람이… 어째서 범죄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일까.

얼핏 듣기에는 그런 한탄이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당신은 분명….”

혼란 당혹 의문.

여우가 느끼는 충격은 더 근본적인 문제에서 촉발된 것이었다.

넋이 나간 채로 독백을 흘린다.

“…2년 전에 사고로 죽었다고 들었는데.”

카일 스트로반.

이명으로는 ‘붉은 검성’ 혹은 ‘떨어진 별’.

수많은 흑마법사들을 토벌하고 대륙의 평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영웅. 제국의 지난 20년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공식 기록에 따르면 사망.

“….”

“지금은 평범한 주방장일 뿐입니다.”

호탕한 웃음 소리가 울린다.

아이린은 살아있을 리 없는 망령을 마주하고 있었다.

“으하하! 이 또한 단장님께서 내려주신 은혜지요.”

“뭐라고요…?”

“덕분에 이렇게 살아남았으니 말입니다.”

다시 한 번 언급되는 단장님.

검성은 간단한 읊조림을 뒤로 짧게 묵상을 올린다. 표정에는 짙은 존경심이 묻어있다.

밖에서 보았던 단원들과 비슷한 상태였다.

여우는 바짝 얼어붙은 채로 해당 장면을 바라본다.

‘빈민굴 범죄 조직 지하실 광신도… 이번에는 제국의 사라진 영웅까지.’

대체 어디까지 발을 뻗고 있는 것일까.

끈적한 불길함이 목덜미를 훑는다.

소녀는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서있을 흑막을 떠올리며 마른 침을 삼켜야만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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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mind Who Betrays the Heroines

I Became the Mastermind Who Betrays the Heroines

I Became the Narrow-Eyed Character in the Little Prince Game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transmigrated as the hidden mastermind who betrays everyone at the story’s end. Since I wasn’t particularly interested in the destruction of the world, I was just leisurely waiting for the ending… “You’re the only one who truly appreciated my drawing of a snake.” “When I make plans to meet you at 4, my heart starts racing from 3… Is this what it means to be tamed?” For some reason, the heroines keep showing interest i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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