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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mind Who Betrays the Heroines Chapter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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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8

쐐애애액-!

날카로운 그림자가 바람을 가르며 나아간다.

칠흑은 가느다란 실선이 되어 찰나를 잘라내고 유려하게 이어지는 궤적만이 허공을 수놓는다.

어느새 살점을 베어내는 검끝.

서걱-.

뒤이어 달려오던 괴물의 머리가 반으로 갈라진다.

잠깐의 비명조차 남기지 못한다. 숨을 잃은 짐승의 조각들이 바닥으로 널브러진다.

검게 썩은 핏물이 발치에 튄다.

실눈은 그런 죽음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흠.”

짧게 흘리는 비음.

어느새 주변에는 수십 조각으로 토막난 늑대의 사체들이 굴러다니고 있다.

하나같이 무자비하게 썰려나간 모습이었다.

소년은 검에 묻어있는 잔여물들을 털어낸다.

피범벅으로 더러워진 실험실이었지만 뱀의 옷에는 작은 얼룩 하나 튀어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풍경.

서늘한 공기를 따라 오싹한 살기가 번진다.

“이런이런… 겁이라도 먹은 걸까요.”

공격을 망설이는 변이체들.

흔들리는 괴물들의 모습을 보며 소년은 즐겁다는 듯이 미소를 머금는다.

지독한 포식자의 조롱이었다.

키이이익-!

이런 도발에 넘어간 것인지.

선두에 있던 몇 마리가 촉수를 휘두르며 뛰어들었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오는 참격이 있었다.

그림자는 괴물들의 추악함을 집어삼킨다.

퍼억….

다소 맥없는 파열음을 뒤로 늑대들의 가슴에 일제히 구멍이 뚫린다.

오로지 심장만을 도려낸 일격.

생명의 고유한 박동을 잃어버린 짐승들은 머지않아 쓰러진다.

그야말로 장난감처럼 다루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실패작들이라서 그런지 완성도가 그리 높진 않네요.”

짐승을 베이스로 하는 키메라 제작.

보통은 극한의 생명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머리가 잘리더라도 살아있도록 개조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죽지 않는 마수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늑대들은 달랐다.

분명 흉포한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생명력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정석을 따르지 않고 멋대로 배합한 느낌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누군가의 심심풀이에 가까운 듯 했다.

“심심하면 책이나 읽을 것이지… 사교도는 언제나 이해가 안된단 말이에요.”

나직이 혀를 차는 뱀.

한동안 유감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던 그는 문득 고개를 돌려 일행이 있는 쪽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변이체들을 상대로 분전하는 소녀들이 있었다.

콰앙-! 퍽 쿠드득-!

다소 살벌하게 울리는 소리가 인상적이다.

두 사람은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에밀리아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들을 견제하면 레지아가 기초 마법으로 요격하는 흐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저기요 평민! 이번에도 그 잘난 소환수는 부르지 못하는 거에요?”

“죄 죄송해요. 아까부터 계속 시도는 하고 있는데…!”

“짐짝이 따로 없잖아요!!”

“죄 죄송합니다!”

“됐어요! 걸리적거리지 말고 비켜요!”

소환이 또 말썽이라는 점이었다.

갑작스러운 습격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 것인지 자꾸만 영창이 불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결국 포기하며 기초 마법을 준비하는 레지아.

“그딴 공격으로 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쓸모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에밀리아는 거칠게 질책하며 마나를 전개한다.

허공으로 짙은 눈꽃이 피어오른다.

장면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소년은 곧 씁쓸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린다.

“…역시 아직은 어려운 모양이네요.”

각성까지는 갈 길이 한참인 듯 했다.

뱀은 차분하게 걸음을 옮긴다. 동시에 소녀들을 위협하는 변이체들을 향해 손가락을 튕긴다.

찰나를 스치는 파열음.

따악-!

“지금입니다.”

이빨을 드러내던 늑대들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점액을 질질 흘리며 추하게 발버둥 치고 있으면 곧 어디선가 날아온 얼음 화살이 몸통을 꿰뚫는다.

뱀과 허영쟁이의 시선이 교차한다.

에밀리아는 지친 것처럼 숨을 몰아쉰다.

“하아 하아… 정말 끝도 없이 밀려오네요.”

“힘에 부치시는 것 같습니다만.”

“도발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좀 참아줄래요?”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이었습니다만.”

“퍽이나요.”

곱게 일그러지는 미간.

푸른색 눈동자에는 짙은 짜증이 묻어있다.

“저 괴물들 말이에요. 이 지하실에서 만들어진 것 같죠?”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키메라 실험이라니… 보통 일에 엮인 게 아닌 모양이에요.”

 

“제국에서는 오랫동안 금지된 지식이었으니까요. 이렇게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공간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여러모로 최악이네요.”

“후후.”

골치 아픈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절망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할만 하겠어요.”

“워낙 실력 좋은 사람들만 모여있으니까요. 레지아 양도 슬슬 적응하는 것 같고.”

“하여간.”

늑대들은 단순히 수가 많았을 뿐.

자체의 무력은 강하지 않았다.

웬만한 갈리마르의 학생들이라면 침착하게 전부 해결할 수 있는 수준.

에밀리아는 손끝으로 마나를 장전한다.

“빠르게 정리하고 출구를 찾아보는 게 좋겠어요.”

“제가 늑대들의 관심을 끌겠습니다.”

“저랑 평민은 원거리 사격으로 도울게요. 아무래도 직접 부딪치는 건 비효율적인 것 같아서.

“잘 부탁드리죠.”

타악-!

짧은 웃음을 뒤로 길게 도약하는 뱀.

소년이 변이체들 속으로 뛰어들고 있으면 두 사람은 멀리에서 마법을 전개한다.

그렇게 다시금 토벌을 이어가던 때.

쿠우우웅-!

돌연 거대한 진동이 지하실을 물들인다.

“…?!”

지진이라도 난 것일까.

중심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흔들림이었다.

갑작스럽게 터지는 굉음은 귀를 먹먹하게 만든다.

쿠웅-! 쿠우웅-!

소리는 실험실의 천장으로부터 들려온다.

무언가 부서지고 으깨지는 듯한 파열음.

아이들은 당황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들어 올린다.

다음 순간.

콰아아아앙-!

강렬한 충격과 함께 한쪽의 천장이 무너진다.

넓은 지름으로 뚫리는 구멍 사이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떨어진다.

거대한 실루엣.

그 아래에는 변이체들과.

“어라.”

실눈의 소년이 자리하고 있다.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그것은 주변을 깔아뭉갠다.

쿠우우우웅-!

짙게 피어오르는 먼지.

부서진 파편들이 사방으로 튄다.

눈 깜빡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

넋이 나간 채로 서있던 아이들은 이내 경악으로 물들며 비명을 지른다.

보이지 않는 소년을 향해서.

“공 공자님…?!”

“갑자기 이게 무슨…!”

아이들은 해당 지점을 응시한다.

아득한 혼란으로 번지는 공간.

필사적으로 소년의 모습을 찾고 있던 두 사람은 이내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무언가’와 시선이 마주친다.

숨이 턱 막혀온다.

“….”

동시에 입을 다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이질감. 마치 실질적인 압력이 목을 조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절로 호흡이 떨린다.

<우아아… 아아>

해파리처럼 꿈틀거리는 움직임.

짐승의 내장을 봉합하여 만든 것인지 표면은 온통 연분홍 빛으로 덮여있는 모습이었다.

족히 15미터는 넘어 보이는 혐오스러운 크기.

수백 개의 갈래로 뻗어있는 촉수.

전신에 크고 작은 눈알들이 빼곡하게 박혀있다.

<아아…>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입.

몸통이 다섯 쪽으로 열리며 이빨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체내가 드러난다.

기분 나쁜 입김이 지하실 전체에 몰아친다.

시체 특유의 썩은내가 풍긴다.

괴물은 이상한 울음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고 있었다.

<아아아아… 아아아!!!>

내지르는 비명을 따라서 실험실 전체가 흔들린다.

[EP5. 중간 시험]

-버려진 실험실 웃지 못하는 괴물-

웃지 못하는 괴물.

보스 몬스터의 등장이었다.

***

에밀리아는 숨을 죽인 채로 굳어있었다.

시야에 비치는 것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눈동자.

그리고 꿈틀거리는 촉수.

<아아아아… 아아아!!!>

 

괴물은 입을 벌린 채로 비명을 지른다.

갈라진 몸통 사이로 촘촘히 박혀있는 이빨들이 보인다.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갈아마실 듯한 기세였다.

에밀리아는 아무런 반응도 내지 못했다.

“….”

존재를 짓누르는 공포.

단순히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의식이 멍해진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기운이었다.

잠깐이라도 방심해서 긴장을 놓치면.

그대로 온몸이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옆으로 서있는 레지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되어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며 얼어있는 상태.

두 사람은 죽음에 문턱에 있음을 직감한다.

<아아아… 우아?>

잠깐의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발작을 일으키던 괴물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돌아간다.

바닥에 깔려있는 변이체들.

이제는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 녀석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모양이었다.

촉수를 움직인다.

스르륵 스륵-!

지면에 붙어있는 늑대들을 하나씩 떼어내고는 그 거대한 입속으로 집어넣는다.

간신히 형체만이 남아있는 생육을 온전히 씹어먹는다.

우그득 우득-!

미처 으스러지지 않았던 뼈들이 분쇄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듣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는 듯 했다.

<아아… 으아아>

저 속에 공자의 몸도 있었을까.

알 수 없었다. 고기 경단처럼 뭉쳐진 시체들 사이에서 소년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죽음은 순식간이었다.

살아있을 가능성 따위는 없었다.

머리 위에 곧바로 저런 게 떨어졌으니 그나마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떠났으리라.

에밀리아는 망연한 눈빛을 거두지 못한다.

끄득 빡 우그적-!

탐욕스럽게 이어지는 식사.

피와 살점이 튀기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겁에 질려있던 이성이 정신줄을 붙잡는다.

머릿속으로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번진다.

‘도망쳐야 해.’

본능이었다.

살아남기를 갈구하는 생명으로서의 본능.

푸른색 눈동자는 빠르게 주변을 훑는다.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조금만 달리면 복도로 나갈 수 있어.’

에밀리아는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출구를 흘끗거린다.

괴물은 비대한 몸뚱어리를 지니고 있었다.

지금이야 넓은 실험실이지만 저 몸으로는 복도로 향하는 문에서 걸릴 것이 분명했다.

그나마 가장 확률이 높아 보이는 루트였다.

‘문제는….’

저 괴물이 손 놓고 지켜볼 리 없다는 점이었다.

현재 그녀가 서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문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초.

징그러운 촉수에 붙잡히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필요했다.

문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10초를 벌어줄 미끼가.

“….”

에밀리아는 슬며시 오른쪽을 응시한다.

그곳에는 분홍색 머리칼의 소녀가 있다. 겁에 질린 것인지 벌벌 떨고 있는 어깨.

아까부터 거슬리게 발목을 잡았던 짐짝이었다.

‘미끼.’

이대로 레지아의 다리를 얼려버린 뒤.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에 홀로 도망친다면 괴물로부터 약간의 시간은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문까지 닿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녀에게는 언제나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야.’

안쓰럽게 흔들리는 녹색 눈동자.

반쯤 울고 있는 레지아의 표정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에밀리아는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이 중얼거린다.

‘어차피 누군가는 희생해야 해.’

누군가는 미끼를 맡아야 한다.

나머지 하나를 살리기 위해서.

그렇다면 당연히 희생하는 역할은 더 쓸모 없고 천한 존재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았다.

에밀리아는 지그시 입술을 씹는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니까.’

이런 출신도 없는 평민과는 달랐다.

베니티의 은혜를 품고 태어나 고귀한 핏줄로서 찬양받는 위치의 사람이었다.

근본부터 메꿀 수 없는 차이가 존재했다.

‘나는 특별해… 나는 특별하니까 괜찮을 거야.’

소녀는 추악함을 합리화한다.

자신을 찬양함으로써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타인을 깎아내림으로써 미끼로 삼는 이유를 만든다.

얇은 손가락 끝으로 마나를 갈무리한다.

-공녀님께서 그토록 수석에 서고 싶어 하시는 이유를… 감히 여쭙고 싶습니다.

어째서였을까.

스네이커스 공자가 던졌던 질문 한마디가 귓가에 스치는 것은.

그때 소녀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뛰어나니까요.

-당신 같이 자격도 없는 머저리와는 달리 저는 마땅히 그 자리에 서있어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때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에밀리아는 자신을 자격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소녀는 눈을 부릅 뜬다.

푸른색 동공 위로는 독살스러운 빛이 형형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살아남을 거야.’

마법을 전개한다.

서늘하게 내려가는 온도를 직후로 치명적인 서리꽃이 손바닥에서 피어난다.

당황한 레지아의 시선이 느껴진다.

-에밀리아.

-다른 말은 다 잊어도 상관없지만 이것 하나는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니까.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니까.

독하게 마음을 먹는다.

-빛이란… 비추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가치 있는 것이란다.

옆에 있는 사람을 미끼로 던져서라도 반드시 살아남고 말겠다.

그래.

분명히 그랬다.

분명히 그렇게 다짐했는데….

“평민.”

“공녀님…?”

왜 생각처럼 행동하지 못하는 것일까.

“당장 문밖으로 달려요.”

악녀는 까칠하게 말한다.

굳은 표정으로 서있는 주인공을 향해서.

“제가 여기서 시간을 벌어볼 테니까… 당신이라도 살아서 나가요.”

“네 네…?”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 거에요.”

담담히 울리는 목소리.

 

날이 서있는 말투는 떨림을 지워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스릉-.

어느새 손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창 한 자루가 들려있다.

소녀는 그것을 빙그르르 돌리며 괴물을 향해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긴다.

뒤로는 은은한 겨울 냄새가 풍긴다.

“괜찮아요.”

에밀리아는 이번에도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이 중얼거린다.

“저는 특별한 사람이니까요.”

직후.

소녀는 창을 휘두르며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한편.

실눈은 이런 장면들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엄청난 지각 죄송합니다.

대신 분량을 1.7편 수준으로 꽉꽉 넣어드렸습니다.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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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mind Who Betrays the Heroines

I Became the Mastermind Who Betrays the Heroines

I Became the Narrow-Eyed Character in the Little Prince Game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transmigrated as the hidden mastermind who betrays everyone at the story’s end. Since I wasn’t particularly interested in the destruction of the world, I was just leisurely waiting for the ending… “You’re the only one who truly appreciated my drawing of a snake.” “When I make plans to meet you at 4, my heart starts racing from 3… Is this what it means to be tamed?” For some reason, the heroines keep showing interest i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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