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0
나메가 일요일에 방송을 했음에도 영상은 브이튜브에 곧바로 올라오지 않았었다·
다른 브이튜브 채널들에게 불펌당한 걸 교훈 삼아 이번엔 제대로 영상 배포 금지를 걸어놓았기 때문·
트위시 채널에서 다시보기도 없었던 것은 피치 못한 사정으로 그녀의 방송을 관람하지못한 사람들에게 지옥을 선사해주었다·
[15초짜리 움짤만 500개째 보는 중 이거 맞냐;; ㅋㅋ]
트위시 정책 약관에 위반되지 않으면서 유일하게 허용된 자료로는 음성이 제거된 15초 이내의 영상 파일 또는 영상이 제거된 30초 이내의 음성 파일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해서 1부의 진 크로니클 2부의 녹턴 나일링크 3부의 칼리스투스 1세까지 공략을 완료했다는 사실을 더 이상 낭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방송이 끝나기 직전까지 떠나지 않았던 2만 명의 시청자는 자신이 보고 들은 바를 떠들어대기 바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각기 할말만 하고 가버리는 인터넷 환경 특성상 명확하게 정리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답답한 가슴만 내리치는 사람들에게 드디어 한 줄기의 빛이 내려왔다·
[노네임 브이튜브 채널 떴다!!!!!]
브이튜브 한다고 했더니 이 시불련 드디어 개설했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
(NoName Official)
(구독자 8·54천명 / 동영상 1개)
예약 풀어 이 나쁜넘아!!!!!
[댓글]
-첫 영상부터 예약? 이거 완전 악질이네요ㅋㅋㅋㅋ
-제목 뭐임? 당장 확인하러 간다·
-배경화면 감성 뒤진다 진짜
└ 썸네일은 더 지림 언제 일러레까지 구한 듯?
└ 노네임 성격 은근 철저하잖아
-영상 하나도 안 올라왔는데 구독자 만명이나 되네 뭐냐ㅋㅋㅋㅋㅋ
└ 이게 알고리즘의 힘?
[첫 영상 보고 왔다···(스포 없음)]
제목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노네임이 아델라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jpg)
썸네일은 노네임이 시청자 미션 할 때 같은데 약간 30년대 지브리 감성 물씬 풍김·
뭔가 명화의 한 장면 같아서 계속 보고 있자니 기분이 오묘하다가도 아델라의 배시시한 웃음을 엄청나게 잘 표현해냄 ㄷㄷ·
더 말하면 스포 같아서 그냥 영상이 어디까지인진만 알려줄게· 아델라가 발럼 베나온스를 처음으로 물리칠 때까지임·
[댓글]
-감성 ㅈ되네
-오래 걸린 이유가 있었구나
-나온 게 어디야ㅠㅠㅠㅠ 감사의 퍼먹기 10회 간다
-풀영상이야? 한 시간이나 되는데?
└(작성자) ㄴㄴ 편집본인데 최대한 원본 살려서 내놓은 듯· 실제로는 두시간은 걸린 것 같은데·
-트게더 핫클립 딱 대라ㅋㅋㅋㅋ
-다음편 내놔!!!!!
브이튜브 영상이 업로드 되면서 노네임을 찾는 이들이 잠시나마 진정된 듯 싶었지만 이는 하루도 가지 않았다·
<개념글>
[너희가 찾는 NoName 누군지 알아냈다·][32]
사실 그런 건 여기에 없어!
(킹받는 아델라콘)
그야 마법 천재 검술 천재에 인성까지 겸비한 미모의 여고생이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잖아?
(인상 찌푸리는 아델라콘)
그냥··· 아델라가 너희들을 보고 싶어서 거짓말 한 거야·
(시무룩한 아델라콘)
이렇게라도 해야 날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을테니까···
(NoName – 아델라 마지막 장면·jpg)
[댓글]
-욕하면서 내렸다가 울부짖었따···
-아델라 제바류ㅠㅠㅠㅠㅠㅠ
-솔직히 노네임 팬 절반은 다 아델라가 좋아서 된 거 아님? 이제 좀 솔직해지자고
└ 아델라 살린 건 진짜 감동 그 자체였다···
-웨어소프트는 아직도 연락 없음? 계정 살아나면 주말에 다시 방송 킨다고 했잖아!
-왜 공지 하나 없는 거야ㅠㅠㅠㅠ 한 줄이라도 써 줄 수 있잖아
[노네임 트게더 출현함!(구라 아니고 찐임)]
지금 트게더에서 사람들 게시글에 하트 달아주고 있는데?
[댓글]
-전설의 포x몬도 아니고 이게 뭐냐 대체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가 스트리머에게 구애함ㅋㅋㅋ
-차라리 방송을 켜 텐련아!
└ 진짜 킴 ㄷㄷ
└ 소오름 이 대댓 달리자 마자 알림음 뜸
* * *
[NoName]
[Just Chatting – 💓]
[방송 시간 – 0:06:34]
[시청자 수 – 1085]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보네요·”
시작은 가볍게 운을 띄우며 말했다·
중력이 반대로 작용하는 듯 아래에서 튀어나오자마자 위로 빨려들어가는 채팅창을 빠르게 훑었다·
“아 선곡이요? 맨날 같은 노래만 들으면 지겹잖아요· 한번 더 들을까요?”
[귀여워지고 싶어 (Cover/한국어 – 카리리)]
-조회수 63만회 · 1년 전
-ㄴㄴㄴㄴㄴㄴㄴㄴㄴ
-제발 그만해주세요 선생님
-탄압 멈춰!
-노래 제목처럼 오늘 방제도 귀여우시네요!
-그만 귀여워 노네임!
-와 목소리 정말 적응 안 되네ㅋㅋㅋㅋㅋ
-방이 좀 울리는 것 같은데요?
-어디임? 소리 엄청 울리네·
목욕을 하던 중이었다·
21세기 사회가 만들어낸 발명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 뽑으라면 이 홀로그램 송출기를 뽑으리라·
흠뻑 젖은 손이라도 상관없이 내 의사만으로 화면을 조절하고 채팅을 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채팅창을 이중으로 나누어 한눈에 읽을 수 있도록 만들고 욕조에 누워서 편히 감상하고 있었다·
역시 대중들의 관심사는 월오아였다·
지난 방송을 너무 급작스럽게 끝내기도 했고 웨어소프트가 계정만 빨리 풀어준다면 바로 공지를 올릴 생각이었지만 의외로 세상은 내 바람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더라·
계속 버티고 버티다가 웨어소프트의 소식에 대해 이메일보다 뉴스로 먼저 접하게 되었고 그게 내가 지금 방송을 킨 계기가 되었다·
“브이튜브는 다들 보고 오셨나요? 어제 영상이 올라온 걸로 아는데·”
-네
-썸네일 퀄리티 지리던데 ㄷㄷ
-다른 영상들도 제발 올려줘요ㅠㅠㅠ 아니 풀영상도
-편집자를 따로 구하신 건가요?
“편집자· 네 제가 개인적으로 구했죠· 솔직히 처음에 봤을 때는 영 미덥지 않았는데 친구 인맥으로 뽑혔다고 보면 돼요· 별로인가요? 별로면 말씀해주세요 지금 잘라버리게·”
-ㅋㅋㅋㅋㅋㅋㅋㅋ
-노네임이 친구라니 진짜 너무 부럽고
-편집자 낙하산이라고 너무 대놓고 말하는 거 아닌가요?ㅋㅋㅋㅋㅋ
-영상도 위화감 없이 잘 만들었던데 그쪽 전공자인가
-잘 만들었어욯ㅎ
그래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잘 만들었다는 평이 95였다면 나머지 5는 개선해야할 점· 의외로 안 좋다는 댓글은 그렇게 많은 활자들 속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서마루· 밤 새서 만들었다니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네·
[‘대학원생살려’님이 1000원 후원!]
-웨어소프트로부터 받은 연락은 없으세요?
친절하게도 이제 곧 말하려는 내용을 매니저가 대신 물어봐주었다·
어깨에 있던 물기가 공기와 맞닿아 증발하면서 몸의 열기를 빼앗았다·
살짝 오한이 들어 몸을 더 욕조 깊이 담그며 5일간의 근황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기로 했다·
“계정 자체는 저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화요일에 풀렸어요· 하지만 여러분의 말대로 기존의 세이브파일이 깔끔하게 날아가버렸네요· 복구 신청은 해놓았지만 아직 별다른 답변은 없고요·”
-🔥🔥🔥🔥🔥🔥🔥
-말이 되냐 이 개객기들아!!!
-우리 아델라 다시는 못 보는 거야···?
-주가 반토막 나고도 아직도 정신 못차렸네
└ 전재산 공매도 했는데 차라리 더 떨어졌으면ㅋㅋㅋㅋ
-고객센터 연락 없었음?
└ 전화 폭주해서 걸리지도 않아ㅋㅋㅋㅋ
[‘냥스터콜’님이 10000원 후원!]
-노네임님 웨어소프트 사업본부장님 연락처 드릴 테니까 한번 전화 해보실래요? 아마 그쪽에서도 지금 노네임님 찾고 있는 것 같아서요·
비밀채팅으로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냥스터콜·
인맥의 중요성이라는 게 이런 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방송을 켜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제껏 고객센터로 문의했었는데 왜?
-고객센터는 웨어소프트 코리아 찾는 사람은 웨어소프트 본사
└ 기업 꼬라지ㅋㅋㅋㅋㅋㅋ
└ 레전드네ㅋㅋㅋㅋㅋㅋ
└ 하긴 퍼블리싱은 각 국가에서 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 뭘 하긴이야 서로 핫라인이 없다는 말인데 이게 말이 되는 소리임?
-시가총액 60조를 날려먹었으니 당장이라도 찾고야 싶겠지ㅋㅋㅋㅋㅋㅋ
└ 일 터뜨린 본사나 연락 안 돌린 웨어소프트 코리아나ㅋㅋㅋㅋ
일단 그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채팅을 곁눈질로 보면서 화를 돋구치는 사실들이 계속해서 쏟아져나왔지만 일단 마음을 다잡고 연결음이 끝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보기로 했다·
[Good afternoon· Intelliance Waresoft· This is Michelle Badiou speaking·]
나긋나긋한 중년 여성의 목소리 까먹고 있었던 자동번역을 켰다·
약간의 딜레이는 있었지만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으리라·
시청자들과 함께 듣기 위해 스피커 통화 모드로 설정했다·
“이 번호가 웨어소프트 사업본부장님이 맞으신가요?”
[네 정확하게 거셨습니다·]
“월드 오브 아르세리아 유저인 노네임이라고 합니다· 식별코드는 3947292이고요· 한번 확인해주시겠어요?”
[아 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혹시 지금 이 번호가 본인 전화번호가 맞으신가요?]
“네·”
[알겠습니다· 저희 개인정보수집 정책에 동의하는 걸로 다이얼에서 1번만 눌러주시면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고객목록 탐색을 위해 잠시 비활성화 상태로 전환된 통화·
-근데 아까부터 첨벙거리는 물소리 뭐임?
-어디 계곡 옆에서 전화 중인가보지·
-울리는 거 보면 실내인 것 같은데
-날씨 많이 더워져서 계곡 마렵긴 해
-혹시 지금 밖이신가요?
“아 저요? 지금 목욕 중이에요·”
-?
-?
-?
-네?ㅋㅋㅋㅋㅋㅋㅋㅋ
-목욕 방송은 진짜 상상도 못 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계 최초 목욕하면서 웨어소프트 사업본부장이랑 통화하는 걸 방송으로 내보내는 사람ㅋㅋㅋㅋㅋ
└ 그게 최초가 아니면 더 이상하잖아ㅋㅋㅋㅋ
-진짜 어질어질하네요
어차피 화면으로 송출되는 것도 아니고 소리만 들리는 것 뿐인데 뭘 그리 호들갑인지 모르겠다·
아직 트위시 문화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갈 길이 먼 걸까·
미역처럼 변해버린 머리카락의 물기를 쭉 짜내니 물방울들이 표면에 투둑투둑 떨어진다·
이 집은 욕조에 물을 데우는 기능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도 식지 않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따뜻한 물에 다시 목 아래까지 모든 몸을 담근 나는 눈을 감고 찬찬히 웨어소프트의 응답만을 기다렸다·
“흐읏으으···”
-헉···!
-철컹철컹
└ 첨범첨범 아님?ㅋㅋㅋ
-수위 지켜 노네임!
-그 목소리 달고 그런 소리 내지 말라고ㅋㅋㅋㅋㅋ
지금 내 목소리가 변조된 것이라 알아서 착각해주는 건 좋지만 그렇게까지 말할 것까지는 없지 않은가·
그 와중에 미셸 바디우씨가 2분만 더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해왔다·
적적하게 수면 아래에서 입으로 거품을 보글보글 만들어내는 것도 질렸겠다 찾아와준 시청자들에게 넌지시 말했다·
“저번 주에 불렀던 동요라도 불러드릴까요? ‘유토피아호 선장님’·”
그래도 동요는 어린 목소리로 부르는 게 제격이 아닌가·
나이가 어릴 때의 이점을 이럴 때라도 살리는 게 맞겠지·
“대륙을 찾아 먼바다로 떠났던 배·
승객 32명의 꿈을 가득 싣고 갔지”
유토피아호 선장님은 일반적으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요와 달리 조금 섬뜩한 결말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전생에서 이 노래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시대상을 가장 잘 반영했기 때문이었을까·
어른들은 아이들이 올곧고 선량하고 정의롭게 자라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이기적으로 살아야만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덕분에 사회에서는 악의 굴레가 끝없이 반복되었지만·
그리고 갈수록 황폐해지는 대지에 새로운 대륙을 찾아 떠나러 범선을 띄운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에 무색하게도 전생의 지구에는 대륙이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지역마다 대륙을 지칭하는 통일된 명칭도 없어서 다들 부르고 싶은대로 불러도 거의 다 알아들었다·
유라시아 크기의 대륙을 중심으로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따라서 서쪽으로 계속 항해하다 보면 대륙 동쪽 끝에 도달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동요 마지막에 나온 식인종들도 아마 마족들을 일컫는 거겠지·
“배는 다시 떠오르지 않았고·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네·”
-캬ㅑㅑ
-키야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숭배합니다 GOAT
-찾았다 내 동심! 찾았다 내 동심! 찾았다 내 동심! 찾았다 내 동심! 찾았다 내 동심!
-키즈채널 다 비켜라 노네임 나가신다!
-Let’s Go NoName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미셸 바디우 다시 전화 받았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귀하의 월드 오브 아르세리아 계정에 관련하여 몇 가지 문의드릴 게 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익명의 후원자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 덕분에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KAREN34kr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빨리 나아서 한층 귀여워진 나메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서른짤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말씀대로 이번 주말에 침대에서 꼼짝 않고 푹 쉬고 오겠습니다··!!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었지만 요즘 인플루엔자가 유행이랍니다· 독자님들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화요일 오후 8시에 새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걱정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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