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8
꿀꺽-
캡슐의 문이 닫힘과 동시에 침을 삼킨 소녀는 두 손을 배꼽 위에 가지런히 모아 올리고 서서히 눈을 감았다·
복식호흡으로 공기가 드나들며 그녀의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카리리는 만반의 준비를 펼쳤다·
수많은 스트리머 인플루언서 그리고 연예인들과의 합방으로 인기를 챙겨온 그녀였다·
겨우 그 리스트에 한명이 더 추가될 뿐인 일일 텐데 대기방에 들어선 카리리는 계속 한쪽 다리를 덜덜 떨며 초조함을 드러냈다·
“잘해보자·”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짝 때려서 정신을 차린다·
방송이 켜지는 순간 그간의 감정은 파도에 씻겨 내려가듯 사라진다·
[‘리리만큼카만큼’님이 10000원 후원!]
-어서오소리! 카리리 오늘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어서오소리! 리리만큼카만큼님 만원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그러게? 왜 이렇게 빨리 왔을까? 뭐 때문에 빨리 왔을까? 우리 허니비 백성들을 보고 싶어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카리리는 개인적으로 귀엽다고 해주는 사람들이 많기를 바랐지만 애석하게도 그녀와 시청자들 사이의 관계는 n년차 연인에 가까웠다·
-앵기지 마라~
-좀 떨어져봐요 카리리님 뒤에 곰돌이 안 보이잖아요!
-따갚대 스크림 오늘 어디랑 함?
-깜짝 이벤트 뭐야뭐야? 월오아 안 해 지금은?
“아니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어? 오늘만큼은 새로운 기분을 느끼려고 무려 스타일에 중대한 변화를 주고 왔다고· 정말 나 어디가 달려졌는지 모르겠어? 응? 엉?”
약간의 여유 타임을 가지고 빌드업을 위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기다린다·
대다수는 모르겠다는 의미로 갈고리를 던져댔다·
[‘skyblue’님이 100000원 후원!]
-(‘?’ 모양)
하늘에서 뿅 하고 나타난 노란색 물음표 모양 갈고리 쿠션이 카리리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으갹! 잠깐만 오늘 방송에서는 3D 이모티콘 후원 금지라고! 기다려봐 설정하고 올 테니까·”
미리 이런 후원이 터졌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게스트에게 피해를 입힐뻔했다·
설정을 끝내고 다시 카메라 시야에 들어선 카리리가 이윽고 후드를 벗었다·
“바로바로! 오늘은 트윈테일을 하고 왔다 이 말이제비!”
-아니 후드를 쓰고 있으면 우리가 어떻게 아는데 카리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휴우 4년차 육수 자격 박탈당할뻔
-오랜만에 트윈테일 귀여워요!
“아직도 모르겠니? 너네들 감 다 떨어졌구나? 카리리 방의 메인 콘텐츠도 못 알아보고 말이야! 두 글자 두 글자·”
-???
-방종?
└ ㅋㅋㅋㅋㅋㅋ
-메인 콘텐츠가 뭐였지 이 방
-월와
-저챗?
“방종 누구야! 전혀 아니거든? 월와도 아니야 애초에 줄여도 월오아라고? 합방 합방! 왜 아무도 몰라주는데!”
-합방?
-아무런 공지도 없었잖아
-합방 안 한지 몇 달째인데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 진짜 합방이야 누구랑?
-스크림 두 시간 뒤인데?
-벌써부터 따갚대에 염상을···!
-트윈테일이 힌트?
“오 예리했어 트윈테일 맞아· 오늘은 트윈테일을 하신 분이랑 합방을 할 거예요·”
이미 두 시간 뒤 오후 6시에 타 팀과 스크림 약속이 잡혀있던 카리리였다·
그 짧은 사이에 게스트를 불러 합방을 진행할리는 없을테고 그러면 높은 확률로 따갚대에 참여하는 인원으로 축소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트윈테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최근에 카리리가 특정 인물에게 지속적으로 구애했다는 점을 반영하여 리스트를 추리면·
-와 노네임?
-진짜로?
-캬
-이걸 해내네! 이걸 해내네! 이걸 해내네!
-트위시 미짜 듀오 크로스!
카리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를 가져와 밀착시켜 화면을 얼굴로 가득채웠다·
“그러니까 여러분! 오늘 진짜! 제발! 너무! 꼭 부탁해요· 노네임님 이제 겨우 열네 살이야· 평소처럼 하면 큰일난다고· 제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았죠?”
-평소처럼이 뭐죠?ㅋㅋㅋㅋㅋ
-????
-잘 모르겠네요ㅎㅎㅎ
-이미 평범함의 기준이 어긋난wwww
[‘유이0284’님이 10000원 후원!]
-평범한 중학교 2학년 대하듯이 대하면 되는 거지 카리리야?
“그래 평범한 중학생 대하듯이-”
[영상공유 – ‘Ratelfan’님이 15000으로 공유해주셨습니다!]
(중2 카리리 막말 매드무비(16~20)·mp4)
“그래 이런 말같지도 않은 말 하지 말라고! 애 앞에서! 알았냐? 그리고 이 영상은 제발 좀 지워줘요 이런 거 흐엉헝헝··· 부탁할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네가 했잖아!ㅋㅋㅋㅋ
-끊이지 않는 업보ㅠㅠㅠㅠ
-결국 모두가 알게 돼 있어
-진실은 숨길 수 없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지
[‘오소리네’님이 2000원 후원!]
-근데 카리리야 더 블로리라는 팀명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거야?
“아 그게 말이지! 저번에 드라마 리뷰 한 거 있었잖아 시청자들이랑 같이· 거기에 있는 꼬마애가 노네임이랑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한 거 있지?”
[NoName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노네임씨 아바타를 처음 봤을 때 헉···! 로리다···! 완전 도내 S급 초 카와이한 리얼 JS! 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서 딱 지어내버렸어! 카리리 완전 천재이지 않아?”
“로리요?”
“히에에에에엑! 어··· 언제 왔어···!”
* * *
“로리가 뭔데?”
우리 팀 이름은 The Blurry가 아니었나?
블러리 직역하자면 ‘흐릿한’·
카리리는 탱커이지만 암살자 클래스를 맡고 있다·
월오아를 많이 하면 할수록 깨닫는 게 있다면 탱커는 언제나 팀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으나 싫으나 카리리의 스타일에 팀 스타일을 맞춰야했기 때문에 팀명도 그에 맞추어 나름 잘 정했다고 생각했다·
카리리는 온몸으로 채팅창을 막는데 급급했다·
“안 돼 노네임 여길 보면 안 돼! 빨리 뒤 돌아!”
-더 블로리(Double Loli) 라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노네임을 속였어?
-니네가 사람이냐
-카리리 완전 악마!
-그래 상식적으로 허락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거대한 화면을 작은 몸집으로는 가리기 확실히 버거워보인다·
“그래서 로리가 뭔데? 트럭을 말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게임에서 실력이 아득히 뛰어난 자를 트럭이라고 표현한다고는 들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건···!”
내 말에 카리리가 몸을 움찔거리더니 내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팔짱을 끼고 그녀의 코미디쇼와 채팅창을 몇 번이나 번갈아보자 결국 카리리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귀여운 여자 아이···?”
“그래? 근데 왜 숨겨?”
“약간 성적인 뉘앙스가 담긴···”
-노네임 경멸하는 눈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합방 망한 것 같은데 터뜨리자
-합방이 아니라 팀이 터지게 생겼어!
-솔직히 카리리는 이제 로리라고 불릴 나이는 지났지 않았나···
-과거의 영광ㅋㅋㅋㅋㅋ
“아아아아무튼 짜잔! 오늘의 합방은 노네임씨랍니다! 다들 박수 와와아아아아아!”
카리리가 과장스럽게 박수를 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래 뭐 대충은 이해했어·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오늘 할 일에 대해 가볍게 물어보기로 했다·
“오늘 그래서 뭐하는데?”
“음··· 사실 오늘 합방이 갑자기 정해진 거라서 나도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아 맞다 여러분 노네임씨랑은 총 5일동안 매일 2시간씩 합방하기로 했어요!”
“뭐야 그것도 안 알려준 거야?”
“언니가 미안하제비··· 흐엉···”
-노네임 성격 완전 시니컬해ㅋㅋㅋㅋㅋㅋ
-100% 쿨계열
-카리리는 더 때려도 돼!
-우리 카리리는 이게 맞아
“그럼 평소 다른 사람들이랑 합방했던 걸 말해봐·”
“에에에··· 보통은 Q&A 시간을 많이 가졌지?”
-노네임 지켜!
-게스트한테 막말을 쏟아붓는 사람이 있다?
-???: 왜 이렇게 얼굴에 비해 늙었어요? (초면에 한 말)
└ 그거 LK한테 말한거냐?ㅋㅋㅋㅋㅋㅋㅋ
└ 나이에 비해 젊어보여요를 반대로 말한 겈ㅋㅋㅋㅋ
-???: 약간 조폭들이 좋아할 스타일인 것 같아요 (현직 아이돌에게)
-빼빼로 게임 제의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ㅋ 근데 이거 합법 아님?
└ 어라?
└ 어 진짜네?
└ 빼빼로 게임 제안에 면역인 사람이 있다?
“이왜진?”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킨 카리리는 방 구석에 있던 서랍장을 뒤졌다·
토독-
부스럭-
무언가 포장지를 벗기는 소리와 함께 입에 가느다란 막대를 입에 물고 자신의 입술을 가리켰다·
“느릉 쁘쁘르 그음 흘르?(나랑 빼빼로 게임 할래?)”
[‘알트탭커신’님이 10000원 후원!]
-무친련아!
[‘반갑제비좋아’님이 3000원 후원!]
-이걸 진짜 하네 정신 나갈 것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독-
연이은 도네 폭격에 카리리의 자그마한 입술 사이로 드러난 하얀 치아가 과자를 두동강냈다·
“아아 네임앙 진짜 할 생각 없었어···! 그냥 이런 거였다고 보여준 거야·”
입 안으로 들어간 것들을 오물오물 씹으며 소리를 빽 내지른다·
“미성년자의 지위를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언니가 처음인 것 같아·”
“헉···!”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게스트들을 괴롭혀온 거구나·
그녀도 고등학생이라고 했으니까 확실히 이런 소리를 면전에서 들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겠지·
나도 미성년자라 살았다 방금은·
-캬
-와 말 똑부러지게 잘한다ㅋㅋㅋㅋㅋㅋ
-진짜 천재긴 천재인가보네ㅋㅋㅋㅋㅋ
-그동안 천룡인이라서 좋았지 카리리야!
잡담이 더 길게 늘어지기 전에 끊어야만 했다·
왠지 모르게 계속 넋 놓고 있다보면 휘말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바로 랭겜 돌리자·”
“어? 랭겜을?”
“응· 이번 주 목표는 다이아까지·”
“다이아? 나 플래티넘 3이야 절대로 안 돼! 절대로!”
“그럼 앞으로 이긴 경기 횟수만큼 Q&A 질문권을 줄게· 됐지?”
“만약에 대답을 안 하면? 벌칙 시켜도 돼?”
“마음대로 해···”
“좋아 가보자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카리리의 시청자 중에도 외국인이 상당 부분 많습니다!!
트위시 플랫폼에는 실시간 번역 기술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죠··!!
파페포포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마나인방이 어느새 150화까지 연재되다니 정말 글을 써보기로 결심한 과거의 저를 칭찬해주고 싶네요·
오랜만에 옛날 표지도 한번 가져와봤습니다··!! 나중에 나올 아카데미 파트도 재밌는 에피소드가 정말 많은데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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