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4
나메의 방송은 소위 말해 어그로가 자주 끌리는 방이었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고 하던가·
밴이 된 시청자들은 정말 가지각색의 이유로 수용소에 들어오게 되었다·
매니저2 ‘hells몬스터’라는 닉네임으로 활동중인 ‘헬몬’은 포로들을 향해 자비없이 채찍을 휘둘렀다·
“그래서 네 죄가 뭐라고?”
“으아아악! 죄송해요! 전 단지 농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도배한 것밖에는···!”
“농담 농사 농촌 농간 농즙 농축? 이 녀석 대체 어떻게 영구밴을 피한 거야! 야 기계가스나야! 너 똑바로 안 솎아낼래?”
[이름없는 감옥]
[현재 수용 인원: 474명]
‘무명감옥’의 정체는 강제 퇴장 해제 요청방·
즉 영구밴이 된 시청자들은 방금 채찍으로 목이 날아간 포로처럼 ‘사형’을 당해 현재 인원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영구밴: 1194명]
“이래서 매니저 더 뽑아야한다니까요? 외국인들이 계속 부캐 파고 들어오는 거 보면 모르겠어요?”
지이잉-
매니저3 자세히 보면 온몸이 기계로 이루어진 사이버펑크 컨셉의 여성의 손이 분리되더니 손목에서 레이저가 나가 포로의 심장을 꿰뚫었다·
한동안 수용소 관리를 안 했더니 진작 사형을 당했어야 할 이들이 깽판을 치고 있었다·
14살의 어린 소녀가 세상의 악의를 맞닥뜨리지 못하도록 뒤에서 고단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매니저4 가오나시가 시체들을 뱃속으로 삼켜버리면서 1차 솎아내기는 이걸로 마무리 되는 듯 싶었다·
[진입 중]
[NoName님이 입장하였습니다]
“제발 모범수만 걸려야 할 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매니저 1 ‘대학원생살려’가 중얼거렸다·
이 세상에는 미친놈들이 정말 널려있으니까·
* * *
[차단된 메시지: 골반에 있는 문신은 어떤 모양인가요? 7트·]
“문신? 무슨 소리야?”
“아냐아냐아냐아냐! 걍 영구밴해버려 저 자식!”
카리리가 내 두 눈을 가리고 강제로 퇴장 버튼을 눌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가시지~
-이건 심연도 아니었네ㅋㅋㅋㅋ 영구밴 당한 놈들은 대체 뭐냐
-중2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누
-다들 신사답게 행동합시다 여러분
각 수용실의 쇠창살 너머로 죄명이 떠오른다· 그들의 죄는 함부로 놀린 채팅이었다·
정말 반성한다는 의미로 내가 복도 앞을 지나칠 때까지 그랜절을 하는 사람들은 선심 쓰는 마음으로 사과문을 읽어주었다·
[강제 퇴장 해제]
“다음부턴 착하게 살면 좋겠네요·”
“넵! 새로운 마음으로 개과천선하여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네임님!”
“미안하지만 다시 들어가 있어야겠다·”
“엣?”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방금 방송 안 봤나ㅋㅋㅋㅋㅋㅋ
-네임이 아니라 나메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홀에 빨리듯 남성은 다시 감옥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절규하는 소리가 메아리치다가 점차 사라졌다·
한순간에 잘못된 판단으로 악질 시청자에게 동조한 이들을 사면시켜주고나니 점점 빈 수용소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영구밴은 아니지만 방송에 다시 돌아오지 않은 이들·
밴을 당한 시점도 이제는 꽤나 과거에 속했다·
[아 고집 한번 ㅈㄴ 세네 여기서 어그로 끌리면 절대 못 깨는데ㅋㅋㅋㅋㅋㅋㅋ]
시점을 보아하니 월오아 1부를 클리어할 때였던 것 같은데·
결국 이 사람은 내가 클리어하는 장면을 보지 못한 거겠지·
-응 결국 깼어ㅋㅋㅋㅋㅋ
-최초 10/10/10이야
-훈수충 지금 보니까 너무 귀엽기만 하네
더 이상 사람이 없겠다 싶어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에 인기척이 느껴져 카리리를 이끌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감옥 마지막 방에 있었던 이들은·
“매니저님들? 거기서 뭐하세요?”
“아앗!”
“읍읍읍읍! 읍읍! 읍!”
“그러니까 망 좀 잘 보라고 했잖아!”
“아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지···!”
입에 테이프를 칭칭 감은 한 포로를 괴롭히고 있는 매니저들의 모습이었다·
* * *
“아니 좀 놔봐 씨! 노네임님 이제는 솔직해질 때도 되지 않았어요?”
남성은 자신의 양팔을 꽉 붙잡고 있던 매니저들을 뿌리치고 걸어왔다·
“아니 노네임님 뭐 똑똑한 것까지는 인정한다니까? 내가 수학을 못해서 잘은 모르지만 다들 영리하다고 말하니까 아 그런가보다 하는거지· 하지만 과거까지 없던 일로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그냥 단순 어그로인 것 같은데 영구밴할까요?”
나는 조금 더 남성의 말을 잠자코 들어보기로 했다·
“당신 롤에서 패작했잖아· 최근에 뉴스에 나오길래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예전에 딜리트의 다큐 4일에 나온 사람 맞지? 내가 기억력 하나는 정말 좋아서 말이야·”
남성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씨익 웃었다·
마치 내가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솔직히 조사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닌데 말이야· 막상 파고 들어가보니까 석연찮은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더라고· 노네임씨 말해봐요· 당신 핵 썼어?”
맥빠지는 질문에 나도 시청자들도 한마음이 되었던 것 같다·
-뭔가 했는데 그냥 핵무새였네ㅋㅋㅋㅋㅋㅋ
-말투에서 은근 틀딱체 난다 했더니 컴퓨터 세대였냐
-가상현실에서는 핵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아재요
-시간 아깝다 진짜 걍 밴해버리셈
“아니면 나이를 속였다던가·”
히끅-!
남성이 덧붙인 말에 옆에 있던 카리리가 놀라서 딸국질을 하기 시작했다·
더욱 기세가 등등해진 남성이 코웃음을 짧게 쳤다·
“분명 자기 입으로 고아라고 했었나? 그런데 15세 미만은 셧다운제가 있어서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하는데 거기까지는 생각이 못 미쳤나보네? 그리고 뭐 일고여덟 살이 셧다운제도 무시하고 하루에 게임을 16시간씩 하고 14살인데 우연히 버그가 생겨서 월오아 나이트메어가 그대로 진행되었다고? 참나 이게 말이야 방구야· 진짜 믿는 놈들이 병신인 거지·”
-어 그러게? 셧다운제 있는데 어케했누
-뭔가 이상하긴 함;; 그리고 보호자가 있다고 쳐도 일곱 살이 하루종일 게임하게 시키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해
-웨어소프트도 버그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긴 했지
“솔직히 말해· 노네임씨 14살 아니잖아· 어디서 약을 팔고 앉아있어· 설령 14살이 맞다고 쳐버리면 게임사를 해킹한 핵쟁이가 되어버리네? 하하 이런 걸 진퇴양난이라고 불렀었나?”
내가 셧다운제를 뚫고 월오아 방화벽을 뚫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는 나의 나이를 아예 정반대로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기자회견에서 내가 인증했던 것은 비슷한 아이디를 제작해 계정 바꿔치기로 얼마든지 기만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의견을 차례대로 조목조목 반박해나가는 남성이었다·
-근데 노네임이 트롤러로 유명했던 건 사실이긴 함ㅇㅇ
-새벽에 롤을 했다는 게 무슨 말임? 일곱 살 때 롤을 했다고?
└ 노네임이 한 때 판수 랭킹 1위였음
└ 아 ㄹㅇ?
-트롤 정도면 그냥 어린이의 장난으로 가볍게 넘어가줄 수 있잖아
└ 그니까 일반게임에서 초딩들이랑 같은 팀 걸렸다고 화내는 사람이 잘못이지
-14살이 아니라 진짜 성인인건가?
└ 그건 안 돼!!!!!!
└ 근데 못해도 스물은 넘어보이는데 중2라는 게 솔직히 안 믿기긴 했음
└ 나만 이 생각하는 거 아니었구나
-노네임님이 채팅 탄압 심하게 해서 그렇지 물어보고 싶은 내용은 많았음요
-애초에 카리리가 지금 노네임 집에 있는데 무슨 소리람
└ 솔직히 카리리는 지금까지의 행적을 봤을 때 하나도 신용이 안 가긴 해ㅋㅋ
“그래서 몇 달째 접속도 안 한 계정에 다시 돌아와 굳이 제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죠?”
남성은 작년 9월쯤에 밴을 당했었다·
매니저가 뽑히기도 한참 전 웬만해서는 내가 밴을 하지 않는데도 가장 처음으로 1달 밴을 당한 사람이었다·
내가 여기에 오기까지 기다린 이유를 보면 아예 나를 일부러 엿먹이려는 속셈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정직하게 살아야죠 어! 누구는 땡볕에 나가 뼈 빠지게 일하고 돈 버는데 그렇게 입 싹 다물고 돈 벌면 좋습니까? 난 크게 바라는 거 없어요· 그냥 다 사실대로 고백하고 그때도 이렇게 시청자들이 노네임씨 곁에 남아있을지 봅시다·”
능청스러운 태도에 질투심이 묻어나왔다·
“남아 있으면?”
“응?”
“내일도 그런 소리를 똑같이 할 수 있나 지켜볼게요· 밴은 안 할 거예요· 알아서 처지를 깨닫고 나가라는 의미에서·”
* * *
이름이 없는 것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데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이름은 분명 내 것인데 희한하게도 남들이 훨씬 더 많이 쓰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름을 나의 것이라고 단호하게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필시 누군가의 입으로부터 나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묘한 충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사람은 이름으로 관계를 시작하고 이름으로 관계를 끝맺는다·
[넌 이름이 없는 게 아니야· 나메라는 엄청 예쁜 이름이 이렇게 있는걸·]
이름도 없이 갇혀 있었던 감옥 속에서 나에게 노나메라는 이름이 생겼다·
그때부터 나는 앞으로도 계속 노나메로서 살아갈 의무를 지니게 되었다· 세상에 구속되었다·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밑거름이 생겼다·
[자랑스러운 우리 딸 나메·]
입신양명(立身揚名)이 부모님에 대한 최고의 효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이름을 지어준 은혜를 갚아 나가려면 이름을 알리는 길밖에 없을 테니까·
작은 가슴이 괜히 콩닥거렸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봤다고 자부한 나로서도 대회 결승전이라는 색다른 떨림은 참으로 미묘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NoName(아스테리아)]
전광패널에 걸려있는 이름을 한동안 바라보며 나는 아마도 설아에 대한 생각을 계속 했었던 것 같다·
‘나도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해·’
나근거리는 북서풍이 불어온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postering님 3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이제 마나인방에서 정말 중요한 파트만을 앞두고 있는데 이렇게 바쁜 시기와 겹쳐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3부에서는 천재 나메의 모습을 마음껏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정말 설레네요!!
익명의 후원자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독자님을 깨우려면 빨리 100편을 채워와야 한다는 말이군요··!!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조련사님 3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미리보기도 연참도 모두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작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번 회차부터 글이 조금 심하게 무너지고 있다고 다시금 느꼈습니다· 기말고사 전까지 빨리 2부를 끝내고 싶었지만 앞에서 스토리가 많이 지연되기도 했고 퀄리티를 위해 휴재라도 해야하나 여러가지로 생각이 복잡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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