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7
청와대 대변인의 언급 이후로 나메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번에도 한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나메가 구급차 들것에 실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된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회는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ㅠㅠㅠㅠㅠ 노네임 대회 할 때까지만 해도 건강했잖아]
└ 설마 방송도 버킷 리스트 같은 거였나?
└ 불길한 소리 하지 마셈
└ 아 진짜 에반데···
[신이 있다면 진짜 원망스럽다· 저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 악마의 재능을 가졌지만 단명하는 것까지··· 앗 이거···
└ 함초롱···
└ 노나메 세상이 억까하네
└ 아프지 마라 제바류ㅠㅠㅠㅠㅠㅠ
[왜 실려갔는지 아는 사람 있음? 제발 한명이라도·]
└ 찌라시긴 한데 지금 시니어 교수님들까지 다 병원에 호출된 걸로 알고 있음
└ 정말 수술까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일일까? 영상에서는 멀쩡하게 앉아 있던 것 같은데
└ 삼성서울병원 동OO 교수 수술 일정 바뀌었음 <- 오러하트이식 전문의임
└ 진짜 너 내부자냐?
이제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나메가 이 폭로 한번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게 되었다·
특히나 세계에 다시는 없을 재능을 가진 아이가 아프다는 소식은 사람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만약 인터뷰에서 보았던 모습이 정말 아이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되어버린다면?
[속보) ‘노나메’양 오러하트 수술 동진수 의료팀 20시 30분 예정]
[제발 나메야ㅠㅠㅠㅠㅠ 삼촌이모들이 이렇게 빌게ㅠㅠㅠ]
└ 너 80만 구독자 버릴 거야···? 꼭 돌아올거지? ㅠㅠㅠㅠㅠ 제발제발제발제발
└ 노네임 대신 아파줄 수만 있으면 좋겠다 진짜루ㅜㅠㅠㅠ
└ 오러하트면 무조건 대수술이잖아 말이 되냐 이게···
* * *
한편 메를린 보육원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기자들 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무례하게 들이미는 카메라 장비들은 한눈에 척 보기에도 비싸 보였고 성인 남녀들은 하나같이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침묵을 미덕으로 삼는 기독교 계열의 보육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러한 소란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노나메’라는 아이에 대한 인터뷰 그리고 그녀가 살았던 206호의 방문을 원했다·
“형 근데 206호는 귀신 나오는 방 아니야···? 예전에 거기에 사람이 살았다고?”
이제는 모두가 기피하게 된 2층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호실·
호기심 많은 어린 원생의 물음에 중학생들 또래 사이에서는 대장격 노릇을 하던 재환이 팔짱을 끼고 회상에 젖었다·
“206호는 진짜 귀신 나오는 방이었지·”
* * *
내 오러하트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현지에서는 레스타카야 증후군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질환·
전생에서는 금단의 9서클 마법을 인간의 몸으로 억지로 시전하려고 했을 때만 발현되는 매우 희귀한 증상이었지만 의외로 현대 사회에서는 천만 명 중 한두 명꼴로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개나소나 8서클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세상은 다행히도 아니었고 오히려 세계적으로 마나 농도가 지나치게 낮았던 탓이었다·
탄성한계 이상으로 팽창되어버린 오러하트는 다시 본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고 변형된 상태로 남는다·
마치 동맥벽이 얇아지듯 오러와 마나를 경계 짓는 벽이 점점 허물어지고 최후에는 파열로 인해 신경성 쇼크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실로 무시무시한 병이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고안해낸 방법은 바로 오러하트를 7개로 쪼개는 것·
물리적인 의미로 쪼갠다기보다는 댐의 입구를 막는다는 표현이 적절하리라·
가뭄인 상황에서 댐의 수문을 전부 열어버리면 금방 바닥을 보이게 되지만 한쪽만 열게 되면 마나가 모두 그쪽으로 흘러들어가서 적절한 수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마나가 오러로 제대로 변환이 되는지 그리고 그 오러가 체내에서 잘 순환될 수 있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에 오러하트의 일부만을 쓰게 된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다·
“이게 마지막이야 아린아 잘 잡고 있어· 놓치면 안 돼· 눈 뜨지도 말고·”
“으으으으···! 내 심장이 아까 전부터 쿵쾅쿵쾅 막 화가 난 것 같아!”
“좀만 버텨 할 수 있어· 야 백아린 손 떨지 마! 집중해 집중!”
“으응!”
오러로 엮어낸 철심을 체내에 직접 찔러 넣는 작업이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당시 나의 작은 수술을 책임져준 조수는 백아린이었다·
뭣도 모르는 초등학생 1학년이 오러를 다루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래서 길이 15cm 직경 0·7mm의 오러 구조물을 최대한 손가락으로 붙들고 있어 달라는 부탁만 했었다·
푹-
“히에에에엑!”
바늘에 찔린 건 나인데 아린의 열 발가락이 오므려졌다· 눈을 얼마나 세게 찡그렸는지 그녀의 얼굴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린이의 뛰어난 상상력은 타인의 고통마저도 공감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나 보다·
“돼··· 됐어?”
“얼추? 조금만 더 쑤셔 넣어야 할 것 같은데·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나메야 그럼 이제 나 눈 떠도 돼?”
“응 뜨고 싶으면 떠·”
“헙···!”
아린의 두 눈이 끔뻑였다·
내 복부를 관통하고 있는 7개의 침·
“···!”
내가 각도를 조절해가며 손가락으로 툭툭 밀어넣는 모습을 목격하고선 아린이는 그 자리에서 거품까지 물고 혼절해버렸다·
안타깝게도 차가운 바닥에 쓰러진 아이를 바로 돌봐줄 여력은 없었다·
다음은 훨씬 고되고 지루한 작업이니까·
가시처럼 얇은 철심에 방을 만들고 각각의 방에 구심점이 되어줄 고유마도를 봉인하였다·
날뛰어봤자 결국 내 몸 안이니 정밀한 회로감옥을 설계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래도 추후 마법을 다룸에 있어서 좌표계가 변동되기라도 하면 계산이 까다로워지니 대충 그럴싸한 ‘집’이라도 지어주기로 했다·
여기에는 메두사 그 옆에는 에리시톤 마지막으로 샤덴프로이데까지·
고유마도를 이루는 회로술식은 오러하트의 입출구를 봉인하는 훌륭한 문지기로 탈바꿈했다·
아린이가 다시 깨어난 건 그 시점이었다·
내가 배에서 튀어나온 가시들을 손톱깎이로 정성스럽게 잘라내는 게 신기한 모양인지 계속 힐끔거렸다·
“아··· 안 아파···?”
“응· 진짜 철심도 아니니까· 대충 모양만 잡히면 다시 몸으로 흡수할 거야·”
“히긍··· 그래두 아플 것 같은데··· 내가 도와줄 거 없어?”
“으음···”
아린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며 나를 더 도와주고 싶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했다·
할 수 없이 손톱깎이로 깎은 철심을 한데 모았다·
“자 손바닥 대봐· 이렇게 응·”
두 손으로 공손하게 손바닥을 펴든 아린·
혹여나 찔리지 않도록 손바닥에 오러로 된 코팅막을 입혀주고 여남은 철심조각들을 올려주었다·
“저기 내 방에 쓰레기통 있지? 저기에 갖다가 버려줄래?”
“응!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어쩌다보니 쓰레기 셔틀을 맡게 된 아린이는 부탁을 받은 게 그리도 기쁜지 오도도도 방문을 향해 달려갔다·
“우아앗!”
“야 백아린!”
쿠당탕-!
하필 그녀의 발밑에 오래된 바닥장판이 조금 튀어나와 있었고 아린의 발이 거기에 제대로 걸려 넘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아린이가 들고 있던 철심들은 사방으로 날아가 벽과 바닥에 박혀버렸다·
“흐윽··· 으아아아아아앙!”
“내가 못 살아· 괜찮아 아린아?”
“이··· 이것도 똑바로 못해서··· 흐끅··· 미안해 흐에에에엥···”
아린은 무릎에 난 시퍼런 멍을 부여잡고 세상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냐 네 잘못이 아닌걸· 수녀님께 장판 바꿔달라고 해야겠다· 그치?”
“흑··· 흐읍···”
“괜찮아 괜찮다니까 응?”
아이를 달래는데에는 썩 재주가 좋지 못했다·
아린이 울음을 멈춘 건 그로부터 10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울다가 지친 아이는 뒤로 발라당 넘어져 바닥에 누워버렸고 갑자기 몸을 흠칫 떨더니 내게 달려와 안겼다·
“왜 그래?”
“귀··· 귀신!”
“귀신?”
“진짜 귀신소리가 들렸어! 뭐야···? 나 진짜 들었는데!”
“지금도 들려?”
“아니··· 안 들려··· 근데 진짜 들었어! 거짓말 아니야 나메야! 진짜라고!”
“아 알겠어 믿을게·”
“진짠뎅··· 우으으··· 흐잉···”
불현듯 뇌리에 스친 생각·
아린이가 뒤로 넘어지면서 손을 짚은 곳은 아까 철심이 날아가 바닥에 박힌 지점과도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서 손을 이리저리 훑고 지나갔다·
귀청을 찢을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증스러운 새끼 죽어!]
[죽어! 그냥 죽으라고!]
[숨도 쉬지 마! 죽여버릴 거야!]
아린이가 말했던 귀신의 정체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분노의 감정으로 빚어낸 고유마도 ‘세크메트’·
그것의 아주 작은 파편이 철심을 타고 흘러나온 것이리라·
나는 유성 사인펜을 가져와 바닥에 X자 표시를 새겨놓았다·
“뭐였어···?”
“귀신··· 비슷한 거?”
“꺄아아아아아악!”
“괜찮아 별로 위험한 거 아니야·”
나머지 철심이 박혔던 6곳의 위치에도 X 표시를 해놓았다·
“당분간 여기는 만지지 말자·”
“만지면 어떻게 되는데?”
“아까처럼 귀신 소리가 들리는 거지·”
“귀신이 진짜 있는 거야?”
“아니·”
“···?”
제일 긴 샤덴프로이데 회로의 반감기가 2주니까 얼추 2달만 지나면 이런 현상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그동안 아린에게는 표식을 찍어놓은 곳을 만지지 않도록 신신당부하였다·
괜히 어려서부터 욕을 배워버리면 좋을 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 충고가 무색하게 아린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점잖은 신사 아저씨에게 입양되었다·
나까지 숨 막히는 보육원에서 뛰쳐나와버리면서 순식간에 공실로 변해버린 206호는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 * *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이 MRI 사진은 이제 옆에서 찍은 건데 왼쪽 사진 상에서 보이는 부분들은 우선 오러하트를 감싸고 있는 신경다발이고요· 여기 보시는 것처럼 커다란 신경다발뭉치가 있는데 이게 오러하트의 경계면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크기가···”
“네에 성인 주먹만 하죠? 보시면 동나이대 어린이들의 열 배 정도는 큰 오러하트를 가지고 있어요· 원래부터 컸던 탓도 있겠지만 주위 장기가 짓눌린 거 보면 후천적으로 확장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는 밝게 보이는 관이 보이시나요? 이게 이제 주신경인데 다행히 외벽이 두꺼워가지고-”
담당의사는 장장 12시간에 걸친 대수술의 과정과 결과를 보호자인 천교수에게 낱낱이 알려주었다·
스테이플러에 찍힌 것처럼 찌그러진 모양의 오러하트를 펴주고 대신 주신경을 제외한 나머지 통로는 매듭을 만들어 마나가 흡수되는 양을 정상수치로 되돌려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오러하트가 스스로 구역을 나누는 건 정말 의사생활 30년 하면서도 처음보는 사례인 것 같은데 혹시 환자분과 보호자분이 동의만 해주신다면 학계에 보고해도 괜찮을까요?”
천교수는 대차게 거절했다·
의사 또한 크게 아쉬워하는 마음은 없어보였다· 어쨌거나 대수술이 성공한 것만으로도 만족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의사가 방을 떠나고 나니 천교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메야 깼니?”
나지막한 소리로 호명된 내 이름에 나는 반사적으로 눈이 떠졌다·
“어떻게 아셨어요?”
“귀를 그렇게 쫑긋거리면 모른 척 하기도 쉽지 않더구나·”
“아아 제가 그랬어요?”
팔에는 링거가 코에 꽂는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나잘 캐뉼라?
아무튼 지금 나는 현대의학의 정수를 온몸으로 만끽하는 중이었다·
“수술은 잘 됐나봐요·”
“응··· 그렇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으세요 교수님· 이런 분 아니었잖아요·”
“나메야 지금도 많이 아프니?”
내가 입원하게 된 게 자기의 탓이라고 생각하시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슬픈 표정을 지을 수는 없을 테니까·
나는 왼팔을 들어서 침대 난간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맞잡아주었다·
“아프면 꼭 아프다고 말할게요·”
“약속할거니?”
“여기 약속·”
주먹을 쥔 손에서 새끼 손가락만을 펴서 내밀었다·
휘둥그레 커진 눈을 한 천교수는 웃는건지 우는건지 모를 표정으로 똑같이 내 새끼 손가락을 잡아주었다·
“근데 교수님 저기 뒤에 큰 나무 아 화환이구나 저건 뭐예요?”
‘노나메 학생의 쾌유를 기원합니다’라고 적힌 알록달록한 화환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어제 이조원 대통령이 잠깐 왔다 가셨다·”
“정말요?”
“요 문 앞까지 얼굴만 비추고 가셨지·”
한 국가의 수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이렇게 쉽게 만나러 온다고?
잠깐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한민국에서는 그렇게 특별할 일도 아니었다·
자꾸만 절대왕정 시절을 생각하게 되니 뭔가 왕이 직접 행차한 것 같은 착각이 드는데 따지고 보면 그냥 퇴근한 평범한 직장인 1이 사적으로 궁금해서 들린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 테러리스트에 대해서는 별 언급 안 하셨죠?”
“한두 마디 인사만 하고 헤어졌으니까·”
역시나·
이러면 정말 내가 걱정돼서 보러 온 건지 단순히 궁금해서 온 건지 아니면 이미지메이킹으로 온 건지 내가 어떻게 구분지을 수 있을까·
직접 보러 안 와도 되니까 그냥 내가 했던 부탁들만 뒤에서 잘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병실이 너무 좁은데 화환은 복도 밖에다가 내놓죠·”
“그럴까?”
“그럼 다른 환자분들께 민폐려나· 그냥 대충 1층 밖에다가 내놓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럴 거면 그냥 버려버리는 게 낫지 않겠니?”
“네 뭐 마음만 받으면 됐지· 불필요하게 공간만 차지하는 것 같네요·”
“알겠다·”
저런 식의 인테리어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음날 정말 황당한 기사가 티비에 나왔다·
[한국이 저버린 비운의 천재 대통령의 뒤늦은 회유에도 등 돌려·]
[李대통령이 직접 보낸 쾌유기원화환· 병원 뒤편 쓰레기장에서 발견돼··· 외국으로의 이민 가능성 암시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쓰담쓰담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남은 시험들도 잘 보고 오겠습니다··!! 초창기부터 쭉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소네일론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저도 나메 행복 기원합니다!! 나메나데나메나데!!
국가 후피집 ON··!!
오랜만에 아린이가 나오네요!! 사실 보육원 에피소드는 1부에서 전부 생략되어버려서 깊게 다루지 못한 게 참 아쉬웠습니다··!!
1부에서 나메의 가상현실 생존기 -> 세민의 구조 에피소드 -> 보육원&초등학교 1학년 에피소드 -> 천교수 수업 에피소드가 제 머릿속에만 들어있답니다··!!
귀신의 멘트는 어디서 들어보지 않았나요? (에피소드 20 – 전장의 망자)편에 나왔답니다··!! 샤덴프로이데와 비슷한 종류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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