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9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서도 척척 샤워를 하고 꽃단장을 마친 초등학교 2학년 이하루·
“야 이하루 너 아침부터 어디 가냐?”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자신을 불러세우는 이는 하루의 언니 이보름이었다·
‘웬일로 저 게으름뱅이 히키코모리가 잠옷까지 갈아입고 거실에 나와있지?’
하루는 못 들은 척 애써 무시해보았지만 이보름이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낌새를 보이자 서둘러 입을 열었다·
“어··· 언니가 알아서 뭐하게···?”
“대답·”
이번에도 보름은 9살 차이의 나이로 찍어누르는 모양새였다·
하루는 말끝을 흐리며 언니의 말에 곧이곧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 생일파티에···”
“너··· 언제까지 있을 건데?”
“최대한 오래 있을 거야···! 이제 나갈 거니까 말 시키지 마!”
쾅-!
언제부터 자기 일에 신경 썼다고·
자매간의 투닥거림은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하루와 보름 자매의 경호원이자 수행원이자 운전기사 역할까지 모두 도맡은 박실장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니까·
“아가씨 너무 일찍 가는 거 아니에요?”
“일찍 가야 오래 볼 수 있잖아요·”
“친구분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박실장의 우려는 전혀 쓸모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정부는 방화대교 참사에 대하여 즉각 진상조사를 실시하라!”
“실시하라! 실시하라! 실시하라!”
“네 안녕하십니까 구독자 여러분 생생한 뉴스만을 전달해드리는 치카뉴스입니다! 저희는 지금 막! 노나메양이 입원한 삼섬서울병원 앞 사거리에 도착했는데요!”
병원에서 직접 통제를 가해 결국 대로변까지 몰려난 사람들이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이 절로 찌푸려지는 광경을 뚫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나메 진짜 인기 많다···”
“아가씨 저희 어디로 가야하는지는 아십니까?”
“아 여기 초대장에 써 있었어요!”
“그거 잘 간직하고 있으세요·”
박실장의 예언은 적중했다·
병원 입구 곳곳에 덩치 큰 경비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리고 병원에 들어가려는 순간 그 중 한 명이 다가와 방문 목적을 물었다·
“여기 아가씨 친구 병문안 겸 생일축하 목적으로 왔습니다·”
“그 아가씨 친구라는 게·”
“나메요! 노나메!”
하루가 타이밍 좋게 나메가 직접 크레파스로 그려준 초대장을 꺼내보였다·
“··· 여기는 서문 B-3· VIP홀로 2명 보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1층에 가보시면 보호자님께서 마중 나와 계실 겁니다· 같이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시면 돼요·”
“넵· 수고 많으십니다·”
고릴라처럼 생긴 경비원은 하루를 위해서 친절하게 문까지 열어주었다·
“잠까아아안!”
그때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남성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이들을 불러세웠다·
“저도 병원에 볼 사람이 있다니까요? 왜 안 들여보내주는 건데?”
고릴라 경비원은 질린 기색으로 남성을 째려보았다·
“당신이 국회의원이든 래퍼이든 아무튼 난 그런 거 잘 모르겠고· 병원 지침상 VIP 고객분들게 직접 초청받은 분이 아니면 들여보내줄 수 없습니다· 일반 병원으로 가실 거면 저쪽 입구를 이용해주시길 아주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
“와 어떻게 날 모를 수가 있어 참나· 진짜 어이가 없네? 쇼미더머니 안 봤어요? 아니 그리고 당신 여기 지역구 사는 사람 아니야? 살면서 투표 한번도 안 해 봤어?”
이미 남성과 몇 번이나 실랑이가 벌어졌는지 언성이 점차 높아졌다·
박실장은 아가씨를 데리고 서둘러 병원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이 정신이상자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아가씨 저희는 상관 말고 빨리 들어갑시다·”
“네네! 빨리 나메 보러 가야지 히히!”
한편 왁스칠한 머리가 인상적인 보기에만 멀끔한 차림의 남성과 고릴라 경비의 실랑이가 쭉 이어질 때 즈음이었다·
“저기··· 저도 노나메씨 보러 온 건데· 전 초대장 있거든요·”
이번엔 웬 회색 츄리닝 차림을 한 후줄근한 모습의 곱슬머리 청년이 와서 인쇄한 초대장을 주민등록증과 함께 보여주었다·
“확인 도와드리겠습니다· 으음··· 푸흡···! 네헼 확인되셨습니다· 저기 저 일행분 따라서 가핰··· 가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흠흠···”
유유히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거지 차림 청년의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진 남성·
그는 경비의 멱살을 잡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야 저 사람이 VIP 고객이라고? 그 초대장인지 뭔지 하는 것도 다 위조 아니야? 너희들 일 이딴 식으로 하면 내가 끄아아아아아악!”
남성의 몸이 공중에서 한바퀴를 돌았다·
등부터 착지하지 않고서야 날 수 없었던 철퍼덕 소리는
입구를 줄곧 찍고 있던 어느 한 기자의 카메라에 제대로 포착되고 말았다·
* * *
[실시간 베스트 갤러리]
[랑디 이 미친 새끼ㅋㅋㅋㅋㅋㅋㅋ][301]
금배지 달고도 정신 못 차렸네 이거ㅋㅋㅋㅋㅋ
노네임 만나려고 억지로 병원 들어가려다가 경비원들한테 컷 당함ㅋㅋㅋㅋㅋㅋ
(랑디 업어치기 당하는 장면·gif)
[댓글]
-Young한데? 완전 Alpha인데요?
└ 저 16살 고딩인데 같은 알파세대로서 솔직히 ㅈㄴ 부끄럽습니다
└ 16살이 무슨 야갤이야 가서 공부나 해라
└ 나이가 두배나 차이날 텐데 어떻게 같은 세대냐ㅋㅋㅋ
-저걸 국회의원이랍시고 뽑아준 강남구 정 주민들 정말 대단하다!
└ 어떻게 국회의원 스펙이 래퍼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랑디 말고도 입구컷 당한 사람들을 araboja][209]
일단 오늘 아침부터 정말 빅꿀잼을 선사해주신 랑디 ‘엄준용’ 선생·
몇 번을 돌려봐도 순수재미면에서는 이길 수 없다·
빠와 까를 미치게 하는 이 사람이야 말로 슈퍼스타가 아닐까?
(랑디 업어치기·gif)
아무튼 그럼 병원 앞에서 입구컷 당한 사람은 또 누가 있었는지 알아보자·
‘진의철’ 현 공화당 대표·
‘문금래’ 현 민주당 원내대표·
‘서일균’ 현 강남구청장·
(···)
‘김이정림’ 자유당 의원·
그럼 이 사람들조차 뚫지 못한 걸 해낸 사람은 바로 누구?????
(이조원 사쿠란보 춤·jpg)
아 또 당신입니까! 대한민국 대통령 역사상 GOAT 이조원(2000000000000)!!!!!
(쓰레기장에 버려진 대통령 화환·jpg)
아···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꺼지십시오 JOAT·
[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저 고릴라 경비 인스타 지금 인기 대폭발함
└ 가보니까 다 여자들 댓글이누;;
└ 후우 이 ㅈ같은 외모지상주의 담배 마렵네
-마지막에 드리프트 씹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도대체 누가 들어간 거냐?
└ 몰?루
└ 지인들만 불렀겠지 너라면 생일에 토나오는 정치인들 만나고 싶겠냐?
나메를 중심으로 야기된 혼란 때문에 병원에서도 입구를 전면봉쇄 해버리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정치인들은 꿩 대신 닭이라고 그녀의 쾌유를 기원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이 가꾸어 놓은 화단에 찾아가서 싸인과 편지를 남기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NoName님의 방송국]
[현재 오프라인입니다 – 6219명 대기 중]
-나메야 제발 방송 켜줘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도대체 왜 수금 기회를 날리는 거야···
-우리가 돈 준다고! 소매넣기 할 거라고!
-수술 잘 끝난 거 맞지···? 지금 괜찮은 거지···?
-생일 축하해ㅠㅠㅠㅠㅠ
-거짓말같이 방송이 켜졌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함?
-저기 찾아가는 게 더 민폐임 우리들이 양반이지
-(매니저1): 아아 여러분
-솔직히 잠이나 제대로 잤을까 모르겠다 개시끄럽던데
-???
-대살 뭥미?
-너 혼자 노네임 보러 가니까 좋냐!
-(매니저1): 그게 아니라
-?
-(매니저1): 노네임님이 잠깐 방송 켜겠다고 하셨습니다···
* * *
천교수가 처음으로 데리고 온 사람은 총 세팀이었다·
“나메야! 보고 싶었어어어엉! 생일 축하해!”
빨간머리가 매력적인 귀염둥이 서유나씨가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들어와 내게 안겼다·
그리고 그녀의 보호자로 브이튜브를 열심히 관리 중인 서마루가 뒤따라왔다·
“야 서유나 나메 아픈데 함부로 안으면 어떡해! 빨리 여기 와서 앉아·”
이에 질세라 단발머리가 찰떡인 이하루가 오도도도 달려와서 유나의 옷깃을 끌고 소파에 앉혔다·
저 멀리 입구에 대기해 있는 선글라스맨은 저번에도 한번 만나본 박실장이라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금 긴 갈색 곱슬머리에 동글뱅이 안경을 착용한 청년이 쭈뼛거리며 병실에 들어왔다·
“저 안녕하세요···?”
위 아래 모두 깔맞춤인 회색 운동복 초췌해보이는 듯한 인상을 가중시키는 다크서클 키는 조금 크지만 빼빼 마른 몸매까지·
이미지만 놓고 보아도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대학원생살려?”
“네 맞아요 매니저1 대살이에요! 근데 어떻게 날 단번에 알아봤지? 목소리가 아바타하고 그렇게 비슷한가?”
진심으로 묻는 건가 이 인간? 백미터 밖에서 봐도 한국마학기술원 대학원생이라고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정말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이지만 이렇게 직접 얼굴을 보고 만나는 건 또 처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피시방에서 연명했을 시절 방송의 후원금의 대부분은 대살의 지갑에서 나왔으니까 사실상 천교수 이전의 양육자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반가워요· 매니저로서 매번 수고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아유 아니에요!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노나메느님! 아 자꾸 습관처럼 극존칭이 나가네· 가상현실 아바타랑 워낙 똑같이 생겼어야지·”
그렇게 대살과도 악수를 했다·
“근데 이름이···?”
“아··· 그냥 대살이라고 불러주면 안 되나요? 매니저라든가·”
“에이 그럴 순 없죠· 저 그렇게 예의 없는 사람 아니에요·”
악수를 할 때는 통성명을 하는 게 기본 아닌가·
대살이 갑자기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진중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방장님은 안 웃을 거죠?”
“누가 사람 이름 가지고 웃어요· 실례잖아요·”
“그쵸? 진짜 실례라니까 참!”
가끔 우리 방 시청자들 중에선 ‘엄’씨 성으로 시작하는 스트리머만 언급되어도 깔깔대거나 도배하는 사람이 꽤 많았는데 적어도 나는 그러한 부류는 아니었다·
사람의 이름은 놀림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처음 세계에 태어났을 때 처음으로 불리는 단어도 눈을 감을 때 마지막으로 불리는 단어도 자신의 이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마법사의 분신이 완드라면 인간의 분신은 이름이었다·
이름은 한 생명의 존재를 결정짓고 때로는 구속하며 때로는 이용된다·
누구는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생을 살아가기도 누구는 이름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기도 한다·
‘노나메’ 또한 내가 이 세상에 무사히 정착할 수 있도록 엄마가 지어준 소중한 이름이니까·
이름이 독특하거나 이상하다고 해서 나는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자랑스럽지·
그리고 이왕 태어났으면 자신의 이름을 세상 널리 알리는 게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했다·
“으···으···예요·”
“네?”
하도 개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길래 내가 되물었다·
대살은 체념하듯이 어깨를 푹 떨구었다·
“하아··· 제 이름이 은우예요·”
“은우? 별로 안 이상한데·”
“차은우예요·”
“프흡···!”
“아니 야! 안 웃는다면서 노나메!”
오늘 예정에도 없던 방송을 켜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와 진짜 방심했네· 이건 솔직히 반칙 아니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한번 연참 해보겠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나메 피폐길이 너무 길었던 것 같아서요!! 행복해하는 모습은 조금 오래 보여줘도 되지 않나 싶어서 전개가 늘어져도 괜찮다고 결정했습니다!!
차은우를 모르시는 분들께!! 대충 사람 이름이 원빈 박보검 이준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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