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4
[백호찬: (스크린샷)]
[백호찬: 나메야 3억 3천만원 밖에 입금이 안 됐는데?]
[백호찬: (우는 토끼 이모티콘)]
[노나메: 천만원은 훈장님께 드렸어요·]
[백호찬: 엥? 할아버지한테?]
[노나메: 마공품 하나를 주문제작 맡겨서·]
[백호찬: 아니 언제?]
[노나메: 넉넉하게 챙겨드렸죠·]
[노나메: (초롱초롱 고양이 이모티콘)]
[백호찬: 야! 결국 네 개인 돈으로 썼다는 얘기잖아! 40%나 쥐여줬는데 출자의무는 지켜야지!]
[노나메: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들게 민우 오빠하고 아린이를 돌봐주고 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베이비시터 급여라고 생각하세요·]
[msg: 노나메님이 나갔습니다·(채팅방으로 초대하기)]
[msg: 백호찬님이 노나메님을 초대했습니다·]
[백호찬: 🔥🔥🔥]
두리도를 떠나기 전 백훈장에게 자이로스코프가 달린 착용형 간이 연성진 작성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여쭈어보았다·
그는 한 달만 시간을 주면 충분히 만들고도 남는다며 자신있게 단언했다·
팔찌의 형태가 될지 장갑의 형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지혜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니 너무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단다· 개인적으로 뿌듯했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나도 궁금해가지고 대략적인 형태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백 훈장은 한사코 거절하였다·
‘이거 완전 랜덤박스네·’
그것도 자그마치 천만원짜리 랜덤박스다·
이런 건 요즘 유행이 아닌데 어쨌거나 장인의 의사이니만큼 존중해줘야겠지·
우리가 섬에 가 있는 사이에도 세상의 톱니바퀴는 빠르게 돌아갔다·
일단 가장 긍정적인 소식은 설아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는 봉안당이 리모델링 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거대한 공룡과도 같아서 발걸음이 매우 느리다·
여전히 발푸르기스에 대한 조사는 진전이 없었지만 아직까지는 개선의지를 보이는 점에 있어서 정상참작의 여지가 남았다·
하지만 내가 이전에 증명한 일곱 개의 난제들도 세계 각지의 대학에서 전부 검증 불가능 의견을 받았다는 것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여러 기자들이 내 증명에 오류가 있다는 식으로 왜곡하여 퍼 나르면서 제법 머리 아픈 상황이 연출되었다·
구온유 교장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걸려온 건 정확히 그 시점이었다·
그녀는 지금 세피론 본부에서 파견 나온 인사들이 한국대학교 교수회관에 머물러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내가 미국으로 가지 않아서 자기네들이 직접 왔단다·
“그래서 우리 나메 학생이 만약 시간이 되면 한번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왜 아카데미가 아니라 하필 한국대학교로 숙소를 잡으셨대요?”
아카데미에 미팅 공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한창 전기 절약 중이라서·”
“네?”
“하하 장난이고 다른 교수들도 초청할 텐데 아카데미보다는 국립대쪽이 서로에게도 훨씬 편하지 않겠어요?”
교장의 말은 전혀 장난처럼 들리지 않았다·
아무튼 방학 동안 한국대학교행이 결정이 나게 되었다·
* * *
“대학영어 수업은 VR로 한다는데 우린 왜 이 학교까지 기어 올라와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거냐·”
“이따가 학교 터졌으면 좋겠다·”
“내 말이·”
오전에 통계학 수업을 마치고 오후의 생물학 수업을 기다리는 한국대학교 1학년 학생들은 구름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가 더욱 얄미워질 지경이었다·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도대체 학교가 얼마나 높은 고도에 있으면 굳이 고개까지 들어야 하냐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겠는가·
그들은 한 학기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한국대학교 뽕이 빠질 대로 빠져버렸다·
남은 7학기 동안 산송장처럼 흐리멍덩하게 졸업만을 바라보고 살 미래를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군대도 1년 반 갔다 와야지·”
“아 지랄하지 마·”
정전 98주년 행사 준비도 한국 어딘가에서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100년 넘도록 분단국가 신세를 면치 못했다·
“힐링··· 힐링할 게 필요해·”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청년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심정으로 친구에게 물었다·
“너 브이튜브 봄? 노나메가 가야금 연주하는 거 개지리던데·”
“노나메가 누군데?”
“노나메를 몰라?”
최근에 한국 대통령이 병실까지 방문해 화환을 선물하였고 발푸르기스 사태 공식 생존자로 지정된 소녀·
특히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압도적인 초고지능자로 전 세계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아이·
“아 걔 이름이 노나메였어?”
이름은 몰라도 당시 뉴스에 하도 많이 언급돼서 천재라고 하면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친구는 최근 브이튜브에 올라온 나메의 영상을 가리켰다·
“이거 꼭 봐봐·”
“와 얘 브이튜브 채널도 있었네?”
“너 진짜 시사에 관심이 하나도 없구나·”
“이런 것도 시사에 포함되나? 아무튼 볼게 엉·”
브이튜브 쇼츠 조회수 2천만회·
업로드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2백만을 훌쩍 넘겨버린 본편 영상의 조회수에 그들은 숫자를 하나 더해주었다·
재능이란 의외로 쉽게 관측되는 것이 아니다·
재능이 너무 아득히 높은 곳에 있어서 범인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수도 있었고 또는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재능의 적절한 쓰임새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특히나 수학의 경우는 심하다·
교육강국으로 알아주는 대한민국조차도 수포자 비율이 30%에 달한다·
지금까지 나메의 활약이 일반인들에게도 잘 와닿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음악은 달랐다·
거장들의 작품은 음악을 향유하지 않는 자들까지 모두 포용하는 법이다·
비록 가야금 오타마톤 등의 친숙하지 않은 악기로 가려진 면이 있지만 척 보기에도 어려운 곡을 8세 아이가 완주하고 나니 청년의 입은 떡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았다·
지금 느끼는 건 기특함 대견함인가?
아니 이건 경외감이다·
“개사기캐 아냐? 이 세상에 심각한 버그가 걸린 게 분명해·”
“나메 엄청 귀엽지 않아?”
“아니 옆에는 뱀이냐? 무슨 알라딘도 아니고·”
“얘 이름이 세바스챤이래· 나메처럼 귀엽지?”
“이름도 있었어?”
반먹구렁이의 이름은 아직 ‘다큐멘터리 편’ 편집이 끝나지 않았기에 생방송 시청자들만 알 수 있는 고급 정보였다·
브이튜브 댓글창에서 세바스챤의 근황을 묻는 이들도 간간이 보였다·
공강 시간에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겠다는 다짐은 벌써 잊은 지 오래·
친구는 청년에게 노나메 입덕 영상을 1시간 내내 틀어주며 또 한 명의 팬을 양산해내는데 성공했다·
“왜 이런 애를 이제야 알게 됐을까 인생 절반 손해봤어! 살면서 노나메 한번이라도 만나보면 소원이 없겠다!”
“야·”
“이번 여름학기 아니 1학기 평점까지 모두 제물로 바칠 테니까 나메느님을 영접해보게 해주면 안 될까요 신이시여!”
“야···!”
“귀엽지 똑똑하지 말도 잘하지 볼도 말랑말랑하지! 대체 이 완벽한 생물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요!”
“감사합니다·”
“그래 방금 감사인사 한 것처럼 목소리도 얼마나 상큼해··· 어?”
신이 농간이라도 부린 듯 청년의 소원은 곧바로 이루어졌다·
검은 트윈테일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무심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 멀리 발을 재촉하는 작은 키의 소녀·
“야··· 저기 보랬잖아··· 노나메다·”
열심히 영업을 한 친구조차도 몸이 굳어버려 둘은 한동안 제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 * *
한국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한창 나메의 위치 추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국대학교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
[나메느님 지금 자하연에서 오리 밥 주고 계신다ㅋㅋㅋㅋㅋㅋ]
(자하연 근황·gif)
연못 관리자(?) 한 분이랑 같이 고무보트 타고 둥둥 떠다니고 있음
졸귀탱ㅋㅋㅋㅋㅋ
-익명1: 이건 심장에 많이 해롭네요
-익명2: 아니 저 좁은 연못에 보트를 띄울 수 있는 거였어?ㅋㅋㅋㅋㅋ
-익명3: 누군데 그래? 나도 좀 같이 알자
└ 익명(글쓴이): 노나메 검색
└ 익명4: Wls
[빨리 아무나 노나메한테 가서 말 좀 걸어봐]
한국대학교 학생들 수준 실화냐?
무슨 동물원 침팬지 구경하는 것처럼 둘러싸서 보기만 하고 아무도 나서지를 않네 이게 맞냐
-익명1: 킹치만··· 한국대쨩에겐 그런 용기가 없는 걸···
-익명2: 쓰니야···? 오히려 몰?루는 사람이 가서 말 거는 게 더 무례?한 게 아닐까? 아무튼 그렇게 생각행! 퓨ㅠㅠㅠ
└ 익명3: 말투 진짜 패버리고 싶네ㅋㅋㅋㅋ
-익명4: 오 한명 간다!
[현실도네로 만원 준 놈 누구냐 미친놈아ㅋㅋㅋㅋㅋ 빨리 나와라]
나메 찐텐으로 당황하는 게 눈에 보였음ㅋㅋㅋㅋㅋㅋㅋㅋ
-익명1: 미친놈인줄ㅋㅋㅋㅋㅋㅋ
-익명2: 그거 나임· 나메님이 고맙다고 하더라· 이따가 크레페 사먹는데 보태겠대·
└ 익명3: 넌 개추받아라
└ 익명(글쓴이): 나도 만원 내면 나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건가?
└ 익명4: 작성자 지금 혹했다ㅋㅋㅋㅋ
└ 익명5: 나도··· 나도 만원 줄 거야!
[노네임 현실도네 GG 선언하셨다!]
너희들 때문에 후원창 막혔잖아! 어떻게 책임질래!
-익명1: 여기가 에타야 스갤이야
└익명(글쓴이): 님은 스갤을 어떻게 아시는 거죠?
└익명2: 나메를 못 만나서 뿔난 익명1님 한판해요 ^^
-익명3: 방금 바이올린 빌런 누구냐ㅋㅋㅋㅋ
└익명4: 뭔 상황임?
└익명2: 음대생 한명이 나메한테 자기 바이올린 건네줌ㅋㅋㅋㅋ
└익명(글쓴이): 오늘 개레전드넼ㅋㅋㅋ
-익명5: 진짜 연주하나? 진짜로?
* * *
천원권 5천원권 그리고 만원권 지폐들이 바닥에 수북이 쌓여있다·
더 받기에는 난처해져서 이 이상의 현실도네는 나도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이들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잠시 무거운 돌멩이를 가져와 위에 놓았다·
“노나메양! 혹시 바이올린 켤 줄 알아요?”
마지막 학생까지만 적당히 응대해주고 이제 나도 내 할 일을 찾아 떠나려는 참에 이번에는 단체 손님이 우르르 몰려왔다·
“우리는 클래식 음악 브이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바크’라고 해요!”
“바크?”
“‘바보들의 크레센도’의 약자야! 영어로 하면 바흐(Bach)고·”
“아 언어유희구나· 들어본적 있는 것 같아요·”
“우와 들었어? 우리 이제 월클이다·”
영상을 본 적은 없었지만 무슨 컨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어떻게 우리 영상 찍는 날에 만나냐· 그것도 끝나고 바로·”
“예능의 신이 강림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지·”
뒤에서 속닥이는 두 남성 그리고 나와 말을 섞는 두 여성은 아까 전부터 방실방실 웃고만 있었다·
“혹시 나메님만 괜찮다면 촬영해도 될까요? 오늘 시간 있어요?”
“아 저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조금 이따가 가봐야 해요·”
“앗 그럼 어떡하지!”
둥글게 모여서 작전회의에 들어가는 네 사람·
그리고는 검은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어보이더니 살짝 빛바랜 바이올린을 내게 꺼내보였다·
“그럼 나메님 이걸로 연주 하나만 부탁하면 안 될까요? 제발제발···”
코를 킁킁대고 케이스에서 뿜어져나오는 냄새를 맡아보았다·
관리는 잘 되어 있지만 오래된 냄새이다·
“이거 비싼 거예요?”
“옙옙! 마테오 고프릴러예요! 대여라서 가격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한 5억원은 넘지 않나? 아 7억원이래요!”
“7억···?”
무슨 집 한 채를 지고 다닌담?
심지어 섬에서 그 개고생을 해서 백호찬이 겨우 얻어낸 금액의 족히 두배가 되었다·
그녀가 넘겨주는 바이올린을 조심히 받고 어깨에 고정시켰다·
아무래도 성인용인지라 내가 쓰기에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이 악기·
300년이 넘도록 몸통 부분에 마나 방벽이 유지되고 있었다·
쥐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제작한 뒤로 단 한번도 마나가 덧씌워지거나 오염되지 않은 제품이다·
만약 활을 갖다 대었을 때 어떤 소리가 날까·
역시 궁금증을 참기는 힘들었다·
카이젠의 바이올린과 17세기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중에는 뭐가 더 우수할까·
“해볼게요·”
“그럼 그 곡으로···! 부탁해도 될까요?”
“어떤 거요? 파가니니?”
네 남녀가 동시에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런 거 좋아하시는 구나· 전공자라면 분명 싫어할 줄 알았는데·”
내 실력이 진짜 전공자들 앞에서 선보일만한 건 아니라서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겠지·
바이올린 지판을 눈에 익히면서 자세를 조금씩 수정해나갔다·
심호흡을 크게 들이쉬었다·
마치 첫 데뷔탕트 때처럼 수많은 관중들이 연못 앞에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화사한 드레스나 멋진 정장 차림이 아닌 편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감정이 다르다·
시기심에서 호기심으로 치환된 공간 속에서 앞으로 펼쳐나갈 선율을 선명하게 직조해나갔다·
“시작할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혹시 음악을 들어보고 싶은 분들이 계실까봐 유튜브에 알려드립니다··!!
가야금 록/메탈 버전은 ‘BERNTH – CAPRICE NO·24’와 아무래도 제일 비슷하고 (나메는 이보다 템포가 빠릅니다)
지금 연주하는 버전은 ‘Alexander Markov’ 또는 ‘David Garrett’ 의 연주에서 조금 속도를 늦춘 것과 제일 비슷할 겁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고 조금씩 개선할 여지는 있겠죠? 나메는 어디까지나 바이올린을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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