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26
신연호를 눈에 선명히 담으며 나도 서서히 자세를 잡았다·
이윽고 시야에 들어오는 건 나의 두 손이다·
허공에 팔을 휙휙 저어보니 공기의 시원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약간 답답하다·
마나 방벽의 출력은 5000kW· 대략 3서클 마법에 두세 번 직격당해도 방벽이 유지되는 수준·
대련은 2서클 이하의 마법으로만 진행되므로 안전만큼은 확실히 보장된다·
운동에너지를 경감시키는 소립자 방벽이 20%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마립자 방벽이 80%·
신연호는 직접타격을 스스로 봉인하였으므로 나는 마립자 방벽만 수시로 확인하면 된다·
“클래식 룰은 다들 알죠? 마법은 2서클 이하 다만 캐스팅은 완드로만 해야하고 오러의 사용은 무제한이에요· 물리력은 나메만 쓸 수 있는 걸로·”
배서진 교수가 중앙제어컴퓨터를 조작해 방마나 장치를 활성화시켰다·
“너무 떨지 마· 독감주사 맞는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내줄 테니까·”
신연호가 우산 모양의 완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보완은 제대로 하셨나요?”
“완드? 어차피 2서클 마법만 쓸 테니까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병렬회로를 추가했어· 명백하게 잘못된 게 있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으니까·”
“마음가짐은 훌륭하네요·”
“하하 고마워! 나메가 칭찬해주니까 영광이네·”
신연호의 말대로 그의 조가 만든 완드는 완성도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출력문제는 핵심적인 결함이었고 과연 교수와 내가 언급하지 않은 다른 문제도 찾아낼 수 있었을까?
이 대련으로서 검증해보면 되겠지·
“후우···”
입에 한기 오러를 머금고 심호흡을 크게 하여 달구어진 머리를 식혔다· 폐부를 찔러오는 차가운 공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현재 떨어진 거리는 대략 13m· 바닥의 재질 상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대신 그만큼 넘어졌을 때 마찰력은 무시할 수 없다·
상대 키는 184cm 나와 70cm 차이이다·
리치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만약 직접타격이 허용되어 전투가 근접전 위주로 펼쳐진다면 나에게 극도로 불리했을 것이다·
심지어 몸무게는 나의 4배에 가까우니 단순히 계산해보아도 속도를 2배 빠르게 움직여야만 간신히 동일한 체급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배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나 마나는 자그마치 8배· 이는 우리가 3차원 세상에 살기 때문이다·
천장의 높이는 16m· 다른 건축물과 비교해도 확연히 높다· 머리를 부딪힐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었다·
[승리조건은 어느 한 종류의 마나방벽이 70% 이상 파괴되었을 때나 완드가 과부하 또는 고장났을 때· 상대가 기권을 했을 때· 그리고 마나 탈진의 전조증상이 나타났을 때· 전부 알아들었지?]
배서진 교수가 반말로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그만큼 대련은 아주 가능성이 작더라도 위험성이 동반된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완드를 손에 꽉 쥐었다·
[처음이니만큼 카운트다운은 넉넉하게 30초 셀게·]
[30]
무미건조한 비프음이 울렸다·
동시에 심장이 제멋대로 두근거렸다·
머리에는 수없이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도 몸은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다·
역시나 게임에서 싸우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구나·
내 몸이 생각만큼 따라줄 지도 의문이다·
[20]
“떨려?”
“그럴 지도요·”
“그런데도 침착하네·”
“경험은 없어도 지식은 풍부하거든요·”
“그래?”
내가 너보다는 오래 살았거든·
한국에서 날고 긴다하는 천재라도 결국 햇병아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10]
오러를 조금씩 끌어올려 예열을 시작했다·
이제부터 신체의 모든 주도권은 이제 나에게 있다·
심장이 뛰는 것 폐가 수축하는 것 동공이 확장되는 것·
오러를 극한으로 활용하면 어느 하나 빠짐없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본능을 이성으로 제어하고 판단은 다시 본능에 맡긴다·
[3]
[2]
[1]
<<Veritas Lux Mea>>
실수해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나·
이런 마음가짐을 배워야 할 텐데 요즘 애들은 참·
내 방송을 보지 않은 죄가 매우 크니 시작은 이걸로 해볼까·
* * *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나메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신연호는 느낄 수 있었다·
‘뭐지···?’
나메는 무릎을 굽혀 무게중심을 낮추고 왼손은 바닥을 향한 채 오른손은 허리 뒤로 숨겨 대련의 ‘정석’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정석적이고 완벽하다· 다시 말해 흠잡을 곳이 없었다·
오러로 공간을 장악하는 능력도 첫 마법을 숨기는 자세도 시선처리 무게중심 분배 여기에 한술을 더 떠서 오러를 예열하기까지 한다·
신연호는 저도 모르게 완드를 들어 자세를 취했다·
본능이 몸에게 경고하고 있다·
‘어째서?’
전국체술대회 8강에서 느꼈던 중압감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마법보다 오러를 더 잘 다루는 아이였나?
가끔 그런 천재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
타인에게 배운 지식보다 스스로 고찰하여 일깨운 지식이 더 많을 때 그들의 오러 활용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8강에서 만났던 ‘중(重)의 오러’를 사용하는 맹인 여학생이 그러한 부류였다·
지금쯤 철학과 헬창놈들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으려나?
지금 전투하고는 아무런 관련 없는 생각이기에 잡념을 떨쳐냈다·
‘방심하면 안 되겠어·’
마법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방벽이 없었다면 초등학생이 펼치는 1서클 마법에도 다칠 수 있는 게 마법이었다·
두 다리를 굳건히 지탱한 신연호는 나메에게 선공을 양보했다·
‘자 과연 어떤 전략으로 나올까 우리 천재 아가씨는?’
한국대의 교훈과 함께 대련 시작을 알리는 문구가 나타났다·
나메가 숨겨두었던 오른팔을 옆으로 쭉 뻗어 마나를 끌어모았다·
[연성: 미소자가복제추진]
‘연성진?’
나메는 첫 수부터 그의 예상을 제대로 뒤엎었다·
완드가 ‘간이 연성진 작성기’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이유·
완드 자체가 마법진을 보조하는 연성진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완드로 또 다른 연성진을 만들어낸다?
‘범상치가 않아· 해석도 못하겠어·’
어차피 마법의 파훼는 운도 같이 따라주어야 할 수 있는 법이다·
비효율적인 파훼술식은 한방만을 노리는 하수들이나 생각하는 것이니·
진정한 강자는 야금야금 방벽을 깎는데에만 집중한다·
신연호는 시선을 연성진에서 다시 나메에게로 옮겼다·
[시전: 층류유동(laminar flow)]
그녀는 마법진을 연성진 뒤로 겹쳐 소환했다·
연성진에서 똑딱거리는 시계소리가 들린다·
환청 같은 건 아니었다·
마법진 생성과 동시에 그녀는 강렬한 진각을 밟아 앞으로 파고들었다·
나메가 움직였음에도 마법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좌표계 변환까지 할 줄 아는구나! 진짜 천재가 맞았어 넌!”
황금빛의 오러를 휘감은 나메의 주먹이 신연호의 턱주가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코앞까지 당도한 소녀를 보고 연호가 쾌활하게 웃었다·
근육이 한껏 부풀어오른 남성의 팔뚝이 여린 소녀의 주먹을 손쉽게 막아낸다·
신연호의 시선은 다시 마법진으로 가 있다·
찰나에 시전되는 마법진을 분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여겨지면서도 신연호는 순간적으로 정보를 뽑아냈다· 2서클 마법쯤이야 이런 기교는 간단하다·
‘주먹은 훼이크· 자 무슨 마법이 나올까? 엘 마벤 프시케 베이스니까 수속성이려나?’
똑딱-
똑딱똑딱똑딱-
우우우웅-
마침내 마법의 실체를 목격한 신연호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 이런 미친!”
콰아아아아아앙-!
직경 50cm·
이따금씩 푸른 빛깔을 띠는 일직선의 흰색 광선이 무자비한 속도로 신연호를 향해 쏘아졌다·
체육관 벽이 크게 진동했다·
“뭐야 저게?”
흥미롭게 대련을 관람하고 있던 교수와 학생들이 벌떡 일어났다·
처음에는 마법진이 먼저 빛을 발하며 푸른 빛의 마나가 폭발적으로 새어나왔다·
그리고 연성진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렌즈처럼 푸른 빛을 한데 모으더니 급기야 레이저를 쏘아내었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먼지의 잔해 속에서 광선에 직격당해 벽까지 밀려난 신연호가 강하게 항의했다·
“이건 반칙이잖아! 갑자기 3서클을 쓴다고는···! 어라···?”
[Circle: 2]
강당 메인 스크린에는 붉은 글씨로 본 마법이 겨우 2서클임을 알리고 있었다·
완드가 파괴되면 꼼짝없이 져야하니 맨몸으로 버텨낸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마립자 방벽의 30% 파괴·
3서클 마법에 정통으로 직격당한 수준과도 같다·
가쁜 숨을 토해내는 신연호의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메는 또다시 그 정체모를 마법을 가지고 다가온 것이었다·
[시전: 층류유동]
[지연시전: 층류유동]
이번엔 두 개였다·
우우웅-
“모르면 맞아야죠?”
나메는 순수한 표정으로 섬뜩한 말을 자아냈다·
여덟 살에 더블 캐스팅이라니· 사실 연성진까지 합치면 트리플이 아닌가·
이거야말로 진짜 반칙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 방송 안 봤으면 맞아야죠ㅋㅋ 진 크로니클의 마법은 레이저가 아니라 물대포라고요!!
신연호는 나메를 마법으로만 상대하겠다는 걸 후회할 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연참합니다!! 다음화는 넉넉하게 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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