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29
언제부턴가 한국대학교 역도부에 입부하는 철학과 신입생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운동을 처음 해보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경력이 몇 년 되어 보이는 듯한 고인물들이·
하나의 현상을 기술하는 원인이야 많았겠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사건은 따로 있었다·
[32341 정시생 한국대 철학과 스나 성공 ^^]
정시 50%에 실기면접 50%로 뽑는 정시전형에서 평균 2·6등급대가 덜컥 붙어버린 것이다·
7년 전 한 커뮤니티에 돌풍을 일으킨 게시글은 급기야 공중파 뉴스에까지 소개됐고 많은 학부모들과 사교육 관계자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카데미도 아닌 한 일반고에 재학 중인 김모군의 풍채는 기겁할만한 것이었다·
키 1미터 96· 몸무게 115kg·
철학과가 아니라 체교과에 입학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근육이 울긋불긋한 거구의 사나이는 사람들의 뇌리에 똑똑히 박혔다·
-철학과 면접의 기조가 바뀌었다·
-최신 철학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 서양에서는 육체를 강조하는 니체의 이론이 재조명되며 학계의 주류로 부상하였다· 몸을 단련하는 오러학자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당사자는 뒤늦게 해명을 하였다·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방화대교 폭파사건 때 인명구조에 힘썼던 사실을 입학사정관들이 높이 평가해 뽑아준 것 같다고 말이다·
당시에도 뉴스에 두세차례 소개된 김모군은 오러를 다루는 이들이 비실비실할 것이라는 편견을 정통으로 깨부순 유명한 인물이었다·
정부로부터 호감도 살 겸 실천으로서의 학문을 강조할 겸 김모군의 입학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가 커뮤니티 글을 그런 식으로 작성한 건 그저 관심을 받고 싶을 뿐이었고·
하지만 해명은 널리 퍼지지 않았다·
하물며 한국대 철학과 교수들조차 이렇게 형성된 기조를 굳이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4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졸업시험을 위해 몸을 제대로 만들어야만 하는데 그 전부터 완성된 아이들이 입학하면 금상첨화 아닌가·
입시 전문가들의 추측은 결국 현실이 되었고 이는 현재의 야생적인 철학과가 만들어지는 데 크게 일조한 사건이 되어버렸다·
“어쩐지 남자들이 많다 했더니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역도부 사람이었던 거네요·”
“전부는 아니고 대부분·”
기호논리학 수업이 끝난 지금 나는 줄줄이 따라오는 남성들을 곁눈질하며 물어보았다·
기호논리학 과목은 2학기 때만 열리는 전공과목이다·
반소월이 이를 여름계절학기에 미리 당겨서 수강하고 싶다는 말에 철학과 출신 역도부 남학생들은 다같이 강의개설신청서를 제출하여 그녀를 도와주웠다·
철학과의 여신 역도부의 희망·
양쪽으로부터 거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반소월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나메야 이 언니 진짜 강하다? 나메는 혹시 3대 운동이라고 들어봤어?”
“웨이트 트레이닝 아니에요?”
“오오 맞아! 스쿼트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이 세 개를 합쳐서 3대 운동이라고 부르지·”
한국대 역도부는 명칭과는 달리 역도를 하는 동아리가 아닌 보디빌딩·피트니스 동아리이다·
아직 번호따기 미션을 완수하지 못한 나는 그들과 함께 역도부 전용 헬스장으로 이동하였다·
“우리 소월이가 오러 없이도 3대 360을 치걸랑·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거냐면 본인 몸무게에서는 거의 견줄 사람이 없는 수준이야!”
남학생이 반소월의 업적을 자신의 일인 것마냥 들떠서 설명한다·
“나메는 아직 어려서 그런 거에 관심 없을 거야·”
“조기교육은 중요한 법이지!”
“나메야 저 오빠 말 무시하자·”
경사를 오르는 가파른 계단이 나왔다·
혹여나 앞이 안 보이는 반소월이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손을 꽉 잡아주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과했나보다·
그녀 스스로 오러 영역을 전개해 발밑을 제대로 살펴보고 있었으니까·
“오러를 다루는 게 꽤 자연스럽네요·”
“응? 아아 살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익혔을 뿐이야·”
“피로감이 장난이 아닐 텐데 말이에요·”
오러만 잘 다룰 수 있으면 맹인들도 앞을 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오해인 게 오러를 전개하는 동안에는 크나큰 페널티가 주어진다·
마치 머릿속으로는 파이의 소수점 자리를 외우면서 동시에 물 속에서 숨을 참는 느낌이라고 보면 될까·
억지로 감각기관에 오러를 할당하는 만큼 사고에 제한이 생기고 오래 사용하면 오러하트에도 큰 부담이 간다·
“그런데 아까 팔씨름을 하자고 한 얘기는 뭐였는지 물어봐도 돼요?”
헬스장 입구에 들어서는 바로 앞에서 그녀가 발을 멈칫했다·
반소월의 고개가 내쪽으로 딱딱하게 돌아갔다· 그녀의 온화한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무거웠어·”
그녀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
“너는 진심으로 인간이 산을 들어올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거야?”
* * *
깡-!
140kg 데드리프트 바벨이 바닥과 부딪히며 경쾌한 소리를 자아냈다·
“우와 345!”
“후··· 오늘은 잘 안 되네·”
“무리하면 다칠 수 있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소월이 안 그래도 유명한데 여기서 더 유명해지면 어떡하냐!”
나메가 촬영하는 한국대학교 홍보영상에 반소월의 모습이 담겼다·
부원들이 원판을 정리하는 동안 그녀는 나메 옆에 털썩 주저앉아 땀을 닦았다·
“언니 수고하셨어요· 여기 수건이요·”
“흐흥· 고마워 잘 쓸게·”
나메는 작은 손으로 카메라 버튼을 꾹꾹 누르며 영상이 제대로 촬영되었는지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메는 여기 있는 운동기구 써봤어?”
“저는 10킬로짜리 빈봉도 못 들겠어요·”
“헤헿 당연한 거야· 네 나이 때는 오히려 무리한 근육 운동은 삼가야 해·”
“소월 언니 혹시 신연호씨라고 아세요?”
“신연호···? 그게 누구지?”
“아 몰라요?”
나메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최소한 서로 일면식은 있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반소월쪽에서는 기억조차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체술대회 8강에서 상대로 만나셨다고 했는데·”
“8강··· 8강··· 아! 기억날 것도 같은데· 나메야 혹시 브이튜브에 영상 좀 틀어줄래?”
“네· 네?”
반소월은 중증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앞이 거의 보이지도 않는데 브이튜브를 틀어달라고?
“소리만 들어도 장면이 다 기억나거든·”
“아아· 네 알겠어요·”
하마터면 편견에 사로잡힐 뻔한 나메는 재빨리 2049년 전국체술대회 8강전 4번째 경기를 시청하였다·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요! 고등부 2학년의 다크호스 두 사람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습니다! 서울 알테어 아카데미의 신연호! 그리고 부산 아스펜 아카데미의 반소월! 어느쪽이 승리하든 간에 이 경기는 전설로 기억될 것입니다!]
“해설 아저씨는 이때도 정말 텐션이 높으셨네· 우리가 마지막 경기라서 힘드셨을 텐데 말이야·”
긴장한 열일곱 살의 두 남녀는 환한 달빛이 내리는 대련장에 마주보고 서 있었다·
“앞의 경기가 많이 지체돼서 인사할 시간도 없었거든· 아마 바로 시작했을 걸?”
알테어 아카데미에서도 최고의 천재라 칭송받는 신연호를 단번에 좌절시킨 인물이 반소월이다·
심지어 시각장애라는 가장 큰 페널티를 안고 시작했음에도 그녀는 8강 4강을 재패하여 8년만에 고등부 2학년 출신으로 결승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각 장애인 중에서는 건국 이래 최초였다·
따라서 그녀의 모든 업적에는 언제나 ‘최초’가 따라붙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4강보다 상대하기 버거웠던 것 같기도 해· 이분이 체력이 좋으셔서 장기전으로 가도 안 밀렸거든·”
반소월은 ‘중(重)’의 묘리가 담긴 오러를 사용한다·
이는 그녀가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에 기인되었다·
중등부 시절 어느 날 세수를 하고 보니 갑자기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누가 수돗물에 독약이라도 탄 줄만 알았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돌연변이에 의한 희귀한 유전질환이라며 나머지 한쪽 눈에 대해서도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
사춘기 소녀가 받아들이기에는 가혹한 형벌이었다·
현대과학의 도움을 받아 집 안에서는 잘 생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밖에서는 사람들과 어깨끼리 부딪혀 넘어지기 일쑤였다·
풍파 없는 잔잔한 인생에 폭풍우가 찾아온 것이다·
울기만 해서는 변하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반소월은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뿌리 깊은 나무는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무거운 바위는 수천 년 동안 제자리를 지킨다·
‘나’부터 굳건히 바로 세우면 세상이 알아서 비켜나갈 것이다·
반소월은 중학생으로서는 스스로 생각하기 어려운 고찰들을 끝없이 이어나갔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바라는 대로 일어나기를 요구하지 말고 오히려 일어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일어나기를 원해야 한다·’
부동심(不動心)·
맹자와 제논의 사상은 반소월의 근간이 되었다·
오러는 세 살배기 어린아이와도 같아서 끝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왜 무거운 바위는 영원할 거라고 생각해? 만약 비나 눈이라도 내려서 풍화작용이 일어나면 어쩔 건데? 그래도 무거운 게 좋아?
-무게가 없는 것들끼리의 비교는 어떻게 해야 돼? 사랑이 무거워 증오가 무거워?
모든 질문에 대해서 확실하게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오러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반소월이! 반소월이! 난투극 끝에 신연호를 밀어냈습니다! 2서클의 자기 부상 마법으로 보이는데요! 지금 첫 마법 사용인가요? 말씀드리는 순간 화면에서 사라졌습니다! 신연호 위! 바로 위에서!]
무거운 것은 단순히 느리고 둔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달과 지구도 상상도 못할 만큼의 빠른 속도로 공전하지 않는가·
‘중’은 곧 ‘관성’이다·
따라서 ‘이(理)’와 ‘의(義)’로 제대로 향하고만 있다면 ‘중(重)’의 묘리는 극대화된다·
그녀가 땅을 밟고 있지 않으면 기감을 펼치지 못할 것이라는 참가자들의 생각을 반소월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반소월은 몸이 붕 뜬 신연호보다 훨씬 높이 뛰어올라 몸을 반바퀴 돌렸다·
무거운 오러가 전개된 환경임에도 그녀는 누구보다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녀의 발뒤꿈치 한 점으로 모여든 오러는 신연호의 등을 제대로 가격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대련장 바닥에서 커다란 홈이 파여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방벽이 1% 미만 대까지 떨어지며 충격을 미처 다 흡수하지 못한 상태로 신연호는 기절해버렸다·
[반소월! 반소월! 반소워어어어얼! 반소월이 이걸 해냈어요! 반소월이 해냈다고요! 아스펜 아카데미의 마지막 불씨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약간 반소월에게 편파적인 해설이 들어갔지만 나메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관중들은 그녀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다들 한마음으로 응원했다고 하니까·
“결승까지 갔는데 져서 아쉽겠네요·”
“그래도 괜찮아· 사실 예선 때부터 언제 떨어져도 안 이상했어·”
한순간의 판단으로 승부가 뒤엎어지는 게 대련이다·
반소월은 경기 내내 자신만의 철학으로 최고의 승부를 펼쳐왔었다·
결승에서 졌음에도 무거움의 철학은 온전했다·
결국은 자신이 모든 방면에서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메가 교실에 들어섰을 때 그리고 우연히 반소월이 펼친 기감이 그녀와 맞닿았을 때·
처음으로 자신의 철학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한없이 가벼운데 또 한없이 무거워·’
두 개념은 공존할 수 없다·
중용은 있을 지언정 혼용은 안 된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었지만 언어로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풀어낸 게 겨우 이 정도였다·
“아까 말한 팔씨름 해볼까요? 오러도 써서·”
마침 나메쪽에서 먼저 제안했다·
반소월의 얼굴에서 화색이 돌았다·
조금 더 가까이서 확인하고 싶었다·
저 오러의 정체를·
“제가 이기면 번호 알려주실래요?”
“내 번호는 지금도 알려줄 수 있는데? 그걸로 괜찮겠어?”
“제가 쓸 게 아니라 신연호씨한테 줄 거거든요·”
“그 분한테는 왜?”
나메는 대답을 생략하고 바닥에 엎드렸다·
책상 위에서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전력을 다할 생각이라는 뜻이었다·
반소월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도 긴 머리를 머리끝으로 휘감아 포니테일을 만들었다·
“그래· 어디 한번 나메의 실력도 좀 볼까?”
반소월의 기다란 팔에는 아까 막 3대 운동으로 펌핑된 근육들이 튀어나와있었다·
‘대충 실력만 가늠해보다가 적당히 져줘야지·’
보드라운 작은 손과 굳은살 박힌 거친 손이 만났다·
오러까지 사용하면 팔씨름만으로는 역도부 부장에게도 승리를 따낸 반소월이었다·
단방향적인 힘을 발휘할 때 그녀의 오러는 가장 높은 효율을 보여준다·
이윽고 칙칙한 회색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 틈새 사이로 나메의 황금빛 오러가 반짝반짝 빛났다·
“우와! 오러를 벌써 이렇게까지 다룰 줄 아는 거야?”
이건 순 천재가 아닌가?
선명하다 못해 따뜻함마저 느껴지는 것 같다·
반소월은 빛 잃은 회색 눈동자가 훤히 드러날만큼 놀란 감정을 드러냈다·
후우욱-!
두 소녀의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강한 의지의 오러끼리 만나 생기는 충격파에 머리카락이 조금 휘날렸다·
나메의 예상보다 훨씬 강한 힘에 반소월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힘은 단순히 재주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야··· 설마 벌써부터 세계관을 구축해나가는 단계라고?’
마나 감응력이 뛰어난 아이는 정신연령도 높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살이어야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다·
안간힘을 다해 팔을 넘기려는 나메가 보인다·
그런 존재가 실제로 눈 앞에 있었다·
쿵-!
반소월의 손등이 결국 바닥에 먼저 닿았다·
“내가 져버렸네···! 진짜 대단하다 너 어떻게 이런 오러를-”
“다시해요·”
마구마구 칭찬해주려고 할 찰나에 나메가 살기등등한 목소리로 반소월의 말을 대차게 끊어버렸다·
“봐줬잖아··· 요”
“그게-”
“대신 이번엔 왼손으로 해요· 절대 봐주지 말고·”
“알겠어· 너의 의견을 수용할게·”
승부욕이 넘치는 아이이다·
나메가 이긴 결과에도 승복하지 않는 게 기특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귀여웠다·
슈우우욱-
회색빛 오러가 승천하는 용처럼 빙그르르 맴돌더니 반소월의 왼팔 전체를 휘감았다·
“잡아봐·”
보통 숙련되지 않은 인간이라면 오러로 만든 장벽을 뚫어낼 수도 없다·
반소월이 전력으로 상대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안 그러면 손도 못 잡아보고 팔씨름은 진행하지도 못 했을 테니까·
툭-
‘그런데 이건 뭐지?’
부드러운 살결이 다시금 느껴진다·
“뭐야··· 어떻게···?”
아까와 동일한 크기 동일한 느낌 범아귀부터 느껴진 감각이 손바닥 전체로 확대되었다·
“봐주면 큰일날 거예요 언니· 이번엔 다칠 수도 있으니까·”
“너·”
“제대로 하세요·”
분명 나메의 오러는 황금빛이었는데?
오러는 느끼는 것만으로도 색깔을 알 수 있다·
지금 반소월이 느끼는 바로는 현재 나메의 오러는 피를 머금은 듯한 검붉은 색이었다·
치지지직-!
“강기?”
오러가 서로를 밀쳐내려는 척력을 만들어냈다·
이를 억지로 유지하니 손 주위에서 작은 스파크들이 튀었다·
“3초· 3초 뒤에 시작할게요·”
반소월은 속으로 셋을 세었다·
3·
나메와 맞잡은 손이 무거워졌다·
처음 만났을 때 어렴풋이 느낀 그 무거움이다·
2·
이제는 오히려 반소월의 손이 밀려날 지경이었다·
용의 형상을 하던 반소월의 오러에 대항하여 나메의 오러가 형체를 잡아나갔다·
검붉은 강기 표면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입이 돋아났다·
1·
날카롭게 변한 오러의 모양은 아마도 입 안의 이빨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흉측한 이빨들이 딱딱 부딪히며 회색 용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형상을 유지하려고 반소월이 계속 오러를 주입해보아도 빨아들이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그리고 갑자기 뜬금없게도 반소월은 배고프다는 감정이 물씬 들었다·
“뭐야 대체!”
슈와아아아악-!
희뿌연 증기가 안개처럼 뿜어져나온다·
순식간에 태산 같은 힘이 그녀의 팔을 짓눌렀다·
이에 대항하는 반소월의 손목에 힘줄이 선명하게 돋아났다·
지금 팔씨름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콘크리트 벽을 밀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그녀는 한계까지 부풀어오른 자신의 근육을 따라서 기감을 세밀하게 펼쳐 나메의 얼굴을 자세하게 확인했다·
“···!”
[식욕: 에리시톤]
그러자 그곳에는
한번도 웃지 않았던 소녀가 황홀감에 젖은 표정으로
입가에는 투명한 침을 뚝뚝 흘린 채 사랑스럽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너 그러다 먹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편같은 1편을 준비해와봤습니다··!!
나메와의 승부에서 봐줬다가는 이런 식으로 큰일나는 거예요!!
알고 계셨나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Mens sana in corpore sano)’라는 유베날리스의 명언은 처음엔 몸을 단련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몸을 단련하는 만큼 제발 정신 좀 차리라는 의미였다고 합니다!!
인생픽 27위 너무 감사드립니다!! 표지와 이모티콘이 나올 때 쯤이면 선작도 1만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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