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67
[▶NoName vs 카츠하타 에미카]
[▶Map: Random – 다캉트 사막]
[▶Play Round: ∞]
[▶Time: 02:48:23]
“꺄아아아아악! 사람 살려!”
지이이이잉-
두 개의 뿔 사이에서 네세시테 임계점을 넘긴 마나가 한 점으로 응축되더니 그대로 직선으로 뻗어나갔다·
콰과과과과쾅-!
“꺄아아아악!”
맑은 구름이 홍해처럼 갈라졌다·
광선이 훑고 지나간 메마른 땅 위에서 검붉은 불씨가 타닥타닥 튀어올랐다·
[system: 스크롤 아이템]
[5서클 시전: 아카식 레코드]
[고유마도 – 마왕의 뿔]
5서클 기반의 고유마도 ‘마왕의 뿔’·
나메가 전생에서 자신의 뿔을 자르려는 족속들에 맞서기 위해 아카식 레코드를 베이스로 개발한 고유마도였다·
마족과 죄악의 상징으로 경멸을 받았던 나메의 뿔은 격한 환호 속에서 제 위용을 떨쳤다·
치지지지직-!
“흐아아아아아앙! 제발 나 좀 내보내 줘! 그만! 그마아아안!”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일·뽕·멸·망·
-이게 월오아 종결캐의 뽕맛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검으로 깨작대는 건 처음 1렙 라인전 뿐이라고~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마왕나메 ㄷㄷㄷㄷㄷㄷㄷ
-근데 뿔은 그냥 커마인데 어떻게 저기서 광선이 나가냐?
└ 의수처럼 컨트롤이 되나보지·
└ 무슨 원리로?
└ 몰?루
└ 노네임이 메피스토 때 잠깐 보여줬던 거 아님?
-이 캐릭 그대로 대회 나갔으면 진짜 어지러웠겠네ㅋㅋㅋㅋ
└ 밸런스 따위는 개나 줘버린wwwww
“마법은 반칙! 마법 쓰는 건 반칙!”
“먼저 규칙 위반하고 마법 쓴 건 언니야·”
“항복할게! 항복한다고! 이거 나가기 버튼 도대체 어디있어!”
“그럼 마지막으로 딱 1분만 더 뛰어보자·”
[‘차감빌런’님이 10000원 후원!]
-10분 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이 각을 본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
-미소녀가 개같이 구르는데 이걸 어케 참음!
-10분에 만원 단가 선정한 거 자연스러웠다·
-개혜자네 충전하고 옴ㅋㅋㅋㅋ
-오늘 브이튜브 예고: 에미카 입덕영상
-이런 귀여운 애를 일본 놈들만 알고 있었다니
처음에는 에미카의 진지한 태도에 과연 합방이 무사히 진행될지 걱정을 했던 시청자들도 이제는 마음껏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카츠하타 에미카는 일본 마도사 꿈나무들의 우상·
그들의 우상이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차마 눈뜨고 지켜보지 못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테디베아’님이 10000원 후원!]
-제발 10분 차감 부탁드립니다· (번역된 텍스트입니다·)
[‘고양이교미가제일좋아’님이 200000원 후원!]
-200분 추가·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매니저···
-이 세상은 퍼리가 지배한다·
-진짜 저 뿔 뭐임? 노네임님 이거 저희도 써보게 스크롤로 만들어주면 안 됨?
-아무리 봐도 MP 다는 거에 비해 위력은 개쓰레기 같은데ㅋㅋㅋㅋ
후원과 함께 나메의 MP가 모두 소진되었다·
리셋버튼으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는 찰나
[‘아이치카’님이 300000원 후원!]
-시간 전부 차감해주세요· 꼭 좀 부탁드립니다! (번역된 텍스트입니다·)
일본인 시청자들의 간곡한 부탁에 나메는 일대일 종료 버튼을 눌러 대련장 오픈월드에서 빠져나왔다·
“하아··· 끝났다···”
“이제 막 몸 풀린 것 같았는데 벌써 끝내버리면 조금 아쉽지 않아? 아니면 혹시 이따가 방송 끝나고도-”
“아니아니아니! 나메야 내가 오늘 일정이 바빠가지고 더 시간을 쓰는 건 안 될 것 같아!”
에미카는 헝클어진 머리를 바로 묶으며 3시간 동안의 고행을 회고했다·
뇌가 푹 달여진 것처럼 극심한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에미카와 달리 나메는 아직도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며 전투 하이라이트 장면을 되돌려보고 있었다·
-육아 난이도: ★★★★★
└ ㅋㅋㅋㅋㅋㅋ
└ 우리 나메는 물지 않아요 대신 쏴요!
└ 컹컹! 아니 삐융삐융!
-ㅋㅋㅋㅋ우리 조카는 게임 같은 거 안 해서 천만다행이다·
-노네임의 플레이는 볼 때마다 감탄만 나옵니다· 그야말로 악마의 재능·
-아무리 게임이라도 저렇게 많이 죽으면 골병 들겠는데ㅋㅋㅋ
-에미카도 정말 미친 실력자긴 하네· 이게 어떻게 월오아 첫판?
└ 10판만에 노네임 상대로 한 세트 따낸 거 보면 확실히 천재 과임 ㅇㅇ·
└ 역시 월오아는 재능이 전부인 게임이 마따·
└ 하지만 나메는 첫트만에 종결캐 만들었죠?
주변환경이 대기실로 바뀌면서 나메의 아바타 또한 원래대로 바뀌었다·
나메는 어느덧 1년차 방송인답게 에미카를 배웅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방종각을 능숙하게 잡아냈다·
시청자들이 저마다 아쉬움을 팍팍 드러내며 나메의 바지가랑이를 붙잡았다·
[‘뿔만잡고잘게’님이 10000원 후원!]
-뿔에서 광선 나오는 게 마법이랑 관련이 있을까요 선생님?
“나도 나도 궁금했었어· 그건 대체 무슨 마법이야? 마나가 막 입자처럼 움직이던데·”
오히려 아데라의 마법을 발전시키는 것보다 더욱 신경쓰이는 게 생긴 에미카였다·
게임 스크롤에 미리 각인되어 있던 마법진은 척 보기에도 복잡한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육체 자체를 변환하는 마법은 전 세계를 놓고 봐도 매우 희귀했다·
‘남아메리카 인디언들의 후손이나 아프리카 소수 민족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전수되는 마법이나 오러 운용법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하지만 그조차도 손이나 발을 키우거나 손톱을 길고 날카롭게 만드는 게 전부일 것이다·
에미카가 매서운 눈으로 나메를 바라본다·
‘꽤 눈썰미가 좋네?’
거기에 나메는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붙이며 말했다·
“쉿· 아직은 기업비밀· 그러니까 에미카한테는 이따가 따로 알려줄게·”
* * *
돈을 가장 단기간에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약소국가의 국고를 털면 된다·’라고 말하면 저 세상에 있는 히아센이 또 불같이 화내겠지·
다시 질문을 정정하여 돈을 가장 단기간에 ‘합법적’으로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역시 사업밖에 없지·’
지식이 곧 돈이 되는 세상이지만 그만큼 지식을 훔쳐가기도 용이한 세상이라는 걸 간과하면 안 된다·
아데라만 하더라도 비슷한 원리를 차용한 표절작들이 벌써부터 일본에서 판을 치기 시작했다·
이는 내가 아카식 레코드에 수록되어 있는 분자식들을 세간에 풀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힘 없는 명예만큼 허황된 것은 없다·
그래서 나중에 충분한 자본을 갖추고 있을 때 차차 능력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아 충분한 권력을 일구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그런 와중에 백호찬의 스타트업 지분 40%를 먹게 된 건 정말 예정에도 없던 큰 운이었지·
백호찬이 사업수완이 좋은지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적당히 머리도 좋은 것 같고 경영지식도 풍부하다·
그에겐 백민우와 백아린이라는 먹여살릴 가족이 있기 때문에 혹여나 그에게 배신당할 염려도 없다·
무엇보다 내가 그를 고평가하게 된 계기는 매몰비용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태도 덕분이었다·
수천억의 가상화폐 재산이 전부 거짓말로 판명났음에도 화를 내지 않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냉철함까지 갖추었으니 마치 사업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지 않을까·
조금 촐랑대는 성격을 제외하고서는 크게 흠 잡을 곳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 마법이 나메 네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의 미공개 기술이라고? 어떻게 8살에 CEO를 할 수 있어?”
에미카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내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서 CEO가 아니라 그냥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어쨌든 ‘바이오아카식’이라는 회사야· 혹시 관심 있으면 카츠하타 가문에서도 투자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투자? 난 아직 그런 거 잘 몰라···!”
“후계자라면서? 교육 같은 거 안 받아?”
“가문의 중대사는 원로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결정하시지· 당주님이 최종승인하시고·”
“유파 내에서도 체계가 복잡하네·”
결국 그쪽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작전을 재수립해야겠다·
현재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백호찬의 스타트업 ‘바이오아카식’은 특별한 소식 없이 순항 중이었다·
다만 우리는 치료제를 주 수입원으로 삼지 않기로 약속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였지만 마음이 조금 아팠다·
내가 전생에서 그 병으로 죽어가는 환자들을 너무 많이 본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대안책으로 약제 자체는 값싼 가격으로 공급하여 기업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챙기기로 했다·
바이오아카식을 일개 제약회사로 남길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으니까·
[회사의 확장에는 결국 재투자가 필요한데 첫 사업에서 이윤을 많이 안 남기면 그만한 자본을 어디서 다시 충당하게?]
백호찬의 의견은 타당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고유마도 ‘마왕의 뿔’·
“에미카 언니·”
“응·”
“아데라를 혼자서 쓸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해· 바로 이 뿔을 사용하는 거야·”
“뿔? 에에···?”
지극히 일본스러운 감탄사가 고음으로 튀어나온다·
에미카는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하나도 신뢰받고 있지 않았다·
“잠깐만 천천히 기다리고 있어봐· 내게 정리할 시간을 줘·”
지금부터 에미카는 우리 회사의 고객이다·
영업을 뛰어본 경험은 없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교환관계만 충족되어도 거래가 이루어지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지·
“왜 아데라가 합격기로밖에 사용될 수 없는지 알려면 먼저 아데라의 마법진 구조를 제대로 이해해야 해·”
“룬어 때문이겠지?”
아직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똑똑한 에미카는 벌써부터 지레짐작을 하였다·
심지어 그 내용을 언급하려는 참이었는데·
“맞아· 아르헨은 관성좌표계에서의 시간을 하이프릿은 가속좌표계에서의 시간을 제어하지·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으음··· 아니?”
“두 룬어가 함께 들어가 있는 마법은 동시에 시전이 안 돼· 왜 그럴까?”
“둘다 시간이 중복되네·”
“그렇지· 한가지 마나의 속성만으로는 마법진이 발동이 안 되는 거야·”
“아하·”
룬어의 조금 예외적인 규칙 중 하나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양한 형태를 띠는 오러와 달리 마나는 그냥 마나 그 자체로 한가지 속성밖에 없다·
벌써 여기서부터 모순이 발생한다·
그래서 마도사들은 시전자를 달리해 마나의 속성을 억지로 달리 설정하는 것이고 사람의 몸 하나로는 시전이 불가능한 한계에 직면해있는 것이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합동시전’이 있는 거지만 그렇게 치면 이미 충분히 유용한 합동시전 마법이 일본에도 많겠지· 그럼 굳이 또 아데라를 쓸 필요가 없을 거고?”
점점 심화되는 내용에 에미카가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댔다·
어차피 한번에 다 알아들을 수는 없는 내용이다·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말이야· 이 뿔의 기능 중에 하나가 뭐가 있냐면 마나를 정화시키는 능력이 있거든?”
“마나를 왜 정화해?”
“원래 고농도의 마나에는 독성이 있어· 지금은 이 마법이 아카식 레코드 때문에 5서클로 규정되어 있지만 어찌어찌 차원강하법을 쓰고 간이시전을 하면 3서클까지도 내릴 수가 있거든?”
“독성··· 차원강하···?”
마나가 희박한 이 세계에서는 큰 문제는 아니다·
17세기 소빙하기 시절 사람들에게 지구 온난화를 떠드는 꼴이다·
“핵심은 정화된 마나는 일반 마나랑 다른 속성처럼 취급할 수 있어· 그러면 손을 통해 주입하는 마나랑 뿔을 통해 주입하는 마나랑 두 개가 나오지? 짜잔 아데라 완성이야·”
“뭔가 알 것 같긴 한데···”
“내가 너무 개괄적으로 말해서 조금 두루뭉술한 감이 없진 않지만· 괜찮아· 다 방법이 있어·”
짝-!
손바닥을 마주치며 소녀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뭐가 뭔지 몰라도 된다·
간이 연성진 작성기 끝부분으로 에미카의 정수리를 툭툭 건드려 마사지를 해주었다·
대나무 샴푸향이 코 끝을 간질인다·
우웅-
마법진을 기록하고 희박한 마나를 억지로 끌어와 구색을 맞춘다·
[간이시전: 아카식 레코드]
“백문이 불여일견· 언니는 그냥 이대로 일본으로 돌아가서 그 목검인지 뭔지 찾아내서 다 부숴내기만 하면 돼· 오늘 열심히 수련하면서 깨달은 게 있을 테니까 앞으로도 잘 할 수 있겠지? 바다 넘어서 꼭 응원할게·”
[고유마도 – 마왕의 뿔 속(續) – 정화의 뿔]
* * *
“신분증 확인 때문에 잠깐 모자 좀 벗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에또··· 자··· 잠시만요!”
갑자기 카츠하타 에미카는 머리카락을 모아 상투를 튼 선비처럼 괴상한 헤어스타일을 만들었다·
출입국 심사 직원은 별 이상한 아이를 다 보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소녀의 얼굴을 확인했다·
“하하 그렇게까지 열심히 안 보여줘도 돼요· 여기 지문인식 한번만 더 해주시고요· 네 카츠하타 에미카님 심사 완료되었습니다·”
“후아··· 감사합니다·”
자동 스크린 도어를 통과한 에미카는 다시 검은 베레모 모자를 머리에 씌웠다·
“우와! 카츠하타 아가씨 예쁘네요! 모자 어디서 산 거예요?”
같은 카츠하타 유파이자 그녀의 수행원 중 한명이 모자를 보고 칭찬을 했다·
“감사해요· 어젯밤에 시장 구경하다가 하나 골랐어요·”
“역시 아가씨입니다· 잘 어울려요!”
에미카는 혹여나 모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손으로 살짝 집으며 고개를 숙였다·
손바닥에 딱딱하고 날카로우며 돌덩이같은 감촉이 모자 너머로 느껴졌다·
면세점 유리벽에 그녀의 전신이 비추어졌다·
그녀는 남들 몰래 슬금슬금 벽으로 다가가 베레모 모자를 들추어 확인해보았다·
에미카의 머리 양쪽에는 앙증맞은 남청색 뿔이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 크기로 돋아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익명의 후원자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이 후원금으로 나메에게 하트모양 초콜릿을 사주겠습니다!!
에미카에게 츄라이츄라이를 하는 나메 사장님!! 역시 뭐든지 착용해보고 구매해야겠죠!! 체험판까지 기꺼이 내주는 센스가 돋보입니다··!!
50화에서 나메가 다발성 경화증의 치료제 분자식을 곧바로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비로소 나왔습니다··!! 기술루팡을 시전하는 기업들이 너무 많은 시대이기도 하고 차라리 서로 앞다투어서 치료제를 만들기라도 하면 좋겠지만 그전에 제약사들끼리 서로 방해공작을 일삼으니까 그냥 그럴 바에야 자기가 만들어버리자라는 생각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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