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2
[어젯자 노네임 아스테리아 공략 방송 요약]
아스테리아 공략 방송 (x)
그냥 ‘롤’ 공략 방송이었으면 개추ㅋㅋㅋㅋㅋㅋㅋㅋ
-개추 240인데 비추 단 3개 뭐냐 ㅋㅋㅋㅋㅋㅋㅋㅋ
-얘 악질 트롤러라 비호감이었는데 어제 방송으로 싹 잊힘
-피지컬도 탈인간 수준인데 그냥 5만판 빅데이터로 쌓인 지식이 미쳤음
-진짜 뭐한느 사라밈?
[노네임발 롤 잡기술 모음]
1) 유성 피하기
이건 뭐 다이아만 가도 아는 사람 꽤 있을텐데 생각보다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어서 넣어봤음·
유성은 가만히 있는 대상에게는 정 중앙으로 적중하지만 움직이는 대상에게는 그 이동 방향에 맞추어 조정된 경로로 날라옴·
이걸 역이용해서 상대 스킬모션을 보고 앞무빙 후 뒷무빙으로 유성을 피할 수 있는 잡기술임·
근데 노네임이 진짜 무서운게 레벨별로 유성룬의 스킬 쿨타임하고 총 대미지 계산 공식을 상대 렙업할 때마다 계산한다는 점임·
라인전 때 이상할 정도로 피 10 20으로 살아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 계산된 거였나봄 ㄷㄷ
2) 라인 복귀 돌거북 6렙
서로 완벽하게 라인전 반반일 때 서로의 경험치까지 동일한 상황에서 궁극기 차이를 이용한 전령 전 바텀 다이브를 설계하는 정글러가 많아졌음(다이아 이하 해당x)·
라인을 밀어놓고 애매하게 초기화가 안되면 병사들이 아군 요새쪽으로 당겨지는데 이때 아군 정글러가 반대편이면 전령을 먹더라도 그와 동일한 손해를 바텀에서 보게 됨·
그런데 노네임은 일부러 5렙 때 라인을 밀어놓고 집을 가는게 아니라 큰 돌거북을 사냥하고 귀환을 탐· 이때 중요한건 작은 돌거북 2개하고 중간 돌거북을 남겨놓음·
그리고 먼저 귀환을 탄 서포터가 중간 돌거북을 해치우고 뒤따라온 노네임이 바텀 라인 받아먹으러 가는 길에 돌거북 4마리까지 다 처치하면 동선 낭비도 없음·
그럼 상대가 다이브 치러 올 때 근접 미니언 1개만으로(와드 경험치 있으면 바로 6렙) 6렙이 찍혀서 다이브를 받아칠 수 있음· 님들이 아는 4인 다이브 받아치는 매드무비가 바로 그거임·
3) 포킹 아스테리아 활용법
노네임이 워낙 아스테리아 공략을 안 알려주다 보니까 왜 이런 룬을 가는지 모를 때가 많았는데 뇌피셜 섞어서 한번 말해봄·
노네임 피셜 아스테리아는 빙의율을 높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상대 조합이 발휘하는 최대 사거리에서(스킬 평타 포함) 포킹만으로 오브젝트 다대다 한타를 이길 수 있음·
이때 노네임은 절대 치속을 들지 않음· 치명적 속도 룬을 들면 공속이 빨라지는데 빙의율도 덩달아 높여버리기 때문에 집공이나 정복자를 선호함·
4) 노시야 정글갱 체크
이건 나도 처음 알게 된 잡기술인데 몇몇 프로들은 이미 알고 있나 봄·
라인전 하다 보면 와드도 없고 정글 갱 타이밍일 수도 있는데 빼면 손해인 상황이 자주 있음(특히 탑)·
이때 노네임은 미친 짓거리를 하는데 갱 오면 무조건 죽는 위치에서 정글이 있을만한 위치에 미친듯이 ‘가고 있음’ 핑을 찍음·
그럼 상단바에 이동 거리가 표시되는데 만약 경로상에 상대 정글이 있으면 이 거리가 정확히 2m 증가함·
그래서 플러스 마이너스 1로 진동하다가 2로 튀는 순간 정글 갱 타이밍을 직감하고 후퇴하는 거임·
갱 당하는 거 보면 실패할 때도 있는 것 같은데 성공할 때도 꽤 있는 듯?
-응 브실골에서는 하나도 의미 없어~
-팩트) 노네임은 브론즈에서 5만판만에 깨달음을 얻어 일주일만에 마스터를 갔다
-이왜진ㅋㅋㅋㅋㅋㅋ
-노네임발? ㅈㄴ 핥고 싶네
-ㄴ님고소함 수고 ㅋㅋㅋㅋㅋ
-그냥 통찰력이 우리랑 다르다니까? 오리안 장인들이 아스테리아를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줄 때 질질 쌌음
-유성 피하기 -> 실제로 해봤는데 말파 q스킬 빼고는 거의 다 실패함 ㅋㅋㅋㅋㅋ
[저방부트 완전체 상대팀으로 만났다]
-어제 자유랭 돌렸는데 이거 뭐냐?
(결과창 스크린샷)
-어제 올라온 글이 오늘 념글을 가네ㅋㅋㅋㅋㅋ
-어떻게 묻힌거냐?
-념글컷 너무 빡셈;;
-같은 팀 걸린 애 개부럽누
* * *
[혜밤: 나메 오늘도 안뇽 방송 중?]
나메가 방송을 정리하는 사이 비밀채팅으로 시아의 메시지가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
[NoName: 아니 이제 막 끝낸 참이야·]
[혜밤: 그럼 우리 오늘 민준오빠랑 미르오빠 복귀 기념으로 자랭 돌리기로 했는데 너도 하지 않을래?]
표민준과 이미르·
또 다른 클랜원들이었다·
클랜방에 자주 들려서 낯이 익은 시아와 달리 이들은 게임에 유독 미친 사람들이라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되었어도 나메와는 친숙하지는 않은 편이었다·
[혜밤: 같이 하자 나메야~~ 나 우리 클원들이랑 다같이 게임하는게 꿈이었단 말이야]
나메를 시아의 요청을 무시할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어찌나 간곡한 부탁에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NoName: 언제 하는데?]
[혜밤: 지금!]
[NoName: 지금?]
[혜밤: 웅웅! 지금 바로! 대기실에 다 모여있어!]
[NoName: 알겠어 초대해줘]
발밑에 나타난 익숙한 소환진·
몸 전체가 빨려 들어가는 괴상한 감각은 암전되듯 시야가 내려앉으며 사그라들었다·
“우리 나메 와줄 줄 알았어!”
돔하우스에는 클랜원 셋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체구가 큰 바이킹 족 아바타를 한 사람이 표민준 귀공자 느낌이 흠씬 나는 쪽이 이미르였다·
디지털 세상으로 구현된 나메의 신체가 모두 완성되기도 전에 시아는 곧바로 나메에게 뛰어들었다·
“뭐야· 너희 둘 왜 이렇게 친해졌어?”
민준이 퉁명스럽게 묻는다· 평소의 시아답지 않는 행동이 걸리적거리는 탓이었다·
“그동안 자숙기간 가져서 모르겠지만 우리는 같이 합방도 한 사이거든?”
“뭐? 합방?”
“그치 나메야?”
“응·”
시아의 자랑에 민준의 표정이 격하게 일그러졌다·
그러곤 나메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서 볼을 세게 꼬집는다·
“너 솔직히 말해봐 여자 아니지? 우리 없으니까 이제 함묵증 컨셉도 버리고 시아한테 접근하는게 굉장히 수상한데?”
“놔라·”
“야 표민준! 뭐하는 짓이야!”
시아가 제지하자 그제서야 민준이 뒤로 물러서며 두 팔을 든다·
“아니 미르 형도 좀 뭐라 말해봐! 솔직히 신상도 모르는 상황에서 쟤가 시아한테 무슨 마음을 품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잖아!”
“우리가 언제 얼굴 맞대보고 클랜 결성했나? 시아 마음인거지 오히려 네가 과민반응하는 것 같은데?”
“아 답답하다 답답해·”
반면 이미르는 처음부터 노네임이 온다는 소식에 별 생각이 없었다·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을 때는 눈이 살짝 커지기도 했지만 그것이 전부·
오히려 저렇게 난리법석을 떠는 민준이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었다·
“둘 다 너무 머리들이 꽃밭이라 문제야· 저번에 스트리머 한명이 스토커한테 봉변당할뻔한 사건 벌써 잊은거야?”
결국 민준은 자신이 총대를 메기로 결심했다· 노네임이라는 자를 철저히 까발려주기로·
게임 대기열이 돌아가는 사이 민준은 시아에게 조용히 제안을 하나 건넸다·
“적어도 노네임이 여자라는 걸 증명하면 더 이상의 신상은 캐묻지 않도록 할게· 대신 성별을 속였다는 사실이 들키면 충분한 해명이 필요할 거야· 클랜에서 퇴출당하기 싫으면 말이야·”
“하 무슨 미니게임도 아니고· 뭐 좋아! 형식은 어떻게 하게?”
“각자 질문 하나씩 하는걸로·”
“대신 나메가 여자라면 너도 그 아저씨같은 아바타 삭제하고 내가 말하는대로 바꿔!”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순 마초적인 아바타· 이참에 시아는 그를 보기만 해도 킹받는 메스가키 소공녀로 만들어줄 심산이었다·
“삭제빵? 난 하나도 안 쫄려· 넌 진짜 모히칸 폭주족 기대해라·”
“그럼 나부터 할게? 저기 나메야! 혹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시아가 자신있게 질문한다·
“고민 많이 안 해도 돼· 그냥 네가 평소에 생각하는 그대로 말해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메도 많이 당황한 모양· 시아가 사족을 덧붙이니까 괜히 더 고민하게 됐다·
“아쉬 파르망티에(hachis parmentier)나 코르동 블뢰(cordon bleu)?”
“뭐···?”
“이거 생긴게 순 돈까스 아니야? 쓰으으읍 애매한데···?”
시아가 당황한 사이 민준은 재빠르게 인터넷 검색으로 음식을 찾아보았다·
다진 고기와 으깬 감자요리인 아쉬 파르망티에는 둘째치고 코르동 블뢰는 생긴 게 영 치즈 돈까스였다·
돈까스라면 남자들이 특히나 환장하는 음식이 아닌가?
민준은 벌써부터 자신의 승리를 점쳤다·
“야 넌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
“연예인? 잘 모르겠는데·”
“그럼 그냥 좋아하는 유명인· 평소에 취미 이런거 없어?”
설마 진짜 밥만 먹고 롤만 했나?
노네임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나메는 이번에도 충분한 고민 끝에 답을 내릴 수 있었다·
“요하네스 브람스·”
“그게 누군데?”
“아하 피아니스트구나! 맞지맞지 클래식 감상은 여고생의 흔한 취미니까 말이야!”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유시아! 야 노네임· 너 일부러 이상하게 대답하는 거 아니야? 브람스 곡 아는 거 3개만 대봐·”
“헝가리안 댄스 5번 G 마이너 알토 랩소디 운명의 노래·”
“아씨 뭐지··· 근데 브람스가 뭐? 클래식이 언제는 남녀 가렸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민준의 적반하장에도 시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나메야 교복 입어본 적 있지? 거기에 단추가 어느쪽에 달려있어? 왼쪽이야 오른쪽이야?”
“아마 왼쪽이었던 것 같은데·”
“단추 위치가 성별이랑 무슨 상관이야?”
“이걸로 확정난거지? 대부분의 학교 교복은 남녀 단추 위치가 다른 거 몰랐지? 남자는 오른쪽에 여자는 왼쪽에 있다고·”
“억지 아니야?”
“응 아니야· 만약 남녀 통일돼 있으면 다 오른쪽이겠지 왼쪽 단추는 여자 교복 말고는 없거든요?”
“날 시험한거야?”
나메가 매섭게 노려본다·
시아가 뒤늦게 그녀의 기분을 달래주고자 꽉 껴안아주었다·
“민준 오빠가 자꾸 너보고 남자래잖아! 자 이제 믿을 수 있겠지?”
“애들아 그만 싸우고 4명이서 돌리니까 자랭 계속 안 잡힌다· 그냥 한명 더 초대해서 5인큐 돌리자·”
점점 언성이 높아지자 미르가 뒤늦게 제지해보았지만
결국 그의 말에 응해주는 것은 나메 뿐이었다·
시아와 민준이 개와 고양이처럼 짖어대는 와중 나메는 친구창을 살펴보았다·
[화내지않고열심히 – 로비]
“제가 초대할게요·”
“아 노네임씨 그래주면 고맙죠·”
그런 와중 민준은 아직도 패배를 납득할 수 없었다·
“둘이 짰냐?”
“추하다 민준 오빠! 애초에 이 질문 말고도 물어볼 게 이백개는 더 있었거든요? 그럼 하나 또 물어볼까? 나메야 혹시 속옷 사이즈 뭐 입어?”
이제는 사심 가득한 질문까지 거리낌없이 해대는 시아였다·
여자라면 단순하게 B컵 C컵이라고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시아가 원하는 대답은 75C 80B 등 밑가슴둘레까지 고려한 사이즈·
하지만 이후 펼쳐지는 나메의 대답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으리라·
* * *
“이건 말이 안 되잖아! 다른 애들은 아직 개강도 안 했는데 우린 벌써 개강 한달째라고!”
“그래도 저번주에 임상실습 끝나서 숨통은 틔었잖아·”
“넌 평상 이해 못할거야·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도 마!”
“엄살은·”
“그런 의미에서 PC방? 아니 너 PC방 가보기는 했냐?”
“뭔 소리야 나도 게임 자주 해·”
“뭐하는데?”
“롤·”
“티어가?”
“골드· 지금은 실버지만·”
“야 너에게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었구나! 아니··· 골드라 하니까 뭔가 인싸 같아서 더 빡치네· 생각해보니까 정상인이라면 다이아 이상으로 올라갈 일이 없잖아·”
애초에 롤은 성격 어디 한군데가 뒤틀려 있어야 잘할 수 있는 뉴로틱한 면이 있었다·
적어도 준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PC방 가자· 오늘은 나도 시간 많아·”
“진짜? 나 완전 감격할뻔? 천세민이 게임하는 모습을 다 보고·”
“계속 그러면 갈 마음도 사라진다?”
세민은 작년 여름방학 이후로 캡슐에 들어가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만큼 일과가 바빴던 탓도 있지만 들어갈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구해줘서 다들 고마웠어요· 전 잘 살고 있어요·]
노네임으로부터 온 의미심장한 메시지·
그 뒤로 노네임은 가상현실에 접속한 적이 없었고 세민도 몇 번이나 그를 찾아보려고 노력해보았지만 모두 헛수고로 돌아갔다·
자기를 농락하려는건지 병실에도 이름이 떡하니 ‘NoName’이라고 공란으로 비워져 있었고 그 뒤로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볼 이도 하나 없었다·
마범일 형사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피하려고 하니 알려달라고 떼를 쓸 수도 없었다·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구해줬다는 것인지 어떻게 잘 살고 있는지· 자신에게 연락 하나 안 돌린 노네임이 섭섭해지려했다·
“올해부터 솔랭에서 듀오도 할 수 있대· 일반겜 없이 바로 솔랭 돌리실?”
“잠시만 나 너무 오랜만에 하는거라 패치내역 하나도 모르는데·”
“나도 모름· 그냥 해보면서 적응하는거지· 뭐야?! 나 계정 왜 정지당했어!”
“보나마나 넷카마들한테 성희롱한거 신고테러 당했겠지·”
“아니 괘씸하잖아! 다이아1에 여자가 어딨냐고 상식적으로···가 아니라· 아씨 계정 새로 만들려면 오래 걸리는데· 너 먼저 한판 하고 있어라·”
“어···?”
세민은 순간 클라이언트 창에서 믿을 수 없는 문구를 목격하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NoName님으로부터의 초대 – 발할라의 전장 · 자유 · 5대5]
[수락/거절]
수락 버튼으로 자동적으로 세민의 시선이 움직인다·
[화내지않고열심히님이 초대를 수락하였습니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노네임·
8개월 만에 재회한 꼬마는 돔하우스 대기실 한편에 서서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난 브라 안 차는데?”
영문 모를 소리와 함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닉값하는 노나메씨
주니어브라는 보통 3학년때 많이들 입더라고요·
아직까지는 자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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