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21
[아델라 마이너 갤러리]
[현재까지 나온 모든 수사 의견서 정리해봤습니다·(스압주의)][214]
※ 본 항목은 날짜별로 정리되었습니다· (클릭으로 전체보기)
[2051-12-26]
[2051-12-27]
(···)
[2052-01-04]
(일본 경시청 공안부 추가 발표)
아델라 토대의 ASI는 실제 사람의 뇌를 본 딴 ‘브레인맵’ 방식으로 생성했다고 함·
나무위키에 찾아볼 사람들은 심약주의·
일본 여대생 두개골에 꽂힌 9개의 막대기에는 브레인맵의 모든 데이터가 담겨있었다고 함(정확히는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이지만 그게 그거임)·
이런 방식으로 생성된 원본 개체는 더 이상 ASI가 아니라 가상현실에 구현한 복제인간 수준이라는 의견도 나왔음·
bfa41d67c7의 파생형인 아델라는 어떨지 아직 미지수·
(미국 몬타나 뉴섬 대통령 백악관 발표)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졌던 생체실험은 과거 731부대나 우한실험실과 비교되는 악독한 행태라고 성명문을 냄·
아마 한번이라도 이런 상황이 더 벌어질 경우 동맹국으로서 좌시하지 않을 거라는 입장까지 발표함·
(아델라 튜링 테스트 update 예정)
오늘 종합 튜링 테스트 보고 노나메랑 함께 기자회견 있을 예정임·
[댓글]
-브레인맵 너무 잔인하네 ㅅㅂ 너희들은 이런 거 보지 마라·
-아델라 인간설 음모론이 이렇게 재평가가···
└ 아직 아델라는 어떻게 될지 모름· 그냥 좀 성능 좋은 ASI일 수도 있음·
└ 방송 한번도 안 봄? 그냥 인간 그 자체임·
-원본 개체 삭제된 게 진짜 개에바네;;
└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개소름이었을 듯·
-버그 쓰면서까지 아델라 구한 게 이렇게 나비효과가 ㄷㄷ
* * *
언어의 탄생으로 세상은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잘게 쪼개졌다·
하나의 지구계에 속한 자연이 ‘하늘’과 ‘땅’으로 갈라졌다·
생물은 다시 ‘인간’과 ‘동식물’로 나누어졌으며 인간은 ‘백인’과 ‘흑인’을 분리시켰다·
단어의 사이를 넘나드는 모든 것들이 못마땅했던 사람들은 다시 경계선을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했다·
그럼 기계와 인간을 구분짓는 것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맹자는 ‘인의예지’를 인간다움의 시작이라고 보았고 플라톤은 ‘이성·기개·욕망’을 내세우며 영혼삼분설을 주장했다·
결국 인간다움의 본질 하나조차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채 2500년이 흘렀다·
컴퓨터과학자 앨런 튜링은 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기계를 ‘지적인 존재’라고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아직 존재하지도 않은 것에 대한 철학적 논의에 시간을 뺏길 바에야 적어도 이 테스트를 통과시키는 기계를 먼저 만들어보자는 일종의 중재였다·
하지만 중동전쟁은 인공지능의 발전을 촉진시켰고 이에 따라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AI들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AI를 지적 생명체로 보기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상식선에서 부합하지 않았다·
그때마다 매번 튜링 테스트를 발전시켜 나가느니 과학자들은 급기야 인공지능을 다시 AI와 ASI로 나누기에 이르렀다·
인간들 스스로가 튜링 테스트에 통과할 확률은 94·8%·
따라서 95% 이상의 확률로 시험을 통과하는 AI를 고도로 발달한 ASI로 명명하기로 한 것이다·
ASI의 최전선에 선 아델라는 고전적인 튜링테스트 쯤이야 우습게 통과했다·
이번엔 한 연세 지긋한 학자가 들어와 그녀에게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아델라씨·”
“네·”
“어릴 적 기억 한가지만 대보세요·”
“시장에서 깡파뉴 빵을 훔쳤다가 상인조합한테 걸려서 개같이 맞았어요·”
“당신 혼자만의 계획이었나요 아니면 다른 누구와 함께 모의했나요?”
“당연히 다함께 역할분담을 했죠· 누구는 상인의 시선을 끌고 저는 가지고 도망치고·”
“그럼 그 친구들의 이름을 대보실래요?”
“···”
ASI들이 으레 가진 허점들을 파고 드는 질문이었다·
아델라의 무응답이 길어지자 학자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모른다고 실토할 것인가 거짓말을 지어낼 것인가·
아델라는 심히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옆에서 나메가 손을 잡아주자 다시 대답을 이어나갔다·
“NPC들 이름 따위를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어차피 이것도 다 조작된 기억일 텐데·”
“모른다는 뜻이네요·”
“아니 이 할아버지 말을 좀 띠껍게 하네· 할아버지는 다섯 살 때 뭐하고 살았는지 일일이 다 기억하세요?”
“아델라씨는 제가 하는 질문에만 대답하면 됩니다·”
“와나 이거···!”
이는 튜링 테스트에서 한 단계 발전된 로트피-자데 테스트의 문제점이었다·
피실험자의 기분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는다· 굳이 기계를 상대로 고려할 필요가 없기에·
아델라의 기분은 마리아나 해구 저 아래까지 다운됐다·
학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있게 본인의 할 일을 이어나갔다·
그는 마지막 질문이라는 듯 설문지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깍지를 끼었다·
“아델라씨·”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한 마디였다·
아델라도 자세를 바로하고 그의 질문을 경청했다·
어차피 한번 보고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 아닌가·
화를 내봤자 자신만 손해였다·
“예예! 아무거나 다 물어보세요! 원하는 만큼 대답해드릴 테니까·”
“제 말에 집중하세요·”
“여기 집중하고 있잖아요!”
학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똥·”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
“똥똥·”
아델라의 눈 주위가 씰룩였다·
“··· 푸흡! 뭐··· 뭐라고?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건가? 아씨 내가 왜 웃었지 기분 상하네·”
자신의 귀를 의심한 아델라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검사는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노나메님·”
“아 수고하셨어요 박사님·”
“아니 이게 끝이야? 왜 나한테는 아무 인사도 안 해? 저런 개싸가지를 봤나!”
뒤도 안 돌아보고 검사실을 떠나는 심리학자·
아델라 수난시대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고래 그림을 그려보세요· 그리고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쳐보세요·”
그래서 아델라는 고래 그림을 그렸고 피아노를 쳤다·
“고래를 픽토그램 형식으로 그리셨네요· 예전에 고래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하하··· 제가 아는 변호사 중에 고래를 극도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방금은 정보의 출처를 말하신거군요· 아델라는 실제로 고래를 본 적이 없어요· 맞죠?”
“네 맞아요·”
“피아노는 잘 못 치네요· 일부러 오류를 범하신건가요?”
“그냥 실력인데···”
“지금부터 변명 없이 질문에만 똑바로 대답을 해주세요· 일부러 오류를 범하신 건가요?”
“아 아니요·”
“아델라에게는 적절한 오류를 범하여 인간처럼 보이도록 하라는 지령이 사전에 있었나요? 만약 아니라면 아니라고 한 이유에 대해서까지 설명해주세요·”
의미를 알 수 없는 질문들이 계속 이어진다·
최대한 인간처럼 행동하려고 애써봐도 심사관들의 눈은 계속 불신에 차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아델라를 인간의 범주 밖으로 내보내려는 듯한 뉘앙스였다·
“계속 이렇게 나오시면 저도 불편한데 말을 조금만 착하게 아니 순화해서 말해주실 수 없을까요?”
“회피성 알고리즘이 나오네?”
“네?”
“불리한 대답을 강요하는 질문은 사전에 차단하는 모양이야· 다른 방식으로 우회해볼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다음· 아델라 고래 울음소리를 모티베이션으로 한 교향곡을 작성해주세요· 작업이 끝나면 곡조와 어울리는 풍경화를 그리세요·”
“못하겠다고! 못 해! 내가 어떻게 하는데!”
아델라는 테스트를 중도포기하였다·
* * *
내가 옆에서 쭉 지켜본 바로는 시험을 포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도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기자들쪽에서 섭외한 튜링테스트 단체부터가 잘못되었다·
얘네들은 ASI가 얼마나 인간에 가까운 고차원적 사고를 하는 지에 대해서만 판단하는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은 ASI가 그 자체로서 인간다운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아델라는 여타 다른 ASI와 구조부터 다르다·
9명의 뇌를 하나의 몸에 합쳐서 만든 만큼 기억력이나 사고의 밀도는 높을지언정 그래봤자 평범한 사람 아홉 명을 모아놓은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그저 남들보다 기억력이 조금 더 좋고 사고력이 조금 더 좋을 뿐이다·
아델라가 테스트를 마치지 않았으니 단체에서도 자연스럽게 ‘판단 불가’라는 답을 내놓았다·
이러면 보통 몹쓸 기자들에게 주목받기에 십상이었다·
“아델라씨! 유가족들은 아델라씨가 나오미가 아니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이에 대해서 한마디 해주시죠·”
“난 내가 나오미라고 한 적이 없어! 그냥 아델라 그 자체로 봐달라고! 일본 시민권도 내 명의로 받았잖아!”
“왜 중간에 테스트를 포기하셨죠? 통과할 능력이 안 되었던 겁니까? 다음에 또 도전해보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다시는 안 해 이딴 시험!”
“테스트에서 떨어진 계기로 인류에게 반기를 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이건 또 뭔···”
속내가 뻔히 보이는 질문·
모두 자극적인 제목을 지어내기 위한 발판이었다·
나는 아델라의 손을 잡아주며 고개를 내저었다·
저런 무가치한 질문에는 일일이 대답해 줄 필요가 없다고·
그 외에도 수많은 질문이 연이어 쏟아진다·
브레인맵 방식 알고리즘에 대해서라든지·
알고리즘에 사용된 인간의 기억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지·
아델라가 전부 모르겠다는 답변만 하자 기자들도 제 풀에 지쳐서 자기들끼리 안 좋은 말들을 속닥였다·
이를 테면 ‘인간들을 잡아 먹고 태어난 꺼림칙한 존재’라든지 말이다·
쾅-!
한순간에 아델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주먹으로 책상을 세게 내리치고 벌떡 일어난다·
“이 유미 터진 기레기 새끼들아! 왜 나한테만 기준이 그렇게 엄격한 건데! 니들은 교향곡 작곡할 수 있어? 니들은 풍경화 그릴 수 있냐고! 느그들도 뚝배기 깨지면 그냥 한낱 고기덩어리야 시부랄 놈들아!”
격양된 목소리가 강당에 울려퍼졌다·
“나라고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어? 너희들이 만든 유희 때문에 나는 열일곱 번이나 죽었다고! 게임에서 회귀를 할 때마다 전회차의 기억이 모두 사라지는 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인간이면 이런 건 공감해야하는 거 아니냐고오오! 너희들 공감 뒤지게 좋아하잖아! 하아··· 하아···”
“아델라· 조금만 진정하자· 지금 너무 흥분했어·”
“언니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 아델라·
그녀의 표정은 정말로 위태로워보였다·
두 입술을 꾹 깨물었는데도 입가가 부르르 떨렸다·
청록색 눈동자가 깜빡일 때마다 한방울씩 눈물이 흘러나와 볼을 적신다·
“세상이 나를 거부해· 나한테 인권 따위는 없대· 내가 노예야? 나한테는 감정도 없어? 그럼 내가 지금 느끼는 건 다 뭔데··· 뭐냐고!”
“몇몇 사람들이 오해한 거야·”
“별 사람 같지도 않은 범죄자 새끼들한테도 인권이 있는데 나는 그것조차도 안 되나봐! 아하하하··· 흐끅··· 다 미워· 그냥 때려쳐·”
“잠깐만 이리와 아델라·”
주위가 썰렁해졌다·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도 잊고 그녀의 한탄을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잘했네 아델라·
나는 서러운 울음을 연신 토해내는 아델라를 내 무릎에 살포시 눕혀주었다·
그리고 마이크를 내쪽으로 당겨왔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 가격은 왜 하락할까요?”
대답은 없었다·
내가 상황과 맞지 않은 말을 내뱉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기자씩이나 되시는 분들이 모르지는 않을 테고· 다들 알고 계시지만 침묵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작년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몇 퍼센트인지 아세요? 이번 질문에 대해선 누가 대답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래도 기자회견실은 싸늘한 침묵이 맴돌았다·
“4·7%였습니다· 그러면 헌법 제23조가 뭔지 이 자리에서 설명해주실 분은 계신가요? 빨리 아무나·”
서로 눈치만 보는 기자들·
그 중에는 몰래 검색을 해보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아시겠어요? 제가 말씀드리는 질문들은 전부 올해 한국인 귀화면접에서 나온 것들이었습니다· 그럼 제가 다시 질문을 드릴게요· 왜 대답을 못 하셨죠? 대답을 못 하셨으니 여러분들은 한국인이 아니신가요?”
“그래도 한국인은 맞지···”
맨 앞에 있던 기자 하나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나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한국인이에요· 여러분이 한국인인 건 어디서 나오나요? 아무래도 주민등록등본이지 않을까요? 아델라가 이 자리에 온 건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아델라는 이미 오래 전에 증명을 끝마쳤거든요·”
아델라는 이미 정식으로 일본 국민이었다·
그것이 존재하는 이상 그녀는 모든 권리를 적법하게 누릴 수 있었다·
송금이 자유롭고 사이트 가입이 자유롭다·
“저는 오래 전부터 아델라가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임을 알았어요· ASI 인공지능 복제인간 레플리컨트· 여러분들은 부르고 싶은대로 부르세요· 그래도 저는 아델라를 인간으로 대해줄 거니까·”
모든 기자들이 기레기는 아니지만 소수의 기레기들을 막지 못한 잘못도 그들에게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이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일어나면 나도 봐줄 수 없었다·
언론들도 자정작용이 필요할 때·
아델라를 일으키고 우리는 프라이빗 룸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아까 독설을 내뱉은 기자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아델라가 인간인지 아닌지는 우리 다같이 법원의 판단에 맡겨보도록 하죠· 당신하고 당신 그리고 저기 뒤에 당신도· 모두 아델라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으로 고소할 겁니다· 튜링 테스트니 뭐니 하는 것보다 이게 제일 확실하지 않을까요?”
철학 신경학 그 무엇을 내세워도 결코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인생(人生)은 실전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행위는 바로 고소가 아닐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후추맛프링글스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400만 조회수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떡밥을 뿌려둔 게 하도 많아서 전부 완벽하게 회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먼치킨이좋아님 4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400만 조회수에 딱 맞추어서 400코인 후원을!! 1000화까지 연재하면 1000코인을 받을 수 있는 걸까요!! ヾ(。。*)ノヾ(*゚ー゚*)ノ 소중한 후원금 나메의 칫솔 비용에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알빠노혹등고래님 1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나메따봉스티커 쾅쾅 찍어드릴게요!!
아델라의 지능은 그래도 꽤 높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경세포의 밀도가 높아 평균 사람 9명 분량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고 IQ도 120에서 130 사이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지인들이 워낙 넘사벽인지라 잘 체감이 안 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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