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50
미국과 유럽의 재단 한국의 클랜 중국의 문파 그리고 일본의 유파·
나라마다 이름이 조금씩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자선 및 비영리단체이며 동시에 비법인(非法人) 사단이라는 것이다·
개개인이 돈을 추구하는 거랑 별개로 조직 자체가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특정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비법인이기에 폐쇄적인 운영이 용이했다·
혹자는 말한다·
최근 마도사들은 사업가들보다 더욱 돈에 미쳐있는 것 같다고·
그러나 세계적으로 4에서 6년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단두대 매치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을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
일본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뭐지?”
자민당의 수많은 파벌들로부터 비밀리에 주고받은 비자금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카츠하타파이낸셜그룹의 재정본부장은 50억엔이라는 소명되지 않은 금액을 놓고 의문을 품었다·
‘이것도 비자금인가?’
대놓고 무시할 만큼 작은 금액이 아니었다·
재정본부장은 전임자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인수인계도 받지 못하고 무작정 업무에 투입된 사람이다·
그는 결국 실례를 무릅쓰고 카츠하타 유파에 직접 연락을 취해 50억엔의 출처를 물었다·
[거거 그거 바이오아카식 매각하면서 우리에게 던져준 거 아닌감? 한번 찾아봅쇼·]
“바이오아카식···?”
[최근에 존슨 앤 존슨이 한국 스타트업 하나를 인수했잖습니까·]
“아아 방금 막 떠올랐네요· 그런데 카츠하타그룹이 초기 투자자였다는 말씀입니까?”
그는 빠르게 인터넷에 검색해보며 번역된 한국 기사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와 정말이었네요··· 이렇게 크게 성장할 줄 알았다면 우리 그룹 차원에서도 정식으로 투자를 고려했을 텐데 말이죠· 혜안이 남다르십니다·”
[그럼 용건이 모두 해결되셨을까요?]
“실례지만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까지 기사가 난 지라 비자금에 산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듯 싶은데·”
[그렇게 큰 걸 어떻게 비자금에 넣습니까? 그냥 회계에 충실히 반영하세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내규상으로 천만 달러 이상의 현금흐름은 반드시 대표자의 날인을 필요로 합니다· 당주님께 방문 부탁드린다고 전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허허··· 지금은 좀 곤란할 텐데?]
“예?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당주님께서 후계자 따라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갔거든요· 주소 불러줄 테니 결재 받으려든 직접 찾아가보세요·]
뚜우뚜우-
끊어진 전화·
그리고 일본은 최첨단 시대에도 여전히 아날로그 결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으으윽!”
본부장이 뒷목을 부여잡았다·
분명 전임자의 사망원인은 화병이나 과로사였으리라·
* * *
“저 손님 죄송한데··· 잔액부족이라고 떠서·”
“잔액부족이요?”
“혹시 다른 카드 있으세요? 다시 해드릴게요·”
“어 아닌데···! 그럴 리가? 잔액부족이요?”
“네네·”
“이걸로 다시 한번만 확인해 주실 수 있나요?”
“여전히 잔액부족이···”
“샛별아 그냥 내가 대신 내줄게·”
하굣길 편의점에 들린 아델라·
결국 그녀의 친구가 대신 값을 지불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아이 참 이상한 일이 다 있네· 대신 내줘서 고맙다 다희야· 내일 꼭 갚을게·”
“샛별아 혹시··· 집안이 많이 어려우면 내가 장학금이라도 대신 알아봐줄까? 한국이 의외로 그런 쪽에서 복지가 잘 돼 있거든···!”
다희의 말에 아델라가 잠시 말문이 막혀 버벅거렸다·
“응? 읭? 엥? 장학금? 아니야 우리 집 나름 잘 사는 편이야! 이거 가방도 3백만원 짜린데?”
“그거 짭 아니었어?”
“누가 그래? 이거 우리 언··· 아니 동··· 아니아니 아빠가 백화점에서 사준 건데·”
“너 여태까지 화장품도 못 사고 있었잖아·”
“설마 내가 화장 안 한 거 가지고 오해하고 있었어?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야·”
“고등학생이 어떻게 화장을 안 할 수가 있어· 특히 너같이 이쁜 애가!”
아델라는 지난 일주일간 받았던 동정의 시선들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돌이킬 수 없을만큼 이미지가 고착화되기 전에 하루 빨리 오해를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델라가 사는 지역도 오해를 확장시키는 데 한 몫을 했으리라·
파르테논 아파트 단지만 하더라도 빈민가의 경계층에 위치해 있었으니·
“에휴··· 학교 다녀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델라는 짜요짜요를 냉동고에 넣고 그 중 한 스틱을 꺼내 입으로 쪽 빨아먹었다·
이불을 둘러멘 채 방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온 나메가 그녀를 반겨주었다·
방금 막 잠에서 깨서 그런지 인상이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나도 하나만·”
“냉동고 문쪽에 있어· 몸살 아직도 심한 거야?”
“거의 다 나았어· 그나저나 너 이거 되게 좋아하는 것 같다· 츄르랑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가·”
“아니 어이가 없는 게 츄르 지이이인짜아아아 비려서 못 먹겠더라? 먹고 진심 토하는 줄·”
“그걸 또 굳이 먹어봤어···?”
나메가 경멸하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왜! 궁금하긴 하잖아·”
“아니야· 아무것도·”
“맞다 나메 언니 나 카드 해킹당했나봐· 오늘 편의점에서 전부 잔액부족이 떴어· 이거 어디다가 먼저 신고해야 돼?”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전부 이체한 거니까·”
나메는 짜먹는 요거트를 입에 물며 설명했다·
“이체? 어디로? 내 돈인데?”
“그게 왜 네 돈이야· 매니저한테 진 빚 갚는데 보탰지·”
“미친 2억을 전부 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떨어졌다·
아델라는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바닥에 드러누워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아아아악 나 오늘 살 거 많았단 말이야! 내가 6개월 동안 한땀 한땀 모아놓은 걸 이렇게···!”
“네가 살 게 뭐가 있어·”
“여름 옷도 사고 화장품도 사고··· 콘서트 티켓도·”
“난 모르는 일이야· 오늘 방송해서 벌면 되겠네·”
“카리리가 정산은 월말에 해준단 말이야!”
아델라는 불안한 심정에 손톱을 까득 깨물었다·
버튜버로 얻는 수입이 상당한 만큼 용돈을 따로 받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다시 말해 정산을 받기 전까지는 알거지로 살아야한다·
“이번달만 버티게 딱 10만원만··· 꼭 두 배로 갚을 테니까·”
결국 아델라는 무릎을 꿇고 구차하게 빌기를 택했다·
“자 30만원·”
“어 진짜?”
“주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거야· 대신 심부름 하나만 해줄래?”
“응 뭐든지!”
“앞에 가서 내 키에 맞는 목검 하나만 사와줘·”
아델라의 눈빛에 의아함이 담겼다·
“도대체 우리나라 어디서 목검을 파는데!”
“나야 모르지· 딱 두시간 줄 테니까 아무튼 수소문해서 가져와 봐·”
* * *
쪼르르르-
탁·
쪼르르르-
탁·
대나무 특유의 맑은 소리가 물소리와 어우러져 가슴이 절로 시원해진다·
하지만 리무진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온통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뿐이었다·
카츠하타 유파의 당주 카츠하타 아키타로는 ‘시시오도시 ASMR 10 Hours’을 들으며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카츠하타 당주님·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커어어억 크흐음? 도착했나?”
“예·”
“길이 많이 막혔나보구만·”
“면목이 없습니다· 퇴근길의 러시아워를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괜찮아· 짐만 내리고 얼른 들어가서 쉬게나·”
“예 알겠습니다·”
당주는 분홍색 토끼 수면 안대를 서랍 안에 넣어두고 강북의 풍경을 짧게 감상했다·
서울 종로구 북촌에 위치한 한옥마을·
한옥으로 된 호텔 앞에서 기다란 리무진이 정차했다·
서울의 텁텁한 미세먼지 공기가 그들을 맞이했다·
일반적으로 카츠하타 유파의 전지훈련은 산 좋고 물 좋은 자연 속에서 치러진다·
도교 사상에 뿌리를 둔 그들로서는 자연에서의 수련이 더욱 성취향상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카츠하타 당주의 강력한 의지로 뒷방 원로원들의 고집을 꺾고 한국행을 택했다·
34박 35일이라는 어마무시한 일정·
2052년 국가교류전 개최지가 일본 도쿄로 결정된 만큼 승리가 간절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한국에 들어왔다간 일본 극우 세력들이 날뛸 것이다·
따라서 카츠하타 당주는 전용기까지 대동해 김포공항에서 비밀리에 입국 절차를 마쳤다·
“여기서부터는 전부 우리 쪽 사람들이겠지?”
“예· 대련장도 6월 마지막 날까지 5주동안 예약을 했습니다·”
“기자들이 없어서 마음만큼은 편하구만· 하하하!”
카츠하타 아키타로가 호탕하게 웃었다·
사실 한 유파의 당주는 무력보다는 정치적 위치를 내세울 때가 더 많은 자리였다·
검보다는 펜을 쥐는 게 더 익숙해진다는 뜻이다·
5월초부터 7월말까지의 기간은 유파생들에게 고난의 시간이다·
하지만 당주에게는 그마저도 휴가처럼 느껴질 터·
일본에서 개최되는 교류전인만큼 지도대련을 할 명분도 생겼겠다 그는 원로원들의 입김이 닿지 않는 한국까지 날아와 직접 전지훈련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은 올해도 참가를 안 한다니까 전략유출의 걱정도 없지· 암 그렇고 말고·’
캐리어를 모두 내린 수행비서가 문득 당주에게 물었다·
“하지만 굳이 한국일 필요가 있었습니까?”
“무슨 말이지 그게?”
“만약 원로원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으셨던 거라면 아무래도 인프라와 보안이 좋은 싱가폴이 낫지 않았겠습니까?”
그는 한국으로 급히 노선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자네 체육대회를 못 봤구만?”
“예? 체육대회 말입니까···?”
“아무튼 그런 게 있다·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설명해주지·”
당주가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미리 도열해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오지기(お辞儀) 그 중에서도 가장 공손한 의미를 담아 허리를 45도로 굽히는 사이케이레이(最敬礼)였다·
“다들 수고가 많습니다· 호텔은 딱히 불편한 곳은 없었고?”
카츠하타 당주의 최측근 고이즈미 요시히로가 대표로 나왔다·
“다들 이번 전지훈련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릅니다· 잠자리가 불편하다는 건 그 날 훈련이 미진했다는 뜻이겠죠·”
“아 고이즈미님 우리 아이들 챙기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벌써부터 분위기가 딱딱한 게 애들을 처음부터 확 휘어잡은 게 느껴지네요·”
다들 눈빛에 살얼음이 끼어있다·
마치 전사의 모습 같지 아니한가·
아키타로는 유파생들을 둘러보더니 잠깐 옛 생각이 나서 잠깐 추억에 잠겼다·
“엇? 그런데 카츠하타 에미카는 어디 있습니까? 도통 보이지가 않습니다만···”
쏴아아악-
일순 공기가 열 배쯤 무거워졌다·
‘다들 표정이 굳어 있는 게 혹시 에미카 때문이었나?’
정답이었다·
이번 전지훈련의 주인공이 빠진 것이다·
얌전한 아이가 가출을 했을 리는 없을 테고·
“에미카는 지금 뭐하고 있습니까?”
아키타로 당주는 그녀의 스승에게 연유를 물었다·
“지금 카츠하타 양은 말이죠···”
고이즈미는 말꼬리를 흐리더니 굳은 결심을 하고 이실직고했다·
“머리를 다쳐 잠시 기절해 있습니다·”
투둑-
당주가 손에 쥐고 있던 폰이 정원 돌바닥 위로 떨어졌다·
이번에도 화면쪽으로 부딪혀 액정에 금이 가버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급자족님 5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정말 꼭 필요한 삽화가 많은 것 같아요!! 이불 돌돌 나메라든지 만두머리 나메도 있고··!! 후원금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나메를 관측하는데 잘 써보겠습니다!!
딛듣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나메는 아가라서 까까도 좋아해요!! 달짝지근한 과자가 취향이랍니다!!
일국 유망주의 대가리를 깨버린 읍읍읍· 도대체 무슨 일이··!!
현재 에미카의 나이는 15살(중3)입니다!! 국가교류전은 만 16세 이하 개인전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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