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63
하루아침에 스타가 될 수도 있는 세상이면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망상과 허세에 잔뜩 찌들어있네ㅋㅋㅋㅋ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알아줬으면·
-카츠하타는 너같은 놈한테 평가받기 위해 연습을 한 게 아니야·
-한국인들은 남을 평가하는 걸 즐기는 것 같습니다· 정작 그들은 국가교류전에 출전조차 못 했는데 말이죠·
-일본 제일의 검수에게 일침을 두는 한국 제일의 백수 ㄷㄷ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당신이 알려지길 원하면 먼저 남의 공을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네가 직접 해보든가·
-얼마나 멋진 검술을 보여줄까 기대가 되네요· ^^
-빨리 보여줘라·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아닥시킬 수 있는 기회인데ㅋㅋㅋ
아침까지만 해도 별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브이튜브 알림을 전부 꺼버리고 반소월과 함께 마을 산책에 나섰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강변을 따라 쭉 걸으니 공원이 나왔고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이웃집 골든 리트리버와 원반 잡기 대결을 하며 놀았다·
삽시간에 체력이 방전되어 쉬던 중에 나는 브이튜브에서 한가지 영상을 보게 되었다·
나를 아주 신랄하게 비판하는 영상을 신통방통한 알고리즘이 기꺼이 물어다 와준 것이다·
‘얘는 업로드 된 지 겨우 2시간 전인데 조회수가 벌써 10만이네·’
[셋째· 오러의 외적발현은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매우매우매우매우! 매우 어렵습니다· 통계를 한번 볼까요? 일본 통계청에서는 오러조작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외적발현이 가능한 사람을 약 1만 2천 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40년간 로또 1등 당첨자 수보다 적은 수치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죠· 전투에 적합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가는 또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 뒤로도 조회수 3만 조회수 8천 등의 반박 영상이 주르륵 이어졌다·
그들의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내 주장의 반박근거로 쓰이기에는 논지부터가 맞지 않았다·
내가 말하고픈 내용은 외적발현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건데 그들은 외적발현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만 토로하고 있었다·
이제와서 댓글을 지우자니 늦었고···
“사람 참 귀찮게 하네·”
“왜?”
“나 지금 인터넷에서 엄청 욕 먹는 중이야·”
“역시··· 나메 네가 아까 리트리버가 물고 있던 원반을 억지로 뺏은 게 문제가 되었구나·”
“아니 뭔 소리야? 그리고 뺏은 게 아니라 그때는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본 거거든? 어제 그냥 댓글 하나를 달았는데 사람들이 계속 트집을 잡길래· 내가 읽어줄테니까 언니가 보기엔 어떤지 평가해줘·”
새벽 감성에 젖어 조금 구구절절하게 쓴 감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틀린 말은 하지 않았었다·
반소월은 내 말을 듣더니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 그래서 어떻게 할까?”
“무시하는 게 상책· 하지만 나메라면 직접 보여줘서 증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직접?”
“응· 스파링 파트너는 내가 해줄게· 작년부터 검도부 활동도 해서 기본기는 있거든·”
반소월이 선글라스를 벗고 내쪽을 향해 윙크를 해주었다·
“좋아·”
결정을 내린 뒤로 장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평안의 나라 벚꽃의 나라 천황의 나라 일본을 대표하는 단어는 많고 많지만 그 중 으뜸 가는 건 단연코 하나였다·
‘검의 나라·’
일본 전역에는 약 5만 개소의 검술 도장이 존재했고 우리는 그 중 하나를 골라 목검과 대련실을 빌렸다·
* * *
반소월이 시연할 행동은 간단했다·
수직머리베기 페인트 후 대각선 내려베기 그리고 검 자체를 때려서 무력화시키는 비트이다·
세 동작 모두 폼탁이라는 똑같은 자세에서 출발한다·
“정말 넌 이걸 구분할 수 있다는 거지?”
목검을 하늘 위로 치켜든 반소월이 의구심을 품었다·
사람의 눈은 검을 쫓을만큼 빠르지 않다·
셋 중에 무슨 기술부터 쓸 줄 알고 대처한다는 걸까·
“응 5번 하면 5번 다 반격해줄게·”
맞은편에서 나메가 어린이용 검도복을 입고 걸어나오면서 말했다·
“그거 하나만 알아둬· 내가 동작이 어설플 수는 있어도 속도는 절대로 무시하지 못 할 거야·”
반소월이 평온한 표정으로 말하며 목검을 쥐었다·
무려 전국체술대회 준우승자이다·
지금 반소월의 손에 들린 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녀는 이미 병기로서 완성된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 기세에 나메도 눌리지 않는다·
“언니도 내가 반격한다고 해서 너무 놀라지는 말고·”
“응· 광선검은 검이 아니라 오러· 검이 갑자기 파리지옥으로 변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게·”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럼 시작하자·”
탁-
반소월과 나메가 투구를 쓰고 검을 들었다·
나메는 일부러 검을 느슨하게 쥐었는데 동작의 재현을 위해서 일부러 검을 놓쳐야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천천히 오러를 끌어올리면서 감각을 예민하게 확장시켜나갔다·
“간다·”
짧은 예고와 함께 목검을 횡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부웅-!
날카로운 바람소리와 함께 나메가 쥐고 있던 목검이 핑그르르 돌아 날아갔다·
둔탁하지만 강력한 일격·
눈 깜짝할 사이에 팔을 회수한 반소월이 첫 번째 동작을 시연했다·
‘순수한 오러로 만든 검은 어떨지·’
오른발에 강하게 무게중심을 싣고 완전히 비어버린 나메의 머리를 향해 검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낀다는 걸까·
이어지는 나메의 동작은 반소월의 의문을 단번에 해소해주었다·
스스슥-
찰나를 비집고 들어온 검격·
동시에 강기를 이룬 오러가 나메의 손에서 뻗어나와 급소를 막았다·
실체화된 오러는 목검의 진로를 방해한다·
파지지지직-!
이대로라면 팽팽하게 이어지는 대치가 쭉 이어질 거라고·
반소월은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 황금빛 오러가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며 검신 옆으로 비스듬하게 비껴나갔다·
힘의 균형이 급작스럽게 무너진다·
목검의 눈은 나메의 왼쪽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훑고 지나가 맨땅을 보게 되었다·
“아!”
실책을 인지한 반소월이 뒤늦게 손목힘을 빼보지만
거의 직선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광선검이 반소월의 목을 향해 제대로 들어갔다·
반소월이 두 팔을 내리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떻게 한 거야? 방금 검이 뱀처럼 휘었어·”
“오러의 횡이동· 기교에 가까운 기술이지만 이처럼 실전에서는 아주 강력해서 쓰임이 많아·”
나메가 검을 높이 들어 기술을 보여주었다·
반소월이 손을 뻗어 오러의 움직임을 더욱 자세히 느꼈다·
‘기다란 검의 왼쪽 부분이 점점 희미해지면 다시 오른쪽 부분이 반짝이며 공간을 채우는 방식이구나·’
반소월이 처음 직감했던 대로 뱀이 옆으로 이동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예를 들어 레이피어 같은 검은 이런 대치에 적합하지 않아· 걔네들은 대치를 강제로 끝맺기 위해 보통 손잡이를 돌려서 빠져나오거나 반격을 하는데 오러는 그럴 필요가 없지· 검의 위치는 내가 스스로 조절하면 되니까·”
“이건··· 말이 쉬운 거야·”
“쉽다고는 안 했어· 나도 오랜 연구 끝에 알아낸 거니까·”
반소월은 방금의 상황을 몸소 체험하였음에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나메는 가느다란 검을 더 세밀하게 쪼개어 마치 입체처럼 보고 있었다·
보통 검과 검이 대치하면 1차원적으로 위아래의 길이만을 의식하게 된다·
힘이 가해지는 지점이 손잡이와 너무 가까우면 찌르기에 취약하고 너무 멀면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는다·
그러나 검은 엄연히 3차원상에 존재하는 도형이다·
높이가 있으면 가로 세로도 있는 법·
나메는 그 공간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경지까지 오른 것이다·
‘만약 이걸 수비가 아니라 공격에 사용하면 훨씬 더 까다로워지겠지·’
검이 날아오는 도중에 경로가 미세하게 틀어질 수도 있는 뜻이니 이를 간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지금은 나메가 응수를 하는 단계·
반소월은 공격권이 자신에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어지는 2격도 1격과 똑같은 샤이텔하우·
반소월은 나메가 설명한 그 순간을 생생히 눈에 담아냈다·
검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어디서부터 막히고 어디서부터 뚫리는지 본인이 아니면 도무지 알 수가 없다·
3격은 비트·
상대와 검을 X자로 교차시켜서 때리면 이런 잡기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검이 검을 손쉽게 통과해버렸다·
물을 벤 느낌조차 없었다·
3격은 훨씬 쉽게 체크메이트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한입으로 의문을 제기했던 문제의 4격 상체 페인트 후 대각선 내려베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반소월은 최후의 순간까지 머리베기를 할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그러다가 전완근에 오러를 집중시켜 검의 경로를 순간적으로 꺾었다·
만약 처음과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가는 나메의 오른팔과 옆구리가 그대로 노출될 것이다·
“···!”
하지만 나메는 그럴 틈을 줄 인물이 아니었다·
반소월이 최선을 다해서 이은 두 개의 동작 사이에 나메가 검을 억지로 욱여넣었다·
“너 진짜 빠르다·”
“이건 이제 제일 빨리 승리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고· 조금 느린 대신 더 낭만있는 방법도 있는데 한번 볼래?”
“오케이·”
나메의 권유에 따라 반소월이 똑같은 페인트성 검식을 펼쳤다·
다만 이번에는 나메도 여유가 넘쳤다·
‘아직도 막지 않는다· 그럼 지금!’
슈와아악-
반소월은 확신을 가지고 검을 휘둘렀다·
파지지지직-!
그러나 이번에도 검격이 막혔다·
“이건 대체!”
이번에는 반소월도 진심으로 감탄했다·
“어때? 내 쌍날검?”
손잡이 밑에서 또 하나의 광선이 튀어나와 급소를 막아준 것이다·
나메가 가볍게 반소월의 검을 치고 똑같이 목을 겨누었다·
“실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기이지만 상대가 가장 방심하고 있을 때 찔러두는 용도로는 제격이지·”
“이건 낭만이 아니야· 로맨스야·”
“그래? 마음에 들어?”
“응· 나도 이 기회에 검이나 한번 제대로 배워볼까· 검은 자유롭지 않아서 내 취향은 아니었거든· 이렇게 쓰면 또 괜찮네·”
“보여줄 건 다 보여줬어· 방금까지 한 게 최선의 판단이었고 여기서 변형을 해봤자 결국 마무리는 다 똑같아·”
나메는 땀에 흠뻑 젖은 투구를 벗고 바닥에 설치해둔 카메라를 회수했다·
마이크와 멀어서 비록 대화소리는 안 들어갔지만 추후에 더빙으로 해설을 채워넣으면 되는 일이었다·
-(비공개): ㄱㄷ 영상 찍어서 보여드릴게요·
이 하나의 댓글은 사건을 잠재우기는커녕 더 큰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
* * *
[NoName Official] [구독자: 634만]
[외적발현의 응용 샤이텔하우의 3가지 카운터 이론]
[설명: 비하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소란을 피우게 되어 죄송하고 상세한 해설과 함께 해명 영상을 첨부하였습니다· 저는 카츠하타 에미카님을 현장에서 직접 응원하기 위해 일본에 와 있습니다· 이것으로 모두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네요· 🙂 ]
[링크: WEC Japan – 「Top20 Contenders for 2052 WEC」 ]
[댓글]
-아니 이게 왜 찐 나메임?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필 본인등판한 게 월클이었네ㅋㅋㅋㅋ
-진짜 상상도 못한 정체였다 나메나메야···
-WTF? 그녀는 대체 몇 살입니까?
-헐 소월 언니 아냐?!?!
-얼마나 잘났길래 그런 식으로 썼나해서 와봤는데 이뭔ㅋㅋㅋㅋㅋㅋ
-수많은 억까에도 불구하고 결국 증명한 사람·
-존중· 신뢰· 감탄· 사랑·
-그 와중에 반소월 실화냐고ㅋㅋㅋ 이 집은 게스트 네임밸류도 살벌하네·
-살면서 이런 레전드는 처음 본다ㅋㅋㅋㅋㅋㅋ
-세기의 천재가 내미는 도전장· 나는 카츠하타의 완패를 선언한다·
사람들은 3단계로 놀랐다·
첫 번째 부스터는 훈수충의 정체가 노나메였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안 그래도 9살짜리 아이의 댓글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도 부끄러워 죽겠는데 나메는 그들의 논리를 전부 반박해버릴만큼 완벽한 영상을 가지고 왔다·
일부 선을 넘는 댓글을 쓴 사람들은 허겁지겁 댓글을 삭제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두 번째 부스터는 바로 인물과 장소였다·
-반소월이랑 노나메랑 친한 사이 ㄷㄷ
-진짜 월클들끼리의 만남이네
-지금 일본에 가 있다고?
-아무런 공지도 없었는데 그냥 여행 목적인 듯·
-에미카 깜짝지지 선언에 반일씹덕들 화들짝ㅋㅋㅋㅋㅋ
-제일 놀란 건 일본인들이었고ㅋㅋㅋㅋ
-아데라로 검술 수명 연장시켜준 게 누군데 그래!
-안 되겠다 나메야 고유마도 저작권 다시 회수해버리자·
조금 시간이 지나 영상을 자세하게 본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큰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맹인이 검을 저토록 잘 다루는 것?
외국인들은 분명 까무러치게 놀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반소월은 더 이상 감탄의 대상이 아니었다·
-외적발현 난이도 아무리 봐도 개미쳤는데?
-저걸 ㅅㅂ 누가 따라해ㅋㅋㅋㅋㅋ
-카츠하타 검법 보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보고 나니까 역체감 씨게 온다·
-오러를 저런 식으로 다루는 게 사람이냐? 차라리 뿔 달린 말이 있다고 해라!
-월오아는 보정빨이 아니었음··· 노나메는 그냥 원래부터 검을 잘 쓰는 거였어!
-만약 카츠하타가 국가교류전에서 저렇게 싸워버리면 누가 막을 수나 있음?
-ㄹㅇ 단점을 못 찾겠는데·
아카데미 대항전 때와는 또 차원을 달리하는 무예에 사람들은 저마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로의노동부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진 것 같습니다· 언제나 몸조리 잘하시고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나메 목도리도 꼭 챙겨줄게요!!
알빠노혹등고래님 3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나메나메 이번 기회에 이제 진짜 월클로 확장해야죠!!
오늘이 정말 고비였는데 다행히 휴재 없이 잘 넘어간 것 같습니다··!! 오늘 조금 분량이 부족한 것 같은데 내일은 정말 맛있게 구워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zakuti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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