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뭐? 발푸르기스의 생존자를 찾았다고?”
후배의 난데없는 소리에 서울 강력범죄수사2계 마범일 형사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지금 사건 때문에 바쁜 거 뻔히 아는데도 농담이 나오는지··· 머리를 한 대 쥐어박을 참이었다·
“지금 막 국정원에서 불법사용기기명을 포착했답니다· 그 뭐더라? 메이메이투엑스?”
후배의 입에서 캡슐 기기명이 나오자마자 마 형사의 눈빛이 돌연 험악해진다·
“그거 확실해?”
“아 확실하다마다요· 리오트에서 정식으로 건네준 자료라서 확실합니다· 곧 시리얼 번호와 ICEI 넘버까지 보내준다니까 위치추적쯤이야 할 수 있겠죠·”
“리오트? 그거 게임 회사 아니냐? 명석아··· 야 머리가 있으면 좀 생각이라는 걸 해봐라·”
결국 마범일은 잡지를 돌돌 말아 후배의 머리를 콩 하고 내리찍었다·
“그냥 신용 불량자 새끼가 어디서 주운 불법 캡슐 가지고 게임하다가 걸린 거겠지 임마· 운 좋아도 발푸르기스 말단 조직원이거나·”
“그럼 마 형은 안 가시는 겁니까? 지금 차 대기시켜놨는데·”
“너희들끼리 가라· 난 이것만 해도 바쁘다·”
“우씌 진짜 피해자일 수도 있잖아요· 그 제보자 말로는 분명 캡슐에 갇힌 사람이 말도 못하고 수년째 SOS 신호만을 보내오고 있다고 하는데···”
“뭐? 그걸 왜 이제 말해?”
말을 못한다는 것이 결정적인 포인트였다·
언어 모듈을 고의로 망가뜨린 캡슐·
마범일 형사는 7년 전 UN주도 하에 이루어진 테러단체 발푸르기스 한국 지부 소탕작전에서 단 한명조차 제대로 된 생존자를 구해내지 못한 게 한이 되어 있었다·
분명 인질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찾아낸 사람들은 전부 죽었거나 아직도 어딘가에 갇혀있겠지· 백골이 될 때까지 말이다·
그는 치안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에서 실종자가 이렇게 많아진 것도 발푸르기스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발푸르기스가 한국에서 박멸되자마자 그 이듬해 연간 아동 실종자 수가 0명으로 집계되었으니 말을 다 했지·
7년 동안 캡슐에 갇힌 이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말이 허황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말이다·
“더 빨리 가봐 야·”
“여기서 더 밟으면 딱지 나와요· 그냥 자율주행에 맡기라니까 참 성격도 급하셔·”
현장에는 구급차가 거의 엇비슷하게 도착해있었다·
“진짜 산골이긴 하네·”
이전처럼 대테러부대까지 투입되는 일은 없었다· 당연히 이런 외진 곳에까지 조직원이 있을리 없다는 판단이었다· 합리적인 판단이기도 하고·
이런 곳에 캡슐을 던져놓으니 못 찾을만도 하다고 생각했던 참이었다·
재개발지역으로 확정되었다가 갑작스럽게 결정처분취소된 끄트머리 지역으로 이제는 사람 인기척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지어진 지 100년도 넘게 된 초라한 시골집 하나가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기 진짜 맞아?”
“이상하다··· 분명 내비에는 여기라고 나와있는데···”
구급대원들이 자신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말해 뭐하냐· 일단 가자· 여러분도 같이 갑시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물릴 수도 없고· 명석아 후레쉬좀 켜봐라·”
“에휴 그깟 세금 얼마나 한다고 라이트 마법도 못 쓰게 하고 아직까지 후레쉬나 들고 다니는게 참···”
“빨리 앞장 서라니까?”
“예이예이·”
앞에 형사가 둘 뒤로 구급대원 여섯이 비좁은 집에 들어선다·
새벽 1시 집이 좁아서 그런지 올빼미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진다·
“집도 작은 것이 왜 이렇게 구조가 복잡해·”
“꼭 뭐가 튀어나올 것만 같네요·”
“그런 거에 겁 먹을 나이는 이미 한참 지나지 않았냐·”
“요즘 들어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긴 하죠·”
거실 부엌 안방까지 차례대로 수색한다·
좁은 집인만큼 가장 안쪽 작은 방을 한가득 채우고 있는 거대한 캡슐 2개를 발견했다·
“흐미··· 진짜 있었네요··· 안에 사람 들어있는 것 같은데요? 아씨 아까 짜장면 먹고 왔는데 다 올라오겠네·”
“헛소리하지 말고 같이 도와드려· 이거 손으로는 안 열린다· 아주 제대로 부셔놨어·”
이럴 때를 대비하여 가져온 거대한 쇠지렛대· 일명 빠루가 성인 남성 3명의 힘을 받고 캡슐 사이를 벌린다·
끼릭끼릭하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안과 밖의 압력 차로 인하여 쉬이익하고 공기가 틈새를 가로지른다·
“안되겠다· [1서클 긴급 작성: 라이트]·”
“형님 긴급 작성으로 하면 비싼데·”
“어차피 내 돈이야·”
실내가 환하게 비추어진다· 잘 보이지 않았던 구급대원들의 초췌한 모습 조금 얼빠진 모습을 하고 있는 명석의 얼굴까지 모두 선명하게 보인다·
덜컹·
캡슐의 문이 결국 빠루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그보다 빠른 건 명석의 발놀림이었다·
“으아아아 귀··· 귀신이다!”
“좀 가만히 있으면 어디 탈 나냐?”
마범일 형사가 그의 뒷덜미를 잡아 바닥에 엎어친다· 그러거나 말거나 구급대원들은 프로답게 캡슐 안의 여성의 상태를 진단했다·
“완전히 사망했습니다· 사망 일시는 7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근데 양반 이 시체 하나도 부패가 안 돼있네?”
“그게 자세한 건 저희도 잘···”
“으아아아아아아아!”
“아 또 뭐냐 명석아!”
“여기··· 여기 캡슐에서 소리가!”
놀란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반대쪽 캡슐에서 등을 기대고 있던 명석이 다시 놀라서 팔짝 뛴다· 오랜 형사의 감일까 범일은 곧바로 구급대원들에게 지시한다·
“그 여성은 잠시 놓아두고 우선 여기부터 빨리 땁시다·”
별다른 이견 없이 구급대원들이 다시 빠루를 집는다·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는 마 형사가 직접 맨앞에서 빠루를 쥐었다·
아까보다는 적은 힘으로 캡슐이 강제로 열린다·
라이트 마법의 이용시간이 곧 끝을 알렸지만 모두의 신경은 두 번째 캡슐 속의 여아에게 쏠렸었다·
“이런 미친·”
그곳에는 본래 캡슐의 목표 체형과는 전혀 맞지 않는
너무나도 작은 몸집의 소녀가 파리한 안색으로
가까스로 제 숨을 붙들고 있었다·
* * *
눈이 떠진다·
7년·
자그마치 7년이 걸렸다·
내가 환생한 이 빌어먹을 세계를 보기까지·
나를 뭐라고 재촉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신경 안 써·
봐야만 해·
엄마·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핑하고 세상이 돌았다· 아니 내 머리가 도는 건가?
친절한 아저씨 두명이 양쪽 겨드랑이를 잡고 일으켜 세워준다· 고마워요·
엄마 혹시 살아있어?
캡슐에 가려 보지 못했던 설아의 모습이 내 눈에 비춰진다·
그녀는 진정으로 평온해보였다·
역시 설아는 6년 전에 죽었었다·
하지만 실낱같은 그깟 희망 때문에 나는 내가 섭취할 마나포션의 절반을 항상 설아에게 강제로 투여했었다·
그래서인지 설아는 6년 전에 명을 달리한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생기가 넘쳐보였다· 그 눈이 떠질 일은 영영 없겠지만 말이다·
설아는 이렇게나 말랐었구나·
가상현실 아바타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
그간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나 이렇게 살아있어·
엄마 덕분에 말이야·
* * *
“어떻게 됐어요? 찾았대요?”
“네가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내가 더 해줄 말도 없고·”
“하지만!”
“그리고 세민 너 네 엄마한테 듣기로 요즘 게임에 빠졌다더라? 성인이 돼서까지 간섭할 생각은 없다만 뭐든 적당히 하는 게 좋아·”
“··· 네·”
“듣자하니 시험도 얼마 안 남았다는데 다른 애들이랑 달리 너는 군대도 갔다 왔으니 따라잡으려면 배는 노력해야 할 거야·”
“네·”
이래서 도와달라 하는 게 별로 안 내켰던건데· 세민은 자신의 아버지 천정호 검사의 뒤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군대 간 게 무슨 쉬려고 갔다 온 줄 아나· 나라에서 가라고 하니까 간 거지· 지도 군필이면 알 거 아니야·’
숨막히는 집안이라고 생각한다· 독립하기 전까지는 그저 묵묵히 버틸 수밖에·
[김예은: 소식은 있대?]
[천세민: 전혀· 알려줄 생각도 아예 없으셔·]
분명 세민의 촉으로는 뭔가 사건이 있었음을 확신했다· 노네임이 몇시간 전부터 오프라인 모드로 변경된 게 확실한 증거였다·
“에휴 나도 뭐하는 짓이야· 공부나 해야지·”
혼잣말로는 그렇게 말해도 세민의 신경은 온통 노네임에게 향해 있었다·
결국 세민은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
[마범일 형사 – 연결 중]
아까 아버지가 계속 밖에서 통화했던 사람· 세민은 번호를 기억해 놓았다가 그쪽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쇼?]
[아 여보세요! 마범일 형사님 맞으신가요?]
[예 뭐 맞는데· 누구신지···?]
[아 그··· 저 천정호 지검장님 아들입니다· 이번 사건 최초 제보자이기도 하고요·]
[잠시만요·]
부자연스러운 공백기간이 끝나고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검사장 아드님이 저에게 전화는 무슨 일로 하셨는지?]
[혹시 구조는 무사히 완료했는지 여쭤보고자···]
[그게 복잡한데 말이죠· 흠··· 전화로는 하면 안 되는 기밀이니까 굳이 궁금하시면 아산 OO 병원으로 오십쇼·]
[네네! 지금 당장 출발해도 될까요?]
[편하신대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디어 나메가 세상 밖으로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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